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덩! - 완전한 휴식 속으로
우지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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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언제나 수영을 했다. 역사에 따라 그 모습은 달라졌지만 물을 가르며 헤엄치는 일을 멈춘 적은 없다. 고된 노동에 시달린 후에도 수영을 하며 온갖 고통과 시름에서 벗어났고 물속에 머무르며 긴장과 피로를 해소했다. 또, 방전된 에너지를 회복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수영은 육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즐거움을 주었고, 각박한 생활에 여유를 주며 생을 발전적으로 이끌었다. 수영을 함으로써 인간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 이 책은 수영과 휴식을 넘나든다. 수영 그림으로 채워져 있지만 수영만을 논하지 않는다. 휴식에 관해 말하지만 휴식만을 전하지는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화가들의 이야기가 담긴 미술책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수영과 휴식에 대한 산문집일 수 있으며, 또 누군가에게는 그림을 감상하는 화집일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의 성격을 결정짓는 것은 결국 독자들의 몫이다. _010p.



이 책을 보게 된 건, 어쩌면 데스티니~ 온라인 서점에서 책표지와 제목이 눈에 띄어 찬찬히 보다가, 이건 올여름 나를 위한 책이구나 싶어 바로 구입했던 우지현 그림 에세이 『풍덩』의 책표지를 장식한 데이비드 호크니의 <더 큰 첨벙>으로 이 책에 수록된 수영, 물, 휴식과 관련한 그림과 저자의 이야기가 기대되는 책이기도 했다. 코로나의 장기화로 인한 여행의 부재, 경직된 사회의 분위기와 당장의 생업으로 휴식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정말 지쳐 쓰러질 것 같은 때 잠시 수면을 보충하는 게 휴식이라고 한다면, 쉬는 것일까? 어쩌다 생긴 휴식을 잠으로 보내는 게 아깝긴 하지만... 이 또한 휴식.



솔직히, 그림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보단 여름에 관련된 그림들을 시원하게 모은 한 권의 화집, 그리고 페이지를 넘기다 마음에 맞는 문장을 발견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역할은 충분하지 않을까? prologue에서 저자가 이야기 한 것처럼, 어떤 책이든 책의 성격을 결정하는 건 읽는 독자의 몫이 아닐까? 개인적으론 책의 그림만으로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올여름 장마엔 비 구경도 하지 못했고, 연일 되는 폭염에 지치는 여름.... 아마도 올여름 내내 이 책을 끼고 그림을 넘기며 휴식을 상상하게 될 것 같다. 나를 위한 선물, 좋은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휴식 같은 그림 에세이, 『풍덩』, 빠져보길 추천하고 싶다. 휴식은 멀리 있지 않을 것이다.



휴식이란 스스로에게 쉼을 허락하는 일이라는 것. 그러니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휴식이 아니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면서 죄의식을 갖지 않는 것이 휴식이다. 휴식을 허락하지 않는 한, 주말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군다고 해서, 제주도에 가서 한 달간 산다고 해서 제대로 쉬었다고 보기 어렵다. 어디에 있든, 얼마의 시간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마음 놓고 쉬는 것, 나 자신에게 온전히 휴식을 허할 때, 진정한 쉼에 다다를 수 있다. (···) 결국 휴식은 행하는 자의 것이다. 물에 들어가기 전에는 수영할 수 없듯이 휴식을 실천해야 휴식할 수 있다. (···) 우리는 쉬어야 한다. 삶을 위해 쉬어야 한다.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쉬어야 한다. 반복한다. 쉬어야 한다. _236~238p.



#풍덩 #우지현 그림에세이 #그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추천 #위즈덤하우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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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도시 - 공간의 쓸모와 그 아름다움에 관하여
이규빈 지음 / 샘터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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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건축가의이야기

 

건축가는 자기 집이 아니라 남이 사는 집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그게 개인 집이든 공동주택이든 혹은 사무실이나 박물관이든, 특정 혹은 불특정 개인이나 다수의 삶이 거주하는 공간을 설계하는 것을 직능으로 삼는다. (···) 진실은 늘 현장에 있다. 그래서 현장을 찾는 일, 즉 여행은 건축가에게는 필수적인 과정이며 그 여행을 통해 수없이 깨우치며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_6~7p.

