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 - 우리가 알고 있던 만들어진 아프리카를 넘어서
윤상욱 지음 / 시공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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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은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 이 책을 접하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말이지 난 아프리카에 대해 아는게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별로 알고싶지도 않았다. 그냥 흑인들이 사는 미개한 대륙, 분쟁이 끊이지 않아서 부족간에, 종교간에, 군벌들 간에 수시로 살육이 진행되는 곳. 가고싶지도, 살고싶지도 않은 어둠의 땅... 이게 내가 알고있는 아프리카의 모습이고, 또 실제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현재 보여지는 모습일뿐이다. 왜 지금의 아프리카가 이런 모습이 됐는지, 언제부터 아프리카는 이렇게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오늘날 학자들은 최초의 인간이 아프리카에서 기원했다고 모두 인정하고 있다. 1974년 11월 에티오피아에서 오늘날 인간형태의 화석이 발견됐고, 그 이름을 '루시'라고 붙였다. 짐승과 다름없던 유인원이 처음 인간으로 진화했던 생명의 땅 아프리카. 그런데 왜 오늘날 아프리카는 온갖 부정적인 모습으로 존재하는걸까? 이에 대한 의문은 이 책 한권으로 시원히 해결된다. 그리고 괜스레 가슴이 무거워진다. 동시대에 살고있는 같은 인간으로서 아프리카인들에게 미안해지는 까닭이다.

 

 

저자는 윤상욱이다. 서울대에서 서양사를 전공하고, 코넬대학교에서 공공정책학을 공부한 다음 외무고시에 합격하여 외교부 내에서 중남미국, 지역통상국, 외교안보연구원, 아시아태평양국, 다자통상국, FTA국에서 일했고, 한-미 FTA, 한-EU FTA 협상에 참여했다. 2008년부터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WTO 도하라운드 협상과 개도국 개발 문제를 담당했는데 개도국과 선진국의 이해가 교차되는 국제회의를 통해 아프리카 경제, 사회 개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현재는 주세네갈 한국대사관에서 참사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며 느낀 문제의식을 단순히 아프리카에 대한 혐오감이나 무시, 적대감으로 접근하지 않고, 전공을 살려 역사적으로 고찰함으로서 아프리카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자 노력의 일환으로 이 책을 펴냈다. 내가 잘 모르긴 해도 이제껏 아프리카를 주제로 한 이런 류의 책은 없거나 희박할거라 생각된다. 유럽에 대해서는 여행도 많이가고, 유럽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도 많거니와 알려진 것도 많은데, 아시아, 북미 모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논문도 쓰고, 연구도 하는데 아프리카를 다룬 자료는 많지가 않다. 그러기에 이 책에서 언급하는 아프리카를 알아갈수록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아프리카가 서구세계에 알려진 것은 15세기 포르투칼인들에 의해서다. 대규모 농장을 경영하던 유럽인들, 또는 신대륙 발견으로 이주해서 개척해야할 노동력이 필요했던 유럽 국가들은 이전까지 러시아 주변국들에서 노예를 매매해왔었다. 그러나 아프리카가 알려지고 흑인들이 새로운 노예공급원으로 자리를 잡게된다. 처음에는 아프리카의 수많은 소왕국들중에 해변을 끼고 있는 나라들에게 무기와 자본을 대주고, 그들이 정복한 내륙 부족이나 왕국의 주민들을 노예로 잡아가는 형식을 취했다. 그러다 나중에는 아프리카에 살고있는 흑인들은 무조건 보이는대로 잡아가기 시작했다. 아래 표에 의하면 아프리카인들을 노예로 잡아갔던 여러 루트들 중에 대서양 거래선 부분이 바로 유럽인들에 의해 자행된 루트다. 15세기이후 20세기까지 어림잡아 1,500만명 이상을 노예로 끌고갔다. 이는 순전히 살아서 끌려간 노예들의 수치다보니 잡는 과정에서 반항하다 살상된 경우나, 오랜 시간 배를 타고 굶주리며 바다를 건너다 죽은 노예들까지 합하면 두배는 족히 넘을터이다. 그런데 표를 보면 15세기 유럽인들이 흑인들을 노예로 잡아가기 훨씬 전 9세기 경부터 아프리카인들을 노예로 잡아가는 역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바로 아랍인들에 의해서다. 백인들보다 훨씬 이전 이슬람을 믿는 아랍국가들은 아프리카인들을 잡아다 노예로 삼았는데 사하라, 스와힐리, 홍해 루트를 통해 15세기까지 약 7백만명 이상을 노예로 끌고갔다.

 

 

 

위 그림은 아프리카인들을 잡아다 노예선에 태워 대서양을 건너던 풍경을 묘사한 그림이다. 이들은 사람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미개한 짐승 취급을 당하며, 하루에 물한모금 줘가면서 수개월동안 바다를 건너 팔려갔다. 백인들은 아프리카 흑인들을 죄책감 없이 노예로 부리기 위해서는 그런 행위를 정당화할 장치가 필요했었고 이에 부응한 논리가 속속 등장한다. 아프리카인들은 지능이 낮아 스스로 문명을 만들지 못했고, 그럴 능력도 없다. 문자도 없어서 역사가 전해오지도, 전할수도 없는 족속이다. 성경에 나와있는 아담과 이브의 자손이 인류를 형성했다는 대목에서 아프리카인들은 그에 해당하지 않고 별도로 탄생했다는 다중기원설 등이다. 너희는 원래 태초에 시작부터 우리와는 다른 미개한 족속이다. 사람이라고도 볼수없고 사람과 유인원의 중간단계 존재다. 그러니 우리가 너희를 지배하고 노예로 삼는것은 당연하다~ 라는 논리다. 유럽의 종교적 모태인 기독교 교리와도 배척되는 논리인 것이다.

