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여행 - 우리의 여행을 눈부신 방향으로 이끌 별자리 같은 안내서
최갑수 지음 / 보다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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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한번의여행 #최갑수


여행을 하며 배웠습니다.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쉬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 인생은 속도보다 방향이라는 것, 주변 사람들의 충고의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 그리고 즐기는 자가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요. (…) 시간이 없습니다. 주저하고 망설이기에 우리 인생은 너무 짧습니다. 이 책은 당신이 더 여행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당신이 더 행복해지기를 바랍니다. 이 책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떠나는 당신의 여행에 별자리 같은 안내서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_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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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지나면 또 다른 시간이 시작된다. 그걸 기념하기 위해 물회를 한 숟가락 후루룩 떠 넣는다. 하루에 하루씩 세월은 착오 없이 흘러간다. 오늘이 지나면 다시 똑같은 일상으로 돌아간다. 해야 할 일로 가득 찬 하루가 이어진다. 요즘은 문득문득 아프고 시차 적응도 힘들다. 낮술이 부담스럽고, 열심히 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자주든다. _343p.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밤의 공항에서> <잘 지내나요, 내 인생> <하루 여행, 하루 더 여행>등 사진과 길 위에서의 이야기를 쓰는 최갑수 작가. 팬데믹 이전에도 여행을 자주 다니진 못했지만, 여행에 제약이 걸리고 여행에 대한 갈증은 더더욱 짙어만 가는 것 같다. 예전에 다녔던 여행지의 사진들을 다시 열어보기도 하고, 그때의 기록들을 찾아보아도 만족이 되지 않는다면 여행 에세이를 펼치게 된다. '다음 여행은 어디로 가볼까?' 이러한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살짝 좋아지니까....


여행보다 우리의 인생을 더 기쁘게 하고 사랑을 더 찬란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그의 신간 <단 한 번의 여행>은 코로나 시대, 멀리 가지 않아도 국내 곳곳의 여행지를 이야기한다. 국내에도 이렇게 좋은 곳들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아름답고 매혹적인 장소들은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들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등장한다. 정말~~ 최갑수 작가님의 에세이에서 보기 드물게 여행지의 식당정보와 여행지에서 더 참고하면 좋을 만한 정보들도 소개하고 있어, 에세이를 읽듯 책장을 넘기다가 훌쩍 떠나기에도 더없이 좋은 여행 친구가 되어줄 것 같은 책이다. '코시국' 슬기로운 집콕생활, 안전 또 안전을 요구하는 요즘이지만, 정말 한 번은 숨통을 틔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을 때, 나를 위해 펼쳐, '마음을 설레게할 매혹적인 장소와 문장들'로 여행해 보기를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우리가 여행을 그리워하듯, 여행도 우리를 그리워하고 있을 테니까...


알고 있는 유월의 숲이 있으신지. 없다면 강원도 횡성에 자리한 ‘숲체원’을 권해드린다. 횡성 태기산과 청태산 사이, 옛 영동고속도로로 영동 1터널 옆에 있다. 다짜고짜, 그냥, 막무가내로 말씀드린다. 이 숲 참 좋다고. 이맘때 당신이 여행을 떠난다면, 그런데 어디로 갈지 몰라 망설이고 있다면, 그래서 내게 좋은 여행지를 묻는다면, 당신의 등을 떠밀며 숲체원으로 가 보시라고 하겠다. 그만큼 좋다. _31p.


서울은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다. 도심 가득한 마천루와 한강을 따라 빼곡하게 들어선 아파트 단지가 밤이면 형형색색 불빛을 내뿜으며 화려한 밤 풍경을 연출한다. 서울에 야경 명소가 많지만, 큰 발품 들이지 않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뜻깊은 장소를 꼽으라면 청운공원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 떠오른다. _136p


수평선 너머에서 마냥 나른하게 밀려오는 파도를 보고 있자니 ‘나는 앞으로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마음이 거품처럼 인다. 모든 건 다 포기할 수 있지만 평일에 즐기는 인생의 이 한가로움만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일. 가난하지만 역시 이 일을 선택하길 잘했어. _150p.


팬데믹 이전,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여행작가였다. 회사원이 회사에 가기 싫어하듯, 여행작가인 나는 여행 가는 것을 싫어했다. 삼각대를 세우고 카메라를 세팅하는 그 시간이 너무 지겨웠다. 그리고 팬데믹이 왔다. 내 여행은 조금씩 달라졌다. 팬데믹 속에 나는 가족과 함께 느리게, 느긋하게 이 땅을 여행했다. 사람과 떨어져 우리끼리 머물렀다. 나는 여행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_167p.



