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고 남겨두길 잘했어 - 29CM 카피라이터의 조금은 사적인 카피들
이유미 지음 / 북라이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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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냥 흘러가는 일상도 자세히 보면 그날만의 특별함이 있다."


  글쓰기, 에 대한 공포감이 있다.  쓰인 글을 읽고 이렇다 저렇다 말은 잘하면서 막상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글을 쓴다고 생각하면 글쎄?  읽힐만한 글을 쓸 수 있을까?  아마 문장을, 일상을 포장하느라 글을 다듬다가 결국 덮어버리고 마는 글을 쓰지 않을까?  막상 뭔가를 쓰고 싶다는 생각에 빈 노트를 펼치지만 글감이 없다는 생각에 몸살을 앓다 덮어버리게 된다.  그런데, 그냥 흘러가는 일상에도 특별함이 있다...고?



  "글을 쓰기로 마음은 먹었는데 뭘 써야 할지 모르겠을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땐 오늘처럼 주변에 있는 아무 단어나 문구로 시작하는 글을 쓰는 거예요.  우리는 그 메시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만 조금 가지면 돼요.  생각 없이 지나쳤던 것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 많거든요.  글감은 널려 있어요.  이제 쓸 거리가 없단 말은 쏙 들어가게 될 거예요."/p07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없이 책이 머그잔이나 베개나 핸드폰과 같은 일상의 사물이 될 때, 그럴 때 책은 강력한 우군이 된다.  _박산호<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에서 저자는 치열하고 삭막한 시대에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책이란 묵묵히 옆에 있어 줄 수 있는 유일한 친구'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부모에게서 독립해 자기만의 생을 꾸려가려고 할 때 책이 그 아이를 지켜줄 수 있는 만능 도구이자 믿을  만한 친구, 어려움을 극복할 무기가 된다는 것이다.   /p36~37


  감각적인 카피로 주목받는 카피라이터 이유미의 잊지않고 남겨두길 잘했어'카피를 쓰기 시작하면서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는 심정으로 주변의 글자를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다.  지하철 광고는 물론 버스 손잡이에 써놓은 안내 문구, 화장실 문에 누가 끼적여놓은 낙서까지. /p08' 글은 생각만으로 써지지 않는다는 걸 이야기하는 한편, 주의 깊은 관찰을 권유하는 세심한 문장이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는 문장들을 종이 위에 옮겨 적기까지 관심을 갖고 주변을 둘러보고 모은 글들을 뒤적여 짧은 글이라도 만들어보는 노력을, 연습을 해보길 이야기하고 있다. 

   짧은 문장에 함축적인 감정, 표현을 해야 하는 카피라이터들의 글은 짧은 문장을 만들어내기 위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장들을 수집하고 해체해보고 조금 더 깊이 있는 시선으로 문장을 재배열해보기도 할 것이다. (글은 쉽게 읽지만 내가 직접 이런 노력을 하진 않았다.)  심지어 가끔 '이런 문장은, 이런 생각은 나도 하겠는데?'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생각으로는 뭔들 못할까?   먼 미래가 아닌 '오늘'에 집중하기를 보지 않았던, 또는 보이지 않았던 '틈'을 살펴보고 새로운 생각을 하며 우연히 만나게 된 문장들을 내 손끝으로, 나만의 인생 문장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사실 매일이 특별하길 바라진 않는다.  하지만 살아가는 하루하루에 약간의 의미를 담아보고 싶은 건 욕심일까?  오늘도 조금은 사적인 나만의 글 몇 줄을 남겨야겠다.



