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도깨비 와이즈만 스토리텔링 수학동화 시리즈
서지원 지음, 우지현 그림,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 감수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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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한 수학동화 '수학 도깨비'를 읽었다. 수학동화~ 이 이름이 낯설다면 당신은 아직 미혼이거나 아니면 아이가 아주 어린 경우다. 4~5세가 되면서부터 이름도 거창한 동화의 향연이 시작된다. 유아교육에 관심이 없었거나, 혹은 아이들은 어릴때 자유롭게 뛰어놀며 커야한다는 소신을 가진 아빠들에게는 아동 출판사에서 거침없이 펴내고 마케팅 하는 걸 경험하게 된다면 무엇을 생각하건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수학동화, 과학동화, 창작동화, 음악동화, 전래동화, 명작동화, 자연관찰, 영어동화, 경제동화, 논리동화 등등등... 아직 나열하지 못한 종류도 많다. 흔히 도서 외판원들은 귀가 얇은 엄마들에게 이런 동화들을 어린 나이에 꼭 접해줘야한다고 부추긴다. 다른집 애들은 이미 다들 하고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교육열이 높다고 자부하던 신세대 엄마들은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카드를 내밀게 된다. 온갖 감언이설과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외판원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확고한 교육철학과 함께 유아교육 트렌드를 꿰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어릴때부터 책을 가까이 접해주는건 백번 옳은 얘기다. 게다가 수학, 과학, 논리, 경제, 음악 등등 분야별로 아이들이 거부감 없이 재밌게 접할수 있게 동화로 접해주는것 또한 좋은 교육법이다. 다만 소신없이 이 책이 좋다해서 거금을 주고 전집으로 들였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이 잘 안본다는 이유로, 혹은 다른 출판사에서 더 좋은 내용의 전집이 나왔다는 이유로 책을 바꿔서 다시 들이고, 해년마다 개정판이 나오면 특별히 바뀐 내용도 없어 보이는데 수십만원 비싼 돈을 들여 최신본으로 구입하고 이러는건 아니라고 본다. 자연관찰 전집이 금년 개정판은 백만원, 2~3년 전에 나왔던 중고전집은 오십만원, 꼭 전집을 사야한다면 어떤 책을 사야할까? 2~3년 사이에 개미의 몸통구조가 바뀐다거나, 곰이 먹는 음식이 바꼈다거나, 잠자리의 짝짓기 방식이 바뀐건 아닐텐데 말이다.


꼭 필요한 책 아니라면 전집류를 사는건 자제하고, 평이 좋은 낱권으로 구입하며, 집과 가까운 도서관을 활용하는게 최선의 독서법임을 명심하자. 전집류는 최소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지불해야 하는데 아무리 좋은 책도 우리 아이가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말짱 황이다. 설령 아이들이 잘 본다고 해도 내용이 좋아 소장가치가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이들은 금방 더 발전된 형태의 책을 찾게된다. 다섯살때 잘 봤던 창작동화를 여섯살이 됐을때도 여전히 반복해서 읽고, 찾아서 읽지는 않는단 뜻이다. 여섯살에는 그 나이에 맞는 또 수십종류의 책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면에서 다양한 책을 쉽게 접해줄수 있는 도서관 활용이 바람직하다.


자~ '수학 도깨비' 리뷰를 올리려고 시작한 말이 쓸데없이 길어졌다. 수학동화에 대해 얘기하자면 덧셈, ?y셈등의 간단한 수학의 기초원리를 아이들이 어렵지 않게 자연스레 받아들일수 있도록 재미있는 동화로 접해주는 취지가 바로 수학동화의 목적이다.






이 책 '수학 도깨비'의 경우 초등학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한다고 나와있지만 보다시피 초등 1년용이라고 보는게 정확하다. 덧셈과 ?y셈의 원리를 설명하고,




패턴에 대한 내용도 다루고 있다. 그냥 되는대로 수학에 관한 원리를 언급하는게 아니라 아래 사진과 같이 초등1년의 학교 교육과정에 그 내용을 맞추고 있다. 1학기때는 여러가지 모양의 서로다름을 인지시키고, 한자리 수의 덧셈과 ?y셈, 그리고 서로 다른 패턴을 비교하는게 수학교육의 목표다. 2학기 때는 1학기때보다 좀더 복잡하고 발달된 형태의 사물인지, 십단위 수의 덧셈과 ?y셈, 시계보기가 커리큘럼으로 짜여있다. '수학 도깨비'는 얇은 동화책 한 권이지만 이 안에 초등 1년때 아이가 접하게 될 이들 교육목표를 한번씩 다 다루고 있는 셈이다.





