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2
권남기 지음 / 도모북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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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인 표지 디자인이 눈에 띈다. 소설이 대략 어떤 내용인지 알고 있었기에, 마치 파국으로 치닫는 여주인공을 보여주는 것같아 더 눈길이 갔다. 진실은 사라지고 소문만이 유령처럼 남는 곳, 그곳이 바로 엔터테인먼트 연예계라는 곳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 특히나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연예계의 화려한 겉모습과 멋진 스타들에 열광한다. 컨셉이란 이름으로 짜맞추어진 스타들의 이미지를 현실과 혼동하며, 좋아하는 스타를 위해서는 무슨일이든 할 기세다. 그뿐인가. 장래 희망란에 연예인이라고 적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고, 실제 스타가 되고싶다며 연예계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러자 이번엔 이들을 노리고 연예계에 데뷔시켜 주겠다며 돈을 갈취하는 사기, 여자 연예인 지망생들을 대상으론 키워주겠다며 성상납을 요구하는 등의 파렴치한 잡배들 역시 늘어나고 있다. 화려한 연예계의 앞모습이 아니라 추악하고, 추잡한 연예계의 뒷모습을 고발하는 책, 영화, 다큐들도 심심찮게 소개된다. 과연 연예계라는 곳은 어떤 곳일까?

작가 권남기는 엔터테인먼트 계통에서 20년동안 영화 연출, 시나리오 각본, 각색등의 일을 하며 수많은 연예인, 연예계 사람들과 함께 일해왔다. 글쓰기를 좋아하던 그는 언젠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글을 써야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고, 이번에 1년여간 준비작업 끝에 <매니지먼트>라는 장편 소설을 내게 되었다. 상상만으로 쓴 소설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관련분야에서 일하며 보고, 들은 경험을 토대로 씌여진 소설이라 픽션이 아닌 팩션에 가까운 글이라 보여진다.

소설의 시작부터가 충격적이다. 데뷔 2년만에 톱스타로 성장한 가수겸 여배우는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모여든 수많은 기자들 앞에서 자살한다. 톱스타 오유경은 왜 자살했는가! 독자들은 역으로 오유경의 과거를 함께 여행하면서 그녀가 겪어왔던 일, 소위 연예계의 어두운 면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소설의 소재가 그리 낯설지 않은 것은 장자연 사건부터 최근의 고영욱 사건까지, 또 오현경부터 백지영까지, 거기다 어제 중국발로 보도된 장쯔이의 성 스폰서 사건에 이르기까지 심심할 새가 없이 터져 나오는, 익히 잘 알려진 연예계의 부정과 비리, 성상납과 성폭행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러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무엇보다 그런 내용들이 우리 일반인들에겐 베일에 싸여있는 연예계라는 특수한 세계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는 우리가 접해왔던 모든 연예계의 추악한 면이 드러나 있다.

물론 연예계라는 곳이 온갖 악인들의 집합소이고, 타락한 세계는 아닐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여자연예인들이 모두다 몸바쳐서 데뷔하고, 정기적으로 스폰서를 두고 있는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막연히 연예계를 동경해온 청소년들이라면 이런 면도 있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오늘도 인터넷을 서핑하다 논란이 되고있는 연예기사에서 영화 '후궁'에 출연한 배우 조여정이 가슴수술을 했는지 안했는지 여부를 놓고, 가십성 기사들이 난무하고 댓글에서도 논쟁이 뜨겁다는 것을 알게됐다. 가슴수술을 의심하는 댓글러들, 그리고 이에 맞서 수술하지 않았다고 에둘러 빙 돌아서 해명하는 조여정쪽 관계자라는 사람들. 진실을 진실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또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을 볼때 이 소설의 부제가 다시한번 매치되며 떠오르게 됐다. '진실은 사라지고 소문만이 유령처럼 남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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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은정 장편소설
임은정 지음 / 문화구창작동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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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9월 27일, 강원도 춘천시 우두동에서는 지금껏 듣도보도 못했던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초등학교 5학년이던 파출소 소장의 딸이 논둑에서 강간당한 후 목이 졸려 숨진채 발견된 것이다. 지금이야 심심치 않게 잔혹범죄들이 뉴스에 보도되곤 하지만, 당시에는 온 국민을 경악시킨 끔찍한 아동상대 성범죄 및 살인사건이었다. 특히 피해자가 파출소장 딸이라는 점, 그리고 박정희 정부가 유신헌법 제정을 앞두고 입법, 사법, 행정부의 모든 권력을 장악한채 강력범죄 근절을 부르짖던 시기에 발생했던 터라 정부는 이 사건을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하고 범인 검거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당시가 어떤 시기였는가. 마을 남자들 모두를 피의자로 보고 강도 높은 수사를 했지만, 수사에 어려움을 겪자 10월 2일 내무부 장관 김현옥은 특별담화를 통해 10월 10일까지 범인을 잡지 못하면 관계자들을 문책하겠다는 내용을 하달한다. 이제 범인을 만들어서라도 잡았다고 해야될 실정이었다. 그리고 마치 코미디 프로를 찍듯 경찰은 10월 10일 마감시한을 맞춘 신문사 원고처럼 범인을 검거했다고 언론에 발표한다. 정원섭씨는 이렇게 조작된 국가의 공권력에 의해 아동강간 살인범이 되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5년을 복역하게 됐다. 그리고 2008년 10월, 이미 재판이 끝나고 복역까지 마친 이 사건이 다시 재심 절차에 의해 춘천지방법원에서 심리가 열리게 된다. 이 소설은 이렇게 '춘천 역전파출소장 딸 강간살인사건'의 피의자 정원섭씨 사건의 실화를 바탕으로, 여기다 작가 임은정이 허구로 만들어낸 정원섭의 사랑이야기를 추가시킨 소설이다.

