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도 자랄 수 있다, 잘할 수 있다 -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너에게
오춘기 김작가 지음 / 투래빗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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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낼 수 있는 나와 해낼 수 없는 나 사이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

혹시라도 실수하는 건 아닐까 두려워

잔뜩 긴장한 채 걸어 나갈 때면

어쩌면 산다는 건

인생의 표면장력 위를 걷은 것 같습니다. _57p.

아무것도 하기 싫은 마음에겐

아무것도 하지 않을 내가 필요하니까. _61p.

인생이란 망망대해를 항해하다 보면 암초도 만나고

파도도 만나지만 정작 배 밑창에 난 작은 구멍으로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걸 모를 때가 있습니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모르고 있던 내 마음.

남의 감정엔 그토록 공감하고 남의 상처는 그리도

잘 보듬으면서 정작 내 감정과 상처는 왜 방치했던 걸까요?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에게만 엄격한 건 아닐까요? _83p.

먹고사는 일과는 전혀 관계없는 행동. '딴짓'. 어설픔 취미라고 불러도 좋고 의미 없는 시간이라고 여겨도 좋습니다. (중략) 하고 싶은 일보단 해야만 하는 일이 늘어가는 어른의 삶. 그 삶 속에서 나를 지키기 위해 오늘도 딴짓을 합니다. _113p.

시련이 사람을 강하게 해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강하게 만들어줬던 건 다정함이었습니다.

때문에 누군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을 묻는다면

꿈을 향한 열정도, 답답할 만큼의 인내심도,

성실한 근성도 아닌

다정함이었다고 말할 겁니다. _127p.

우리는 저마다의 검은 숲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은 마치 마녀가 만든 과자집처럼 달콤하지만 잔인한 곳이기에 수많은 유혹이 우리의 결심과 바람을 보잘것없게 만듭니다. (중략) 때론 그 소중한 것을 삼킨 현실 때문에 초심을 잃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두려움을 이겨내며 한 발 한 발 나아갈 때, 수많은 의심 너머에 있을 내가 바라던 모습을 만나게 될 겁니다. 그런 걸음이 때론 가엽겠지만 그럴수록 용감히 이 길을 걸어가야겠지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헨젤과 그레텔처럼. _171p.

#어른도자랄수있다잘할수있다 #김지은 #오춘기김작가 #에세이 #투래빗 #에세이추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에세이

나만의 그림체를 갖고 싶다고 생각했던 오춘기김작가, 이렇게 본격적인 에세이는 처음 읽는 것 같은데... 너무 좋아서 아껴읽고 두 번 읽었으며 또 읽을 예정이다. 일도, 여행도 자신의 페이스대로 즐기며 살아가고 있는 저자의 글을 읽을 때면 '나의 오늘도 잘 살아야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꽉 찬 한 권의 글은 나를 향한 다정한 응원과 다독임이 느껴지는 글이라 더욱 애정이 가는 글이기도 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잠시 내려놓았던 드로잉 연습, 다시 시작해야지. 빠르게 더 빠르게... 세상의 속도에 지친 이들을 위로하는, 느리지만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그대들의 오늘을 응원하는 <어른도 자랄 수 있다 잘할 수 있다> 나를 위한 선물, 또는 소중한 이들에게 선물하고 함께 읽을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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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 나만의 속도로 살아갈 결심
하완 지음 / 오리지널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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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열심히살뻔했다 #도서협찬

#밀리의서재

우리나라에서 열심히 살지 않는 건 나쁜 거다. 최선을 다하지 않고 할 만큼만 하면 욕을 먹는다. 열심히 사는 게 기본값이 된 사회, 열심히 사는 게 무조건 선인 사회. 열심히 사는 건 좋은 태도지만 모두가 반드시 그렇게 살아야 한다면 얘기가 다르다. 내 눈엔 열심을 강요받는 사회 역시 그리 건강해 보이진 않는다. 정말 열심히 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인생 망가지는 길일까? (중략) 느리게 살기 위해선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 그러니까 이건 포기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얻을 것인가. 결국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대한 이야기다. _프롤로그

