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녀 - 궁궐에 핀 비밀의 꽃, 개정증보판
신명호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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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전부터 인기를 끌던 사극열풍이 잠잠해지기는 커녕 갈수록 브라운관을 점령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 같은 정사에서 기인한 역사 드라마든,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팩션드라마든 간에 우리 사극의 공간적 배경은 주로 궁궐일때가 많다. 왕과 왕비, 그리고 후궁들, 거기에 당파싸움과 외척세력들까지.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들이다. 그런데 어느 사극이든 이들 못지않게, 혹은 이들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궁궐의 꽃이 있었으니, 바로 궁녀들이다. 


어느 시대건 수백명씩 기거했던 궁녀들은 때로는 우연히 왕과 하룻밤을 보내고 신분상승의 신데렐라가 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중전과 후궁들의 대립에서 상대의 동향을 파악하는 스파이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대장금이나 의녀들처럼 그들 스스로가 사극의 주인공이 되어 활약하기도 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후궁>에서도 조여정의 노출연기에 가려져 부각되지 않지만 내시와 궁녀들의 애환을 깊숙히 다루고 있다. 궁녀라고 다같은 궁녀도 아니다. 철저한 업무분담과 계급이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들은 궁녀에 대해 아는게 없다. 기껏해야 의자왕의 삼천궁녀 이야기를 주워듣고 백제의 마지막왕 의자왕이 정사에 관심이 없고 궁녀들과 문란한 유흥에만 빠져있어 결국 나라가 망하게 됐다~는 설과 함께, 신라군이 처들어오자 낙화암에서 삼천궁녀가 몸을 던졌다는 밑도끝도 없고 근거도 없는 말만 떠올릴 뿐이다. 조선시대때도 궐안의 궁녀는 수백이었다. 하물며 인구가 턱없이 적었던 삼국시대때 삼천궁녀가 있었다는건 허무맹랑한 얘기일뿐 아니라 사서에서도 그 근거를 찾아볼수 없다. 백제와 적이었던 신라의 역사가들이 지어낸 소설일뿐.


  "궁궐에 핀 비밀의 꽃"이라는 표지 부제와 띠지에 적힌 "궁녀의 금지된 성과 사랑, 끝없는 음모와 암투까지!"라는 글귀에 혹해서 책을 읽게됐다. 뭔가를 기대하면서~ 



but~ 은근히 기대했던 내용은 한낱 바램으로만 끝나버렸다. 일종의 밑밥 이었다! 뭔가 야시시한 분위기를 풍겨놓고 정작 책 내용은 무척 건전한 편이다. 말 그대로 궁녀의 모든것을 자료에 근거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어떤 이들이 궁녀가 되는가, 궁녀는 몇살때 입궐할까, 궁안에서의 생활은 어떨까, 허용되는 일과 금기되는 일, 궁녀들은 평소 어떤 일들을 할까, 월급은 얼마나 받을까 등등... 마지막 6장에서 '궁녀의 성과 사랑'을 다루고 있는데 대부분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있는 내용들이다. 



궁녀는 처녀여야 하고, 처녀로 늙어가야 하는데 피끓는 젊은 처자들이 간혹 남자 대용으로 서로간에 동성애를 즐기기도 하고, 내시들과 눈이 맞아 아가페적인 사랑(?)을 하기도 하고, 종친들이 궁에 드나들다 궁녀와 썸씽이 생기기도 한다는~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궁녀가 왕이 아닌 외간남자와 사랑을 하게되면 상상할수 없을만큼 잔혹한 방식으로 죽임을 당하게 된다. 한마디로 사랑을 하려면 목숨을 걸고 해야한다는 것~


속대전 형전, 간범 편에서는 

"궁녀가 밖의 사람과 간통하면 남자와 여자는 모두 즉시 참수한다. 임신한 자는 출산을 기다렸다가 형을 집행한다. 출산이후 100일을 기다렸다가 형을 집행하는 예를 따르지않고 즉시 집행한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 시절에 사형을 선고받은 여자가 임신을 하고있다면 아기가 태어나고 100일동안 형 집행을 연기한다는 관습이 있었는데 궁녀가 간통할 경우에는 이 규정을 따르지 않고 즉시 참수했다고 하니 얼마나 큰 죄로 간주했는지 알수 있다. 그렇다면 이유가 뭘까? 단순히 왕의 여자가 될지도 모르는데 몸가짐을 잘못 했다고? 그건 아닌것 같다. 조선시대 왕족들은 항상 독살의 위험과 공포속에서 병적으로 의심하며 살아갔다. 헌데 궁안의 그것도 왕의 수발을 드는 궁녀들이 역심을 품은 자들과 내통이라도 한다면 그만큼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것은 자명한 일. 궁녀들이 스스로 역심을 품지 않는다해도 그런 사람들과 사랑에 빠지거나 몸을 주거나 하게되면 이용 당할 위험이 크지 않을까? 그런 이유로 외부 사람들과의 접촉을 엄금하고 있다고 봐야하겠다.