#보다북스 #여행에세이 #에세이추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국내여행 #여행에세이추천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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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링, 칭링, 메이링 - 20세기 중국의 심장에 있었던 세 자매
장융 지음, 이옥지 옮김 / 까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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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아이링칭링메이링


초점을 쑹씨 세 자매로 옮기자, 그들이 얼마나 비범한 존재였는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은 19세기부터 21세기까지 세 개의 세기를 살았고(메이링은 2003년에 105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100여 년간 전쟁과 혁명, 정치적 지각변동, 극적인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무대의 배경은 상하이의 호화로운 파티와 뉴욕의 펜트하우스를, 일본의 여러 도시들과 독일 베를린의 망명자 지구, 러시아 모스크바의 비밀 접선실을, 베이징 공산당 상류층 거주 구역과 민주화된 타이완의 권력 중심부를 오갔다. 쑹씨 자매는 희망과 용기, 열정적인 사랑만큼이나 절망과 공포, 비통함을 겪어야 했다. 어마어마한 호사와 특권, 영광을 누렸지만,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목숨을 위협당했다. _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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쑹씨 세 자매는 상하이의 딸 들이었다. 하지만 제각기 정치적인 이유로 아무도 그곳에서 눈을 감지는 못했다. 중국공산당의 지도자 칭링은 말년을 베이징에서 보냈고, 숨을 거둘 때까지 그곳에서 공산당 정부를 위해서 일했다. 수도 베이징을 좋아하지 않았고 상하이를 그리워했지만, 그녀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조국에서 쫓겨난 아이링과 메이링은 여생을 보낼 장소로 고향과 꼭 닮은 대도시 뉴욕을 선택했다. 두 사람은 뉴욕을 사랑했다. 뉴욕 사람이나 다름없던 두 자매는 떠들썩한 뉴욕에서 평화와 안정을 찾았다. _4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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쑹아이링, 장제스의 정책 조언가이자 중국의 대부호

쑹칭링, '국부'쑨원의 아내이자 마오쩌둥의 부주석

쑹메이링,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총통 장제스의 아내


중국 역사의 중요한 순간에 있었던 쑹씨 세 자매. 20세기 중국, 누구보다 비범하고 화려했던 쑹씨 세 자매는 엄청난 권력과 영광을 누렸지만, 끊임없는 위험을 견뎌야 했다. 서로 다른 정치노선을 택하며 갈등을 일으키고, 음모와 배신 속에서 절망과 비통함을 경험하기도 했다. 중국의 '국부' 쑨원을 지지한 쑹자수와의 인연으로 쑨원과 결혼하게 된 칭링, 후에 장제스와 결혼한 메이링, 그리고 뛰어난 기획력과 시대를 통찰하는 비상함을 발휘해 쑹씨일가의 막대한 부를 축척하고 그 부를 아낌없이 메이링 부부에게 쏟아부은 아이링.


이 자매들의 이야기는 쑨원이 국부가 되기까지의 과정, 장제스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던 시대를 살다 타이완으로 옮겨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세 자매들의 이야기를 통해 읽는 쑨원과 장제스의 이야기는 한 일가에서 시작된 인물관계도는 중국의 역사와 더불어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낸다. 중국의 역사가 이렇게도 재미있고 흥미진진할 일인가? 위대한 남성들의 배후에 이들 자매가 있었다고 하지만, 이들 있었기에 그들이 오늘날 역사에 있을 수 있지 않았을까? 돈을, 권력을, 국가를 사랑했던 세 자매의 삶, 20세기 격변의 중국에서 자신의 삶을 개척하며 살아갔던 세 여인의 이야기는 그 갈래를 달리하지만, 역사 속의 인간으로서의 각자의 삶을 살았던 세 자매 이야기는 그 어떤 소설보다 파란만장하고, 흥미진진하다.


쑹씨 자매는 서태후가 추진한 개혁의 수혜를 받은 여성 1세대들이었다. 칭링은 정부에서 장학금을 받아서 다른 장학생들 및 메이링과 함께 정부 관료의 인솔 아래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자매가 귀국할 즈음에는, 새로 들어선 공화국에서 그들과 같이 서양식 옷차림을 한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_149p.