   나는 악플을 달아본 적이 없다.  소심하고 겁이 많기도 하지만 글을 쓰고 책을 몇 권 내보니 남들 눈에는 쉬워 보일지 몰라도 막상 당사자는 얼마나 힘이 드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쉽게 쓴 책은 없다.  독자의 개인적인 감상까지는 어쩔 도리가 없지만 화가 나고 억울한 감정을 공개적으로 토로하기 전에 만든 사람들의 수고를 한 번만 더 생각해주면 좋겠다.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못해도 열 명 이상의 사람들이 달라붙는다.  '그건 그 사람들의 일이지'라고 넘겨버릴 게 아니다.  그들이 책을 세상 밖으로 내놓기 위해 애쓴 마음을 너무 홀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뚝딱 쓰는 댓글처럼 뚝딱 나오는 책은 없다. /p133  

   책은 유일하게 가격을 먼저 떠올리지 않는 선물이다.  책 가격이야 대단한 아트북이 아니고서야 거기서 거기다.  가격보다 내용이 얼마나 이 사람에게 필요한 이야기인지가 더 중요하다.  한 사람을 위한 큐레이션에 들이는 시간은 명품 선물을 고르는 것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한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 우리 모두 책을 선물합시다! /p147 

대수롭지 않은 카피와 메시지들을 순간의 귀찮음을 뿌리치고

 남겨둔 덕분에 한 꼭지의 글이 시작될 수 있었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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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팔 독립선언
강세영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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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인 게 익숙하지 않은 나,

자주 내 나이를 부르짖었다.

이십- 팔 -.



독립을 마음먹게 되는 가장 큰 계기가 ‘시간’ 이 아닐까?  출퇴근 거리가 왕복 5시간 이상 된다면 심각히 고려해볼 일이다.

몇 년 전 커피를 배우고 매장일을 익히고 최장거리 출퇴근했을 때가 왕복 5~6시간이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라고 해도 못하지 싶은 생각이 든다.  운전할 생각도 못했던 때라 대중교통으로 주 6일을 출퇴근했던 시절, 만 6개월 찍고 곧 자영업자의 길로 들어섰지만, 즐거움과 열정이 없었다면, 6개월에서 한두 달만 더 길어졌어도 매장 인근으로 독립을 선언했을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자영업을 하면서 매장 인근에서 몇 개월 자취경력을 쌓기도 했던 터라, 저자의 '독립권장'이 크게 공감되었던 건 독립 자체가 처음엔 부담일지라도 독립을 하면서 경제적인 부담도 관심도 갖게 되고 자신의 생활패턴이나 시간을 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더 크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독립은 되도록 그 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게 개인적인 견해이기도 했다.

  물론 나이가 들어서도 결혼 전까지 부모님 곁에 살면 여러모로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기가 길어질수록 경제적인 자립은 더욱 어려워진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고 현실이기도 하다.  조금 일찍 독립을 했더라면 재테크와 금융, 또는 주택과 결혼을 하지 않을 경우 노후에 대한 대비도 미리 준비했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 곁에 있다 보면 경제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해도 일정 부분, 아니 꽤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안일한 생각에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은 채 시간만 보내고 있게 된다. (이건 절대적으로 개인적인 경험) 


  우리는 온전히 혼자이고 싶어 독립하지만 독립을 하고서도 외로움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본인의 독립 경험을 군더더기 없이 호감 있게 잘 쓴 강세영저자의 이십팔 독립선언은 나와 다른 사람이지만 읽다 보면 닮아있는 내 모습과 마음을 보게 되기도 한다.   이런 게 사람 사는 이야기?  꼭 독립 권장이 아니더라도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독립을 미루고 있었다면,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책이다.



독립, 주제넘게 권합니다.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나를 객관화 할 수 있게 됐고 취향 또한 견고해졌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지만 혼자 있는 시간에 성장한다.

혼자 살아본 경험 없이 바로 결혼생활을 시작하려는 친구들에게

주제넘게 독립을 권유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모두가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아지트를 가졌으면 한다.