 

성경에 위배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구약 창세기 편을 이용해 빠져나가려 했다. 노아의 방주를 통해 살아남은 노아는 아들이 셋 있었는데 셈, 함, 야벳이다. 노아가 포도주를 마시고 취해 옷을벗고 잠이 들었는데 이를 본 아들 함이 두 형제들에게 아버지를 흉봤다는 것이다. 잠에서 깬 노아가 이 사실을 알고 분노하며 함의 후손들은 대대로 셈과 야벳 후손들의 종이 되어라 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연관도 없는 아프리카인들을 함의 후손이라 정의하였다. 그러니 셈과 야벳의 후손인 유럽 백인들이 함의 후손인 아프리카인들을 노예로 삼고 종으로 부리는건 하느님의 뜻이라는 얘기다.

오늘날 아프리카인들이 기아에 허덕이며 수많은 사람들이 먹을것이 없어 굶어죽는다고 한다. 기후 특성상 농사를 지을수 있는 땅이 한정적인 것도 있지만 그나마 농사를 지을수 있는 농토도 대부분이 주식으로 삼을만한 곡식 농장이 아니라 서구 백인들이 개발해 놓은 특수작물 농장이 대부분이란다. 땅콩, 커피, 코코아, 면화 농장같은. 현지인들은 이런 농장에서 죽도록 노동하지만 정작 여기서 생산되는 작물들은 유럽이나 미국에 공급되는 작물일뿐 아프리카인들이 먹고 살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먹을게 없어 굶주리는 일이 발생한다. 또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국민생활을 개선시키려는 노력보다 일신의 영달을 위해서만 일을 한다.

 

 

대부분 국가들의 지도자들이 20년 이상씩 장기집권 하고있는데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유럽, 미국등 백인들의 무기공급과 자본이다. 이때문에 철저하게 서구인들을 위한 정부로 남게됐다. 가난하기에 배우지 못하고, 배우지 못해 더 가난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있다. 이제서야 서구인들도 아프리카에 대한 착취를 거두고 지원과 개발을 도우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지만 이는 아주 작은 움직임일 뿐이다. 아프리카의 단물을 빼먹으려는 서구 자본주의의 의도와 이들과 결탁해서 자신들의 배를 채우려는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건재하는 한 아프리카의 해방과 인권은 요원한 일이다.

저자는 그래도 희망을 얘기한다. 북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은 아프리카 남부까지 이어질 전망을 보이고, 그간 국민들의 신망을 얻지 못한 독재자들이 권좌에서 물러났다. 오히려 아프리카인들을 괴롭히던 민주주의가 자리를 잡으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선거를 통해 부정한 지도자들이 교체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움직임을 환영하면서 이렇게 얘기한다.

 

이런 변화는 너무 반갑다. 왜? 아프리카에서 아프리카인들은 단 한번이라도 주인이 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저 아프리카 땅에 살 뿐, 아랍과 유럽의 노예로서, 독재자들의 선전에 순종하고 명령에 봉사하는 신민으로서 고통의 나날을 보내왔다. (중략) 이와 같이 아프리카에는 미약하지만 의미있는 변화가 일고있다. (중략) 다행히 국제사회도 아프리카의 빈곤과 폭력을 퇴치하고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해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있다.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포기할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는 아프리카에 대해 얼마나 알고있는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살고있다는게 감사히 여겨지고, 또한 같은 인간으로서 아프리카인들에게 미안해지는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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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 제주 애월에서 김석희가 전하는 고향살이의 매력
김석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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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지 않고 읽었던 책이었는데 귀한 보석을 발견한 소감이다.

전원주택, 전원생활, 귀농, 귀향 이런 테마로 출간된 수많은 책들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평범한 책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 책을 들고 읽었던 이유는, 그 귀향의 지역이 제주도였기 때문이다. 항상 제주여행에 목말라 하던 나로서는 글 중에 소개된 제주 관광지 정보랄지, 숨겨진, 잘 알려지지 않은 제주도의 진면목을 접할수 있게 되지 않을까~하는 희망으로 읽게 된 책이다. 그런데 그런 정보도 물론 얻을수 있었지만 그보다도,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 되었다.

 

 

저자는 번역가로 활동중인 김석희 선생이다. 제주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제주에서 마치고 서울대학교 인문대 불문학과를 졸업한 다음 대학원은 국문학과로 진학했고, 198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문단에 입문하였다. 초기에 소설을 쓰다 번역가로 돌아서 영어, 프랑스어, 일어 원작들을 번역했다. 존 파울즈의 <프랑스 중위의 여자>, 존 러스킨의 <나중에 온 이사람에게도>, 허먼 멜빌의 <모비딕>,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 쥘 베른의 <걸작선집>,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등등... 제 1회 한국번역상 대상을 수상했다.