쑹씨 가족만이 장제스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았다. 쑹씨 가족은 자신을 배반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은 장제스는 그들에게 정권의 생명줄인 재정 관리를 맡겼다. _214p.


자신의 정통성을 주장하기 위해서, 장제스는 쑨원에게 공식적으로 '국부'칭호를 수여했다(그러나 이 논리는 어딘가가 이상했다. 쑨원은 중국을 향한 일본의 호전적인 야망을 거부하기는커녕 오히려 그것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_297p.


#장융 #이옥지 옮김 #중국역사 #까치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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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머리 만드는 초등 문해력 수업
김윤정 지음 / 믹스커피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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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공부머리만드는초등문해력수업


문해력을 단순히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라고 정의해도 될까요? 그 정도만으로는 문해력의 중요성에 대해 수박 겉핥는 정도밖에 설명할 수 없습니다. 유네스코는 '문해력 이란 다양한 내용에 대한 글과 출판물을 사용하여 정의, 이해, 해석, 창작, 의사소통, 계산 등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하고 있어요. 다시 말해 문해력은 글을 읽고 쓰는 능력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읽은 글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낼 수 있고, 이미 존재하는 다른 것들과 연결할 수 있고, 중요한 정보와 중요하지 않는 정보를 골라낼 수 있는 능력까지를 포함합니다. (···) 문해력을 발달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이기 때문에 어떤 책으로 어떤 활동을 하면 좋을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장황한 이론보다는 실제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엄마가 섬세하게 짚어 주면 좋을 내용과 책을 읽은 후에 하면 좋을 활동들로 채웠습니다. _시작하며


유아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책을 좀 읽는다 싶었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림책에서 글씨가 많은 교과서와 소설로 넘어가면서부터 책에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하는 아이. 책을 많이 읽는 것 같은데... 정말 잘 읽고 있는 걸까? '문해력'에 대한 이슈가 화제가 되면서 '아이들의 책 읽기도 다시 봐야 하는 게 아닌가?' 하지만... 어떻게 봐 주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하다.



아이의 평생 성적을 좌우하는 문해력, 초3 전, 엄마표 책 읽기로 문해력 골든타임을 잡아라!

문해력 이란 무엇일까? 문해력은 왜 중요할까? 문해력을 발달시키려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엄마와 함께 책 읽는 시간이 아이의 문해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등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시기에 맞는 책 읽기가 왜 중요한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EBS 당신의 문해력>의 저자이기도 한 김윤정의 <초등 문해력 수업>은 적절한 시기의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만 4세~ 초2, 문해력을 결정하는 시기라고 하는데, 아이의 독서습관은 엄마 하기 나름? 엄마표 책 읽기를 주제별 맞춤으로 추천 도서 40권의 독후 활동과 글쓰기는 아이와 함께 책 읽기가 막막한 부모님들에게 친절한 길라잡이가 되어줄 것 같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입니다. 단순히 글자를 읽고 그것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는 능력만이 아니라, 그 글을 분석하고 판단하여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범위까지를 포괄하는 능력이지요. 문해력과 독해력이 어떻게 다른 것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글을 읽고 그것이 어떤 뜻인지 추론할 수 있는 독해력은 문해력안에 포함되는 능력이라고 보면 됩니다. 문해력은 글을 추론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까지를 나타내기 때문에 읽기뿐만 아니라 쓰기까지 문해력에 포함돼요. _17p.


문해력을 발달시키려는 구체적인 노력은 48개월부터 시작해야 하고, 늦어도 초등학교 2학년까지 기본기를 다져놔야 합니다. 제가 이 책의 핵심 독자층을 48개월부터 초등학교 2학년까지로 잡은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_29p.


독서는 책의 내용(어휘 포함)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것을 기억 안에 저장해 놓았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데까지 이어져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진짜 독서'예요. _45p.


#초등문해력수업 #김윤정 #독서교육 #자녀교육 #믹스커피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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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올게요, 오래가게 - 기꺼이 단골이 되고 싶은 다정하고 주름진 노포 이야기
서진영 지음, 루시드로잉 그림 / arte(아르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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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또올게요오래가게


흔히 전통 있는 가게를 노포 老鋪라 부른다. 그런데 이 노포는 일본식 한자어 표기다. 서울시에서는 '오래된 가게가 더욱 오래가기를 바란다'라는 뜻으로 노포 대신 오래가게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 30년 넘게 또는 2대 이상 대를 이어 운영하거나 무형문화재 등 명인과 장인이 기술과 가치를 이어가고 있는 매력적인 가게를 발굴하고 있다. _2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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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곳의 가게의 주인들이 들려준 작은 역사와

시간의 더께가 쌓인 건물 그림으로

다정하고 주름진 노포의 목소리와 얼굴을 기록하다.


