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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데드 돈 다이>를 보면 죽은 자들이 좀비로 트랜스되었을 때 그들은 어떤 말을 중얼거린다. 그 말은 그들이 인간이었을 때 가장 좋아했던이다. 커피를 좋아한 사람은 커피, 인터넷을 좋아한 사람은 wifi, 어린이 좀비의 경우에는 사탕이다. 그 영화를 보고 상영관을 나올 때 대부분의 한국 성인들이 좀비로 트랜스 되면 강남강남, 아파트아파트라고 중얼거리겠구나 싶었다. 아마도 나는 넷플릭스, 왓챠.


주변 동년배들이 하나 둘 아기를 낳더니 하나 둘 아파트를 구입한다. 뷰가 훌륭했던 해운대 달맞이 고개의 브런치 카페의 뷰 절만은 이제 엘시티가 흉물스럽게 차지해버렸다. 그래도 아스라히 보이는 조선비치호텔과 그 옆의 동백섬을 보면서 나는 여전히 옛날의 해운대를 추억한다. 회사 절친의 남편은 아파트 구입 시기 때문에 반 년 넘게 전전긍긍했고, 그 와중에 해운대 조정지역 해제가 되었고 그때부터 아파트 값은 폭등하고 그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서 계약을 해버렸고 올해 10월 입주예정이라는 아파트가 저~~~기 아스라히 보였다. 친구가 "저기야, 저기." 하는 곳에는 아직 꽃단장을 하지 못해서 생얼을 드러낸 철근 콘크리트가 우뚝 솟아 있었다. 하지만 친구의 남편은 knn에 가끔 나올 정도로 훌륭하므로 금방 푸어 3관왕에서 벗어날 것이다. 친구는 카 푸어, 베이비 푸어인데 이제 하우스 푸어까지 되었다면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지금 본인이 어떤 심정인지를 털어놨다. 


"괜찮아, 다들 그렇게 살잖아. 나 빼고."


시골쥐에서 서울쥐로 완벽한 변신을 해버린 동생1은 "저런 애들은 가난해서 아파트에 못살아."라는 말을 우주의 진리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있고, 서울쥐가 되고 싶은 동생2는 서울에 아파트 산다라는 창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동생2 덕분에 김사과의 신작<0>의 동부이촌동 사는 언니가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학벌 좋은 우아한 서울(동부이촌동) 언니가 자신을 상대해준다는 사실에 완전히 취한 것이다. 

-김사과 <0>-


하나뿐인 딸의 중학교 진학을 걱정하면서 동래 쪽으로 이사를 가느냐 마느냐를 고민하는 회사 선배를 보면서, 초중품아 때문에 돈을 더 투자하여 무리하게 아파트를 구입한 친구가 다른 아파트에 사는 아이가 자신이 사는 아파트 내의 초등학교에 공동학구로 전입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을 보면서, 이제 골조를 다 올리고 내부인테리어를 하는 새 아파트를 멀리서 바라보면서 이것은 푸어의 시작인가 리치의 시작인가를 몰라 맹수를 발견한 초식동물의 흔들리는 동공같은 표정을 짓는 친구를 보면서도, 충분한 노후자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죽을때까지 살려면 돈이 부족하다고 혼잣말을 내뱉는 부모를 보면서도, 가짜 서울과 진짜 서울을 구분하는 동생을 보면서도, 시골은 싫다며 서울이 좋다고 자신은 서울사람이 될 거라는 철없는 동생을 볼 때,


절대반지를 보면서 황홀경에 빠진 골룸이 떠오른다. 골룸이 되지 않으려면 아파트, 서울, 자식, 노후 이 4가지를 탐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나는 최근까지도 노자가 말했던 상선약수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서야 알 것 같다. 


최상의 덕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여 다투지 않으면서,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있다.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 

-도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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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은 나에게 있어서 은하철도999 혹은 공각기동대같았던 한 해였다.

내 육체의 나약함을 기계를 구입함으로서 보완했다는 말.

작년 크리스마스 직전에는 못생겼지만 가성비는 끝내주는 로지텍 마우스가 죽었다.

실수로 떨어뜨렸는데 더 이상 살아나지 않았다.