늘 책을 쌓아두고도 새로운 책들을 찾아내고 또 쌓고 읽으면서 책 이야기를 하는 내가 조카는 신기했나 보다. "이모는 어릴 때도 책을 좋아했어요? 지금처럼 시간만 나면 책을 읽고 책이 좋았어요?", "이모는 책이 왜 좋아요?" 등등 문득 생각나는 질문을 툭툭 던지는 조카님. 어릴 땐 책도 곧잘 읽었는데 핸드폰을 손에 쥐고, 틱톡, 유튜브, 게임 등 영상을 접하기 시작하며서 종이로 뭔가를 읽는다는 게 아이에겐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되었나 보다. 늘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고, 무얼 하고 싶은지 이야기하는 조카와의 대화는 유치한 장난부터 공부, 미래의 꿈까지 대화의 주제가 다양하다. 어려서부터 이야기를 많이 하며 커와서인지 지금도 참 살갑고 다정한 아이. (2024년 이 조카는 고1 이 되었다!) 조카의 삶에 관심이 많고 자꾸만 이야기하고 싶은 건, 지금 나와 같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었나 보다. (나 열심히 살았는데? 지금도 열심히 사는데?) 조금 더 나은 삶, 나보다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은 뭘까? 열심히 살았지만 왜 이것밖에 안되는지 기준에 기준을 더하다 보니 이번 생은 글렀다는 말이 버릇처럼 튀어나오기도 했다.

4년 전 읽었고, 2024년 리커버 개정판으로 다시 읽게 된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다시 읽어도 '이거 내 마음이잖아? 내 모습이잖아!' 하며 읽게 된다. 아니, 시간이 흘러 다시 읽으면 뭔가 달라져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사람이란 쉬이 바뀔 수 없다는 게 맞는 말인듯하다. 하~ 가끔은 '왜 이렇게 살고 있지?' , 어릴 때 조금 더 열심히 살았더라면, 그 순간 그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내 삶은 조금 달랐을까? 하는 생각을 문득문득하며 살았는데, 나만 그런 건 아니야!라는 위로와 함께 '이 정도는 돼야 한다'라는 기준을 내려놓는 것만으로도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말고 '재밌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다시 읽어도 그 의미가 새로워 읽는 재미가 있었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어? 의외로 괜찮네. 내 인생!

열심히 노력했다고 반드시 보상받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열심히 안 했다고 아무런 보상이 없는 것도 아니다. _22p.

세상에는 많은 길이 있다.

어떤 길을 고집한다는 것은 나머지 길들을 포기하고 있다는 말과 같다. _44p.

포기는 비굴한 실패라고 배웠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현명한 삶을 살기 위해선 포기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는 '인내'나 '노력'같은 기술을 이미 수도 없이 익히며 살았지만, 포기하는 기술은 배우지 못했다. _49p.​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야 비로소 내 시간이 시작되는 것 같다. 아무래도 회사에 있는 시간은 내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해야 할 일로 가득하니까. _120p.

우리의 삶은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와 같다. 파도 위에서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잘 잡으려면 꼿꼿해선 안 된다. 유연해야 한다. 힘을 빼고 이리저리 휘둘릴 각오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_146p.

이 나이에 결혼도 안 하고, 월세에 살고, 자동차가 없지만 불편하거나 비참하지 않다. 문제는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본다는 것이다. 정작 나는 괜찮은데 사람들이 나를 불쌍하게, 한심하게 보니 나 좀 비참해지려고 한다. 아니, 확실히 비참하다. 원래는 비참하지 않았는데 남들이 그렇다니 좀 그렇다. 이건 내 삶인데, 내 기분인데 왜 타인의 평가에 따라 괜찮았다가 불행했다가 하는 걸까?_198p.

혼자 있는 시간은 꼭 필요하다. 그 시간은 치유의 시간이다. 인간관계로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해주는 시간. _220p.

이제 열심히 사는 인생은 끝이다. 견디는 삶은 충분히 살았다. 지금부터의 삶은 결과를 위해 견디는 삶이어서는 안 된다. 과정 자체가 즐거움이다. 그래서 인생이 재미있다. 앞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뿅 하고 건너뛰고 싶은 시간이 아닌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지. _345p.

#하완 #에세이 #에세이추천 #ORIGINALS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추천에세이 #BOOK #오리지널스 #리커버도서 #개정판도서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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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역사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Future Publishing 지음, 강영준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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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역사 #도서협찬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이 책은 중세에서 근세까지 유럽과 미국 식민지에 피비린내 나는 소동을 일으킨 마녀사냥과 마녀재판의 전모를 파헤친다. 잉글랜드 랭커셔주 펜들 힐 지역에서 열린 재판부터 스무 명을 사형대로 보낸 광기의 세일럼 마녀재판까지, 마을을 집단 히스테리에 빠뜨린 공황과 파라노이아(강박관념)의 실체를 쫓으면서, 커닝 포크(잉글랜드에서 민간 주술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는 실제로 어떤 도구, 재료, 마술서를 사용했는지, 또 위궤양과 같은 병에 어떤 약을 조합했는지 등을 살펴본다. 그리고 악마술 용의자를 닥치는 대로 벌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긴, 악명 높은 자칭 마녀사냥 장군' 매튜 홉킨스의 발자취를 쫓는다. 강렬한 일러스트와 풍부한 해설이 실린 이 책은 역사의 어둠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적절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전쟁, 종교 갈등, 유행병, 여성 혐오, 억압, 사기 등등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역사에 떠밀려, 때론 살아가기 위해 만들어져야만 했던 존재들. 왕비나 귀족도 이러한 것들을 피할 수 없었다고 하며 근세의 가혹한 마녀사냥 동안 7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처형당했다고 추측된다고 한다.