               
'수학 도깨비'는 <와이즈만 BOOKs>에서 출간됐고 동화작가인 서지원이 글을, 우지현이 그림을 그렸고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에서 감수를 맡았다. 초등학교 1학년인 큰 딸 주원이에게 선물해 주고 싶어서 책을 받았는데 선물해주기 전에 어떤책인지 읽어보려고 펴들었다가 흥미진진하게 읽어 내려갔다. 너무 유치하지 않고, 너무 심오하지 않게 딱 초등학교 1년생의 눈높이에 맞춰 쓰여진 동화라는 느낌이다. 게다가 일단 스토리가 너무 재밌다. 방학을 맞아 시골에서 모인 네 아이들이 서로간에 신경전과 함께 도깨비를 찾으러 길을 떠나는 내용이 재밌게 짜여져 있어 수학공부라는 생각없이 스토리텔링만으로도 아이들의 관심을 끌만하다.



이 책 하나만 놓고 보자면 구성도, 내용도 꽤 훌륭하다. 또래 아이들을 둔 부모님들께 추천할만 하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부분에서 실망스럽다. 바로 가격! 

 

 

 

  

아~ 이건 좀 아니다. 아무리 구성이 좋고 내용이 좋다한들 불과 몇장 되지도 않은 얇은 아동용 책 한권에 만천원이라니! 출판사에는 미안한 말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적정가격은 오천원이면 충분하다. 왜 이렇게 좋은책을 만들고서는 가격 책정을 이렇게 해놨을까...혹시 정가는 만천원이고 도서 도매서적에 내놓을때는 할인율을 키워 내놓으려는 정책일까? 이번에는 어렵겠지만 앞으로 내놓을 책에서라도 가격 책정에 신중을 기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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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음악책 - 맨땅에 헤딩하는 유쾌한 음악시간
김드리 지음 / 돋을새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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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뒤늦게 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이 샘솟고 있는중이다. 음악과 미술에.

학창시절에도 그다지 별 관심이 없었던 음악시간. 노래는 좋아했는데 그 관심은 온통 대중음악과 팝에 쏠려있었다. 그런데 학교에서 배우는 음악이란 온통 이론과 고전음악 중심이었으니 지루하고 땨분하기만 했던 것이다. 미술은 또 어떤가. 유명 화가들의 작품들이 생생한 칼라로 미술책을 도배하고 있었지만 이 역시도 별 관심이 없었다. 당시의 개똥철학으로 '예술은 관객이 우선이다'라는 신조를 가지고 있었기에,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무리 고상하고, 심도가 있다 하더라도 일반 관객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작품은 가치가 떨어질수 밖에 없다는 나름의 소신이 있었다. 그래서 유명화가가 그린 유명 작품을 보며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면 그 관객의 무지를 탓할것이 아니라 감동을 주지 못한 작가를 탓해야 한다는 생각이었기에 그나마 시선이 한번씩 가던 작품들은 극사실주의 작품들 뿐이었다. 마치 사진처럼 내가 보는 모습을 똑같이 그림으로 표현해 놓은 작품을 보면 와~ 정말 잘 그렸다! 하고 감탄했고, 추상파, 인상파, 낭만파 화가들의 작품은 저런거 나도 그리겠다 하면서 폄하했었다. 무지의 소치지 뭐. 아는만큼 보인다고 예술에 대해 지식과 조예가 없으니 딱 그만큼만 보인거다.

 

그러다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조금씩 음악이나 미술같은 예술쪽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뜬금없이 중학교, 고등학교 미술교과서를 어디서 구해볼수 없을까~하는 생각도 해봤다. 내 기억에 교과서에 주옥같은 명화들이 수두룩하게 수록되어 있었기에 미술 교과서를 구해다가 그림을 오려내서 눈에 잘 띄는곳에 두고 감상하고픈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음악에 관해서도 어렵게만 느껴지던 오페라, 뮤지컬같은 공연도 보고싶고, 또 상식이 부족함을 느꼈기에 오케스트라 구성이랄지, 용어들이랄지, 거장들의 작품 이름이랄지 이런것들을 체계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러던 차에 알게 된 책이 '친절한 음악책'이다. 어떤가~ 제목이 아주 딱이지 않는가? 마치 내 마음이라도 읽은듯이 친절하게 음악에 대해 가르쳐 준단다. 어떤 책인지 살펴보자.

