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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을 정리해 드립니다
가키야 미우 지음, 이소담 옮김 / 지금이책 / 2017년 8월
평점 :

정리를 하고 잘하고는 개인적인 성격이라 생각할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 개인적인 취향이 극적으로 갈리기도 하고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정리하지 못하는 습관은 나도 가지고 있기에 이 책이 더 궁금했었다. 물건 정리만이 아닌 그 사람의 인생을 상담해준다는 유명 정리 전문가 오바 도마리.
"요즘은 솔직하게 말해주는 사람이 드물죠. 언제부턴가 다들 상대가 기분 나빠하지 않을 소리만 해요. 누구나 악역은 맡고 싶지 않을 테니까요. 원망을 들어도 좋으니까 진실을 말해 주는 편이 진정한 친절함이 아닐까요? /p80
소설 속 인물들은 본인의 의지가 아닌 가족들의 신청으로 오바 도마리의 방문을 받게 된다. 그들에겐 피하고 싶고 반갑지 않은 정리 전문가. 통통하고 편안한 이미지의 그녀가 방문해서 정리를 해줄 거라 생각했지만 첫 방문에서 집을 둘러보고 진단 정도를 알려준 후 2주마다 방문을 3개월 유지하며 자신의 공간을 스스로 정리할 수 있게끔 유도한다. 번듯한 회사 말끔한 외모로 일하지만 집은 쓰레기가 가득한 집에 사는 싱글 여성 하루카, 목어 장인으로 평생을 살았지만 아내의 죽음이후 혼자 살아가고 있는 목어 장인 홀아비 덴조, 3백 평 집에 사는 자산가 독거노인 에이코의 집은 깔끔해 보이지만 넓은 공간 구석구석 엄청난 물건들이 들어차 있다. 고급 관사에 살며 집안일에 손을 놓아버린 마미코. 이들은 오바 도마리의 첫 방문에선 '어서 나가 줬으면...'하는 마음을 갖게 되지만 점점 그녀에게 마음의 비밀을 털어놓게 된다.
제1문항 : 옷을 제대로 개킨다.
제2문항 : 바닥이 보이지 않는 방이 있다.
제3문항 ; 빵에 곰팡이가 자주 생긴다.
제4문항 ; 차를 바닥에 흘려도 닦지 않는다.
제5문항 ; 신문을 버리지 못한다.
제6문항 ; 예전 연하장을 버리지 못한다.
제7문항 ; 물건을 자주 찾는다.
제8문항 ; 충동구매를 한 뒤에 샀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버릴 때가 있다.
제9문항 ; 다른 사람을 집에 부르지 못한다.
제10문항 ; 창문을 열 수 없다.
"따님 물건은 따님한테 드리면 되지 않나요?"
"딸이 필요 없다고 해요. 아쉽게도 손녀도 다 커서 입지 못하고요."
"그렇다면 용도가 없어졌다고 생각하실 순 없나요? 이제 맡은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하면 버릴 수 있어요." /p189
오바 도마리가 단순히 공간을 정리하는 사람이었다면, 이 글은 그냥 가볍게 읽고 넘길만한 그런 글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공간을 잘 정리하며 살아가는 것도 능력일 수 있는 세상. 너무나 많은 물질이 흘러넘치는 세상에 살고 있어서 일까? 쉽게 버리지 못하고, 정리하지 못하지만 새로운 것이 눈에 띄면 꼭 구입해야 하는 마음이 있기도 하다. 저마다 다른 사연으로 집에 쌓인 쓰레기들을 정리하지 못하고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내일로... 내일로 미루지만 삶에 의욕이 없는 모습도, 넓고 넓은 집에 혼자 살지만 언젠가 집에 모일 가족들을 생각해 수납장 여기저기 오래된 물건들을 잘 정리했다고 생각하는 모습도 '언젠가'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마음으로 정리하지 못하고 끌어안고 사는 우리의 모습일 수 있겠다.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상으로도 '언젠가'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던 물건들 중, 정말 다시 찾게 되었던 경우는 글쎄? 10%도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이렇게 매년 계절이 순환하고, 사람은 나이를 먹고 죽는 거죠."
도마리가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쓰지 않을 줄 알면서도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차곡차곡 쌓고 또 쌓아 가죠. 집에 물건이 차고 넘치는데 계절별로 옷을 새로 사고, 도자기 시장이 서면 부랴부랴 식기를 사러 가고."
마치 시를 낭독하는 것처럼 말한다. 나를 놀리는 걸까.
"생각해 보면 일본인 모두가 '흥분'했어요. 전후 고도 성장기에 돌입해서 3종 신기라고 불리는 흑백텔레비전, 세탁기, 냉장고를 사기 위해서 열심히 일했죠."/p200
아무리 비싼 물건이라도 필요 없는 물건은 필요 없다. 기모노를 입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짐만 될 뿐이다. /p245
이 책을 읽으며 40년 가까이 살았던 지금의 집에 쌓인 물건들을 돌아보게 된다. 이런저런 기념으로 받았지만 아낀다고 사용하지 않았던 20년도 넘은 수건들, 언제 적인지도 모를 오래된 취미생활 박스들, 쓰지 않는 가전제품들 부모님과 4형제가 살다가 하나둘 독립하게 되면서 이 집도 이사를 준비하는 중이다.
부모님도 이사를 준비하며 많은 물건들을 처분하고 가뿐하게 가실 생각이라지만 글쎄.... 이사하며 생각해볼 일이다. 나부터도 언젠가 읽으리라는 마음으로 구입해서 쌓아두었던 책들을 정리 중이다. 그래도 내 돈 주고 구입한 책들이 대부분인데 책 정리를 하다 보니 10년도 훨씬 전에 구입했는데 읽지 않는 책들도 수두룩해서 놀랐고, 읽기엔 시기가 너무 지나 버린 책들을 보고 책 구입도 시기를 봐가며 적당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볍게 더 가볍게, 무조건 적인 미니멀 라이프가 아닌 이 이면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함께 읽으며 사람과 주변 정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당신의 마음을 정리해 드립니다. 동생들과 엄마와 함께 읽어볼 책으로 갈무리해본다.
우리는 거울을 통해서만 자기 얼굴을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약함은 잘 보이지 않는다. 혹시 보이더라도 직시하지 못한다. 직시할 만큼 우리는 강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도마리 씨가 실제로 지도해줬으면 좋겠다. 큰소리가 아니라 살며시 속삭이듯이. 나약함에 잠겨버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아주 조금만 등을 밀어줬으면 좋겠다. 도마리 씨가 실존 인물이 아니라 아쉽지만 괜찮다. 우리의 도마리 씨는 바로 이 책이니까. / 해설 p307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