 

 

나 역시 우연한 기회에 라디오를 통해 이 사건을 알게됐고, 재심끝에 무죄 판결을 받은 정원섭씨의 인터뷰를 들었던 적이 있다. 38세 나이에 억울하게 살인범으로 몰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옥중에서 신앙심을 바탕으로 모범수로 특별 감형을 받았어도 15년 넘게 옥살이를 했으니 국가에 대한 그 분노와 억울함이 어떠할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상상이 갔다. 그러나 라디오를 통해 전해지는 말투는 담담함 그 자체였다. 이제 화를 내고, 분노를 표출할 젊음마저도 세월속에 지나버려 초연한 노인의 추억을 듣는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의 나이가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이 나던 2011년 78세였으니 무슨 회한과 분노가 남아 있을까. 오히려 그는 '용서'라는 말을 입에 담고 있었다. 자신을 고문해서 거짓 자백하게 만들었던 수사관들, 알리바이를 뻔히 알면서도 서슬퍼런 군부독재 시대 형사들이 두려워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거짓 진술했던 마을 사람들을 향해, 맞은 사람이 먼저 용서하고 싶다는 얘길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버린 것이다. 하지만 용서를 하고 싶어도 잘못한 이들이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빌어야 용서할 것이 아닌가. 어렵게 기회를 잡은 재심에서도 검사쪽에서는 무죄라는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하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작게는 개인의 불행에 대한 이야기지만, 크게는 국가의 폭력, 재판부에 대한 불신을 담고있다. 개인이 잘못하면 법의 판단을 받아 죄값을 치루겠지만, 그 잘못을 판단하고 처벌하는 재판부가 잘못을 할 경우엔 어떻게 바로잡을수 있을 것인가! 이는 얼마전 개봉했던 영화 '부러진 화살'과도 일맥상통하는 주제의식이다. 이 사건으로 한 사람의 일생이 망가져 버렸다. 하지만 정작 안타까운건 한사람의 인생만 망가진게 아니라는 점이다. 두 아이의 아빠이자, 한 여자의 남편이고, 자식이고, 신학대를 졸업한 종교인이었던 정원섭씨가 끔찍한 살인마라는 재판결과는 아이들을, 아내를, 부모를, 같은 종교인들을 수렁에 빠뜨리고 평생 씻을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정원섭씨가 수감되고 그의 가족들은 동네에서 살지 못하고, 쫒겨나야 했다. 또한 가장이 순식간에 사라진 가정은 아내를 행상으로 내몰았고, 아이들은 고아원을 전전했다.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손가락질과 냉대를 받으며 자랐다. 한 죄없는 사람과 가정을 파탄시키고 죽음보다 더한 불행속에 살아가게 만든 국가의 잘못에 대한 보상은 어떡해야 만회될수 있을까.

