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몇 주째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생활을 가꾸고 정리정돈하는 일을 일체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씻고 침대에 누워 있다가 잔다.
누워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도 하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일인 침대에 누워서 스마트폰을 하는 것조차도 너무 피곤해서 그냥 쉬고 싶은 것이다.
대체로 현대인은 피곤하고 기운이 딸리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주로는 입 속으로 알콜과 밀가루와 과도한 당과 다른 짐승의 살코키를 집어넣는 행위로
에너지를 보충하기 마련인데
나의 경우 음식을 씹어 삼킨 후 그것을 소화시키는 것에 너무나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어
도리어 나의 체력을 빼앗기는 경험을 너무 많이 한터라
그냥 누워있다가 잔다.
냉장고를 열어 차가운 우유 한잔을 가득 컵에 붓고
미지근하지도 뜨겁지도 않게
적당히 따뜻하게 데워서 벌컥벌컥 마시고
비스켓 하나를 먹고
귤이나 바나나를 하나 먹고
그냥 누워서 쉰다.
또 언제부터 이런 생활방침이 생겼는지 모르겠으나
일주일에 하루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주로는 월~금의 피로가 최고조인 토요일이다.
토요일의 나는 우선 양치를 제외한 그 어떤 청결행위도 하지 않는다.
세수도 하지 않고 머리도 감지 않고 하루 종일 잠옷이나 홈웨어만 입고는
유령처럼 집안을 떠돈다.
당연한 얘기지만 먹는 것조차 피곤하므로 하루종일 먹는 게 고구마 1개일 때도 있다.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땅콩샌드 비스킷 1봉지(샌드비스킷 4개가 들어있다)이거나
덕분에 나의 사랑하는 리클라이너 의자와 점점 물아일체가 되어 가는 중이다.
내가 의자인지 의자가 나인지.
의자 등받이에 찜질매트를 두고 있으면 와따다 와따.
허리와 등줄기는 뜨끈뜬근하고 손만 뻗으면 닿는 곳에 있는 리모컨과 휴대폰.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유영하면서
에너지가 최소한 도로 드는 영상을 본다.
주로는 한국드라마다.
사건 전개가 느슨하고 잠시 한눈을 팔 때도 귀로는 대사를 들을 수 있으니.
이 쓰잘떼기 없는 잡글을 쓰는 것에도 에너지가 많이 들었는지 피곤하다.
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