그게 집이라면 최고의 환경이겠고. /p252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집은 주거보다 투자의 역할이 큰 것 같다.  있는 사람들은 살지도 않을 집을 마구 산다. 없는 사람들은 집을 사지 못해 빌린다.  딱 2년, 주인이 있지만 주인이 살지 않는 집은 그렇게 2년짜리 일회용 플라스틱이 된다.  내가 사는 이 집도 많은 사람에게 2년짜리 플라스틱 하우스였겠지.  주인이 돌보지 않는 집은 그렇게 늙는다. /p027

가끔은 억울한 마음도 든다.  혼자 산다는 이유로 어둠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심지어 난 도움을 요청할 이웃집도 없어 억울함이 배가 된다.  ‘별일 생기겠어?’ 하며 살기엔 우린 너무 많은 사례를 보고 들었다.  아주 심각한 일만 뉴스에 실리는 것뿐 주위 친구, 언니, 동료 모두 소름 끼치는 밤길 경험담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아마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지 못할 거다.  누구에게나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일이라는 걸. /p054

  마냥 행복해야 한다고, 그저 기뻐야 한다고, 그냥 웃자며, 모든 일을 못 본 척 허허거리며 넘기려고 했던 나는얼마나 많은 감정을 속이고, 상황에 눈감고, 성장하지 않았던 걸까....(중략).... 중2병이라 불리는 분노, 슬픔, 까칠, 버럭, 소심 그리고 기쁨이 뒤죽박죽 섞이며 요동치는 감정을 겪지 않고 무던하게 민증을 얻었다.  하지만 사춘기의 열병은 수두와 같아서 언제든 한번은 앓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었나 보다.  28살이 되어서야 마주했던 큰 파도들을 ‘이십팔춘기’라 부르려고 한다. /p133

 28살의 제이지, 서른의 하루키 

 28살의 제이지, 서른의 하루키 

 28살의 제이지, 서른의 하루키 

조금 늦어도 괜찮다는 위로이고, 내가 하는 일을 잘 해내는 사람이고 싶다는 간절함이다.  나이와 시기에 상관없이 꾸준히 해나가다 보면 남들보다 늦을 수 있지만 언젠가 결실을 맺는 날이 오지 않을까란 희망이다. 

아! 한 분을 더 추가하고 싶다.  박완서 작가님은 40세에 등단하셨다고 한다.  28살의 제이지, 30살의 하루키, 40세의 박완서 (50대와 60대를 대표할 인물도 제보받습니다)./p184

  책 내용에서 얻는 것이 많다는 것도 좋지만 책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좋다.  활자에 집중하는 순간 마음이 착 내려앉고 안정되는 듯한 기분을 받는다. 

다만 아직 책 편식을 줄이지 못했다.  읽었던 책 대부분은 에세이와 소설로 채워져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몇몇 작가들에 집중되어 있다.  나의 독서 리스트가 특정 작가로 짜인 것은 문체때문이다.  부끄러운 얘기일 수 있지만,책을 볼 때 스토리보단 끈적거리는 문체가, 찰떡처럼 달라붙는 문장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은 그런 찐득한 글을 쓰는 사람이다. /p217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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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기적인 게 아니라 독립적인 겁니다 - 조금 불편해도, 내 소신껏
최명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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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내가 알아서 할게요."

멋모르고 끌려가는 삶에서

떳떳하게 끌어가는 삶으로



 "요즘 젊은 애들은 왜 이렇게 이기적이야?"

  혀를 끌끌 차며 이런 이야기해본 적 없는가?  '우리 땐 저러지 않았어.', '싫어도 좀 참을 줄 알아야지.', '막내가 하던 일이야, 막내니까 해야지' 등등 내가 살았던 방식이 아닌 삶의 모습을 볼 때면 '저건 아니지 않나?' 싶으면서도 그런 기준은 누가 만든 거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꽤 오래전 사회생활을 할 땐 이런 고루한 사고방식들이 바뀌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사회생활하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까...