그런데 모든 궁녀가 위와 같은 무시무시한 형벌을 받는건 아니었다고 한다. 왕과 직접 접촉하거나 왕의 수발을 들거나, 승은을 입을 가능성(?)이 있는 상궁, 나인들은 엄히 외간남자들과의 잠자리를 금지했지만, 상궁이나 나인들의 하녀 역할을 하던 방자나 무수리들이 간통을 하다 발각되면 참수까지는 하지않고 곤장 100대, 강제 노역 3년같은 중형에 처해졌다.



가난과 굶주림이 당장의 문제가 되던 때, 여자들이 꿀수있는 가장 큰 꿈은 궁녀가 되는 것이었다. 궁녀가 되면 소한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되었고, 거기다 사가의 부모를 위해 식량과 물품을 보내줄수도 있었으니. 궁녀들은 조직이 엄격하고 질서정연하게 유지되었는데 경국대전과 같은 법률서에서도 궁녀의 지위와 역할을 규정하고 있다.



궁녀는 맡은 역할에 따라 지밀 나인, 침방 나인, 수방 나인, 세수간 나인, 생과방 나인, 내소주방 나인, 외소주방 나인, 세답방 나인으로 구별되었다. 나인들은 25~35년이 지난후 상궁으로 승격되었는데 상궁이 되면 '마마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렸다. 상궁이 되지못한 나인들은 '항아님'이라고 불렸다. 관례전의 나인들은 각시라고 불렸는데 지밀, 침방, 수방의 각시들은 생각시라고 하여 일반 각시들보다 대우를 받았다. 따라서 각 방 별로 상궁 > 나인 > 생각시 > 각시 순으로 서열이 매겨졌다. 이 밖에 상궁들 중에서 궁녀들의 처소별로 전체를 총괄하는 제조상궁이 있었고, 규율을 담당하는 감찰상궁이라는 보직도 있었다. 몇몇 영화에서 보면 감찰상궁은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에 무서운 존재로 나왔던 것이 기억난다.


읽다보면 처음 기대했던 야릇~한 내용은 별로 없지만 책 속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그간 궁녀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싶기도 하고 그 세계 나름대로의 질서에 호기심도 일어난다. 또 궁녀들 중에서 유명했던 인물들의 일화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저자는 신명호, 조선시대사를 전공하고 오랫동안 조선시대 왕과 왕실 문화를 연구해오다 주로 왕실에서 소외되었던 계층과 인물들을 발굴하고 소개하는데 관심을 가져왔다. <조선왕조실록> 이 아닌 <조선왕비실록>을 집필하기도 했다고.  저서로는 <조선공주실록>, <한국사를 읽는 12가지 코드>, <왕을 위한 변명>, <조선의 궁궐에서 일했던 사람들, 궁>등이 있고 현재 부경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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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5 - 1
신아인 지음 / 아이웰콘텐츠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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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신아인이라는 작가가 쓴 역사소설 '1535'. 두 권짜리 장편소설이다. 감성역사장편소설이라는 설명처럼 일제시대 독립군을 소재로한 선 굵은 스토리와 더불어 등장인물들의 세밀한 감정묘사가 곁들여져 감성역사소설이란 이름이 어색하지 않다. 그러기에 처음 작가 이름을 보고 여성작가인가? 했다가 문체를 보면 남성작가가 흔히 쓰는 문체라고 생각했는데 또 감정묘사하는걸 유심히 보다보면 역시 여성작가이겠구나~ 하고 추측하고 있다. 검색해봤는데 자세한 작가 소개가 안나와있는 것이 신인작가의 처녀작임을 알수 있다. 총론을 해보자면 살짝 아쉬운 부분이 보이기도 하지만 꽤 잘 씌여진 수작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일단 소설을 이끌어가는 등장인물들과 그 캐릭터가 개성있고 독특하다. 뿐만아니라 구도가 매우 치밀해서 단기간의 구상으로 씌여진 소설이 아니라는걸 쉽게 알수있었다. 참 대단한 작가다. 책에 나와있는 간략한 작가소개를 옮겨본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시각언어를 체득한 뒤 온라인 마케터, 브랜드 매니저 등의 직업을 거치며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해왔다. 이어 영상언어에 대한 호기심으로 드라마 분석기사를 써오던 중 '1535'를 구상하고 집필했다. 현재는 드라마제작사 '굿스토리' 소속작가로 활동하며 오감을 넘나드는 공감각적인 소통을 꾀하고 있다."

