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나라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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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나라 #가제본서평단

#손원평

사람들은 죽음이 두렵다고 하지만 나는 언젠가부터 삶 자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점점 무서워졌어. 외롭고 좁은 길을 나 홀로 끝없이 걷는 건, 생각보다 끔찍한 일이거든. 나는 그렇게 살았어. 어제까지. 너를 다시 만나기 전까지······.

이모의 눈이 붉어졌다.

뭔가가 점점 나빠지고 쇠락해간다는 느낌은 참 슬프단다. _229p.

_

삶이란 뭘까. 죽음이란. 꿈이란······. 수많은 상념과 질문이 비눗방울처럼 보글거리다가 일시에 사라진다. 그리고 나면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언젠가 나는 내 삶을 어떻게 돌이키게 될까. 궁금하면서도 두려운 물음이다. _208~209p.

가슴속에 켜켜이 쌓인 단어가 너무 많을 때, 마음의 다락방에 처박힌 먼지 쌓인 실타래가 너무 단단하게 얽히고설켜 도무지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 사람들은 침묵을 택한다. _28p.

나이 들어서까지 재력을 유지한 사람. 그런 사람은 존경받는다.

그게 존경받을 일인지는 몰라도, 존경받는 노인이 대부분 그 조건을 충족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_61p.

저출생, 고령화로 노인의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는 가까운 미래의 한국. 스물아홉의 나라가 1년간 써 내려간 일기의 형식으로 <젊음의 나라>를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보다 더 젊은 사람과 기계에게 대체되는 삶, 엄마와는 가끔 연락하는 것조차 스트레스이며, 룸메이트 엘리야는 공인된 사회적 약자라는 위치에서 나라의 속을 한 번씩 뒤집는다. 유년 시절 너무도 사랑했던 이웃집 민아 이모의 행방을 늘 궁금해하며 시카모어 섬에 정식 입도해 배우가 되어 살아가는 꿈을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남태평양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섬으로 세계 각국의 슈퍼리치 시니어들이 호화로운 서비스를 누리며 노후를 보내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젊은이이들도 만족스러운 삶을 즐길 수 있는 유토피아! 우연히 국내 최대의 노인복지 시설인 유카시엘에 채용된 나라는 유카시엘이 시카모어 섬과 업무협약을 맺고 있어 경력이 시카모어섬에 입도하는 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에 상담사로 일하게 된다. 하지만 나라는 예상치 못한 사건들을 마주하며 최상위인 유닛 A, B, C, D를 거쳐 F까지 모든 유닛을 경험하게 된다.

고령화사회, 저출산, AI의 일상화, 극단적 혐오와 차별, 늘어가는 외국인 이민자, 존엄사 등 미래라 이야기할 수도 없이 지금 당장 닥친 우리의 이야기를 읽는듯하다. 지금도 희망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청년들, 기족이라는 테두리, 계급으로 드러낸 죽음, 누구에게나 마주하게 될 노년의 삶.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하면 머지않은, 어쩌면 당장 우리가 마주하게 될 미래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그려보게 된다. 책장을 덮자마자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속편으로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하게 되는 소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함께 읽고 이야기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진심 추천, (이미 올해의 책!)

다 살아지고 다 죽어진단다. 그러니 더더욱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죽어야지. 그게 내 꿈이야. 소박하게 살다가 어느 날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거.

무슨 꿈이 그래.

이 나이쯤 되면 다들 그런 꿈을 꾸게 돼._94p.

꿈을 따른다는 이유만으로 불행해진다면 어떤 목적으로 살아야 할까._132p.

내 존재는 뭘까. 노인을 상담하고, 노인을 떠받치고, 노인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쓰고 나서 내게 떨어지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숫자들이 의미하는 바가 뭘까. 그 보잘것없는 숫자들이 내 존재이자 명함이자, 세상이 내게 매긴 등급 같다. _145p.

현대의 선택사는 신원이 확실하고 재력이 충분한 중산층 이상에게만 허용된다. 엄격한 신원 보증과 공증 절차, 사기나 제삼자의 압박으로 인한 죽음이 아님을 입증하려면 많은 돈이 든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과거처럼 죽음을 향해 꺼져가는 생을 온전히 겪으며 운명이 허용하는 만큼 살다 죽는다. 불안과 두려움, 고통을 고스란히 짊어진 채로. _180p.

네가 나에 대해 좋은 기억만 가지는 이유는, 난 네게 상처를 줄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란다. _240p.