 

 

정원섭씨는 스스로 억울함을 증명할 길도 없었다. 사건 직후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지만 항소심에서도 항소를 기각당해 그대로 형을 살수밖에 없었다. 억울하다는 그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만기출소한 이후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끝까지 억울함을 증명하고 싶었기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재심 청구를 위한 준비에 몰두했다. 변호사들은 정원섭의 사건 기록을 찾으려했지만 1994년 보존기간 경과로 사건기록이 폐기되어 남아있지도 않았다. 다행히 사건직후 항소심을 도와주었던 이범열 변호사가 사건기록을 복사해 놓은것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재심을 청구하지도 못해보고 진실이 묻힐 판이었다. 정원섭의 도움요청을 받은 동아일보사에서도 법률팀이 취재에 나서 재판당시 증언했던 증인들의 위증사실을 보도했고, 방송에서도 그 사건을 다뤘는데 경찰의 협박과 회유로 많은 이들이 거짓 증언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심지어 정원섭을 고문했던 경찰 당사자들도 시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사법부는 재심 청구를 쉽게 받아들여지주 않았다. 30년이 지난 지금 증인들의 기억이 그때보다 지금이 정확할리 없다는 점, 당시 증언들이 허구라고 인정할만한 확실한 자료가 없다는점을 들어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2001년 10월 4일의 일이었다. 오직 명예회복을 위해 뛰어다니던 정원섭과 가족들에게 또다시 좌절을 안기게 된 사법부였다.

 

그런데 기적같은 일이 생겼다. 이미 형기를 채웠고, 억울하다며 신청한 재심청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2005년 노무현 정부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이라는 것을 만들고 <과거사정리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자신의 누명을 벗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 청원서를 제출했고, 위원회에서 청원서를 접수하고 정식 조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치명적인 당시 재판의 오류를 찾아냈다. 당시 시신에서 채취한 음모를 분석한 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는 범인이 A형이라고 밝혔지만, B형인 정원섭을 범인으로 만들려 작정했던 경찰과 검찰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재판과정에서 공개하지 않았다. 또 시신이 처음 발견됐을때 현장에서 수거한 연필과 빗등의 증거품들이 수사과정에서 정원섭의 집에서 가져온 연필과 빗등으로 뒤바뀐 사실도 밝혀졌다. 마침내 2007년 11월 20일 위원회는 "정원섭의 어린이 강간 및 살인죄에 대한 재판 사건은 고문에 의한 허위 자백 및 증거조작으로 인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사과와 재심을 권고한다"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사법부는 끝까지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았다. 2008년 10월 24일 재심 사건이 배정된 춘천지방법원에서 검사들은 31년전 원심때와 마찬가지로 유죄를 주장했다. 그런데 이젠 시대가 바뀌었다. 증인으로 나온 당시의 증인들은 경찰과 검찰의 폭력과 강압에 의해 거짓진술을 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1심 판결은 "폭력과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이었고, 불법적이며 야만적인 경찰의 증거조작이었음에도 이를 간과한 원심은 잘못되었다"고 판결한다. 그러나 검사들은 이에 불복하고 항소. 2009년 2월 6일 항소 재판부는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원심의 판결을 다시 확인했다. 그래도 검사들은 다시 대법원에 상고한다. 이후 2년 6개월이 넘도록 대법원은 판결을 유보하자 78세였던 정원섭이 "대법원이 사건을 진행하지 않고 침묵하며 죽기를 기다리며 자연면소를 만들려는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는 내용의 청원서를 접수했다. 2011년 10월 27일 마침내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며 최종적으로 피고 정원섭의 무죄를 선언했다. 이는 시국사건이 아닌 일반 형사사건에서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은 대한민국 헌정사 최초의 일이었다.

 

지금도 정원섭씨는 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감사한다고 말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아니었으면 자신의 억울함은 죽을때까지 풀지 못하고, 자손들 역시 살인자의 후손이란 멍에를 지고 살았어야 했을터다. 또한 과거에, 혹은 지금도 제2의 정원섭, 제3의 정원섭처럼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린 사람이 없다고 어떻게 장담할수 있을까! 특히 70년대 검찰이나 지금의 검찰이나 정권에서 독립하여 공명정대하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의 잣대를 들이미는 조직이라고는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검찰이 그 당시와 지금 달라진건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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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 인 부에노스 아이레스 - 탱고를 찾아 떠나는 예술 기행
박종호 지음 / 시공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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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게 읽게되는 책 중에서 보석같은 책을 발견하곤 한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다가 우연히 접한 책을 통해 어느새 갑자기 내게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들... 얼마전 읽었던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가 그러했고, 오늘 읽은 <탱고 인 부에노스아이레스>가 그랬다. 아프리카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진짜 아프리카에 대해 아는 사람도, 알려고 하는 사람도 없다. 그 책속에는 내가 모르던 아니 정확히는 알려고 하지도 않고 무관심했던 아프리카의 불편한 진실이 들어있었다. 괜시리 아프리카인들에게 미안해지는 불편함.. 그리고 이번에 읽게된 탱고 이야기는 또 어떤가!