 

젊은 시절 자기가 나고 자란 제주도가 하나의 커다란 장벽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어떻게하면 이 섬을 벗어날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 스무살에 섬을 떠나 40년간 활동하다 회갑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귀향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 심정일까? "고향의 산야와 바다를 품고 사는 것이 이리 행복할줄 알았다면 그렇게 망설이지 않았을 텐데..."라고 말한다. 하지만 열심히, 치열하게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있기에 나이들어 귀향이 추하지 않고, 행복할수 있을 것이다. 딱 적당한 나이에 적당한 방법으로 귀향한 것처럼 보인다. 육지생활을 접고 제주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틀어 사람들로 부비적대지 않고 여유있게 자연과 벗삼아 살아가는 모습은 중년남자들의 로망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몇몇 블로거들이 생각나 더 반가웠다(아이엠피터님, 파르르님 같은).

 

제주시 애월읍에 너른 부지를 장만하고 바다와 한라산이 모두 보이는 조망권을 가진 집을 지었다. 몰랐는데 제주에서 한라산과 바다가 모두 보이는 곳이 그리 흔하지 않다고 한다. 우연히 제주지역 국가소유의 땅중에 노는 땅들을 택지로 민간에게 경매로 팔던 때가 있었는데 운좋게 좋은땅을 구입할수 있었다고. 그래서 제주도에 살고있던 고교동창들은 모두 부러워한단다. 평생 제주에 살고있는 자신들도 구하기 어려운 금싸라기 땅을 외지에서 살던 친구가 운좋게 나꿔채갔다고. 제주에 내려온 후, 이번에는 육지생활하며 사귄 친구들과 멀어지지 않고 자신의 근황을 알리기위해 편지 형식을 빌어 '애월통신'이란 소식을 꾸준히 적어보냈다. 그게 2년을 거치면서 제법 분량이 쌓이자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책으로 묶어냈다고. 제목은 논어 첫머리에서 따왔다.

 

일신(一信)부터 육십신(六十信)까지 글들 속에는 닭서리 해먹던 어린시절 제주에서의 추억, 신구간, 영등제와 같은 제주만의 독특한 풍속, 작가 김훈같은 지인들부터 이사간 지역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과의 교류담, 새로 들인 강아지 태풍이와 늙으신 노모를 비롯한 가족이야기들이 소소하게 담겨있다. 어찌보면 별 의미없는 일상을 일기처럼, 편지처럼, 블로그 포스팅처럼 끄적인 것이지만 그 안에서 중년 남자의 애환과, 가족애, 그리고 책과 문학에 대한 열정, 오랜 세월 삶을 살아온 현명한 교훈등이 모두 녹아나 있다. 특히 아버지의 제사치룬 이야기를 하다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회상하는 대목이 나오는 십오신에서는 가슴이 저릿해오기도 했다. 아버지가 암에걸려 시한부 선고를 받고, 생을 정리하던 중에 문득 그동안 살아오면서 아버지한테 잘못했던 일을 털어놓고 용서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살아오면서 수많은 잘못을 저질렀겠지만 그중 몇가지는 이상하게도 늘 가슴속 한구석에 가시처럼 박혀있어 마음에 걸리던 것들이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설날때 외갓집에 세배하러 갔다가 외할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연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띄웠는데 싸락눈이 섞인 바람에 연은 신나게 허공을 치솟았고, 그렇게 연을 날리며 길을 걸어 돌아왔다. 그런데 옆에서 걷던 아버지가 "나도 한번 해볼까?" 하면서 얼레를 받아가셨는데 한두번 실을 당기다가 그만 뚝 끊어지고 말았다. 연은 바람을 타고 훨훨 멀리 날아가 버렸는데 그 자리에서 울고, 불고 떼를 썼다. 그 대목을 옮겨본다.

 

연을 찾아다 달라고, 왜 그리 떼를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집에 가서 더 좋은 연을 만들어 주겠다고 아버지가 그렇게 달래고 어르는데도, 옆에서 어머니가 타이르고 야단까지 치는데도 막무가내였습니다. 징징거리다 못해, 할아버지한테 가서 연을 다시 만들어 달라고 하겠다고 억지를 부렸던 기억도 납니다. 결국 아버지는 바짓단을 걷어 올리더니 길가 돌담을 타고 넘어갔습니다. 밭은 듬성듬성 쌓인 눈으로 질퍽해서 걸음을 내딛기도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밭을 건너고 돌담을 넘고, 또 밭을 지나고 돌담을 넘고... 그렇게 수백미터를 걸어가서 아버지는 연을 찾아들고 돌아오셨습니다. 그때쯤 이미 나는 잘못했다는 생각에 고개를 떨구고 있었는데, 아버지는 끊어진 실을 잇고 연을 다시 날리면서 "엤다!"하고는 얼레는 내 손에 쥐어주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아무 소리도 못한채 몇걸은 연을 날리며 가다가 슬그머니 실을 감아들였습니다.