 

난 역사에 흥미를 갖고있어서 역사소설 역시 좋아하는 장르다. 하지만 이런 역사서들을 접할때 항상 아쉬웠던 부분은 삼국시대를 포함해 조선중기까지를 다룬 영화, 드라마, 소설들은 참 많은데 조선의 국운이 쇠하여가던 조선말기,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역사서, 영화, 소설들은 드물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 시절의 시대상에 대해 항상 목말랐다. 그런데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정확히 그 원인을 분석해놨다.

 

조선시대를 중심으로 한 시대극이 오랜시간동안 다양한 세계를 구축해온 반면, 한국 근대사는 여러 이유로 외면받아왔다. 이중 가장 큰 이유는 패배감에서 기인한 상처 때문이다. 확실히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통쾌함이 결여되어 있다. 대부분의 경우 독립운동을 하는 주인공들은 목숨을 걸고 투쟁을 벌이거나 피맺힌 고뭉속에 죽어갔고, 그 결과 극이 내놓은 조선독립의 귀결은 타의에 의한 수동적인 해방이었다. 카타르시스의 부재인 셈이다.

 

소설 '1535'는 네가지 가정을 가지고 출발한다.

첫째, 만일 조선철도를 역행하는 지하통로가 존재했다면?

철도는 일제가 우리땅에 가장 먼저 건설한 근대화의 산물이다. 일각의 친일파들이 주장하는대로 조선의 근대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조선의 식량과 자원을 약탈하고 대륙침략을 위한 물자운송을 위한 목적이었다. 소설에서는 역으로 조선땅 곳곳을 연결하는 비밀 지하통로가 구축되어 있어 일본군의 허를 찌르는 독립군의 활동이 가능하다면~ 이라는 가정을 한다.

 

둘째, 자살권총으로 통하는 일본군의 94식 남부권총이 조선인의 철저한 계획에 의해 제작된 거라면?

일본의 총기 전문가인 기리조 남부 대령에 의해 제작된 이 권총은 조악한 설계로 인해 오발사고가 많아 '자살권총'이라는 악명을 얻었음에도 저렴한 생산단가와 간단한 구조로 일본군 장교들의 주축 화기로 이용됐었다. 그런데 이같은 조악한 권총이 고도의 목적을 가진 독립군의 참여로 설계되어 보급된 화기라면? 이런 가정, 생각만해도 통쾌하다.

 

셋째, 지배자 위에 선 조선인, 일본인들을 쥐락펴락하는 조선귀족이 존재했다면?

어쩌면 이 소설의 가장 큰 가정이라고 할수있다. 주인공 정민석은 조선인임에도 친일의 댓가로 후작 작위를 받은 부친과 함께 자작 작위를 천황으로부터 수여받는다. 이때문에 수많은 일본 순사, 총독부 직원들까지 발아래 두고 쥐락펴락 하는 인물로 표현된다. 친일파라 하더라도 식민시대에 조선인이 일본 고위 관료들에게 손찌검을 하고, 맘껏 욕설을 퍼붓고, 경찰 병력을 움직인다는 가정은 흥미진진하다.

 

