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 (겨울 에디션)
조유미 지음, 화가율 그림 / 허밍버드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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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바퀴 도는 삶에서 잠시 내려서, 여유로운 일상을 살고 있는 요즘.. 한동안 일을 마무리 하느라 보낸 시간이 아까웠고 쉬는 동안도 제대로 쉬고 있지 못하는 기분이 들었던 건, '이렇게 놀고 있어도 되나?' 싶은 불안감이 마음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어서 인듯 했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무엇인가를 해야 살아가고 있다는 기분?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던 바쁜 삶을 살아왔으니 잠시 내려놓고 쉬어도 될텐데... 정말 그래도 될까? 라는 마음을 다독여준 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  의 이 문장을 읽으며 좀 느려도 괜찮다는 다독임을 받은 기분이었다.



잠깐 쉬었다 가도 괜찮다.

잠깐 쉰다고 해서 세상이 도망가거나 나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나의 능력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풍경을 즐기는 일은 어려운 일도, 거창한 일도 아니다.  살짝 고개만 들어도 푸른 하늘과 그 하늘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구름을 볼 수 있다.  천천히 걷다 보면 내가 가고 싶은 길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고, 잠깐 앉아서 쉬면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p48


온전히 나, 누군가를 사랑하는 나, 그리고 타인의 시선에 보여지는 나, 문득 주저앉고 싶어 지는 순간의 나  

내가 필요한 순간 어느 페이지부터 펼쳐 읽어도 좋을것 같다.  가을에 접어들면서 책이 읽어지지 않는 9월을 그냥 흘려보내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책읽기에 대한 부담감도 잠시 내려놓고 손 닿는대로 읽고 쉬기도 하면서 내게 주어진 휴식시간을 천천히 즐겨보기로 했다.  자신의 손에 쥐었을 때는 알지 못했던 것을 한발자국 떠나 보면 더 선명하고 자세하게 볼 수 있는것 처럼...

인생의 모든 순간을 자로 잰 듯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동떨어지는 느낌이 싫어 채찍질 하기도 하고, 아둥바둥하며 혼자 지쳐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건 아닐까?   곧 있을 여행을 앞두고 책장을 덮었던 이 책을 읽으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잘 쉬고 와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   깊어가는 가을, 뜨거웠던 여름이 가고 새로운 계절을 시작하는 지금 내 마음의 문장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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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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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노예탈출 점조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는 흑인 소녀 코라의 자유를 향한 끝없는 탈출과 당시 백인과 흑인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살풍경하게 그려내고 있다.   수많은 찬사를 받았던 책이라 금방 읽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생각보다 책장은 쉽게 넘어가지 않아 읽는데 2주가 넘게 걸렸고 글을 읽으며 상상되는 상황들이 때론 너무도 무겁제 다가와서 쉽게 읽지 못했던 책이기도 하다.



비참 속에 담긴 비참, 비참에도 질서가 있었고, 그 길을 따라야만 했다. /p34

"이 나라가 어떤 덴지 알고 싶다면, 내가 늘 하는 말이다만, 기차를 타봐야 한다.  기차가 내달릴 때 바깥을 보면, 미국의 진짜 얼굴을 알게 될 거야." /p84


태어나면서 삶이 결정 되는 사람들,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가족과 함께 살지 못하고 물건 처럼 팔려다니고 주인의 의지대로 필요에 의해 취급되기도 했던 흑인들의 삶.  그들에게도 자유권이 주어지기도 하고 그 권리를 팔고 사기도 하지만 백인들에 의해 또다시 납치되어 다른 주로 팔려가게 되면 그마저도 소용이 없게 되고마는 그야말로 무법지대의 시기.  코라는 자신이 살고 있던 랜들가의 농가에서 할머니 아자리, 엄마인 메이블과 함께 살아왔지만 어느날 엄마가 갑자기 사라져 버리고 만다.  어린 자신을 지옥과 같은 농가에 두고 떠나자 코라에게 남은건 아자리와 메이블이 관리해왔던 아주 작은 땅덩이가 다였다.  반 평이 채 되지않는 작은 땅 조차도 코라에게 빼앗으려하는 같은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지친 코라.  그들에겐 이런 삶밖엔 없는 것일까?  시저가 농장 밖의 세상, 자유로움을 이야기 하면서 코라도 이곳을 떠나 저곳의 세상을 꿈꾸기 시작한다. 