두 발로 전국을 누비는 기록자 서진영과, 아날로그 감성의 일러스트레이터 루시 드로잉의 <또 올게요, 오래가게>

2021년 7월 기준으로 105곳이 서울 오래가게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현재까지는 서울 소재 가게에 한정하고 있지만 더 많은 전국의 오래 가게들이 함께 알려지고 사랑받으며 조금 더 긴 시간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게 되었던 책이기도 하다.


1장 맛있는 집을 넘어 멋있는 집으로

2장 내가 만든 것으로 손해 보는 일 없도록

3장 오가는 이웃들을 위해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

4장 그저 마음 한쪽을 쉬게 하는 곳이었으면

5장 시대에 맞게 잘 살았지요


책의 목차에 함께 수록된 오래가게 와 가게의 특징이 담긴 일러스트는 책의 첫 장을 넘기면서 애정이 스멀스멀 생기기 시작한다. '나 이 책이 너무 좋아질 것 같아.'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 오래된 가게들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서울에서 오래가게? 쉽지 않은 일이다. 책에 실린 가게들은 서울보단 지방의 오래 가게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 대를 이어온 가게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일 수밖에... 저자의 다감한 글과 루시 드로잉의 아날로그 감성의 그림이 너무도 잘 어울려 소장하고 싶어지는 책이기도 했던 <또 올게요, 오래가게>, 책에 수록된 그림 하나하나가 오래가게의 이야기와 어우러져 그대로 작품이 되었다. 시대와 세월을 함께 해온 노포의 이야기들은 그래서 더 다정하고 다감한 공간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오랜 시간을 더 함께해 주길... "또 올게요, 오래가게!"라는 인사를 더 자주 전할 수 있기를...


오래된 가게의 '오래된'이 '낡은' 것으로 치환되기보다 오래도록 존재할 만큼 '값진'것으로 읽히길 바랍니다. 저는 그 값진 것을 발견할 줄 아는 눈 밝은 사람으로 오래도록 기록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이로써 '오래되다'라는 말뜻이 그 무엇보다 '미래지향적'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_작가의 말


작은 것 하나에도 마음이 상하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100년 넘게 장사를 하고 있어도 언제나 1일째인 것처럼 마음을 먹어야 하는 일이다. "손님들이 인터넷에 평점을 매기잖아요. 맛있게 드셨다는 분도 있고, '소문난 집에 먹을 거 없네'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5점을 보면 기분이 좋고, 0점이나 1점 이렇게 박하게 주시는 분들을 보면 속상하기도 하지만 어떤 부분에 마음이 안 좋았을까 생각하게 되고, 저희가 조금 더 신경 써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다 가실 수 있게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돼요."_ #천황식당


등대 경양식에 왔다가 볼멘소리를 하는 손님들이 꽤 있는데, 다 그 사진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등대 경양식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을 못 하게 한다. (···) 외관부터 이 집의 스토리까지. 아들로서는 어머니의 인생이 고스란한 곳이니 의미가 남다르기도 하지만 오래된 경양식집을 대를 이어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이 가게가 SNS 인증 사진을 찍는 곳으로 빠르게 소비되기보다 이곳에서 보낸 시간, 나누었던 이야기, 그날의 분위기가 오래도록 추억으로 되새겨지길 바란다고 했다. _ #등대경양식


조금 손을 보긴 했지만 구조와 기본 틀은 1941년 건축 당시 그대로인 삼화 목공소를 최근 지역 문화재로 연구를 한다고 군에서 나와 이것저것 조사를 해갔다. 그것이 잘 정리가 되어 보존 결정이 나면 왕 목수가 더 이상 일할 수 없게 되더라도 목공소는 오래도록 이 자리에 남게 될지 모르겠다. 왕 목수는 오래 살고 보니 돈을 많이 벌거나 세상에 널리 이름 떨치는 것도 성공이겠지만 이렇게 후손들에게 보여줄 것을 남기는 것도 성공한 삶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_ #삼화목공소