 

 

 

 

'맨땅에 헤팅하는 유쾌한 음악시간', '어렵다? 근엄하다? 따분하다?', '쉽고 즐겁게 떠나는 편안한 음악여행', '지루하고 부담스러운 클래식과 허물없이 친해질 수 있는 마법의 책' 등등 내가 원하던 모든 어구들이 책 표지에 다 들어있었다. 그래 바로 이런 책을 원했어!

 

 

 

 

이름처럼 예쁜 저자의 사진에 눈길이 간다. 보아하니 나처럼 음악에 대해 잘 모르는 문외한들도 쉽게 클래식과 친해질수 있도록 쉽고, 재밌게 음악 전반에 관한 소개를 해주는 책인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게 뭥미.. 책을 펼친지 두세장 넘기면서부터 급격히 흥미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1장 어렵다? 로 시작하는 서두 부분은 그간 우리가 어렵게 느껴왔던 음악상식들을 쉽게 이해시켜주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너무 어려웠다. 계이름과 음이름의 소개, 화음과 화성, 키, 옥타브 같은 용어들, 음악의 3요소, 음악활동의 3요소, 악보 보는법 등이 주욱 소개되는데 마치 중고등학교 음악시간으로 돌아간것 같고 여전히 어렵고, 지루하고, 따분해서 책을 읽는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방법을 바꿨다. 처음부터 죽 순서대로 읽어나가려던 계획을 수정해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음악 이론들은 쓱 건너뛰고 흥미가 가는 부분만 읽기로 했다.

 

 

 

 

바로 흥미로운 부분을 만날수 있었다. 바로 2장 근엄하다? 부분인데 음악가들 소개하는 대목부터 읽을만 하다. 음악의 아버지라는 바흐가 왜 아버지라는 칭호를 받는지, 그렇다면 음악의 어머니는 누구이고 어떤 활동을 펼쳤는지. 바흐, 헨델로 대표되는 바로크 시대 음악가와 곧이어 등장하는 고전파 음악가들, 음악의 신동 모짜르트,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 악성 베토벤 등을 소개하는 대목은 적절한 유머와 함께 지루하지 않게 음악가들의 생을 돌아볼수 있었다. 모짜르트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살리에리. 모짜르트의 재능을 시기하는 바람에 독살했다고 알려지기도 했지만 음악사의 정설에서는 살리에리가 모짜르트를 독살했다는 이야기는 소설로 치부한다고 한다. 그리고 살리에리는 베토벤의 스승이기도 했다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작곡가인 모짜르트와 베토벤, 하이든, 브람스, 말러 등의 이야기는 읽는 재미가 상당하다. 그리고 말미에는 잊지않고 우리나라 작곡가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안익태, 윤이상이 그들인데 여기서 애국가의 작곡가인 안익태 편이 최근 통합진보당의 종북논란을 야기한 이석기의 발언과 맞물려 인상적이었다. 이석기는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 라고 발언해서 홍역을 치루고 있는데 그 본의는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가 민족문제연구소가 발행한 친일사전에 친일파로 등재되어 있고, 애국가 부르기를 강요하는 것은 전제주의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일면 맞는말 같기도 하지만 국가는 어느나라나 자국을 상징하는 연주곡이 있고, 우리나라 애국가는 임시정부 시절부터 사용되어 왔다는 기록도 있을뿐 아니라 안익태가 애국가가 포함되어 있는 <한국 환상곡>을 작곡하던 시기는 친일이 아니라 반일의 행보를 보이던 시절이라는걸 감안하면 애국가를 국가로서 부정하는 생각은 옳다고 할수 없겠다.