넷째, 총독을 암살하려는 일본인과 이를 저지하려는 독립군

우리가 알고있는 역사속에는 조선에 부임한 총독을 암살하려는 독립군과 이를 막으려는 일본의 병력들이 상식적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반대다. 조선총독부의 경무국장 마모루는 총독을 암살하려는 모의를 하고, 이를 눈치챈 항일단체 한일단은 반대로 극비리에 총독을 보호하려고 맞선다. 그 이유는? 철저히 위장된 친일행각으로 총독의 신임을 받는 정민석이 계속해서 고급정보를 독립활동에 지원할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가정들을 바탕으로 이제껏 접하지 못했던 소설의 재미를 만끽할수 있다. 또 뻔한 스토리에 획일적인 끝맺음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두 죽음을 맞이하다보니 이게 해피엔딩이라고 보기도, 그렇다고 새드엔딩이라 보기도 어렵다. 다만 읽고나서 가슴이 저릿하니 감흥이 오래남을뿐... 서두에 살짝 아쉽다고 한 부분은 여성작가가 남성적인 소설을 쓰다보니 간혹 어색한 극 전개가 눈에 띄기도 한다는 점이다. 출판사에서 주는 깜짝 이벤트~ 2권을 모두 읽고 말미의 '작가의 말'을 펼쳐보니 제목이기도 하고, 독립군들의 암호로 사용되기도 한 비밀암호 '1535'가 책장속에 숨어있었다.

 

 

그런데 책을 모두 읽고나서도 개운하지 않게 만드는 의문점.. 독자들의 상상력을 부추기는 마지막 암살범의 정체. 과연 누가 범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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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별
최문정 지음 / 다차원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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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읽기전부터 기대가 컷다. 요즘 잘나가는 '핫'한 작가, 최문정의 신간인데다 전작 <바보엄마>가 엄마와 딸의 관계를 토대로 씌어졌다면, 이번 <아빠의 별>은 아빠와 딸의 말로 표현하기 힘든 미묘한 감정을 바탕으로 씌여진 소설이었기에 많은 관심을 가졌었다. 어느 시댄들 딸들을 사랑하지 않는 아빠가 있었겠냐만은 특히 요즘 시대는 유독 딸바보라 칭해지는 아빠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딸들은 어릴때부터 애정표현이 적극적이고 자연스럽다. 게다가 아빠의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애교도 술술~ 이쯤되면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아내를 쳐다보는 시간보다 딸들과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게 된다. 다섯살 딸에게 남편을 뺏겼다고 질투 느끼는 아내들도 많다잖는가. 그런데 희한한 일이다. 딸아이가 어릴땐 그렇게 자연스럽던 애정표현과 과도한 사랑이, 딸아이가 나이가 들수록 점점 약해진다. 아이는 아빠랑 노는 시간보다 밖에서 친구들과 있는 시간들이 늘어나고, 같은 관심사에 감정 교류가 자연스런 친구들에 비해 아빠들은 고리타분하다고 느낀다. 가족여행보다는 친구들과 노는 것이 더 좋고, 아빠에게는 점점 비밀이 많아진다. 그러다 고약한 사춘기를 겪기라도 할라치면 말수도 없고, 집에 있는 시간도 적고, 보수적이고, 공통된 화제도 없는 아빠와 딸은 서서히 멀어져 가는것 같다. 어릴때와 다름없이 똑같이 사랑하지만 딸에게 다가서기 힘든 아빠, 이해하려해도 이해되지 않는 고집스럽고 보수적인 아빠가 부담스러운 딸. 이렇게 부녀지간은 미묘한 애증의 감정이 싹터간다. 소설속 얘기가 아니다. 아마 많은 집들에서 겪게되는 아빠와 딸의 관계가 이러지 않을까? 물론 그중에는 딸이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아빠와 사이좋게 잘 지내는 집들도 있다. 진심으로 그런 아빠들이 부럽다. 나 역시 두 딸을 키우는 아빠로서 어느 누구보다 더 딸바보이기 때문이다. 이제 소설 얘기를 해보자.





요즘 SBS에서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바보엄마>. 이 작품의 원작이 최문정 작가의 소설이라는건 잘 아실터이다. 3대에 걸친 엄마와 딸들의 애증을 그린 작품이기도 하고, 시대별로 그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의 지위, 환경을 은근이 내포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최문정 작가의 대표소설이라고도 할수 있겠다.  아쉽게도 나는 이 책은 읽지 못했다. 두번째 소설은 아마테라스 오미카미라는 일본의 태양신이 사실은 백제에서 건너간 여성이라는 내용의 팩션소설 <태양의 여신>이 있다. 작가가 2006년에 <아마테라스 오미카미>라는 이름으로 출간했던 소설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바보엄마>의 인기를 등에업고 제목을 바꿔 재발행한 소설이다. 언젠가 블로그를 통해 이 책의 리뷰를 남긴 적이 있다. 다만 그리 큰 감명은 받지 못했다. 말이 백제계의 여성이 일본을 지배했다는 거지 소설의 내용은 그게 핵심이 아니라 미천한 출신의 평범한 여성이 온갖 역경을 거치면서도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사랑도 포기하고, 마침내 일본 최고 지위에 올라섰다~는 내용이다. 감명은 커녕 살짝 반감도 들었다. 그냥 한국작가가 쓴 일본 역사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일본이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읽은 최문정의 세번째 소설 <아빠의 별>. 이 작품은 단연 최고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겠다.