어른의 좋은 점을 굳이 꼽자면 더 이상 푼돈 때문에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올해의 마지막 선물(이었을 줄 알았지만 소비는 12월 31일까지 이어졌다)을 사주었다.

매직마우스와 매직키보드를 사주었고 그것은 로지텍에 비하면 매직이긴 했다.

(운동을 하지 않는 나에게 애플워치를 사주고 싶다. 그러면 운동하지 않을까???????)


작년의 소비 중에서 가장 혁명적이면서 성공적인 것은 단연 75인치 스마트tv다.

넷플릭스+왓챠=영생에 대한 사심!!!

나는 이야기 중독이라서.

집중력이 점점 낮아지다보니 소설로 사심을 채우기에는 힘들고 결국 영화나 드라마다.

출퇴근하고 잠자고 청소하고 이야기를 보고. 

만족스럽다.

넷플릭스나 왓챠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있는 내 앞에 알렉산더 대왕이 나타난다면

나 역시 디오게네스처럼 

됐고, 이야기 시청이나 방해하지 마.

라고 말할 듯하다.

디오게네스도 요즘 태어났다면 일광욕 대신 이야기 시청을 했을 것이다.


새해목표 : 찜해둔 모든 이야기를 다 시청할 수 있길...물론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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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0-01-06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으~~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몇 주째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생활을 가꾸고 정리정돈하는 일을 일체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씻고 침대에 누워 있다가 잔다.

누워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도 하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일인 침대에 누워서 스마트폰을 하는 것조차도 너무 피곤해서 그냥 쉬고 싶은 것이다.


대체로 현대인은 피곤하고 기운이 딸리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

주로는 입 속으로 알콜과 밀가루와 과도한 당과 다른 짐승의 살코키를 집어넣는 행위로

에너지를 보충하기 마련인데

나의 경우 음식을 씹어 삼킨 후 그것을 소화시키는 것에 너무나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어

도리어 나의 체력을 빼앗기는 경험을 너무 많이 한터라

그냥 누워있다가 잔다.

냉장고를 열어 차가운 우유 한잔을 가득 컵에 붓고

미지근하지도 뜨겁지도 않게 

적당히 따뜻하게 데워서 벌컥벌컥 마시고

비스켓 하나를 먹고 

귤이나 바나나를 하나 먹고

그냥 누워서 쉰다.


또 언제부터 이런 생활방침이 생겼는지 모르겠으나

일주일에 하루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주로는 월~금의 피로가 최고조인 토요일이다.

토요일의 나는 우선 양치를 제외한 그 어떤 청결행위도 하지 않는다.

세수도 하지 않고 머리도 감지 않고 하루 종일 잠옷이나 홈웨어만 입고는

유령처럼 집안을 떠돈다.

당연한 얘기지만 먹는 것조차 피곤하므로 하루종일 먹는 게 고구마 1개일 때도 있다.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땅콩샌드 비스킷 1봉지(샌드비스킷 4개가 들어있다)이거나


덕분에 나의 사랑하는 리클라이너 의자와 점점 물아일체가 되어 가는 중이다.

내가 의자인지 의자가 나인지.

의자 등받이에 찜질매트를 두고 있으면 와따다 와따. 

허리와 등줄기는 뜨끈뜬근하고 손만 뻗으면 닿는 곳에 있는 리모컨과 휴대폰.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유영하면서 

에너지가 최소한 도로 드는 영상을 본다.

주로는 한국드라마다. 

사건 전개가 느슨하고 잠시 한눈을 팔 때도 귀로는 대사를 들을 수 있으니.


이 쓰잘떼기 없는 잡글을 쓰는 것에도 에너지가 많이 들었는지 피곤하다.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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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의 365일은 아무렇게나 흔들어서 재배열을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똑같은 날들의 연속이다.

나는 아직도 종종 지금이 12월이 아닌 11월인듯한 기분에 휩싸이곤 한다.

3주 전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단 1페이지도 읽지 않은 채 곧 3주째를 채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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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 / 데이비드 베너타

영화 : 하이 라이프/ 클레어 드니

노래 : none / 오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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