 

그때 일이 왜 그렇게 큰 잘못으로 기억에 새겨져 있는지 모르지만 아버지에게 죄송한 마음이 어른이 된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그래서 아버지는 잊어버리셨을거라고 생각하고 그 일을 고백하고, 용서를 빌었는데 의외로 아버지도 그때 그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계셨다고. 연을 찾으러 가다 질퍽한 밭이랑에 발이 빠져 구두를 더렵힌 일까지 기억하며 오히려 그때 일을 즐겁게 추억하셨단다. 그러면서 하신 말씀이 "네가 고집피우는걸 보고 앞으로 사는게 쉽지는 않겠지만 호락호락하게 살지도 않겠구나 생각했다".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일게다. 지금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아버지일까?

 

 

이 밖에 지인에게 얻어키운 강아지 이야기도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았다. 일본 견종인 아키타가 미국으로 건너가 '아메리칸 아키타'라는 종으로 개량된 녀석인데 덩치가 크고, 유순한 성격인데 외모에서 주는 위압감 때문에 같은 개들이나, 사람들에게 겁을 주기도 한다. 옆집에 사는 서너살 먹은 개 두마리가 자주 저자네 집에 들어와 강아지 천둥이를 물고 괴롭혀서 속상한 나머지 저자가 강아지를 준 지인에게 넋두리를 했더니, 그 분이 웃으면서 1년만 참으라고 했단다. 의아하면서도 시간이 흘러 1년이 넘어가자 조그맣던 강아지가 어느새 큼직하게 무럭무럭 자라더니, 본성도 드러나면서 공격성까지 갖췄다고. 멋모르고 여전히 천둥이를 괴롭히러 온 옆집 개가 천둥이를 습관처럼 건드렸다가 매섭게 반격을하자 깜짝 놀라 자기집으로 달아났는데 천둥이가 끝까지 쫒아가서 응징을 했단다. 깨갱거리며 달아난 그 개들은 이후 저자네 집 근처에 얼씬도 안했다고~ 또 천둥이와 함께 산책을 나가면 돌아오는 길에 천둥이는 그 집 앞에 멈춰서서 한동안 으르렁거리며 경고를 날리고 온단다.


 

 

겨울철 제주에서만 맛볼수 있다는 자연산 방어회. 회는 클수록 맛이 좋다던데 이 방어도 참치처럼 부위별로 색도, 맛도 틀리단다. 이 책에서 방어회 이야기를 읽고나니 겨울철 제주도에 가서 꼭 방어회를 먹어보고 싶어진다. 아래 사진처럼 저자가 직접 스노클링을 하면서 작살로 고기를 잡기도 했다. 이렇게 얘기하면 지인들이 안믿을까봐 인증샷도 올렸다. 고기는 돔의 종류인 갓돔인데 무려 3키로짜리라고.

 

 

제주하면 또 빼놓을수 없는 풍경인 돌담길. 이 책에서 또 하나 얻을수 있는 귀한 소득은 처음 기대했던 대로 제주사람들만 알고있는 잘 알려지지 않은 천혜의 자연경광, 산책로, 볼거리, 먹을거리등의 정보가 많다는 점이다. 14, 15, 16 올레길 정보도 상세하고, 철따라 변하는 제주의 자연환경도 생생하다. 난 제주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아니 꿈이라고 해야겠다. 학창시절 대학교 수학여행을 제주로 왔었고, 군 제대 이후 누나가 다니던 회사에서 제주로 발령받아 근무하고 있었기에 또 한번 관광을 왔었고, 3년전에 아내와 두딸과 함께 온적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제약이 있어 내가 가고싶은 곳, 하고싶은 일을 포기해야만 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언제쯤 가능할지 모르지만(혼자 제주여행을 오면 가능하겠지만 그럴 일은 없을테고, 아마 아이들이 모두 자란후에 아내와 둘이 오게되면 가능할지도), 최소 일주일에서 길면 한달가량 제주에 머물면서 한라산도 등반하고, 올레길도 걸어보고, 오름도 올라보고, 해수욕도 해보고, 그렇게 제주의 자연을 만끽해보고 싶은 꿈이다. 입장료 내고 들어가는 관광지 박물관 몇군데 돌아보는 그런 여행이 아니라 제대로 제주를 즐기고 싶다. 언제쯤이나 가능할까... 큰 기대없이 읽게 된 책이지만 나름 보물같은 책이됐다. 이 책을 지금은 평생 교직에 계시다 은퇴하시고 아는이 아무도 없는 시골 중소도시로 내려가 두분이서 알콩달콩 살고계신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선물해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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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여신 1 - 그들, 여신을 사랑하다, 개정판
최문정 지음 / 다차원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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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화제의 작가 하면 단연 최문정을 들수 있다. <바보 엄마>가 SBS 주말드라마로 방영되면서 책 역시 베스트셀러로 뜨고 있다. 3대에 걸친 엄마와 딸의 숙명적인 여자 이야기가 여성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모양이다. 그런데 엄마와 딸의 이야기에 살짝 소외된 남성 독자들의 마음을 읽었을까? 곧바로 <아빠의 별>이란 작품을 내놓았다. 발레리나 딸과, 직업군인 아빠, 사랑하면서도 그 표현이 서툴렀던 아빠와 그런 아빠를 이해하지 못하고 멀어졌던 딸이 극적으로 화해하는 과정을 그린 이 소설 역시 이 땅의 수많은 딸바보 아빠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있다. 그런데 마치 무명에서 스타가 된걸 확인이라도 하듯 또 다른 신작이 출간됐다. 이번에는 로맨스, 가족소설이 아니라 역사 팩션소설이다. 작년 겨울 <바보 엄마>의 개정증보판이 출간된 이후 반년만에 세번째 소설이니 새로운 다작 작가의 리스트에 올라가려는가? 그런데 잘 살펴보니 대부분이 전에 출간했던 작품들을 각색해서 재출간하는 작품들이다. 이 책 <태양의 여신>도 2006년 <아마테라스 오미카미>란 제목으로 발표했던 작품이었다.