 

성공한 발레리나의 삶을 살고있는 딸과, 아픈 가족사를 안고있는 군인아빠. 딸을 사랑하지만 표현이 서툴렀던 옛날 아빠들의 모습과 그런 아빠를 이해하려기 보다 아픈 가족사의 책임이 아빠에게 있다고만 믿고 서먹하게 멀어지는 딸의 모습이 소설의 주된 뼈대를 이루고있고, 누구나 짐작할수 있다시피 감동을 주고있다. 그러나 그와 함께 몇가지 재밌는 포인트들이 몇개 눈에 띈다. 첫번째는 소위 성공한 여성들의 일과 사랑 사이에서의 갈등을 다룬 부분이다. 세계적인 발레리나로 우뚝선 주인공이 그자리에 올라서기까지는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지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다. 남들이 하는 모든 일들을 포기하고 발레에만 매진했어야 했겠지.. 이때 사랑이 찾아온다면?


두번째는 말로만 듣던 재벌가의 결혼풍속을 묘사한 부분이다. 입이 쩍 벌어지는 상황들이 묘사되고 있다. 정말 이럴까? 싶을 정도로. 물론 소설이다 보니 작가의 상상력이 추가된 부분도 있겠지만 어느정도는 사실을 기반으로 씌여졌지 않나 생각된다. 결혼전 재벌가에 시집오는 신부가 받게되는 신부수업. 외국어 회화부터, 요리, 교양수업, 피부미용, 승마와 골프, 심지어 성교육 및 실습까지 신부수업 시간표에 짜여있다. 또 자기네들끼리 안에서 진골, 성골, 육품 서열을 매겨 끼리끼리 어울리는 부분의 표현이 생생하게 씌여진다. 일반인들은 평민, 재벌가는 귀족이라는 신분 등급을 나누고 살아가는 그네들에게 분개하게 되지만 사실, 명문화 되어있지 않다뿐이지 우리가 살아가면서 자연스레 매겨지는 신분과 계급은 엄연히 존재한다는걸 인정하지 않을수 없다.


소설은 아빠와 딸을 표면에 내세우지만 사실은 여자의 일생을 그리고 있다. 꿈과 목표, 일과 사랑, 임신과 출산, 결혼과 이혼, 그리고 가족의 사랑. 뻔한 내용임을 짐작했고, 역시 그렇게 흘러갔지만 그래도 감동을 준다는게 대단했다. 읽으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한다. 하나의 사건과 진행을 놓고 딸의 입장에서 서술한 대목, 죽은 아내에게 쓰는 편지 형식을 통해 아빠의 내면을 독자에게 전달함으로서 아빠와 딸간의 갈등과 오해로 인한 안타까움을 생생히 느끼게 한다. 지금 시대의 많은, 아니 대부분의 아빠들과 딸들이 소설속 주인공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맺음 한것도 맘에 든다. 소설속 아빠의 모습이 바로 독자 여러분의 아빠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걸 느끼고 아빠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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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청춘 - 설렘과 시련을 안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낸시 랭.소재원 지음 / 작가와비평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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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독특한 형식의 책이다. 소설가 소재원과 팝 아티스트 낸시랭 두사람이 하나의 대화와 상황을 놓고 각각의 입장에서 느낀 감정을 글로 풀어냈다. 이게 소설이라면 츠지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 남녀작가가 각각 쓴 <냉정과 열정사이> 같았을것 같다. 하지만 소설은 아니고 가볍게 쓴 에세이다. 소재원과 낸시랭이 자기의 관점에서 하나의 상황을 놓고 느낀점과 청춘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 자신들의 생각을 담담이 그려냈다. 소설가 소재원은 잘 알지 못한 작가다. 그런데 이 책속에서 스스로를 소개하는 부분이 몇군데 나오는데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20대 젊은 작가인 모양이다. 자발적 노숙자 생활도 했었고, 안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막 살던 시기도 있었다고 한다. 자신의 경험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책임감 등을 소재로 글을 쓰기 시작해 2008년 영화 '비스티 보이즈'의 원안소설 <텐프로>, 르포소설 <아비>, <밤의 대한민국>, <살아가려면 이들처럼>, <형제>, <희망의 날개를 찾아서>, <아버지 당신을> 등의 작품을 출간했다.