하지만 어른이 되고 또 다른 사회들을 경험하게 되면서 마주하게 되는 상황들은 더욱 다양해진다.  사회가 강요하는 고정관념과 남이 만들어놓은 기준으로 인해 만들어진 욕망으로 인해 주도적인 삶이 아닌 끌려다니는 삶을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당신은 이기적인 게 아니라 독립적인 겁니다 의 저자 최명기 전문의는 "자기 인생의 주도권을 되찾고 싶다면 고정관념으로부터, 맹목적인 감정으로부터, 자기를 속박하는 심리적 관계로부터, 오래된 습관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합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만나서 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궂이 만나서 불편해 하지말고 최대한 피해라.   거절을 두려워하지 말자.  해도 욕먹고, 안 해도 욕먹을 때는 안 하고 욕먹는 것이 낫다.  자발적이고 지킬 능력이 있는 약속 외에는 절대로 하지 말자, 하나만 명심해도 인생이 훨씬 편해집니다.  사실 살면서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좀 곤란한 부탁인데 미루고 미루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부탁을 들어줘야 할 상황이 되어버린, 그러고도 좋은 소린 듣지 못하고 오히려 서먹해져 버린 경우.... 난 경험했었다.  여러 번이나... 솔직히 잊을만하면 닥치는 상황이라 잊고 있다 어...? 하는 사이에 약속된 시간이 다가와버리곤 했던 터라 피할 수 있었지만 딱 끊어내지 못한 내 탓이 컸다.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읽다 보면 '이기적'인 게 아니라 '당연한' 사례들을 꽤 마주하게 된다.   불편해도 조금씩 내 소신껏 마음의 기둥을 단단히 세우는 '자기독립'의 심리학은 남과 다르게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을 '독립적'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내 안의 가짜 감정과 가짜 욕구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나만의 길을 닦는 여정을 안내하는 안내서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현재를 굳건히 하는 것, 그것이 자기 독립적으로 내 인생을 살아가는 가장 분명한 방법입니다.  매일을 잘 살다 보면 성공하는 것이지, 성공을 위해서 현재를 매일 거지처럼 살아선 안 되는 것입니다.  하루하루 행복한 삶은 결과와 상관없이 내 인생에 무언가를 남깁니다. /p29

  내 뜻대로 내 감정이든 공부든 일이든 끌어가고 싶다면, 나를 방해하는 대상을 통제해야겠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합니다.  내가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이유르 외부에서 찾는 한, 자기 주도적인 인생을 살아가기란 영원히 불가능할 것입니다.  /p121

  단점을 없애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노력하지 마세요.  그 노력으로 장점을 살리는 데 주력하는 것이 내 인생에 훨씬 도움 되는 일입니다.  /p178

  해도 욕먹고, 안 해도 욕먹을 때는 안 하고 욕먹는 것이 낫습니다.  자발적이고 지킬 능력이 있는 약속 외에는 절대로 해선 안 됩니다.  이것 하나만 명심해도 인생이 훨씬 편해집니다. /p189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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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아르테 미스터리 1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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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다가올 기억을 잃은 세상,

어쩌면 나는 거기서 희망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시간 외 수당이 없어.  교통비도 물론 없지. 

아무렇지도 않게 이른 아침부터 불러내고 유령 같은 '사자'를 저세상으로 보낸다는 상식 밖의 일을 해야 해, 무엇보다 시급이 300엔이야.

하지만 말이야, 하지만 "그래도 너한테 이 아르바이트를 추천할게."

어느 날 사쿠라 신지에게 찾아온 동급생 하나모리 유키에게 '사신'아르바이트를 제안받는다.  미련이 남아 이 세상을 떠나지 못하는 '사자'의 소원을 들어주고 저세상으로 보내주는 일을 한다.  계속되는 의심을 하는 사쿠라에게 반년의 근무기간을 채우면 어떤 소원이든 하나를 들어주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신반의로 시작한 사신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다.



"거두절미하고 설명할게.  난 '사신'이라는 조직에서 일해.  너도 일하고 싶어 하니까 설명해주라는 지시를 받고 왔어.  일단 우리 목적은 미련이 남아 이 세상을 떠나지 못하는 '사자'를 저세상으로 보내주는 거야.  그리하여 사람들을 '행복'으로 가득 채우고 사회를, 더 나아가 세계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이념 아래 일하고 있어. '행복'이야말로 인류의 희망! '행복'이야말로 존엄한 희망의 빛! 그걸 실현하는 게 우리의..." /p15

 

  유망한 축구선수로 살아가던 사쿠라는 개인적인 사고로 축구를 못하게 되고 설상가상 집안의 사정도 어려워지며 부모님은 이혼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빚을 떠안은 가정에 혼자 살고 있었던 사쿠라에게도 뭔가 간절한 게 있어 사신 아르바이트 제의가 온게 아니었을까?  생각보다 가까웠던 지인을 저세상으로 안내하기 시작하면서 제대로 마음먹고 사신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사쿠라.  가끔 어디로 튈지 모르겠는 하나모리의 행방에 정신이 없지만 동급생들 사이에 인기인이고 그보다 오랜 시간 사신으로 일해왔던 그녀는 어쩌면 유능한 사신일지도 모르겠다. 