 

원작은 카카오 브런치에 연재했던 '젊은 건축가의 출장기'다. 일본, 브라질, 프랑스, 이탈리아 총 4부작으로 연재한 글은 누적 조회 수 20만 회를 넘기며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단행본으로 재구성하며 이탈리아 편을 빼고 중국, 미국 편을 새로 썼다. 사진을 줄이는 대신 도면을 그려 넣어 읽는 이의 재미를 더하고자 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몸과 마음이 모두 억압당한 이 시대, 좁은 지면에서나마 자유롭게 건축과 도시를 거닐며 작은 위안 삼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_11p.

 

도시를 설계하고 건축하는 건축가. 여행을 하며 인상적인 건축물을 기록하고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며 풀어낸 이야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과 건축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드로잉에 관심이 많아 유튜브나 영상강의를 찾다 보면 건축가들의 영상을 꽤 찾아볼 수 있는데,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을 설계하고 짓는 이들의 그림이라 더 입체적이라고 할까? 일본, 중국, 미국, 브라질, 프랑스의 건축과 도시에 대한 이야기들은 저자의 설계도면과 사진, 글이 함께 어우러져 건축 여행 에세이를 읽는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건축과 도시에 대한 저자의 글도 좋았지만 사진과 함께 실린 설계도면은 시선이 머물게 된다. 스쳐가는 여행이 아닌 머무는 여행, 사람이 살아가는, 또는 공동체를 위해 지어진 건물들과 도심을 살아가는 우리의 오늘을 이야기하는 건축가의 이야기.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와 여행의 부재가 길어지며, 이러한 책과 글이 반가울 수밖에 없는 건, 책과 글로 나마 경험하고 싶은 이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일과 여행의 경계를 넘나드는 젊은 건축가의 도시 이야기는 앞으로 저자의 다른 글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글이었다.

 

건축은 단단하고 도시는 거대하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건축과 도시가 영원히 변치 않을 거라고 쉽게 착각한다. 인간의 일생이 건축과 도시의 시간보다 너무 없이 짧기 때문이다. 사람이 변하면 시대가 변하듯 건축과 도시 또한 늘 변화한다.

 

애플 스토어는 디테일에 대한 애플의 집념이 건축으로 발현된 사례이다. 전 세계 25개국 약 500여 곳에 들어선 매장들은 단순히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소매점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다만 방문자로 하여금 애플이라는 일종의 '커뮤니티 공간'에 초대된 듯한 느낌을 받도록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사야 할 물건이 있어야만 찾아가는 다른 전자제품 매장과 달리 친구와 함께, 연인과 데이트로 혹은 아무 이유 없이도 그곳을 찾아 유유히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 방증이다. 사람들이 모이고, 머무르고, 교류하는 장소로서 애플 스토어는 현대 도시에서의 '광장'과도 같다. _36p.

 

#이규빈 #샘터 #물방울서평단 #인문 #건축 #도시건축 #건축에세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추천도서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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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호라이 + 호라이호라이 - 전2권 호라이
서현 지음 / 사계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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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몇 권씩, 조카들에게 보낼 그림책을 구입해서 읽어보곤 한다. 온라인 서점에서 보고 덥석 구입한 서현 작가의 <호라이> <호라이 호라이> 세트는 달걀 프라이가 주인공인 그림책. 한 권은 사인펜으로 그려 컴퓨터로 합성, 다른 한 권은 콩테로 그린 그림책은 처음 넘겼을 땐, '좀 쉽게 그린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게 하지만, 어른의 시선이 아닌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 다는 생각으로 다시 넘겨보니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그림책이 아닌가!

 

개인적으론 깔끔한 그림체인 <호라이>보다 콩테로 그려지고 약간의 글이 첨부된 <호라이 호라이>가 취향이었다. 8살, 5살, 2살인 조카들이 어떻게 읽어줄지 벌써 기대가 되는 호라이 세트!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으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저자의 친필 사인도 너무나 귀여운 호라이 세트! 곧 방학을 시작하는 아이들과 함께 읽을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호라이 #호라이호라이 #서현 #사계절 #그림책 #그림책추천 #내돈내산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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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 프로젝트 - 팬데믹 시대를 건너는 29개의 이야기
빅터 라발 외 지음, 정해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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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데카메론프로젝트

 