 

 

 

이 책은 역사 팩션 소설이다. 팩션소설, 많이 들어보셨을거다. 영어로 fact와 fiction이 결합된 신조어다. 사실과 허구가 결합된 소설. 역사적인 사실에 기초하면서 거기다 작가의 상상력이 결합된 스토리를 덧칠한 작품들을 분류하는 용어다. 대부분 소설들이 처음부터 허구로 시작되는 반면 팩션소설은 모두가 알고있는 역사적인 사실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독자로 하여금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 허구인지 햇갈리게 만들기도 하지만, 왠지 논픽션 같은 분위기에 더 빠져들게 하는 매력도 가지고 있다.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가 한국에 팩션소설의 신드롬을 일으켰다고 할수 있겠다. 또한 최근 몇년간 사극 열풍을 일으켰던 <성균관 스캔들>, <뿌리깊은 나무>, <해를 품은 달> 등의 작품들이 모두 역사 팩션이다. 최문정 작가의 신작 <태양의 여신> 역시 역사소설이면서 팩션소설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우리나라 역사를 다루고 있는게 아니라 일본역사가 소설의 배경이다. 일본인들이 태양신이라고 추앙하고 있는 '아마테라스 오미카미' 히미코가 백제에서 건너간 한국인이라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작품을 썼다.

 

그런데 살짝 불편한 점도 있다. 일단 소설의 주인공인 히미코가 백제 여성이라는 점을 제외하곤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자극이 없다. 오히려 반대로 백제인임을 알면서도 철저하게 일본인으로 살아가는 히미코에게 살짝 반감도 든다. 백제의 감로국(속국)이던 일본의 독립을 위해 백제 왕자와의 사랑도 배신한채 백제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결국 백제를 이겨 독립을 쟁취해 낸다는 스토리. 거기다 스스로를 태양의 여신이라 칭하고, 일본 백성들을 극진히 사랑하여 백성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여왕으로 묘사된다. 일본 백성들의 안위와 행복을 위해 백제를 일본땅에서 몰아낸다는... 그 과정에서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들은 히미코를 위해 사랑도 접고, 목숨마저 내놓으며 그녀를 위해 희생한다. 차라리 그렇게 진행되다가 마지막에라도 히미코가 스스로 백제계임을 알리고 백제와 다시 화친한다거나 천황가가 사실은 백제계에서 유래되었다거나 하는 식의 언질이라도 줬다면, 만족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소설은 재밌게 읽었는데 "뭐야, 그러니까 작가가 일본인도 아닌데 왜 일본의 시각으로 소설을 썼지?"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역사소설은 특히 쓰기 어려운 장르다. 일단 역사소설을 쓰기위해서는 시대적 배경을 알아야 하기때문에 수십권이 넘는 사서들을 섭렵해야 하는데, 특히 삼국시대 같은 우리나라 역사는 삼국사기에만 치우쳐 있기에 같은 시기를 서술한 중국사서와 일본서기들을 비교하며 공부해야 하는 작업이 따른다. 그러기에 남성작가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져왔다. 그런데 최문정 작가는 여성작가면서 이 금기를 깼다. 거기에 더 나아가 우리나라 역사가 아닌 일본의 역사에 대해 심층적인 공부를 통해 <태양의 여신>을 집필해 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된다. 또한 역사소설들이 주로 전쟁사에 치우친 반면, 최문정의 역사소설에서는 전쟁과 함께 남녀 주인공들의 감각적인 로맨스가 추가되어 있다. 아가페적인 사랑,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절대적인 헌신, 이런 면 때문에 역사를 싫어하는 여성독자들까지 매료시킬만한 작품이다.

 

그렇다면 앞서 팩션소설이라고 했던 이 작품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 허구일까?