■ 마녀란 누구이며 마녀사냥은 왜 일어났는가?

■ 당신의 마녀도 체크!

■ 성전 기사단의 배신?

■ 최후의 마녀?

마녀사냥, 마녀재판 등 유럽 지역의 소설이나 책들을 읽다 보면, 또는 영화에서 간혹 보게 되는 이야기들이다. 우리나라의 전설 속 이야기처럼 그들이 사는 세계에서 '마녀'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이야기는 어떻게 진화되어 왔을까? 판타지 소설을 종종 읽는 터라, 가끔 마녀의 유래(?), 전설이 궁금해지기도 했는데 화보집 수준의 풍부한 일러스트와 풍부한 자료는 '마녀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이라고 불릴 만한 도서일 것이다. 아마도 '마녀'에 대해 역사를 고증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이야기로 만들어 엮은 책은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조금은 새롭고 독특한 이야기가 궁금한 이들이라면 소장용으로도 꽤 퀄리티 좋은 도서로 한 번쯤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Future_Publishing #역사 #도서추천 #마녀사냥 #마녀재판 #book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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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맨 웅진 우리그림책 118
하누 지음 / 웅진주니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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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맨 #도서협찬

#하누 그림책

꼬꼬마 조카들이 애정 하는 계절 여름, 특히 여름 과일 중 수박! 을 너무 좋아해서 여름이면 수박 귀신들이 되는 아이들. 수박맨 그림책을 받아들고 그동안 조카들과 읽어왔던 그림책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데...

와~ 이 그림책은 남자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것 같은 우주 영웅, 역사 영웅 캐릭터! 머나먼 행성에서 지구로 기억을 읽었지만 지구에서 싹을 틔우고 성장하여 탄생한 수박맨! 동글동글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여행을 하며 아름답고 자유로운 여행을 하던 중 쓰러진 아이에게 달콤한 물을 먹여살리고 역사의 현장에서 수많은 이들을 돕기도 한다. 그러던 중...

그는 궁금해졌다.

나는 진짜 파라오일까?

파라오가 되려고 태어난 걸까?

나는, 나는.....

나는 누구인가?

..... 그냥 나는 나다!!

수박맨이 지구를 달콤하게 만들어서 일까? 우주 파리들이 달콤한 냄새에 이끌리듯 지구로 향하지만 분신술로 모두 박멸해버리고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지구에 남긴 채 우주로 떠난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 ㅋㅋㅋㅋ 이건 진짜 넘나 압권! 깜찍하고 귀엽고, 앞으로 돌아가 수박맨의 탄생부터 다시 넘겨보게 된다. 특히 과일을 좋아하는 꼬마 조카들에게 열렬한 사랑을 받은 그림책 <수박맨> 아마도 올여름 가장 핫하고 애착 가는 그림책이 되지 않을까? (이따 수박을 한 통 사다 해체해야겠다! ) 화려한 색감과 큼직한 그림, 글을 읽지 못하는 어린이도 그림만 넘겨보며 상상하는 대로 이야기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수박맨>은 더운 여름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시원한 여름을 시작할 수 있는 그림책이 될 것이다. (3~7세 아이들에게 강력추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웅진주니어 #그림책 #창작그림책 #아이그림책 #그림책추천 #book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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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 마르틴 베크 시리즈 6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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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폴리스포타티스모스 #도서협찬

#마이셰발 #페르발뢰

치밀하게 계획된 듯한 강도 사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고에 가까운 우발적 범죄였다. 불행한 사람이나 신경쇠약자가 제 의지와는 달리 절박한 상황으로 내몰린 경우였다. 거의 모든 경우, 술이나 마약이 결정적 요인이었다. 유례없는 무더위 탓도 있겠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의지가 약하거나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어서 몰지각한 행동으로 내모는 대도시의 무자비한 논리, 사회 시스템 그 자체였다. _239p.