 

물론 이런 내용도 책의 저자의 주관적인 생각인지 모르지만 안익태는 평양 숭실중학교에 다니다 3.1운동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퇴학당하고, 일본과 미국에서 음악공부를 하다 1936년에 <한국 환상곡>을 작곡했다. 1940년까지 슈트라우스의 보조지휘자로 있다가 독립해서 세게적인 지휘자로 이름을 떨쳤는데 지휘봉을 잡을때마다 한국환상곡을 연주했다고 한다. 무솔리니 치하의 이탈리아에서도 <한국 환상곡>을 연주하려다 일본정부의 압력을 받은 이탈리아로 부터 추방을 당하기도 했다. 훗날 변절하여 일본이 만주에 세운 괴뢰국 '만주국'의 국가를 작곡하고 일본을 찬양하는 활동을 하기도 했다.

 

 

 

 

 

3장 따분하다? 로 넘어가면 따분한 내용이기도 하지만, 학창시절 딴짓하느라 못배웠던 음악사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는 시간을 갖게된다. 여기까지 읽어왔다면 이 책의 엑기스를 잘 소화한 셈이다. 이제와 돌이켜보니 책 구성에 있어 앞부분에 다소 딱딱하고 지루한 내용으로 시작하다보니 독자들의 흥미를 떨어뜨릴 위험이 높아 보인다. 차라리 맨 뒤로 돌리는게 읽기에 더 친근할듯 싶은데... 삼일동안 책을 읽었는데 마치 3년동안 고교시절에 배운 음악과목을 다 배운것 같아서 뿌듯하다. 그런데 기억나는건 하나도 없다. 컥... 어쩌란 말이냐. 다시 한번 더 읽어봐야 할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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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살기 5년차 혼자살기 시리즈 1
다카기 나오코 글.그림, 박솔 & 백혜영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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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별게 다 궁금하다... 혼자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옷차림으로 지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점이 제일 불편한 점이고, 또 어떤 점이 편안한지, 어떤 놀이를 하고, 어떤 프로그램을 좋아하는지. 이 책의 제목은 <혼자살기 5년차>, 내용은 위에서 말한바와 같이 5년째 집을 떠나 도쿄에서 혼자 살고있는 저자가 자신의 일상 생활을 만화로 표현해 놓은 책이다. 책 내용이 살짝 궁금하기도 했지만 -젊은 여자들이 혼자 사는 방은 어떤방일까, 혼자 있을땐 뭘하고 지낼까? - 그보다는 이런 주제를 가지고도 책을 낸다는것 자체가 신기해서 보게 된 책이다. 타카기 나오코 지음 <혼자살기 5년차>



특별한 내용은 없다. 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 그게 다다. 처음에 자유로운 생활을 동경해서 부모님 집을 뛰쳐나와 혼자살게 된 여자가 맘껏 자유를 즐기다가도 몸이 아프거나, 외롭거나, 반찬이 떨어져서 집에 먹을게 없다거나 할때면 괜히 집을 나왔다고 궁상스레 감상에 젖어있다가 엄마가 보고싶어 집엘 들르고, 또 아무일 없듯 돌아와 계속 혼자살아 간다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내용들로 책은 꾸며저 있다. 확실히 일본의 출판문화가 한국과 비교해서 다양하고, 세부적이며 작은 소재 하나라도 그 속에서 재미와 교훈을 찾아 책으로 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 어찌보면 말이다, 이런 내용을 가지고 책을 펴낸다는것 자체가 놀랍지 않은가? 책이 부실하다거나 형편없다는 뜻이 아니다. 혼자서 5년째 살고있는 여자가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책으로 펴내겠다는 발상도 놀랍고, 또 그 책을 읽으면서 맞아맞아 하며 공감하고, 또는 아~ 혼자살면 이럴때 이렇게 생각하는거야? 하고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는 것도 나로서는 놀랍기만 하다.


나 역시 혼자서 9년동안 살았던 적이 있었다. 군대 제대후 대학 3학년으로 복학을 했는데 그때부터 기숙사, 자취생활을 하며 대학원까지 마쳤고, 이후 첫직장 생활을 서울에서 하며 1년간 방을 얻어 생활했다. 그랬다가 직장을 옮기면서 전남 목포로 집을 옮겼고 그곳에서 3년을 더 있었다. 그러기에 책의 저자 타카기 나오코가 풀어놓은 '혼자살기 5년차'의 일상 모습에 참 많은 공감을 하게된다.