어쩌면 내가 살아갈 인생은 그림자 같은 삶이 아닐까. 내가 빛이 되지 못하고 누군가의 그늘로만 존재하는 ······. 그렇게 생각하자 가슴이 통째로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_280p.

한때는 모든 것을 버리고 그곳으로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 뿌리가 이곳에 단단하게 박혀 있음을 안다. 그러니까 미지의 세계에 발을 내딛고 가지를 뻗어볼 수 있지 않을까. 그곳이 아름다울지 추악할지, 내 선택이 다행스러울지 후회로 남을지 모르지만. _283p.

#도서협찬 #다즐링 #도서추천 #소설추천 #아몬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book #추천도서 #책추천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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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속으로
엠마 스트라우브 지음, 정미정 옮김 / 그늘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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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속으로 #도서협찬

#엠마스트라우브

과거로 돌아가 제 인생과 아버지의 인생까지 통째로 바꾸려 한다면 미친 짓일까요? 지금부터 더 나은 삶을 살 수도 있을까요? _169p.

_

어떤 이야기든 결말을 어떻게 짓는지에 따라 희극이 될 수도 있고 비극이 될 수도 있는 법이다. 같은 이야기를 수많은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다니, 마법과도 같은 일이 아닌가. _474p.

39살의 앨리스는 자신이 졸업한 모교에서 일하고 있으며 부유하고 멋진 남자친구도 있다. 하지만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여러 장기가 한꺼번에 제 기능을 잃어가고 있어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는 아버지를 매일 문병 가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마흔 살 생일, 앨리스는 술에 취해 본가에 들어가지 못하고 경비초소에서 잠이 드는데 눈을 떠보니 열여섯 생일 아침이다! 건강하고 젊은 아빠와 열여섯의 자신이라니! 앨리스의 아버지 레너드는 [타임 브라더스]라는 시간 여행을 하는 두 형제에 관한 소설은 수백만 부가 팔리고, 드라마 시리즈로도 제작되어 성공한 소설가로 이혼 후에도 혼자 앨리스를 키웠다. 아버지 덕분에 자신이 졸업한 사립학교에서 직원으로 일하며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어쩌면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시간 여행을 하기 전까지는...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아빠가 건강하고 젊었던, 자신마저도 열여섯의 생일날로 돌아간 앨리스, 이 생일날의 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자신의 원래 세계인 마흔 살의 세계도 영향을 받아 달라지게 된다는 걸 알게 된다. '내가 원하는 미래로 바꿀 수는 없는 걸까?' 앨리스는 시간 여행을 반복하며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시간을 살게 되었을까? 시간 여행을 거듭하며 아버지랑 이야기를 나누면서 현실로 돌아와 여전히 누워있는, 더 나아지지 않는 아버지를 보며 앨리스는 아버지와의 이별을 받아들이게 된다. 결국 시간 여행을 하며 아버지와 자신의 시간을 돌아보며 이별을 준비하는 여행이 아니었을까? 앨리스가 조금 더 확실하게 행복하게 보이는 결말을 원했지만 어쩌면 이보다 더 좋은 결말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시간 속으로> 영화화도 확정된 만큼 어떻게 영상으로 담아낼지 궁금해지는 원작 소설이었다. 따뜻한 힐링 소설로 추천.

그녀는 평생 무언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혹시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혼자만 너무 뒤처진 건 아닌지 늘 궁금해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아버지를 꼭 빼닮은 그녀 역시 아버지처럼 혼자가 더 나을지도 몰랐다. 앨리스는 어느 순간이 되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갈 줄로만 알았다. 그녀의 삶 역시 다른 이들과 똑같은 궤적을 그릴 거라고 믿었었다. _65~66p.

하루를 살다 보면 지금처럼 다른 것들에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현재에 몰입하는 순간을 마주했다. 어쩌면 인생을 잘 사는 비결이란 이런 찰나의 순간에 집중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눈 깜짝할 새 지나가거나 기껏해야 몇 초밖에 지속되지 않는 그 짧은 시간만큼은 모든 걱정거리가 사라지고 오롯이 지금 이 순간의 즐거움과 감사함으로 충만해졌다. _201p.

지난 20여 년을 허비하면서 깨우친 사실이 하나 있었다. 마냥 기다리기만 해서는 결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인생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고 싶다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상대에게 알려야 했다. _244p.