"추가시간은 몹시 잔혹해.  죽음이라는 운명에서는 절대 못 벗어나고, 아무리 발악한들 남의 기억에 남지도 못하지.  해소할 길 없는 미련을 조명해서 대체 무엇을 위한 인생이었는지 돌이켜보는 시간에 지나지 않아.  신은 죽은 사람에게 그렇듯 부조리한 시간을 주는 아주 매정한 존재야."  /p109


   사신은 사자를 구원한다.  그리고 사자를 구원하면서 사신도 구원을 받는다.  감성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지만 살짝 애매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현 세계를 맴도는 이들이 생전에 풀지 못했던 억울한, 또는 미련이 남는 무언가를 이루지 못해 떠나지 못하고 있는 걸 돕는다는 이야기.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설마, 했던 가설이 뒤로 가면 갈수록 확신으로 굳어지면서 가독성이 조금 떨어지기 시작했고 사신으로서의 시절을 잘 마무리하고 현재를 살아가다 생각지 못했던 순간 마주하게 된다는 이야기.   생에 미련이 남아 떠나지 못한 이들에게 주어진 추가시간을 '사자'로 살아가는 생이 길고 짧은 건 그들의 희망사항 대로라곤 하지만 뭔가 풀리지 않은 마음이 있어 떠나지 못하는 게 아닐까?   이 시간은 그들에게 행복일까? 불행일까? 



 "하지만 지금은 달라.  지금은 인생을 새로 시작하겠다는 생각이 없어.  아무리 괴롭고 힘들더라도 그 나날들이 바로 내 인생이니까.  재출발이 아니야.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해.  다들 그렇게 살아왔지.  그러니까 나도 과거를 품에 안고 앞으로 나아갈 거야.  모든 걸 잊어버린 세상에서도 힘차게 살아갈 자신이 있으니까." /p341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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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내일에게 (특별판)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김선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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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 내가 열일곱 살의 '나'에게 건네는 위로



  청소년 성장소설은 몇 년에 한 두 권 읽을까 말까 하는 편인데, 아무런 정보 없이 읽으려고 했던 글을 먼저 읽었던 분들의 추천사가 쏟아졌던 글이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나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울컥 눈물이 쏟아지기도 할지 모르며, 입안에선 '연두야 연두야~'가 맴돌 거라고....



나는 늘 결핍 상태였다.  

누군가는 자동으로 채워지는 부분을 나는 끝끝내 채우지 못하고 영원히 부재인 상태로 끝나버렸다.  /p17

커피 향을 맡으며 누웠다.  왠지 삶이 업그레이드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먹기 위한 삶이 아니라 그것과는 차원이다른 시간이 올 것 같은 막연한 느낌 같은 것.  살아남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을 추구해도 될 것 같은 시간이 내 앞에 툭 떨어진 기분이었다. /p22

- 연두야, 연두야, 네가 고를 연두 콩이다. /p55


 17살 연두, 부모님이 이혼하고 엄마와 살았지만 엄마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재혼한 아버지 집으로 가지만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새엄마와 이복동생과 함께 살게 된다.  허름한 동네, 만두가게가 나갔던 자리엔 무엇이 들어올까 싶었는데 '이상'이라는 커피집이 들어온다.  뭘 해도 후져 보이는 이 작은 카페가 연두의 친구가, 우체통이, 생계를 유지하고 하루 하루를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공간이 된다. 