호텔 식당에서 한낮의 총격 사건으로 유명 사업가가 머리에 총을 맞고 테이블 위로 쓰러졌지만 죽진 않았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누구도 범인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달아나는 범인을 목격한 사람들의 진술을 토대로 공항 터미널로 향했을 범인을 검거하기 위해 경찰을 파견하지만 제때 도착하지 못한 경찰들의 불찰로 놓치고 만다. (이들의 변명 중 하나였던 부분이 책의 제목이 된 것인데.. 은근 웃음 포인트! )

사건 현장으로 향해야 했던 경찰이 소시지를 먹고 있던 걸 보고 세 살짜리 꼬마 아이가 으깬 감자를 곁들인 소시지를 먹던 경찰을 보고 '폴리스, 폴리스, 포스타티모스'(으깬감자) 라고 외친 것. 이 시절 스웨덴 시민들이 시위할 때 경찰을 조롱하며 외쳤던 구호가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그리스' 로 뜻은 '경찰, 경찰, 돼지 같은 경찰' 이었던 것. '포스타티모스'는 으깬감자 , '포타티스그리스' 돼지 같은 경찰이라는 뜻으로 언어의 유희 같은 부분이랄까?

증거에 집착하는 융통성 없는 말뫼 경찰들, 유명 사업가이니만큼 여러 곳에서 수사에 관련한 압박이 들어오게 되고 결국 마르틴 베크가 말뫼로 출동하게 된다. 한낮의 총격 사건이라니! 계획된 범죄일까?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이해관계에 걸친 이들의 행보를 주목할수록 의심 가는 인물들도 많아지게 되면서 어쩌면 철저하게 계획된 청부살인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이르게 된다. 늘 그렇듯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잡힐듯 말듯한 범인 쫓기는 마지막 몇 장을 남겨두고서야 후루룩 해결이 되고 실마리조차 찾기 힘들 것 같았던 범인의 정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어서, 그의 스토리가 안타까워서 (너무도 생계형 이어서..) 왠지 모를 씁쓸한 결말을 주었던 작품이다.

아내와의 갈등이 5권까지 간간이 이어졌는데, 드디어 독립한 마르틴 베크는 가정에 있을 때보다 심적으로 더 안정되어 보이는 듯하다. <로재나>,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 <발코니에 선 남자> <웃는 경관> <사라진 소방차> 에 이어 여섯 번째 시리즈인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 '북유럽 미스터리의 원점', '경찰 소설의 모범'이라 불려온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최근 추리, 범죄소설들이 잔인하고 잔혹한 묘사들에 피로함과 불편함을 느꼈던 이들에게 아날로그 한, 지적 유희를 느껴볼 수 있는 시리즈가 될 것이다. 오랜만에 읽는 맛을 알게 해준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다음에 읽게 될 시리즈가 더욱 기대되는 책이다.

아이가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그리스‘라고 말한 것도 아니었어.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라고 말했지. 아이는 아직 말을 제대로 못 하는 세 살짜리 꼬마였고.*

*스웨덴어로 ‘Polis, polis, potatismos‘는 ‘경찰, 경찰, 으깬 감자‘라는 뜻으로, 위에서 말한 유명한 구호와 발음이 비슷하긴 하지만 아무 뜻도 없는 말이다. 한편 여기서 말하는 소시지란 스웨덴 거리에서 흔히 파는 평범한 간식으로, 으깬 감자나 새우 샐러드를 곁들인 것이 기본이고 빵에 끼워서 아예 핫도그처럼 먹는 경우도 흔하다. 따라서 아이가 ˝으깬 감자˝라고 말했다는 대목은 영 난데없는 말이 아니라 경관이 먹고 있던 으깬 감자를 곁들인 소시지를 보고 한 말이라고 볼 수 있다. _53p.

마르틴 베크는 어떤 어려운 수사에도 이렇듯 잠잠한 시기가 있기 마련이라는 걸 경험으로 알았다. 이런 시기는 며칠 혹은 몇 주 이어질 수 있었고, 영원히 이어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자신들의 수사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고, 쓸 수 있는 자원은 바닥난 듯했으며, 단서는 모두 무의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_307p.

빅토르 팔름그렌은 죽었다.

그가 죽었어도, 한 줌의 국제적 협잡꾼들과 어디 먼 나라의 수상쩍은 정권을 대변하는 사람들 외에는 아쉬워할 이가 아무도 없었다. _396p.

#마르틴베크 #마르틴베크시리즈 #엘릭시르 #문학동네 #김명남 옮김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소설추천 #도서추천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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