아무 일도 안 일어나. 일시 정지 상태인 셈이지. 돌아가는 것도 순식간이야. 30초에서 길어야 1분 정도? 1분 이상 걸리지는 않았던 것 같아. 행성들의 움직임에 맞춰 이동할 테니 정확하진 않아도 그쯤 될 거야. 네가 어디에 있든 알아서 찾아갈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네가 떠나왔었던 때와 똑같지는 않아도 여전히 마흔 살의 너로 돌아갈 거야. 어떤 모습일지는 오늘 하루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지. 아까 삶은 그리 유동적이지 않아고 했던 말 기억나니? (중략)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하루뿐이란다. 사람들은 결정을 내릴 때면 대개 안정적인 선택을 하는 편이지. 시간은 안정적인 상태를 좋아해. 난 시간이 길 위의 자동차와 같다고 생각해. 차는 계속 달리고 싶어하고 대부분 경우는 계속 내달리지. _288p.

누군가를 잃는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지는 않아. 상실 자체에 큰 의미가 있는 법이지. 상실은 으레 슬픔과 고통을 수반하기 마련이야. 삶에서 슬픔과 고통을 빼고 나면 팥소 없는 찐빵 아니겠니? _431p.

#그늘 #정미정 옮김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Tins_Time_Tomorrow #소설추천 #시간여행 #타임슬립 #책추천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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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의 끝
정해연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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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의끝 #도서협찬

#교환독서북클럽 #정해연

"그날 산에서."

엄마의 얼굴이 굳었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인우를 보았다. 눈빛이 날카로웠다.

"그날?"

"아빠 돌아가시던 날, 왜 나를 구한 게 엄마가 아니야?" _75p.

_

자신이 이렇게까지 달려온 것은 모두 아들 하나 때문이었다. 아들이 잘못된다면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런 귀중한 아들이다. 사고뭉치였지만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다. 그런 자식을 교도소에 보낼 수는 없다. 살인자로 만들 수는 없다. _31p.

<홍학의 자리> <더블> <유괴의 날> <드라이브> 등 인간의 뒤틀린 욕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도 사회적인 이슈를 놓치지 않는 작가 정해연의 신간 <매듭의 끝>을 교환독서 북클럽으로 현주님과 함께 읽게 되었다.

초등학생인 인우는 유년시절 부모님과 캠핑을 갔다가 부모님이 잠든 새벽 밤에 더 많이 나온다는 다슬기를 잡으러 혼자 강으로 내려갔다가 물살에 휩쓸려 며칠간 병원에 누워있다 깨어나게 되지만 아버지가 그사이 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도 아버지의 죽음에 석연치 않은 의문을 갖게 되고 어느 날 당시 사건을 조사했던 형사가 찾아오며 어머니에 대한 의심은 더욱 짙어지게 된다.

한편 혼자 힘으로 아들을 키우며 회사 운영에도 재능이 있었던 희숙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앞두고 사람을 죽였다는 아들의 전화에 아들을 절대 살인자로 만들 수 없어 움직이기 시작한다. 한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두 모자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이어지고 의외의 인물들이 하나둘 등장하면서 전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무섭게 질주하기 시작한다. 어머니를 살인자로 의심하는 아들, 그리고 아들을 살인자로 만들 수 없었던 어머니 안타깝게도 한 아들은 형사가 되었고 한 아들은 재활용도 안될 개차반 같은 자식이었으니...

후반부에서야 드러나는 이야기의 전체적인 실루엣. 역시나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가독성! 교환독서북클럽이라는 재미있는 방식으로 지인과 함께 읽고 공감했던 문장도 비교해읽어서 더욱 흥미로웠던 소설, 역시 정해연 작가가 아니면 쓸 수 없는 미스터리구나 싶다.정해연이 정해연했다!

"범인은 여자거나, 아니면 김영택보다 힘이 약한, 혹은 자기가 제압하기에는 힘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남자일 가능성이 있어. 그리고 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지."

"뭔데요?" (중략)

"비정한 다정함." _177~178p.

"믿지 마라."

또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인우는 대답 없이 어머니를 노려보았다.

"엄마라면 그럴 수 없다. 자식을 살인자의 아들로 만들 수는 없어. 그런데도 자기가 죽였다고 한다면 그 이유는 하나뿐이야."

어머니는 숨을 몰아쉬었다.

"자식을 지켜야 할 때. 자식이 살인자일 때." _260p.

드디어 매듭을 풀었다. 그러나 너무나 오랫동안 묶여있던 매듭은 풀었어도 그 자국이 남았다. 그 자국은 마치 상흔과도 같았다. 절대 지워질 수 없다는 것을 인우는 잘 알았다. 평생을 두고 속죄해도 사라지지 않을 자국이었다. _309p.