일본 건국신화를 보다보면 마치 그리스,로마 신화를 보는듯 하다. 상당히 유사하다. 절대적이고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라 줏대없고, 철없는 인간과 신의 중간적인 단계의 신들이 숱하게 등장한다. 그중에 하나인 태양의 신, 그리고 여러 궁중 의식들은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거기까지다. 그것 말고는 전부 허구거나 정설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각종 역사적 설들을 인용했다. 백제왕이 왜왕에게 하사한 것으로 알려진(일본에서는 백제왕이 일본왕에게 공물로 바쳤다고 주장한다) 칠지도가 소설에서는 히미코를 사랑하는 백제왕자가 징표로 선물하는 것으로 나오기도. 참고로 우리 역사학자들은 고대 왜나라는 백제의 실질적 통제하에 있던 속국이었다는 설이 많고, 반대로 일본학자들은 임나일본부설을 근거로 고구려를 제외한 한반도 이남의 백제, 신라, 가야국들이 모두 일본의 통치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최문정 작가의 역사 팩션소설, 그것도 특이하게 일본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 <태양의 여신>은 여성작가 특유의 섬세함을 바탕으로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남자라면 절대 공감하지 못할, 여자라면 평생 로망으로 품고갈 그런 사랑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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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캐주얼 - 남자의 멋이 폭발하는 궁극의 패션 뷰티 스타일 매뉴얼
이선배 지음 / 나무수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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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도 옷좀 잘 입는다는 소릴 듣고싶다! 생긴게 자유 민주주의고, 키는 크다 만 형국이라 외모에서 달리다보니, 그나마 단점인 외모를 옷으로라도 커버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런데 확실히 외모에 대한 관심도 타고나는 것인지, 마음은 굴뚝 같으면서도 또 노력은 죽어라고 안한다. 남들보다 신경써서 피부관리도 하고, 머리도 다듬고, 옷도 잘 입으면 부족한 외모가 커버 될테지만 촌티 나고 없어보이는 옷차림에 노 메이크업, 관리 편한 스포츠머리가 트레이드 마크가 되버렸다. 천성이 게으르다보니 어찌 옷맵시 뿐이겠는가, 몸은 또 어떻고. 이런 지경이다보니 티비에 나온 멋진 몸짱 연예인들은 죄다 화성인 같고, 주위에도 몸관리 잘하고, 옷 잘입고 다니는 사람들 보면 부러워할 뿐이다. 노력도 안하거니와 하고싶어도 뭘 어떻게 입어야 할지, 관리해야 할지 알아야 할것 아닌가~ 그런 학원이라도 있으면 대박 날거다. 나같은 사람들이 한둘은 아닐게다. 그래서 이런 책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제목은 <슈퍼 캐주얼> 부제는 '남자의 멋이 폭발하는 궁극의 스타일, 뷰티 매뉴얼'. 폭발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구제불능 단계만 벗어날수 있다면~ 하는 심정으로 책을 살펴본다. 쓰면서 보니 오늘 포스팅은 완전 자학 수준이다 ㅡㅡ;

 


캬~ 표지만 봐도 멋지다. 저들 속에 끼어 뽐내고 있는 내 모습을 잠깐동안 상상해본다. 아니야..이건 아니야.

아무리 꿈이라지만 너무 큰 꿈을 꾸었다.

 

저자는 이선배 라는 분이다. 소개글에 따르면 패션잡지 <쉬크>에서 시작해 <신디 더 퍼키>, <앙앙> 등에서 10년 넘게 패션 및 뷰티 에디터로 일하다 작가 및 콘텐츠 기획자로 살고있단다. 저서로는 남성 피부 관리 매뉴얼 <맨스 그루밍북>, 자신만의 잇 스타일을 찾아주고 잇 걸, 잇 맨이 되기 위한 스타일링 비법을 공개한 >잇 스타일>, <잇 걸>, <맨즈 잇 스타일>, <더 룩>, 서른즈음의 남녀를 위한 파격 연애전략서 <싱글도 습관이다>를 출간했다. 도대체 뭔 소리냐... 잇 이라는게 뭔데 잇 걸, 잇 스타일 이러는건지... 잇 걸은 it girl, 영어사전 풀이는 속어로 '섹시한 젊은여자'를 가리킨다고 한다. 국어사전에도 나와있다. '잇걸 : 남다른 패션감각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젊은여자'란다. it style 역시 감각적인 패션을 표현하는 단어다. 심지어 국민카드 중에는 '잇스타일' 카드도 나와있었다. 남과 다른 감각적인 패션과 쇼핑을 즐기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카드라고. 그래서 튀어보이고, 자신만의 패션감각을 뽐내는 선남선녀들이 잇 걸, 잇 맨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나 보다.

 

제목인 '슈퍼 캐주얼'도 단순히 옷 잘입는 법~ 이런 뜻의 제목이 아니다. 슈퍼 캐주얼이라는 용어가 따로 있더라. "현대인의 새로운 가치관이 반영된 뛰어나고 감각적인 패션 스타일로 컨템퍼러리 캐주얼과 같다. 주로 전문적인 직업을 가지고 경제적으로도 자립한 도시인들 사이에서 시작되었다. 사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며 폭넓은 시야를 가지고, 새로운 가치관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스타일이다. 이제까지의 클래식한 아메리칸 캐주얼이나 유러피언 캐주얼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패션과 뷰티가 특징이다" 라고 되어있다.

역시 뭔소린지... ㅡㅡ;;;

 


책은 패션과 코디의 기본부터 짚어준다. 가장 먼저 소개된 단락이 '자신만의 색 찾기' 자기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컬러를 아는것이 패션과 코디의 시작이라는데 음... 맞는 말 같다. 이런 색을 '퍼스널 컬러'라고 한다. 잘 모르겠다면 옷장을 열어보면 가장 많은 옷들의 색이 바로 자신이 선호하는 색이 되겠다. 그런데 맞게, 올바르게 선택했다면 그동안 성공적인 코디를 해왔겠지만, 자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이 아닌, 맞지않는 다른 색의 옷들이 가장 많다면 그만큼 패션감각이 꽝이었다는 반증이겠다. 나는? 좋아하는 색은 화이트, 블랙 이지만 옷장을 열어보니 우중충한 회색, 베이지, 아이보리가 가장 많았다...