몇 달이 지나면서 코라와 시저는 점점 더 스스럼없이 랜들 농장에 대해 터놓고 말했다.  그들이 하는 말은 대부분 예전에 노예였던 누구에게나 적용 될 수 있는 것이었다.  농장은 농장이었다.  자신의 불운이 유별난 일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진짜로 끔찍한 사실은 그것이 모두의 이야기라는 점이었다.  전에도 그랬듯 곧 악단의 소리가 지하철도에 대한 그들의 대화 위로 겹쳐질 것이다.  코라는 악단에 집중하지 않는 그들이 무례하다고 여기지 않기를 바랐다.  그럴 리 없었다.  누군가의 재산이 아니라 자유인 신분으로 연주한다는 것이 그들에겐 여전히 소중하고 새롭게 느껴질 테니까.  노예마을에 유일한 위안을 준다는 부담감 없이 멜로디를 힘차게 시작하는 것이.  자유와 기쁨으로 예술 활동을 하는 것이.  /p120

자유인 신분이 된 흑인들이 제 주인들을 피해 달아났듯이, 백인들 역시 그들 주인의 폭정을 피해 새로운 시작을 하려고 이 땅에 왔다.  그러나 그들이 가진 이상은 다른 이들의 이상을 부정했다.  코라는  마이클이 랜들 대농장 뒤편에서 독립선언문을 암송하는 것을 여러 번들었다.  성난 유령처럼 마을을 떠돌던 그의 목소리, 코라는 그 말들을 거의 다 이해하지 못했지만,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말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정말로 모든 사람을 뜻하는 게 아니었다면 그것을 쓴 백인들 역시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다.  흙처럼 손에 쥘 수 있는 것이든 자유처럼 그렇지 않은 것이든, 그들이 다른 사람의 것을 강탈했다면, 아니었다. 코라가 경작하고 일했던 땅은 인디언들의 땅이었다.  코라는 백인들이 여자와 아이들을 죽여서 그 종족의 미래를 씨앗부터 말살해버리는 대학살의 효율성을 자랑스레 얘기한다는 것을 알았다. /p136


백인들 조차도, 인디언들의 땅을 빼앗아 딸을 넓혀갔음에도 다른 인종을 배척하는 과정이나 극악스러움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가? 싶을 정도로 극악스럽다.  민심을 조종해서 서로를 감시하고 신고하게 하고 이들을 몰래 돕는 같은 백인끼리의 처벌도 잔인하기 그지없다.  사회적 시대상과 인간의 잔인함.. 이야기는 르포식으로 인물중심으로 이어가고 있지만 그러한 전개가 책을 읽는데 상상력을 더 자극하기도 했다.  노예사냥꾼, 노예들의 시체를 의학 학교에 학습용으로 납품하며 이득을 챙기는 시체 매매꾼 힘든 삶을 사는 이들의 뒷면에 이를 이용해 자신의 이득을 취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백이이 목화를 따는 건 본 적이 없는데요." 코라가 말했다. 

"나도 노스캐롤라이나에 돌아오기 전까지는 군중이 사람의 사지를 찢는 것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마틴이 말했다.