 

사실 아프리카를 모르는 사람이 없으면서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듯 탱고라는 춤, 음악에 대해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반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탱고하면 춤을 떠올렸고, 남녀가 밀착되어 특유의 격렬한 음악에 맞춰 고난이도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댄스, 그게 내가 알고있는 탱고의 전부였다. 이 춤이 어느 나라 춤이고, 어디에서 유래됐고, 동작에는 어떤 의미가 있으며, 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는지.. 관심도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저자 박종호의 글이 자칫 조금이라도 지루했더라면, 혹은 탱고를 설명하는 딱딱한 강의식이었다면 이 책은 읽다가 포기하고 말았을터이다. 그런데 별 기대도 않고 한번 둘러보겠다고 펼친 책을, 3일동안 끝까지 읽고 말았다. 내가, 탱고를 다룬 책을 말이다.. ㅡㅡ; 그리고 한번도 일부러 듣지 않았던 탱고 음악을, 지금 들으면서 글을 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다들 한번쯤은 들어본 도시 이름일 것이다. 왠지 낭만적이다. 정열의 대륙 남미, 그리고 그중에서도 아르헨티나의 수도다. 또한 저자 박종호가 2주간 여행하며 탱고의 발자취를 더듬어간 도시이기도 하다. 바로 탱고의 발원지다. 탱고의 매력에 푹 빠져있던 저자가 탱고에 대한 자료를 찾고자 검색해봤는데 놀랍게도 2008년 당시에 국내에 탱고 관련 서적이 단 한권도 없었다고 한다. 이웃 나라 일본은 이미 탱고 열풍이 불어 수많은 서적들이 출간되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결국 일본에서 출간된 책들을 읽다가 어느 여류 소설가가 탱고에 꽂혀서(!) 무작정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건너가 2주일간 여행을 하고 돌아온 후 그 2주일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을 읽게됐다. 그리고는 용기를 냈다. 그토록 매혹적인 탱고라면 그녀가 했던 그대로 따라하며 나도 영감을 얻어보자~ 이런 기분이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저자는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떠났다. 일본의 여류소설가가 묵었던 호텡과 같은 곳을 예약하고, 그녀가 했던 여정을 똑같이 답습하며 2주일을 보내기로 한다. 그리고 그녀가 소설을 냈듯 저자는 이 책 <탱고 인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쓰게 되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가 그렇게도 먼 곳이었나? 비행시간만 24시간이 넘는다니! 서울에서 애틀랜타까지 13시간, 다시 애틀랜타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11시간을 비행했다. 상상만해도... 게다가 시차는 정확히 12시간 차란다. 그래서 시계를 재셋팅할 필요도 없었다고 한다. 계절도 정반대. 서울은 9월이라 여름의 끝무렵이고 가을이 시작될 시기였는데 부에노스아이레스는 3월의 날씨,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무렵이었다. 이역만리 떨어진 남반구의 낯선 나라, 낯선 도시에서 저자의 탱고를 느끼기 위한 여정이 시작됐다. 당연히 다들 모르시겠지만.. (나는 이제 안다 ^^v) 탱고가 언제, 누구에 의해, 어떻게 시작됐는지 아시는가?

 

아르헨티나는 남미에서 신흥 국가로 풍부한 농수산물을 유럽 각지로 수출하며 성장한 나라였다. 따라서 유럽 각지에서 일자리를 찾아 바다를 건너온 하층민들이 부둣가 도시 라 보카에 집단으로 거주하기 시작했다. 유럽에서 건너온 이들은 부두 노동자, 조선소 노동자로 일했는데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폴란드에서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대개 가족을 남겨두고 돈을 벌어 돌아가겠다는 일념으로 왔지만 고된 일과에도 쉽게 돈을 벌어 빈곤을 벗어나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이민생활이 길어지고 라 보카 지역은 빈민촌이 형성되었고, 이들의 외로움은 자연스레 술집과 창녀촌이 발달하게 되었다. 육체적인 외로움은 창녀를 돈으로 사면서 그순간 위로가 되었겠지만 정신적인 외로움은 해결되지 못했다. 그래서 같은 외로움을 가진 남자들끼리, 춤과 노래로 표현하게 된 것이 탱고의 시작이다. 지금의 탱고는 정열적인 남녀의 댄스로 발전했지만, 탱고의 기원은 길고긴 이민생활의 고단함과 외로움을 달래고자 남자들끼리 시작한 슬픈 노랫말과 춤이었다.