 

재밌는건 한국인의 6가지 계절 이미지라고 해서 연예인들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저자가 계절에 따라 분류해 놓은 페이지가 있었다.

미색의 봄 : 조인성, 비, 슈퍼주니어 이특, 샤이니 태민, 엠블랙 이준, 2PM 우영, FT아일랜드 이홍기

진주색의 여름 : 송중기, 정일우, 김현중, 지드래곤, 2PM 닉쿤, 엠블랙 천둥, 인피니트 성열, JYJ 믹키유천

베이지의 여름 : 주원, 세븐, 제국의 아이들 동준, 류승범, 하정우, 이민기, 엠블랙 승호

황토색의 가을 : 원빈, 소지섭, 현빈, 이민호, 최강창민, 샤이니 종현, 엠블랙 지오, 인피니트 엘

투명색의 겨울 : 고수, 이준기, 유노윤호, 샤이니 키, 씨엔블루 정용화

난 아무리 눈을 감고 이미지를 떠올려봐도 다들 그냥 잘생기고 멋진 청년들일뿐 계절별로 딱 떠오르는 이미지는 없다. 역시 전문가는 다르나보다..

이와함께 색에 대한 고민도 다룬다. '입고 싶은 색이 있는데 어울리는 색이 아닐땐?', '하는수 없이 안어울리는 색을 입어야 할땐?', '체형 커버 때문에 어울리는 색을 상의로 입기가 어려울땐?' 등등~

 

 

이와함께 많은 사람들의 고민인 체형에 따라 옷입는 법도 소개되고 있다. 위 그림처럼 남자들을 체형에 따라 분류하고, 각 체형별로 어울리게 옷입는 법을 코치해준다. 그런데 사실 어렵다.. 패션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책에서 설명하는 용어들이나 느낌을 잘 살려서 캐치해 낼수 있을텐데 패션 테러리스트인 나에게는 읽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쉽지 않는 대목이 많았다. 이런 식이다.

 

키가 크고 뚱뚱한 경우

V존을 깊고 크게 하되, 칼라가 너무 넓지 않은 재킷을 입어서 몸을 크게 분할해준다. 그렇다고 너무 좁으면 역효과가 난다. 바지도 가운데 주름이 잡혀 있어서 다리 두께를 분할해 주는 것이 좋다. 후디, 니트, 카디건등 실제 몸보다 부피가 커지는 옷, 딱 달라붙어서 가로주름이 생기는 것도 피한다. 적당히 빳빳한 면 개버딘, 무광 모직등이 좋다

 

 

가장 기본이 되는 청바지에 티셔츠 입는 코디법. 청바지 한벌에 20~30만원이나 한다는 소리는 들어봤지만 나에게는 '정신 나간' 사람들의 만행이라고만 받아 들여졌다. 하지만 그만큼 청바지는 어떤 옷에도 잘 코디되는 완소 아이템이라 잘못 고르면 빈티나고, 가짜 티가 팍팍 난다고~ 그렇지만 않으면 굳이 고가의 청바지가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패션의 나라 이탈리아에서도 십수년 된 리바이스 청바지 하나로 재킷, 폴로셔츠, 스웨터를 받쳐 입으며 거리를 활보하는 한량(?)들이 많단다.

 

 

이 밖에 소품고르기. 가방, 신발, 양말, 스카프, 타이, 모자, 시계, 선그라스 등의 코디법에 이어 상황에 맞는 옷입기(공항 패션, 소개팅 패션, 클럽 패션, 이탈리아 남자처럼 입기, 하객 패션)등이 설명되어 있다. 또한 남성 기초화장법도~

 

 

이 책을 읽고 난 소감은, 음...남성 패션에 대해 많은 정보를 주는건 틀림없는데 생초짜 패션 테러리스트들에게는 너무 고급 레벨의 정보라는 느낌이다. 용어 자체도 낯설고, 책에 소개된 모델들도 주로 해외 유명 배우들이나 모델들이 많아서 한국적(?)이지 못하단 느낌이다. 친숙한 명동거리나 압구정 로데오거리에서 볼수 있는 훌륭한 일반인들 사진을 참고자료로 사용하며 설명해 줬더라면 더 친숙하고 쉽게 알아들을수 있지 않았을까? 또한 기본적인 패션감각이나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바로 캐치할수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읽다가 아~ 못해, 못해! Give up~을 선언하고 말았다. 그냥 이렇게 살래! 하면서.