#현대문학 #홍학의자리 #책소설 #소설추천 #추천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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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 여름이 긴 것은 수박을 많이 먹으라는 뜻이다 띵 시리즈 28
쩡찌 지음 / 세미콜론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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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여름이긴것은수박을많이먹으라는뜻이다 #쩡찌

#과일 #띵시리즈

밤 골목의 소리가 풍성하게 무르익고, 서먹한 냄새를 무심결에 좇지. 어둠에 젖어 검은 잎사귀들. 윤곽은 무성해 바로 옆까지 다가온 것 같아. 어두컴컴한 아스팔트. 낮의 뜨거움이 끈질긴 권유처럼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면 수박이 맛있어진다. 이것은 둥근 여름의 홀케이크 이야기이다. _21p.

_

방 안에서 눈 위를 걷는 방법이란, 귤을 까먹는 것이었다. 귤의 꼭지에 엄지를 세워 넣고 천천히 밀면 귤의 속살과 껍질이 벌어지며 꼭 눈 위를 걷는 소리가 났다. 소복하게 살짝 붙었다 떨어지는 소리. 깨끗하고 조용하게, 하지만 분명히 촘촘한 조직을 가르는 소리. 눌러서 만지는 소리. 어루만지면서 다가오는 소리. 겨울방학. 서울의 할아버지 댁에서 걸었던 그 눈길의 소리였다. _158~159p.

<땅콩일기> 의 쩡찌작가, 띵 시리즈에서 과일로 에세이를 출간했다. 제목이 이렇게나 길 수 있을까? 싶은 <과일 : 여름이 긴 것은 수박을 많이 먹으라는 뜻이다>라는 제목의 첫 산문집.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과일, 저자의 과일 산문집에는 가족, 사랑, 계절, 주변과 사람의 이야기가 흐르며 개인의 삶도 과일을 애정하는 만큼이나 깊어져간다. 과일을 애정하는 본인을 오랑우탄이라 칭하면서 과일에 대한 애정과 찬사를 아끼지 않는 글들은 읽다 보면 문득 어떤 과일이라도 먹으며 읽어야 할 것만 같다. 개인적으로 사계절 중 그나마 여름을 애정하는 편인데, 계절과일인 복숭아와 포도, 참외를 애정하기 때문이랄까? 복숭아는 식사 대신 복숭아로 끼니를 때워도 좋을 정도라 여름이 가기 전 한 개의 복숭아라도 더 먹으려고 하기 때문에 저자의 과일에 대한 애정이 에세이들이 더 공감 갔는지도 모르겠다. 과일에 대한 주제만으로도 한 권의 책을 꽉꽉 눌러 담은 글은, 뜨겁고도 지치게 하는 긴긴 여름,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할 달고 시원한 과일들 앞으로 우리를 데려다 놓을 것이다. (내일은 커다란 수박을 한 통 사야지! ㅎㅎ)

흠집과는 자주 '못난이 과일'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판매되었다. 못났지만 맛있어요. 나는 그게 싫었다. 맛있지 않아도 돼. 그냥 네 맛대로 있어. 상처는 못난 것과 다르다. 못났다고 한다면 못난 대로 살아가도 돼. 그것은 내가 증명한다. 때로 살아 있는 일 자체가 나의 증명이 된다. 상처에 관한 한은, 역시 그랬다. 나는 증명하고 있었다. 잘 놀라고 상처받으면서. 후회와 자책을 반복하면서. 약간만 배우고 많이 잊으면서 나는 살아 있었다. 결과 (結果)는 열매를 맺는다는 말. 나는 지금도 상처받는다. 상처는 때로 작아지고 영원처럼 보존되기도 한다. 그런 상처를 입은 채로 살아 있다. 그래도 돼. 그렇게 살아가면 돼. _59p.

메로나와 멜론이 같은 맛인 줄 알았어? 그걸 꼭 먹어봐야 알아? 하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꼭 당해봐야 안다. 겪어야만 알아. 겪어도 잘 모를 때가 많아. 비참도 사랑도 나는 전부 당하고야 알았다. _106~107p.

날씨 인사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업무로 알게 된 상대에게도 건네기 쉽지만 과일 인사는 대상 범위가 꽤 좁다. 일단 상대가 과일을 즐기는지, 혹은 알레르기가 있지는 않은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올해 첫 수박 드셨어요?"라고 인사를 건넬 수는 없다. 처음 만난 상대에게 "올해 첫 딸기 드셨어요?"인사를 한다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니 과일 인사를 할 수 있는 상대란, 그 자체로 나름의 친밀과 유대가 있는 관계로 한정된다.