창업주 김농춘에서 외동아들 김관채로 계승된 대구 지물 상회가 '신의'를 바탕으로 종업원이었던 김종대로 계승된 사연이다. 1979년 절차에 따라 대구 지물 상회를 인수했지만 보통의 금전적 거래와는 달랐다. 좋은 값에 인수할 사람을 찾은 것이 아니라 제대로 맡을 사람을 찾은 것이니 한 집안에서 가업을 이어가지 않았다 하더라도 '계승'이라 말할 수 있는 이유다. (···) "오늘처럼 이런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발전이 있지 않겠습니까? 역사를 알아야 발전이 있지요. 내 뜻을 이해합니까?" _ #대구지물상사


돈 벌 생각으로만 하면 못 해요. 재미도 없고. (···) 무엇을 팔든 장사는 이문을 남겨야 하는 일이지만 돈만 벌려고 해서는 결코 오래 할 수 없다. (···) "그래서 한번 기다려보려고요. 이 가게가 정말 백년가게가 될 때까지. 그때 두 아이 중에 누구라도 해보겠다고 하면 기꺼이 물려줘야지요." _ #동양고무


#서진영#루시드로잉 그림 #아르테 #에세이 #인문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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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 - 시인이 보고 기록한 일상의 단편들
최갑수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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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오래전부터이렇게말하고싶었어


내 앞에 펼쳐진 낯선 시간들.

시간은 내 심장박동의 빠르기로

흐르기 시작한다.

_

여행은 새로운 공간과 장소를 만나는 일이지만 새로운 시간과 조우하는 일이기도 하다. 공간의 새로움이 아닌 시간의 새로움을 느끼는 일. 길 위에서 우리는 우리의 과거를 돌이켜 보고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가늠한다.

그래서 여행은 당신을

여행을 떠나기 전의 당신과

조금은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다. _28p.


2021년 가을 최갑수 작가의 책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오래전부터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는 2012년 출간되었던 <사랑을 알 때까지 걸어가라>의 새로운 제목과 표지로 개정한 에세이다. 시인이자 여행가인 저자가 14년 동안 120개의 낯선 도시를 떠돌며 마주한 사람과 도시, 풍경들이 글과 사진으로 담긴 에세이. 2013년 <사랑을 알 때까지 걸어가라>를 읽고 최갑수 작가 칸에 꽂아둔 책이기도 해서, 반가운 마음에 꺼내들고 함께 사진도 찍어보고 편집이나 구성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짝 비교해보기도 했다.


개인적으론 2012년 출간되었던 책의 편집 형식이 더 마음이 갔.,..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 거칠하고 투박한 느낌의 책이 세월이 흘러 조금은 세련된 느낌으로 새 옷을 입은 느낌의 책은 다시 읽어도 글이 좋구나, 사진은 더더욱 좋구나 마음으로 기뻐하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여행작가에 대한 막연한 동경 같은 게 있지만, 막상 그들처럼 여행하라면 할 수 있을까? 가끔 일상에서 조금 멀리 떨어져, 내가 속한 공간이 아닌 낯선 장소에서의 시간을 즐기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긴 시간을 과거의 그 시간들을 떠올리며 살아가게 되는... 그러한 반복을, 시간을 그리워하는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 두기가 길어지고 비대면에 익숙해지는 세대,

앞으로의 여행은 여행 에세이는 어떻게 달라질까?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우리를

돋보이게 만드는 건 어쩌면

약간의 침묵과

더 약간의 냉담인지도 모른다. _142p.


세계의 신비롭고 달콤한 거짓말을 듣는 일.

그것을 사실처럼 믿어버리는 일.

나처럼 무력하고 불완전하고 초라한 사람도

때로는 산다는 게 근사하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일.

여행은 혹은

사랑은. _149p.


나는 왜 또 떠나왔나.

나는 왜 불편과 불안을 자처하는가. 어쩌면 여행은

좀 더 살아 있고, 사랑한다는 증거. 나는 세상과 불화하고 세상은

나를 불편해할지도 모르지만 여행... 그건,

내가 세상 속에 좀 더 살아 있으려 세상을 좀 더 사랑하려 한다는

애절한 확인. 그러니까, 나는 여행을 하며

천천히 늙어갈 것이고, 여행, 그러니까 그건,

내가 세상을 견디는 나만의 방식인지도 몰라. 아니...

내가 세상을 '지나가는 혹은 스쳐 가는'나만의 방식인지도 몰라.

아니... '세상이 아닌 당신'을 견디는

그래 당신을 견디는... _174p.


#최갑수 #사랑을알때까지걸어가라 #상상출판 #여행에세이 #추천에세이 #에세이추천 #에세이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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