"그런 걸 보면, 사람들이 뭘 해야하고 하지 말아야하는지 같은 것에는 입을 다물게 돼." /p186

감옥과 다름없는 곳을 누군가의 유일한 피난처로 만드는 이 세상은 어떤 곳일까, 코라는 생각했다.  그녀는 속박에서 벗어난 것일까 아니면 그 그물 속에 있는 것일까.  도망자 신세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것일까?  자유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바뀌는 것이었다.  숲을 가까이서 보면 나무들로 빽빽하지만 바깥에서, 텅 빈 초원에서 보면 그 진짜 윤곽을 볼 수 있는 것과 같았다.  자유가 된다는 것은 사슬과는 혹은 얼마나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느냐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대농장에서, 그녀는 자유롭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바람을 쐬고 여름 별을 바라보며 제한 없이 움직였다.  작음 안의 큰 곳이었다. /p203~204


노예 소녀 코라가 인간 취급받지 못했던 19세기 미국 남부 노예들의 비참한 삶, 인종 우월 주의에 근거한 광기, 그 긴박함 속에서도 자기 양심을 따르고자 했던 사람들의 조직이었던 '지하철도'요원들의 노력이 코라의 탈출여정을 더욱 실감나게 한다.   자유를 위한 여정을 멈추지 않고 끝까지 달렸던 코라, 긴 여정을 끝내고 안식을 찾았을까?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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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물딱 루씨의 기초 코바늘 손뜨개 - 9가지 뜨개법으로 만드는 아기자기한 감성 소품 35
김윤정 지음 / 나무수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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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뭔가를 떠야 할 듯한 두근거림이 시작된다.  뜨개질은 10대부터 해온 꽤 오래된 취미생활로 그와 관련한 도구, 실 교육 등등 꽤 많은 돈을 투자하기도 했지만, 손으로 하는 취미이다 보니, 오래 하지 않다 보면 잊어먹기 마련이다.  몇 년 전부터 꽤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던 코바늘 관련한 소품들은 코바늘 도안 보기와 기초 뜨기만 알아도 초보자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다.  해마다 이맘때 즈음이면 취미실용 코너에 뜨개 관련 서적들을 뒤적이는 사람이 꽤 많은 걸 볼 수 있다.


쪼물딱 루씨의 기초 코바늘 손뜨개

 

 

 


그럼 이 책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LESSON 1 9가지 코바늘 기법 / LESSON 2 천천히 뜨기 / LESSON 3 다르게 뜨기 / LESSON 4 소품만들기


코바늘을 하는데 있어 기본적인 뜨개 방법을 알려주는 걸 시작으로 기초를 응용해 작은 소품들을 하나씩 제작하는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다.  사진으로 보는 게 어렵다고?  걱정하지 말자.  사진으로 설명하는 페이지 한 켠에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동영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코바늘이 처음인 사람들에게 정말 유용한 팁!!

 

 

 

 


 

페이지를 넘기다 떠보고 싶은 아이템들도 발견했고,  책을 구입하며 함께 도착한 <사과 티코스터 세트> 를 먼저 떠 볼 예정이다.

지난해 블랭킷 뜨다 넣어놓은 패키지가 몇 가지 되는데 슬슬 꺼내봐야 할 듯하다.  완연한 가을이 느껴지는 계절, 작은 취미생활로 코바늘을 시작해보고 싶다면 쪼물딱 루씨의 기초 코바늘 손뜨개 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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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상담소 : 응급 - 초보 엄마들이 미리 알아두면 든든한 내 아이 응급상황 안심 매뉴얼 육아 상담소 시리즈
류정민 지음 / 물주는아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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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영유아 사망원인의 1위는 '사건 및 사고' 입니다.  만 3세 이하의 영유아를 둔 부모라면 '부주의는 곧 사고'라는 생각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절대, 잠시도, 아이를 혼자 두어서는 안 됩니다.  영유아 안전사고의 대부분은 보호자가 목격하지 못할 때 발생하므로, '사고를 목격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주세요.


0~5세, 아이들이 아파도 어디 가 아픈지 표현하지 못하니, 아이가 왜 우는지에 대해 마음 졸이는 초보 엄마 아빠에게 꼭 한 권쯤 있어야 하는 상비 도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카들이 어릴 때 열이 오르거나, 눈이나 코에 이물질이 들어가거나 했을 때 응급처치를 하지 못해서 새벽에 응급실로 달려가곤 하는 걸 몇 번이고 보기도 했다.  사실 응급상황은 언제고 발생할 수 있고 오로지 아이만 지켜볼 수 없는 상황도 가정에서 꽤 자주 발생하다 보니 크고 작은 사고는 어린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항시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이 책은 어린아이 둘을 키우는 동생을 위해 구입한 책이었는데, 책을 선물 하기 전 호기심에 읽어본 책이었다. 