 

 

탱고의 기원부터 발전과정, 그리고 변화와 유행이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여행하는 저자의 여행기 형식의 글 속에서 다 들어있다. 뿐만아니라 탱고,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이어 아르헨티나에 관한 이야기도 읽을거리가 충만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어딜가나 세명의 동상을 쉽게 볼수 있다고 한다. 최고의 탱고 가수 카를로스 가르델, 애칭 에비타라고 불리는 에바 페론, 그리고 축구황제 디에고 마라도나가 그들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도 탱고의 기원지는 라 보카와 산 텔모 지역이다. 저자가 묵었던 라 보카에는 어딜가나 수많은 탱고 클럽, 카바레들이 성업하고 있고, 거리에서 탱고의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람들을 볼수 있다. 그런데 이들은 뜨내기 여행객들의 지갑을 노린 소위 '선수'들이란다. 관광객에게 사진을 찍히고 팁을 받는 직업꾼들.

 

 

아르헨티나 빈민촌에서 시작된 탱고는 발전을 거듭하여 유럽에 퍼져나갔다. 하지만 정작 아르헨티나의 부자들이나 중산층들은 탱고를 철저히 외면했다. 그런데 탱고가 새로운 문화로 프랑스 파리에서 큰 인기를 끌며 상류층의 사랑을 받게되자, 파리에서 건너온 것이라면 양재물도 마신다는(!) 아르헨티나 상류층이 그제서야 탱고를 받아들이게 된다~ 지금의 탱고는 여러 과정을 거쳐 초기의 탱고와는 다른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탱고라고 하면 춤만 생각하지만 춤 이전에 노래와 음악이 먼저 시작됐고, 춤과 문학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문화로 보는것이 옳을것 같다.

 

전혀 관심도 없던 탱고에 대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호감이 생긴다. 그리고 이쯤에서 탱고 음악을 한번 들어보고도 싶다. 그렇지만 탱고 음악이 나한테 있을리가 만무하고, 그렇다고 한번 들으려고 탱고 씨디를 사기에도 좀 그렇다. 그런데 이게 왠 보너스인가! 책 후면에 미니 씨디가 동봉되어 있다. 바로 아르헨티나 3대성인으로 추앙받는 -좀전에 위에서 언급했다. 카를로스 가르델, 에바 페론, 디에고 마라도나- 최고의 탱고가수 카를로스 가르델이 부른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날', '귀향', '포르우나 카베사' 이렇게 세 곡이 들어있다. 그래서 포스팅 서두에 내 평생 처음으로 탱고 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쓰고 있는 것이고~~ ^^

 

 

워낙에 몸치이자 춤에 관심이 없어서 그렇지, 끼가 흐르고 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읽고나서 탱고를 배워보고 싶은 열망에 휩싸일수도 있겠다. 탱고는 정열의 춤이다. 보통 3분에서 길어야 5분 내외다. 그 시간동안 남녀는 함께 몸을 밀착하고, 서로를 탐하면서 열정적인 춤을 추지만, 곡이 끝나면 이들은 헤어지고 새로운 파트너와 새로운 춤을 춘다. 서로에게 주어진 시간은 3분이다. 그래서 맘에 드는 이성에게 최선을 다해 자신의 열정을 표현하는 춤이 탱고다.. 또 탱고는 상체보다 하체 위주의 춤이다. 상체는 남녀가 완전히 밀착되어 있기에 움직일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 춤을 추는 동안 남녀의 상체가 떨어지는 순간은 여성이 턴을 할때 잠시뿐이다. 그것도 턴이 끝나면 남성은 여성의 허리를 감고 다시 강하게 뜰어당겨 상체를 밀착시킨다. 그래서 하체의 움직임이 발달할수 밖에 없다. 장국영, 양조위가 주연한 영화 '해피투게더'의 배경이 된 탱고와 부에노스아이레스, 어떤가. 갑자기 탱고가 너무나 사랑스럽고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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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즐거운 DSLR 촬영 테크닉
남코 고남희 지음 / 정보문화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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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 제목이 책 제목이다. <매일이 즐거운 DSLR 촬영테크닉>