별 생각없이 낮에 봤던 공포영화가 자꾸 떠올라 머리를 감으면서도, 자려고 침대에 누워 불을 끄고서도, 무서움에 고생한 에피소드다. 이거 싱크로 100% 내 얘기다. 아니 혼자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공감하지 않을까?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98년인지 99년인지 일본 공포영화 '링'이 흥행하던 때 일이다. 대학원 시험실에 간이 침대를 갖다놓고 생활하던 때였는데 한 친구가 영화를 구해와서 시디로 보고 있을때였다. 영화내용상 전화가 울리면 절대 받으면 안되고, 만일 그 전화를 받으면 죽게된다는 설정이었는데 세명이서 심취해 보고있던 도중 갑자기 시험실 전화기가 울리는거다! 그때가 밤 11시쯤이었는데 그시간에 전화올 일이 없었다. 순간 세친구가 눈이 마주쳤고, 아무도 전화를 받을 생각을 못했다. 너무너무 무서웠던 영화가 끝나고 두 친구들은 각기 자기들 방으로 돌아갔고 당시 혼자 생활하던 나는 시험실 문을 잠그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한참을 누워서 멀뚱멀뚱 잠을 못이루다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나 벌떡 일어나서 컴퓨터 모니터 전기코드를 모두 뽑기 시작했다. 영화속에서 꺼진 티비가 갑자기 켜지고 화면속에 우물이 나타나며 사다코가 우물속에서 기어나와 화면 밖으로 나오지 않는가!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거다. 지금 생각해도 무섭다.


이때의 무서웠던 기억은 그후로도 한참을 지속됐고 머리를 감다가도 왠지 거품을 걷어내고 눈을 떠보면 귀신이 쳐다보고 있을것만 같고, 한국영화 '거울속으로'에서 나온 장면처럼 욕실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려고 허리를 숙이면 거울속에 또다른 귀신이 나를 내려다볼것만 같고... 그래서 내가 이후로 공포영화를 절대 보지 않게됐다. 지금이야 같이 살고 있으니 덜 무섭겠지만 혼자살땐 가위도 제법 눌렸었다.



저자는 여자라서 식당에 갈때 혼자가기가 영 뻘쭘하다고 한다. 그나마 혼자먹기 좋은 식당을 알아두고 가끔 가게될땐 사람들이 없을때 잽싸게 들어가서 먹고 나오곤 하고, 특히 남자들이 많을땐 여자 혼자 그속에서 식사하게 될까봐 안가지게 되는데, 본의아니게 밥먹는 속도가 느려서 먹다보면 주위에 온통 남자들로 둘러싸일때가 있다고~


마트에서 장보기, 혼자 식사하기, 아플때 꼭 준비해야 할것, 방범에 관한 경험담 등등 혼자사는 사람들에겐 공감대를 형성하고, 혼자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겐 혼자사는게 그리 좋은것만은 아니라는 정보를 주기도 하는 아~주 평범한 보통 여자의 '혼자살기 5년차' 이야기였다. 참, 술안주로 한국 김이 맛있다는 대목도 인상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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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로 간다 - 열혈 명계남, 리얼 증언과 한맺힌 싸움의 기록
명계남 지음 / 모루와정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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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모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둘 있다. 문성근과 명계남. 이 중 문성근은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에 당선되어 활발히 정치활동을 하고있고, 명계남은? 근황이 궁금했는데 그가 이 책을 들고 나타났다. <봉하로 간다>.



 

 

제목에서 말한대로 고 노무현 대통령을 기리는 사모곡이다. 문성근이 고 문익환 목사의 아들로,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한국 민주화세력의 구심점이 될수밖에 없는, 정치를 벗어나 살수없는 운명을 가진 이라면 명계남은 본인말에 의하면 정치와는 상관없는 소시민일 뿐이란다. 그런 그가 고 노무현 대통령 자살이후로 이나라 떠날 생각도 했다고 밝힌다. 도대체가 이런 놈의 나라, 정내미가 떨어졌다고...노무현 전대통령을 기리는 글들로 가득찬 이 사모곡은 그러나, 여인의 감성적이고 애절한 사모곡이 아니라 마초남의 터프한 사모곡이다. 글 속에서 노무현 전대통령을 사지로 몰아세운 이명박 대통령과 그 하수인들, 정치검찰, 찌라시 언론, 새누리당을 원색적으로 비난한다. 아주 작정한듯 책에서 그간 참아왔던, 아니 하고싶었던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 각오가 프롤로그에 잘 나타나 있다.