 

소재원과 달리 낸시랭은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유명인이다. 그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예전엔 낸시랭에 대해 살짝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지금은 열렬한 팬이 되버렸다. 이 책을 통해서 그런게 아니라 최근들어 부쩍 소셜테이너로서 언론에 언급되는 그녀의 멘션들을 통해서. 한마디, 한마디 하는 말이 그냥하는 말이 없고, 말속에 뼈가 있는데다 해학적이기까지 해 통쾌하기 그지없다. 사람이 참 간사한게, 예전에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땐 사회적 이슈가 되는 낸시랭의 행위예술에 눈쌀이 찌푸려지고, 낸시랭 하면 고양이, 똘기 충만한 무개념녀, 이랬던게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뀌고나자 그녀가 행해왔던 예술도 무척 의미있고, 용기있는 행동으로 보이고, 말 한마디 하는것도 개념이 꽉찬 투사로 보인다. ^^ 어쨋든 지금 난 낸시랭을 좋아하는 단계를 넘어 존경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생각해보라. 대한민국 그 어느 여성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손가락질과, 멸시와, 빈정거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싶은 말을 하고, 전달하고 싶은 바를 과감하게 몸으로 표현하는 이가 있는가! 아래와 같은 사진들을 공개하고 참 욕도 많이 먹었었다. 그런데 이 사진을 공개하면 욕먹을거라는걸 충분히 짐작했을 터이다. 그럼에도 개의치 않는다. 남들이 뭐라하는지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그냥 지금의 자신을 사랑한단다. 분명 4차원 속에 살고있음이 틀림없다.

 

 

 

 

 

책 속에 그런 대목이 나온다. 낸시랭이 새로운 목표로 가수활동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오랜시간 보컬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댄스에 전념하는 것을 보고 소재원이 조심스레 걱정을 해준다. 분명 안티팬들이 낸시랭의 가수데뷔를 트집삼아 악플들을 쏟아내고, 언론들도 부정적인 기사들을 쏟아낼텐데 감당할수 있겠냐고.. 그런데 낸시랭의 대답이 참 쿨하다. 왜? 이렇게 한마디다. 왜냐고? 그럼 본인은 악플러들이나 적대적인 언론들이 낸시랭의 가수데뷔를 좋게 바라볼거라 생각이라도 한단 말인가? 그건 아니다. 본인도 잘 알고있다. 그런데 뭐가 문제냐! 이거다. 그네들이 왜 나한테 악플을 쏟을건데? 소재원이 조심스레 설명한다. "누나가 해온 파격적인 모습들이 일부 보수적인 사람들에겐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으니까~ 그리고 그걸 악플로 대놓고 상처주는걸 즐기는 사람도 있으니까~" 낸시랭의 반응은? "그래서 뭐?" 이런다. 사람들의 편견, 오해, 악플 이런데 초연하다. 내가 그네들에게 피해준것도 없는데 왜 그들이 나를 공격하고 나를 싫어하느냐~ 설령 사람들이 자기를 싫어한다고 해도 할수없는 일이다. 난 개의치 않는다. 그냥 하고싶은 일을 하고 살련다.. 난 지금의 이런 내가 너무 자랑스럽고 행복하다.. 바로 이런 마인드가 난 존경스럽다.

 

보통 용기와 신념이 없으면 불가능한 삶이다. 겉으론 항상 웃고 유쾌하지만, 그녀 속은 얼마나 아프고 슬플까? 그리고 포기하고 싶을때도 많을것이다. 그런데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한다. 어느 누구와 맞닥뜨려도 결코 주눅들거나 회피하지 않는다. 내 반대 성향을 가진 이가 이런다면 나도 참 미워할 캐릭터다. 그런데 다행히(?) 그녀의 생각은 거의 나와 비슷하다. 그래서 난 팬이 되버렸다.

덩치는 산 만하면서 내성적이고, 혼자 있는걸 좋아하고, 뭐 하나에도 진지하고, 사회적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청년 소재원. 그리고 그와는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작고 가녀린 몸매, 뭐 하나 심각한게 없고, 백치미가 흐를 정도로 순진무구한, 그러면서 거창한 사회적 책무, 정의감 이런거와는 거리가 먼 낸시랭. 두 사람이 청춘들에게 해주는 조언은 각기 뼈가 되고, 살이 되는 말들이다.