삶의 가장 무서운 경험 중 하나에 깊이 빠져들었던 순간에 쓰여진 단편소설들이 밀려들어왔을 때, 우리는 이 작가들이 예술을 창조하고 있음을 느꼈다. 현재 겪고 있는 공포를 그토록 강력한 것으로 바꿔놓을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다. 그리고 최고의 소설은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부터 멀리 데려갈 뿐 아니라 그 자신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다. 이 단편들은 미국에서 바이러스가 다시 급증하고 있던 7월 12일에 게재되었다. _10p. #케이틀린 로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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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명의 젊은이가 피렌체 외곽에서 격리 생활을 결정했다. 1348년, 흑사병이 덮쳤을 때였다.(. )

말할 수 없는 고통과 공포에서 도망친 후에 이 젊은이들은 무엇을 할까? 그들은 먹고 노래하고, 돌아가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 ) 이야기는 대부분 우스꽝스럽고, 어떤 이야기는 슬프지만, 전염병에 집중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 이것이 거의 700년 동안 찬사를 받아온 책, <데카메론>의 구조다._13p.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확진자 수도 줄어들고 있어 이대로 가면 곧 일상을 회복할 수 있겠다 싶었다. 사실, 자영업을 하면서 마스크 왜 안 쓰고 들어오시냐고 하면 ‘나 백신 접종했어요!’ 하는 사람들도 있고, 5인 이상 집합 금지인데도 타인인 것처럼 나눠 들어와서 먹다가 다른 테이블 사람이 빠지면 웅성웅성, 식당에서 되도록 식사만 하고 이야기는 마스크 쓰고 인데… 몇 시간이고 수다 떠느라 마스크는…하… 이 사태를 어쩔 것인가…

 

며칠 사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확진자는 1300명대를 유지하고, 급기야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를 시행한다고 한다. 팬데믹 시대를 건너는 소설가들의 29개의 이야기, 기발하고 상상력이 넘치지만 또 너무나 현실감이 있는 글들이다. 자영업자들만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 뭐 하나, 우리 모두 조금 더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보여주기식이 아닌, 이젠 그만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시간이 흘러 '그땐 그랬었는데...' 하는 추억이 되겠지만 그 시간들을 버티기 위해 소설을 읽어야 한다. "어려운 시기에 소설을 읽는 것은 그 시기를 이해하는 방식이자 그 시기를 끈기 있게 버텨내는 방식이기도 하다."

 

“힘든 한 해를 보내셨군요. 안 그런가요?”

“우리 모두 그랬잖아요?” #이처럼푸른하늘 #모나아와드

 

통행금지가 해제되고 3일 뒤, 아무도 집 밖으로 나올 계획이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이유는 모르지만, 사람들은 혼자서 또는 가족과 함께 집에 머무르기를 원했다. 아마도 단순히 모두에게서 거리를 두는 것에 만족해하는 것 같았다.(. ) 120일간의 격리 생활이 끝난 뒤, 당신이 생게를 위해 익숙하게 하던 일이 정확히 뭐였는지 떠올리는 것이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 121p.

#바깥 #에르가르케레트

 

“완전 엉망이죠. 우린 10년 동안 ‘한세대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위기를 두 번이나 겪었어요. 엉망진창이죠.”

#유품 #앤드루오헤이건

 

코로나바이러스가 마지막 버스 클럽의 인구통계학적 특징을 바꿔 놓았다. 이제 승객의 대다수는 ‘응급 상태’가 만성이 된 사람들이었다. #마지막버스클럽 #캐런러셀

 

그들은 검색한다:

(. )

무엇인가

어떻게 하는가

괜찮은가

내가 할 수 있는가

숫자들, 올라가는 숫자, 증가하는 숫자.

코로나 바이러스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은 있는가? 코로나바이러스를 어떻게 피할 수 있나?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바이러스가 점점 악화되고 있는가? 정신건강이란 무엇인가? 내가 우울증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가장 안전한 포장음식은 무엇인가?

#시스템 #찰스유

 

#소설 #정혜영 옮김 #마거릿애트우드 외28인 #인플루엔셜 #팬데믹 #팬데믹시대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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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덩! - 완전한 휴식 속으로
우지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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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그림만으로도 이 책의 소장가치는 충분하지만, 일상을 위로하는 저자의 글에 더욱 빠져들게 된다. 선물하고 또 선물하고 있는 책. 올 여름 이 한 권만 있어도 충분히 버텨낼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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