"나야 뭐 정치할 것도 아니니 점잖을 필요도 없고, -중략- 누구 눈치 볼 것도 없고 그저 내 성질대로 쓸거다. 나쁜 놈한텐 육두문자 욕도 한바가지씩 퍼부어가면서 말 안사리고 속 시원하게 풀어내려 한다. 욕 얻어먹었다고, 비아냥 당했다고 명예훼손이니 뭐니 고소할 자는 얼마든지 하시라. 노짱 죽고나서는 세상 두려운 것도 없고 니코틴낀 이빨과 주먹에 힘만 잔뜩 들어가 있으니까."

마치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후 폐인처럼 살아가는 어떤 이가 세상을 향해 적개심을 표출하는 분위기다. 나 지금 열받아 있으니까 건들지마. 누구든지 걸리기만 해봐... 이뿐만이 아니다.

"봉하마을 묘역에는 그가 누워계신 너럭바위까지 1만8천여 국민이 애도의 마음을 담아 기부한 1만 5천여개의 박석이 있다. 나는 그 박석에다 이렇게 새겼다. "반드시 되갚아 주겠습니다" 내겐 그 무엇보다, 내 아들이 잘되고 딸내미가 애를 낳고 행복하고, 내가 다시 영화를 제작해서 승승장구하고...그런 기대치보다, 내겐 더 강렬한 인생의 어젠다가 있다. 그건 복수다. -중략-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이 참혹한 역사면 역사, 비루하고 악한 인물이면 인물에게 아주 똑같이, 더 아프게 돌려주고 싶다. 가능한 합법적으로, 그게 안될땐 아랍의 자폭 전사를 내속에 심어서라도."

얼마나 강렬한 복수심과 적개심인가. 사랑하는 이를 죽음으로 몰고간 세력들과 이 시대에 대해 끝까지 복수하고 싶다니.. 노무현 대통령은 유언에서 모두 용서하라고 하셨지만, 그게 안되는 평범한 촌부도 있는 법이다. 어쩌면 우리가 하고싶은 말을 명계남이 대신해서 하고 있는듯 하다.

명계남은 초대 노사모 대표일꾼이다. 회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대표일꾼이라 했으니 흔히 초대회장인 셈이다. 그는 인생에서 젊은시절, 영화배우라 활동하던 시절의 기억은 그리 뚜렷하지 않다고 한다. 그의 머릿속에는 2000년대 이후의 삶만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있단다. 바로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고 그에게 반해 노사모를 결성하고,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뛰어다니던 그 행복했던 시기. 그리고 김대중, 노무현의 민주 정부 10년과 억울한 죽음이후 오늘까지 분노의 시간들이 기억의 대부분이라고. 책을 읽다보면 노무현 전대통령에 대한 절대적인 사랑과 맹목적인 추종이 놀랍기만 하다. 절대적인 믿음과 지지. 그 밑바탕에는 "어쩜 이런 사람이 있을수 있을까?" "어떻게 자신의 이득보다 나라와 국민들을 위한 생각으로 가득차 있을까?" 하는 경외감이 깔려있다. 우연히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을 알게되고, 그를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매력에 빠져들고, 또 그의 곁에서 지켜보며 그사람의 진심이 명계남을 자발적 골수 노빠로 만들어 버렸다. 아니 자발적 골수 노빠라는 말은 적절치 않다. 노빠들이 대부분 자발적으로 형성되었고, 그들은 또 대부분 골수였으니...




사람들이 궁금해 해서 자신을 만날때마다 물어보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렇게 열성적으로 노사모 활동을 하고,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했으니 참여정부 탄생후 문성근과 함께 한자리 할줄 알았다는. 무슨 위원장, 또는 장관, 그것도 아니면 관변단체 수장 노릇이라도 할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무 감투도 쓰지 못했으니 이용만 당했다거나, 그게 아니라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슨 이득을 보지 않았겠냐는 의심이다. 거기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대답을 내놓았다. 노사모들은 대부분 자발적으로 활동을 했고, 순수한 마음으로 결성된 정치인 팬클럽이다. 따라서 대통령 만들기에 성공하면 거기까지만 황동을 하기로 했고, 반대급부를 바라지 말자는 다짐이 있었다고 한다. 문성근과 명계남도 공개적으로 참여정부에서 아무런 명함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까지 했었다고. 또 노무현 대통령 스타일이 도움을 받았다고 해서 능력없는 인물들을 관직에 앉히는 사람도 아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요직에서 배제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쯤되면 울분을 토하거나 배신감을 느끼거나 할 법도 한데 문성근이나 명계남이나 다른 노사모 회원들 모두 아무 이의제기도 없고, 불만을 갖지도 않았다고. 그들 스스로가 원한 일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명계남 본인은 또 스스로 정치인의 길을 걸을 생각도 없고, 그럴 그릇도 아니라고 평한다. 하지만 함께 했던 동지 문성근에 대해서는 극찬의 평가를 하고있다. 앞으로 크게 될 정치인이라는 것. 참여정부 하에서 관직을 맡지 않았던 것은 본인이 고사했기 때문이지 입각의 권유도 있었다고 한다. 그랬던 그가 노무현 전대통령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보고 마음을 바꿔 현실정치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재야 진보세력과 민주당의 대통합을 이뤄내 한나라당과 맞서 싸우는 길을 숙명으로 받아 들였다고.