"다급한 상황에서도 초기 대처만 잘하면 아이를 살릴 수 있고 흉터도 덜 남습니다."  라는 저자의 글은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라면 꼭 한 권 비치해놓고 수시로 읽어봐도 좋을듯했다.  여리고 어린아이들이기에 더 다치기 쉽고 평범한 일상의 모든 것이 위험일 수 있다.  PART 1. 잘 놀던 아이가 갑자기 아파요. /  PART 2. 아이에게 상처가 났어요. /  PART 3. 부주의로 아이가 다쳤어요  응급시 파트별로 찾아 볼 수 있고, 월령별 예방접종 안내도 나와 있어서 가정에 한 권 상비해두고 읽으면 든든한 자녀 지킴이가 되어 줄 수 있을듯하다.    꼭 기억해주세요.  부분만 읽어두어도 비상시에 꽤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우리 예쁜 아이들 응급상황 안심 매뉴얼로 미리 든든하게 대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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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을 정리해 드립니다
가키야 미우 지음, 이소담 옮김 / 지금이책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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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를 하고 잘하고는 개인적인 성격이라 생각할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 개인적인 취향이 극적으로 갈리기도 하고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정리하지 못하는 습관은 나도 가지고 있기에 이 책이 더 궁금했었다.  물건 정리만이 아닌 그 사람의 인생을 상담해준다는 유명 정리 전문가 오바 도마리.



"요즘은 솔직하게 말해주는 사람이 드물죠.  언제부턴가 다들 상대가 기분 나빠하지 않을 소리만 해요.  누구나 악역은 맡고 싶지 않을 테니까요.  원망을 들어도 좋으니까 진실을 말해 주는 편이 진정한 친절함이 아닐까요? /p80


소설 속 인물들은 본인의 의지가 아닌 가족들의 신청으로 오바 도마리의 방문을 받게 된다.  그들에겐 피하고 싶고 반갑지 않은 정리 전문가.  통통하고 편안한 이미지의 그녀가 방문해서 정리를 해줄 거라 생각했지만 첫 방문에서 집을 둘러보고 진단 정도를 알려준 후 2주마다 방문을 3개월 유지하며 자신의 공간을 스스로 정리할 수 있게끔 유도한다.  번듯한 회사 말끔한 외모로 일하지만 집은 쓰레기가 가득한 집에 사는 싱글 여성 하루카, 목어 장인으로 평생을 살았지만 아내의 죽음이후 혼자 살아가고 있는 목어 장인 홀아비 덴조, 3백 평 집에 사는 자산가 독거노인 에이코의 집은 깔끔해 보이지만 넓은 공간 구석구석 엄청난 물건들이 들어차 있다.  고급 관사에 살며 집안일에 손을 놓아버린 마미코.  이들은 오바 도마리의 첫 방문에선 '어서 나가 줬으면...'하는 마음을 갖게 되지만 점점 그녀에게 마음의 비밀을 털어놓게 된다.



제1문항 : 옷을 제대로 개킨다.

제2문항 : 바닥이 보이지 않는 방이 있다.

제3문항 ; 빵에 곰팡이가 자주 생긴다.

제4문항 ; 차를 바닥에 흘려도 닦지 않는다.

제5문항 ; 신문을 버리지 못한다.

제6문항 ; 예전 연하장을 버리지 못한다.

제7문항 ; 물건을 자주 찾는다.

제8문항 ; 충동구매를 한 뒤에 샀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릴 때가 있다.

제9문항 ; 다른 사람을 집에 부르지 못한다.

제10문항 ; 창문을 열 수 없다.

"따님 물건은 따님한테 드리면 되지 않나요?"