 

소재원 어록

 

"자신이 불행하다 생각하십니까? 지금 당장 장애인들이 있는 봉사 현장으로 달려가세요. 부모없이 살아온 고아원에 달려가 봉사하세요. 그럼 여러분이 얼마나 행복한지 느낄수 있을겁니다"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 무엇일까요? 바로 자신감과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입니다. 내가 숨을 멈추지않고 계속 살아간다면 언젠가는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신만의 믿음입니다"

"예전에 작품을 쓰다 좌절했을때 제가 아버지께 말했습니다. "아빠, 이제 나 더이상 작가로 살수 없을거 같아. 다 끝났어. 머리가 텅 비어 버렸거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언제 시작이라도 했었나? 이제 겨우 한걸음 떼려는 놈이 말이 쉽구나"

 

낸시랭 어록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 미완으로 남게 될 나의 삶을 두려워하시길"

"자신이 불행하다 생각한다면 1분만 숨을 참고, 1분만 눈을 감고 움직이고, 1분만 왼쪽 손으로 밥을 먹어보세요. 그럼 지금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알수 있을 겁니다"

"돈은 살아가면서 평생을 벌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누군가와의 시간은 돈을 벌수 있는 나날보다 많지가 않습니다. 사랑합시다. 정말 후회없이 사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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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읽고 그림으로 기억하다 - 일러스트레이터 김지혁이 그림으로 그려낸 30권의 책
김지혁 글.그림 / 인디고(글담)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책을 읽고 얼핏 떠오른 생각은, 작가가 스무살 소녀 감성을 갖었다는 것이다. 실제 여성작가인가?하고 살펴봤는데 그렇진 않다. 2006년에 29이었다는 글이 살짝 들어있으니 35세, 의젓한 청년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예쁜 그림과 감성을 가졌단 말야? 다시 보게된다. <마음으로 읽고 그림으로 기억하다>

 

이 책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김지혁이 쓴 독서감상문이다. 주옥같은 30편의 도서들을 읽고 느낀 솔직한 감상을 자신이 그린 그림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그 그림이 참 인상적이다. 오죽하면 책 제목이 '마음으로 읽고 그림으로 기억하다'일까. 인터넷을 찾아보니 김지혁 일러스트레이터의 팬층이 상당이 두터웠다. 이 책 뿐만아니라 여러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다른 작가들의 책에 일러스트를 맡는다던지, 문화센터 등에서 강연을 한다든지 하면서 남긴 그림들이 입소문을 타면서 감정 충만한, 소녀 감성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이름이 알려졌다. 재능이 다양하기도 하지, 그렇게 부러운 그림솜씨에 덧붙여 이번엔 서평책까지 내놨으니~

 

 

 

 

그림과 함께 소개한 책들은 다음과 같다~

 

 

 

 

재밌는 대목 하나! '어린왕자'에 관한 서평에 등장하는 얘기다. 원작에서 어린왕자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그리고 어른들에게 보여주면 어른들은 하나같이 뱀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엉뚱한 대답을 한다. 그리고는 어린왕자가 설명을 해줘도 쉽게 수긍하지도, 이해하지도 않는다. 저자는 이번 일러스트를 준비하면서 평소에 궁금해했고, 꼭 한번 시도해보고 싶은 실험(?)이 있어서 어린왕자처럼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그려놓고, 맑고 밝고, 순수하고, 천진난만하고, 때묻지 않은(ㅡㅡ;) 친구 아들 녀석들과 조카들에게 보여줬다고 한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모두 똑같았다고~ "이게 모자지 어떻게 뱀이에요?" 요즘 어린이들이 셍텍쥐베리 시절의 세속에 찌든 어른들을 닮아가는건지, 아니면 애초부터 백이면 백 모자로 보이는걸 어린왕자가 극구 뱀이라고 억지를 부린건지~~ 그래서 저자는 어린 친구들에게 일일이 설명해야 했단다. 책과는 반대로 ^^ 관련 일러스트가 있으면 올리려 했는데 안타깝게 보아뱀 일러스트는 없었다.