책 속에는 우리가 알고 있었던 노짱의 인간적인 모습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 그리고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들이 노사모의 시각으로 소개된다. 또한 왜 그렇게 명계남이 노무현에 매료될수 밖에 없었는지 너무 훌륭한 노무현 대통령의 인품에 대해서도 잘 소개되고 있다. 다시한번 그리운 이름을 떠올리며 눈물짓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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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자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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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자는 당연히 신입사원, 초년병, 새내기 이런 의미로 쓰이고 있고, 우리는 보통 신참이라고 부른다.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가 두말하면 잔소리라 할정도로 인기있고, 유명한 작가지만 나에게는 한번도 접하지 못했던 작가인터라 역시 나한테는 신참작가라 할수 있겠다. 어이~ 히가시노 게이고~ 거기 신참! ^^;

 

신참이란 말속에는 은근히 미숙하고, 서투르고, 어리버리함을 기본 바탕에 깔고있다는 어감을 풍기기도 한다. 그래서 비록 나한테는 신참이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란 작가의 이름앞에 신참이란 호칭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궁금했다. 호기심이 일었다. 어떤 작가이기에 이렇게나 유명세를 떨치는걸까. 보통 주위 사람들에게 -일본문학에 관심이 없는- 알고있는 일본작가가 있냐고 물어봤을때 대부분은 '상실의 시대'를 쓴 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 히가시노 게이고를 들것이다. 그의 작품은 읽어보지 않았어도 이름은 모르는 이가 없을정도로 유명한 작가. 그래서 그 궁금증을 풀기위해 '백은의 잭'이라는 작품을 샀다. 그런데, 우연히도 백은의 잭보다 '신참자'를 먼저 읽게 되는구나~

 

 

 

 

단순히 내가 알고있던 추리소설의 상식선에서 책을 읽었을때 다소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사건이 일어나고 주인공이 사건을 풀어나가고, 그 속에서 감춰져있던 불편한 진실들이 드러나고, 척척 풀려나가던 주인공의 활약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치고, 그러면서 위기감이 고조되었다가 긴장감이 절정에 이르렀을때 주인공의 활약으로 사건이 해결되는~ 그런 교과서적인 추리소설을 예상했다면 말이다. 도쿄의 니혼바시에서 한 여성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 사건을 추적하는 주인공은 갓 발령받아 닌교초에 부임한 형사 가가. 그런데 이 사건의 전개가 끊어지면서 낯선 이야기가 새롭게 시작된다. 이렇게 전혀 다른듯 전개되는 아홉개의 옴니버스 이야기들이 큰 틀에서 한곳으로 모이며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간다. 이런 구조는 이제껏 본적이 없었다. 추리소설의 새로운 시도? 아니면 히가시노 게이고만의 특색인가? 다른 작품을 읽어보지 않아서 섣불리 판단할수는 없겠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능력이 참 좋다. 한마디로 재미가 있다. 숨넘어갈듯 긴박하고 손에 땀이 쥐어지지는 않을지라도 쉽게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글 속에 인간미가 엿보인다.

 

책을 읽은후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그래서 사람들이 아는만큼 보인다고 하나보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 가가형사는 알고보니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형사라고 한다. 예전 셜록홈즈, 괴도 루팡처럼 시리즈물이라고 봐야할듯. 다른 작품들 속에서도 가가형사가 멋지게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고 하니 관심이 간다. 참 멋진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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