"딸이 필요 없다고 해요.  아쉽게도 손녀도 다 커서 입지 못하고요."

"그렇다면 용도가 없어졌다고 생각하실 순 없나요? 이제 맡은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하면 버릴 수 있어요." /p189


오바 도마리가 단순히 공간을 정리하는 사람이었다면, 이 글은 그냥 가볍게 읽고 넘길만한 그런 글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공간을 잘 정리하며 살아가는 것도 능력일 수 있는 세상.  너무나 많은 물질이 흘러넘치는 세상에 살고 있어서 일까?  쉽게 버리지 못하고, 정리하지 못하지만 새로운 것이 눈에 띄면 꼭 구입해야 하는 마음이 있기도 하다.  저마다 다른 사연으로 집에 쌓인 쓰레기들을 정리하지 못하고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내일로... 내일로 미루지만 삶에 의욕이 없는 모습도, 넓고 넓은 집에 혼자 살지만 언젠가 집에 모일 가족들을 생각해 수납장 여기저기 오래된 물건들을 잘 정리했다고 생각하는 모습도 '언젠가'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마음으로 정리하지 못하고 끌어안고 사는 우리의 모습일 수 있겠다.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상으로도 '언젠가'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던 물건들 중, 정말 다시 찾게 되었던 경우는 글쎄?  10%도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이렇게 매년 계절이 순환하고, 사람은 나이를 먹고 죽는 거죠."

도마리가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쓰지 않을 줄 알면서도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차곡차곡 쌓고 또 쌓아 가죠.  집에 물건이 차고 넘치는데 계절별로 옷을 새로 사고, 도자기 시장이 서면 부랴부랴 식기를 사러 가고."

마치 시를 낭독하는 것처럼 말한다.  나를 놀리는 걸까.

"생각해 보면 일본인 모두가 '흥분'했어요.  전후 고도 성장기에 돌입해서 3종 신기라고 불리는 흑백텔레비전, 세탁기, 냉장고를 사기 위해서 열심히 일했죠."/p200

아무리 비싼 물건이라도 필요 없는 물건은 필요 없다.  기모노를 입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짐만 될 뿐이다. /p245


이 책을 읽으며 40년 가까이 살았던 지금의 집에 쌓인 물건들을 돌아보게 된다.  이런저런 기념으로 받았지만 아낀다고 사용하지 않았던 20년도 넘은 수건들, 언제 적인지도 모를 오래된 취미생활 박스들, 쓰지 않는 가전제품들 부모님과 4형제가 살다가 하나둘 독립하게 되면서 이 집도 이사를 준비하는 중이다.

부모님도 이사를 준비하며 많은 물건들을 처분하고 가뿐하게 가실 생각이라지만 글쎄.... 이사하며 생각해볼 일이다.  나부터도 언젠가 읽으리라는 마음으로 구입해서 쌓아두었던 책들을 정리 중이다.  그래도 내 돈 주고 구입한 책들이 대부분인데 책 정리를 하다 보니 10년도 훨씬 전에 구입했는데 읽지 않는 책들도 수두룩해서 놀랐고, 읽기엔 시기가 너무 지나 버린 책들을 보고 책 구입도 시기를 봐가며 적당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볍게 더 가볍게, 무조건 적인 미니멀 라이프가 아닌 이 이면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함께 읽으며 사람과 주변 정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당신의 마음을 정리해 드립니다.  동생들과 엄마와 함께 읽어볼 책으로 갈무리해본다.



우리는 거울을 통해서만 자기 얼굴을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약함은 잘 보이지 않는다.  혹시 보이더라도 직시하지 못한다.  직시할 만큼 우리는 강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도마리 씨가 실제로 지도해줬으면 좋겠다.  큰소리가 아니라 살며시 속삭이듯이.  나약함에 잠겨버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아주 조금만 등을 밀어줬으면 좋겠다.  도마리 씨가 실존 인물이 아니라 아쉽지만 괜찮다.  우리의 도마리 씨는 바로 이 책이니까. / 해설 p307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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