 

 

 

 

이번엔 가장 공감갔던 대목 하나!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서평이다. 저자의 부모님은 교육열이 높으셨고 어릴때부터 많은 책과 접할수 있게 세계문학전집류를 많이 사주셨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저자가 재미를 느끼고 빠져서 봤던 책들은 만화책 아니면 <톰 소여의 모험>, <15소년 표류기>, <파브르 곤충기>와 같은 책이었다.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괴테 같은 작가들의 책은 재미없고 따분하기 이를데 없었고, 어떻게 이런 작가들이 세계문학의 거장이라고 추앙받는지 이해할수 없었다고... 그 때문에 이후 학창시절 내내 '러시아 작가들은 세상에서 제일 따분한 존재야' '고전문학은 지금 시대에 읽기엔 너무 구식이야' 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다 스무살때 우연히 읽게된 <죄와 벌>은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무려 1,500 페이지에 이르는 깨알같은 원작소설을 단숨에 읽게 되었다. 이후로 <죄와 벌>은 지금까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 됐다.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읽는동안 산소가 부족해 호흡이 가빠지는 것처럼 팽팽한 긴장감에 숨소리조차 낼수 없을 만큼 흡입력이 있는 소설이었단다.

 

그런데 왜 어려서 읽었던 <죄와 벌>은 그렇게 밋밋하고, 지루하고, 따분하고, 재미가 없었을까? 그때는 너무 어렸으니까~ 라고 흔히들 생각하기 쉽다. 이런 문학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엔 너무 어린 나이였기에 진가를 알아볼수 없었을거라고.. 그런데 저자는 반대의 의견을 내놓는다. 그때 읽었던 <죄와 벌>이 '어린이용'으로 나온 번역본이었기 때문이었다고. 완역판이 아닌 소설은 '가짜'라고 말해도 좋을만큼 원작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 되버린다는 생각이다. 전체적인 줄거리만 같을뿐 원작을 쉽게 풀어쓰고, 1,500페이지 분량을 아이들이 읽기 쉽게 150페이지 분량으로 압축시켜 버렸으니 원작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 되버렸다는 거다. 이같은 대표적인 경우가 흔히 '장발장'으로 불리는 <레미제라블> 이란다. - 원작과 번역본이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 대부분의 어린이 문학이 그런 경향이 있는데 왜 꼭 그래야만 하나. 어렵고 너무 길다는 이유로 전혀 다른 작품을 접해줄게 아니라 아이때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어린이 문학을 접해주고, 성인이 되갈때 비로소 명작 고전문학을 접해주는게 훨씬 낫지 않을까?

 

이상은 김지혁 작가의 의견이고, 전적으로 동감하는 내 의견이기도 하다. 초등학생, 유치원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 를 바라보는 내 시각도 우호적이지 않다. 성경의 구약과 마찬가지로 그리스 로마신화는 자세히 뜯어보면 내용이 너무나 폭력적이고, 선정적이고, 비윤리적인 글들로 가득하다. 어느정도 옳고 그름의 가치관을 형성한 이후에 읽는 그리스 로마신화는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천태만상의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대변하며 여러 파생문학, 영화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는 점을 알기도 하고, 즐기기도 하고, 교훈을 얻기도 하겠지만, 아직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유치원생들에게 아들을 잡아먹는 아버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취하는 아들, 근친상간, 동성애, 성폭행, 혼외정사 등의 비도덕적인 내용으로 가득찬 신화를 접해주면서 뭘 얻어내려 하는지 이해할수 없다. 일종의 유행같다. 그리스 로마신화가 붐을 일으키고 유행을 타니 다양한 버젼으로 춣판되고, 내용을 순화시켜 어린이용으로도 나오게 된것이다. 다 적당한 시기가 있다. 뭐든 앞서려고 욕심 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히 책은.

 

 

 

 

이처럼 진솔하면서도 섬세한 독서 감상문을 이렇게 예쁜 그림들과 함께 풀어놓은 <마음으로 읽고 그림으로 기억하다>. 간혹 블로그에 책 리뷰 글을 올리다보면 적지않은 독자들이 "독서는 하고싶은데 맘처럼 되지가 않아요", "어떤 책을 읽어야할지 모르겠어요" 이런 문의를 해오고는 한다. 그럴때 내 대답은 한결같이 베스트셀러나 그럴듯한 책을 고르지말고,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의 제일 쉬운 책을 골라라고 조언한다. 독서의 초보자가 아니라 중급 이상자라면 그런 대답대신 이 책을 참고하면 되겠다. 이 책을 보고 여기에 나온 명작들을 저자 김지혁의 감상을 참고삼아 읽어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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