애초에 과일 인사에는 친밀과 사랑, 그리고 염려가 있다. 과일 잘 먹고 있니. 식사 외에 과일을 챙길 수 있는 여유가 있니. 계절이 주는 선물을 제철에 누릴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여유가. 계절을 느끼고 있니. 느낄 수 있니. 나무와 풀의 열매를 먹으며 너도 그렇게 지상에 뿌리박고 잘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_189~190p.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책추천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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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efox 2025-07-15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잘봤습니다. 과일을 에세이로 적으면서 과일을 먹으며 평소에 생각했던 것들을 많이 작성한 것 같네요. 하나하나 너무 적절한 비유와 설득력 있는 표현들이여서 읽어보고 싶다는 느낌이 드네요. 행복한 한 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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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민 지음 / 트래블라이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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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우오사카교토 #고베 #나라

#도서협찬

여행 좀 다녔다 하는 사람도, 처음 여행하는 사람도 가까운 나라, 하지만 심심하지 않고 도심이었으면 좋겠다~ 하면 떠오르는 곳이 일본, 그중에서도 오사카! 개인적으로 도쿄는 2~3번 여행 다녀왔지만 오사카는 난이도가 있다고 생각돼서 미루게 되었던 여행지였는데 최근 자꾸 관심이가 찾아봤던 여행지였다. 오사카, 교토, 고베, 나라와 함께 엮어 한 권의 책으로 하지만 분권이 가능해 책을 나누어 들고 다닐 수 있다면? 일단 여행을 계획하는 단계부터 걱정이 많은 파워 J 지만 그렇기에 더 많이 알아보고 준비하게 된다. sns 정말 많은 유용한 꿀팁들과 여행 동선을 알려주고 있지만 여행 준비는 일단 딱! 내 맘에 쏙 드는 여행서 준비가 먼저! 여행은 떠나기 전 계획단계가 제일 즐겁다 하지 않던가?

■ 1권 버킷 리스트 & 플랜북

■ 2권 오사카·고베·히메지성 실전 가이드북

■ 3권 교토·우지·나라·오하라 실전 가이드북

간사이 전 지역을 한 권에 담는다면 좀 무겁지 않을까? 여행 목적지에 맞춰 필요에 따라 나누어 들고 다닐 수 있어 여행이 한결 가벼워지고 계획은 더욱 디테일 해질 것이다. 8월 오사카 여행을 준비 중인 조카가 한창 여행 계획 세우기에 첫 일본 여행의 목적을 물어보니 쇼핑, 먹거리라고 신나게 친구들과 계획을 세우는 중이라고 한다. 오사카! 천하의 부엌이라 불릴 만큼 먹거리도 다양하니 하루에 5끼 정도는 먹어줘야 하지 않을까? 가이드북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맛집들은 사진 소개만으로 그치지 않고 직관적인 여행 동선 설계까지 해주고 있어 정해진 일정 내에서 조금 더 알찬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게 한다. 무엇보다 QR, IC카드, 패스까지 바뀐 오사카 교통도 사진과 캡션으로 상세하게 표시되어 여행 초보자도 길 찾기 걱정 없이 이동할 수 있게 안내한다.

저자가 직접 걸으며 확인한 구글맵에도 없는 디테일까지 담은 상세지도 65장도 수록되어 여행 동선에 딱 맞춘 최적 루트, 주요 명소 인근 역 정보, 맛집, 쇼핑 특화거리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입국 서류, 숙소 예약, 데이터 유심등 출발 전 꼭 알아야 할 준비물과 계절별 날씨, 옷차림, 일본 생활 상식, 긴급상황 대처 등 현실 정보도 알차게 안내하고 있어 처음 여행하는 이들도 여행을 준비하는데 전혀 어려움 없이 즐기며 여행하게 될 것 같다. 블로그, sns 등 정말 많은 정보를 검색으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요즘이지만, 책에 수록된 사진과 설명들이 상세하고 정보도 자세한 편이라 여행하는 곳의 역사와 현재를 제대로 알고 여행해 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여행서 한 권쯤 제대로 준비해 여행해 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

#트래블라이크 #제이민 #일본여행 #오사카여행 #교토여행 #오사카 #교토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오사카가이드북 #book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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