작년 10월 결혼기념일날 큰맘먹고 꽁꽁 숨겨두었던 비자금을 통틀어 아내에게 DSLR을 선물했다. 월급은 고스라니 월급통장으로 들어가고, 거기서 모든 생활비가 지출되고 있었기에 비자금을 조성할 여지가 없었지만, 블로깅 하면서 다음뷰에서 지원받은 지원금, 구글의 애드센스 광고료를 차곡차곡 쌓아놓으니 1년여가 지나자 백여만원이 생긴 것이다. 이 돈으로 뭔가 특별한걸 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나를 위해 쓰고싶었다. 항상 집과 회사, 아내와 아이들, 가족만 위해서 살아온 나를 위로하는데 사용하고 싶었다. 그런데 결국 쓰게된건 결혼기념일 아내를 위한 선물이었다...  ㅡㅡ;

 

사실 딱히 하고싶은 것, 갖고싶은 것이 생각나지 않더라. 게다가 오래전부터 사진에 관심이 많아 디카만 세번을 갈아치운 아내가 DSLR을 몹시도 갖고싶어 했지만, 워낙 고가인 장비라 포기하고 사는것이 안쓰러워 깜짝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DSLR을 선물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로 1년여가 지났지만 난 DSLR로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다. 사진에 그다지 욕심도 없기도 하거니와 그 흔한 디카도 잘 안가지고 다닌다. 그래도 명색이 블로거인데 카메라 하나쯤은 항상 들고다녀야 하겠지만, 요즘 스마트폰이 좀 잘나와야 말이지.. 갤럭시S 하나로 왠만한 사진은 다 커버했다. 또 책 블로거다 보니 책표지 사진 찍는데 핸드폰 하나면 충분하기도 했고~ 그러다 문득 나도 DSLR 다루는 법좀 배워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관심은 없는데 그래도 고가의 카메라를 사놓고 똑딱이 디카처럼 사용하는건 뽀대가 안나지 않는가.

 

 

저자는 남코 고남희. 이름은 고남희고 남코는 호인건가? ㅡㅡ; 전문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고 온라인에서 남코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있단다.

 

 

목차를 살펴보면 WHO, WHAT, WHEN, WHERE, HOW, WHY 6하원칙을 차용해서 누가 찍을것인가? 무엇을 찍을것인가? 언제 찍을것인가? 어디서 찍는게 좋을까? 어떻게 찍어야하나? 왜 찍는걸까? 라는 단원으로 사진찍기의 기술적인 기법을 설명하고 있다. WHO에서는 카메라 장비이야기를, WHAT에서는 피사체와 시선에 대해, WHEN은 시간과 날씨와 계절에 대해, WHERE는 장소와 배경, HOW는 촬영기법과 색감, 그리고 구도에 대해, WHY는 사진이 전하는 추억이야기에 관한 단원이다. 이 밖에도 사진의 주제에 따라 일상, 인물, 동물, 풍경, 여행으로 분류해 세부적인 예를 들며 감성적인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역시 사진을 주제로 한 책답게 저자가 직접 찍은 멋진 사진들이 참 많다. 열공하는 모드로 첫장부터 파기 시작했다. DSLR 카메라의 종류, CCD, CMOS같은 렌즈의 특징, 크롭 바디와 풀프레임 바디, 초점거리에 따른 광각렌즈와 표준렌즈, 망원렌즈 각각의 장단점, 얕은 심도, 깊은 심도.. 이상이 첫번째 단락인 WHO 누가 찍을것인가?에 소개된 카메라 장비 이야기 부분이다. 창피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딱 여기까지만 정독했다. 그리고 그 다음부턴 후루룩 책장을 넘기며 사진감상하는데 치중했다. 그러다 재밌는 부분 나오면 대충 읽어보고... 아~ 만약 당신이 나처럼 DSLR 생초짜라면 이 책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것 같다. 저자가 상당히 고심해서 체계적으로 DSLR을 소개하고 멋진 사진을 얻기 위한 테크닉등을 소개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DSLR의 용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생초짜들에게는 55~250mm F4~5.6 IS 이런 암호같은 기호들이 뭘 의미하는지 어렵기만 하니, 이 책에서 설명하는 내용이 들어올리가 만무하다. 내 무지의 소치다... 그러기에 이 책은, 내 생각엔 생초짜말고 그냥 초급자 또는 중급자 정도의 내공을 가진 DSLR애호가들에게 적합한 책이다. 이렇게 찍어볼까? 저렇게 시도해볼까? 왜 이런 노출에 셔터 속도로 사진이 이렇게 나올까? 뭐 이런 레벨 정도?