  학교에서도 겉도는 것 같기만 했는데 유겸이도 자신과 같은 겉도는 아이인 걸 알아본 걸까?  연두가 유겸이를 조금은 위태롭게 바라보는 것처럼 유겸이도 연두에게 주변 사람들이 보지 못한 무언가를 보았을 것이다.  17살,  공부하고 때론 부모에게 반항도 하고 자매랑 싸우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게 보통의 평범한 소녀의 모습이 아닐까?  하지만 연두의 삶은 녹록치 않다.  행여 쫓겨나거나 동생만 데리고 사라져버릴 것 같은 엄마의 눈치를 보며 살다가 동생을 때리는 엄마를 보고 상을 뒤엎은 뒤로 엄마가 집에 잘 들어오지 않게 된다.  가스는 끊기고 쌀도 조금밖에 남지 않았는데 보라가 열이 오르고 아파 엄마에게 전화를 하니 엄마가 집에 왔다.



생명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물일까, 공기일까.  도대체 숨은 무엇일까, 살아 있다는 건 무엇일까, 죽음은 또 무엇일까.  무슨 차이일까.  엄마는, 아버지는 지금 무엇이 되어 있는 것일까.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돌아간 것일까? /p105

안 좋은 일은 늘 한꺼번에 왔다.  신이 있다면 마치, 견뎌봐, 이것도 견딜 수 있어?  네가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 지켜볼 거야, 하는 것 같았다.  뒷짐 진 신의 손에는 다음 고난의 카드가 또 그다음의 카드가 쥐어져 있을 것이다. /p192


  보라의 이야기로 듣는 중학교 생활도 녹록치 않지만 연두의 삶은 어디 한 번 살아봐라, 하고 던져진 듯 위태롭게만 보인다.  누구에게든 의지하고 기대도 좋으련만 꿋꿋이 참아내고, 날마다 간절히 살고 싶다고 한다.   보라가 다시 아프기 시작하고 두 번째로 엄마가 집에 돌아왔을 때, 엄마는 연두가 아이 같지 않아서 힘들었다고 이야기한다.  엄마가 자기를 버리고 갈까 두려웠지만 저런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연두는 보라를 데리고 가도 된다고 엄마에게 이야기했지만 '넌 어떻게 하려고' 가 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연두의 세상은 따뜻하지 않고 다정하지도 않았지만, 그런 그녀의 삶을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며 글은 끝을 맺는다. 

보라와 새엄마는 어떻게 되는지, 그들은 다시 모여서 가족의 이름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카페 이상과 마농은 다시 재회하게 되는지 연두는 어떻게 성장하게 될지... 당장의 내일이 걱정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연두지만 살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아이를 살게 하는 게 아닐까?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연두야, 연두야...'를 되뇌게 된다.



연두를 보며 종종 놀라기도 하지만 부끄러울 때가 있습니다. 

피하지 않고 당차게 맞서는 것을 보며 가끔 그 아이의 나이를 잊을 때가 있습니다.

노점 상인들을 위해 싸우다 죽은 아버지를 보며 나는 권력과 자본에 편입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피한다고 그것이 없는 세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요즘 실감하고 있습니다.  다시 뒷걸음질 치는 나를 보게 될까 겁이 나기도 하고요.  연두에게 우리가 아무것도 해줄 수 없지만 그 아이의 미래를 기대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리란 생각이 듭니다.  그대가 언젠가 돌아왔을 때 근원의 냄새를 맡도록 이 자리를 지켜내는 것도 내겐 의미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p214~215

내 미래를 기대해주는 누군가 있다는 것.  세찬 비바람을 맞고 있을 때 등 뒤에 따뜻한 모포 한 장이 날아와 감싸주는 기분이었다.  내가 뭐라고, 나 따위가 뭐라고....(중략)... 어느 날엔가, 나에게 사회복지사가 올지도 아니면 보라와 영원히 이별할지도 아니면 카페 이상과 헤어질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다시 학교로 간다.  자고 일어나고 밥 먹고 다시 학교로.  나는 살아 있으니까.  살아 있어야 하니까.  살고 싶으니까. /p215~217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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