외모 콤플렉스를 벗어나는 길은 참 멀고도 험하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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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무사 이성계 - 운명을 바꾼 단 하루의 전쟁
서권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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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계를 모르는 우리 국민들은 없을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서 가만 생각해보니 이성계에 대해 우리들이 얼마나 잘 알고 있었는가~하는 반성이 앞선다. 이씨 조선의 창시자, 조국 고려를 배신하고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군인, 최영, 정몽주등 수많은 충신들을 잔인하게 제거한, 찔러도 피한방울 나오지 않을것 같은 권력욕의 화신, 특히 나는 개인적으로 박정희, 전두환이 생각나 이성계를 좋아하지 않았다. 고려가 망해가는 나라였다느니, 기득권층이 부패해서 백성들의 삶이 피폐했다느니, 하는 말들은 그저 만들어내기 나름인 말들이다. 항상 힘으로 권력을 빼앗은 반란 수괴들은 백성, 서민, 국민의 이름을 팔아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시켜왔다. 박정희는 안그랬나, 전두환은 안그랬나... 역사가들이 뭐라고 하든 이성계는 반란의 수괴일 뿐이다. 그것도 그를 믿고 군사를 맡긴 고려왕조에 대한 배신이다. 훗날 그의 아들들이 왕위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골육상잔의 비극을 불러 일으키고, 생전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어떤 조치도 취할수 없던 이성계의 말년은 피눈물의 날들이었을 테고, 고려왕조를 멸망시킨 군사독재의 죄값을 치룬것이리라. 이렇게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있던 터라 이 소설에 나온 인간적인 면모의 이성계의 모습은 다소 색다르다.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고려왕조를 불안에 떨게 만들었던 무장의 모습이라기 보다, 고려에 충성을 다함에도 썩은 조정의 수구세력들에 의해 견제받고, 저평가되는 일개 시골무사로서의 이성계의 모습이다.

 

 

원나라에서 명나라로 중원의 판도가 바뀌던 시기, 고려 또한 국운이 쇠하여 간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중앙 정치무대에서의 권력싸움, 백성들의 삶은 철저히 무시되고, 오로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는데만 관심이 있다. 명나라의 압박과 남쪽으로부터는 왜구의 침입으로 위태위태하던 고려는 결국 시대적으로 새로운 강력한 군왕과 제도를 요구하고 있었다. 바로 이성계가 그 일을 맡을 적임자였고. 소설은 이성계를 주인공으로 내세웠기에 이성계, 정도전을 신진 개혁세력으로, 정몽주나 최영, 변안열등은 꺼져가는 국운과 국제정세를 제대로 읽지못하는 수구세력으로 등장시켰다.

 

고려말 빈번했던 왜구의 남해안 노략질은 그 규모나 폐혜가 조선시대 임진년 못지않은 수준이었다고 한다. 어떤 역사서에는 무려 5백여척의 함선이 상륙해서 성을 빼앗고, 백성들을 살육했다하니 아마도 지상군만도 수만에 이르렀을 터다. 그 왜구들은 최무선의 화포로 배가 부서지고, 최영과 이성계에 의해 지리산 근방에서 전멸됐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황산대첩은 실제 전라북도 남원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왜장 아지발도와 싸우는 이성계의 활약상을 담고있다. 이성계는 황산싸움에서 아지발도와만 싸운게 아니었다. 고려를 감시하려는 원나라, 고려를 압박하려는 명나라, 이성계를 견제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이어가려는 고려말 집권세력들과 모두 벌이는 싸움이었다. 스펙타클한 상황과 이 날의 전투신이 단 하루에 담겨있다.

 


정작 소설의 이야기보다도 관심이 갔던게 무명작가 서 권의 이야기다. 시골 여고 국어교사로 일하면서 7년의 세월을 거쳐 대하소설 '마적'을 집필했다. 그리고 이 책 '시골무사 이성계'를 쓴게 2009년이다. 아쉽게도 자신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지도 못하고 소설 탈고 뒷풀이후 갑자기 세상을 뜨고 말았다. 뒤늦게 빛을 본 이 작품은 서권이란 작가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첫작품이지만 습작같지 않고, 시공간적 배경활용이랄지, 작품이 주는 메시지랄지, 글을 풀어나가는 맛이 상당하다. 원,명,고려,왜 4개국의 외교전과 이성계의 야망을 황산싸움이라는 공간에서 하루라는 시간 안에 독자들에게 흥미진진하게 전달하고 있다. 또 아직 출간되진 못했지만 14권짜리 대하소설 '마적'은 또 어떤가. 전업작가가 아니라 교편을 잡고 여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변변한 작업실 하나없이 자신의 승용차에서, 집의 주방 식탁에 앉아서 소설을 써내려간 시간이 7년이라고 하니 작가의 글쓰기에 관한 욕심과 열정이 새삼 전해진다.

 

얼마전 전주 한옥마을에 들렀을때 경기전 이라는 유적지를 다녀온 적이 있다. 그곳에 가기전까지 경기전이 뭐한는 곳인지도 몰랐었다. 가서보니 조선을 세운 태조대왕의 어진(왕의 초상화)을 모신 곳이었다. 그곳에서 접한 이성계의 초상은 친근하고 낯익은 모습이었다. 동기가 타당하든 아니든, 어쨋든 조선왕조 5백년을 개창한 인물이라고 존경받아야 하는걸까? 예나 지금이나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수 없다'는 논리가 지배적인가 보다. 그나마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했다고 하는 전두환도 지갑속에 29만원만 넣고 다니면서도 초호화로운 노년을 만끽하며 살고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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