 

하지만 너무 어려운 책인가?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지만 저자가 이 책을 쓸때는 초보자용으로 쓴거라고 한다. "이 책은 DSLR 초보자들이 사진을 찍을때 생길수 있는 질문을 쉽게 설명하였다" 라고 표지에 씌여있기도 하다. 그러니 난이도는 하급일 터이다. 다만, 나같은 경우는 마치 스키를 처음 타러 간 사람이 슬로프 밑에서 넘어지는 법, 일어서는 법, 속도를 줄이는 법도 배우지 않고 당당하게 초급자용 슬로프에 올라간 격이다. 그러니 그 완만하고 짧은 슬로프를 내려오면서도 데굴거리고 내려와서는 "아이고~~ 스키라는게 무지 힘든거구나. 골병들겠다~~"고 엄살을 떠는 거겠지...

 

 

 

인물사진 잘 찍는 법, 풍경사진 찍는 법 등 알아두면 유용한 정보들도 많다. 난 특히 와닿았던게 사진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다. 인물 사진 찍을때 꼭 얼굴이 나와야 하는 법이 없단다. 그래서 저자는 가끔 혼자 셀카를 찍을땐 주로 자신의 발을 찍는다고 한다. 지금 내가 서있는곳, 가고있는 곳, 땅과 거리들이 더 사실감 있게 찍혀 나온다. 또 손은 어떤가? 뭔가를 하고있는 손, 잡고 있는 손이 주인공이 될수도 있다. 그리고 또 하나, 꼭 멋지고, 신기하고, 아름다운 것들만 주인공이 되라는 법은 없다. 길가에 자라난 풀 한포기, 혹은 동네 슈퍼 앞에 파라솔, 먼지 잔뜩낀 도로변 가로등, 이런것들도 사진속에 주인공이 될수 있다. 그리고 어느 사진 못지않게 아름답게 표현되더라.. 앞으로 내가 사진찍는데 취미를 들이거나 한다면 꼭 잊지 않아야겠다. 그리고 다음번엔 이보다 더 낮은 레벨의 책을 구해서 DSLR에 대해 이해할수 있게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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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우등생학습 + 우등생 만점 플래너- 2013년 기준 1~6학년(정기구독 1년) - 4학년(2013년 기준)
천재교육(월간지)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이번달 초등학교 1학년 과정 월간 우등생학습을 소개합니다.

 

 

이번달 구성 다섯 권 입니다.

본책에 국어, 슬기로운생활, 즐거운 생활, 바른생활이 있고

수학과 영어

그리고 월말평가와 해답지 입니다.

 

 

이번달 첫번째는 문답식 학습요점정리인데

전 과목의 핵심요점정리를 서술형 문답식으로 정리해 놓아 질문만 읽어도 단원에서 무엇을 짚고 넘어가야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국어학습,,늘 그렇듯이 본 학습은 학습목표와 핵심정리만 잘..잘...읽으면 그 다음은 술술...

하지만 그냥 흘려읽는 우리 아이를 위해 빨간펜 죽죽~!!!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 바른생활도 역시 요점정리 및 형광펜 좍! 빨간펜 좍! 거기다가 확인문제는 주관식으로 풀게 되어있어

그냥 찍기로는 넘어갈 수 없죠!

 


 

이번달 수학은, 일의자리 뺄셈(뺄셍의 원리)과 수열, 그리고 묶음수의 개념학습입니다.

아..점점 어려워지는군요. 쩝~

 

 

영어는 아직까지 알파벳 첫소리 학습입니다.

 



 

월말평가는

받아쓰기(문장)-해답지에 받아쓰기 문항이 있습니다.-

핵심정리

문제풀이 순서로 되어 있습니다.

교과가정에 충실하며 조금씩 탄탄하게 학습을 진행시켜나가는 월간 우등생학습..

여기에 논술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겠죠~

http://www.edumon.co.kr/in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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