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할 때 사람마다 최적길의 기준은 다를 것이다. 최단시간, 최단거리, 최저비용 등등. 나에게 최적길은 가장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경로이다. 그래서 좀 둘러다니는 편이다. 

얼마전에 동생은 모든 사람이 다 위반하는 곳, 심지어는 경찰차도 위반하는 곳에서 교통법규를 위반해서 신고를 당했다고 비분강개를 했다. 그에 대한 나의 답변은 아주 원칙적이었다. 우선, 위반하면 안되는 것이고 둘째, 시민을 범법자로 만드는 도로 구조는 고쳐야함이 마땅하다였다. 그랬더니 동생이 분통을 터뜨리면서 "언니 동네야 둘러 다닐 수 있지, 그런데 여긴 서울 한복판이야. 1키로 더 둘러가면 20분 걸린다고. 그렇게 하기 힘들어. 모든 사람이 교통법규 다 지키면 차량소통이 안되는 곳이야."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래?? 그럼 서울같은 곳에 살면 안되지. 어떤 상황이 그 상황에 처한 사람을 반드시 나쁜 사람으로 만들게 되어 있다면 인간이 할 수 있는 노력은 그 상황에 처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애써야 하는거야. 상황이 나를 악인으로 만들었다고 하는 인간들 정말 짜증나. 그건 그냥 핑계야. 도로 신호체계 바꿔달라고 민원하고 개선되기 전까지는 다른 길로 둘러 다녀. 그것도 하지 않을 거면서 나한테 세상에 태어나서 행복하니 어쩌니 하는 소리는 좀 안해줬으며 좋겠네.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취하고 사는 사람의 행복론이 전두환의 인생관과 뭐가 다른지 난 잘 모르겠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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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울식물을 심을만한 화분이 필요해서 북유럽 소속의 모 브랜드에서 고가의 화분을 샀다. 성품도 사치품을 싫어하고 인생의 모든 가능성을 서울 아파트에 때려넣겠다는 인생관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동생은 그 화분을 사려면 엄마가 **을 몇 개를 팔아야 하는지 아냐고, 그걸 알면 그 화분을 살 수 있겠냐고. 라고 했다.

그에 대한 내 답은 간단명료했다. 첫째, 그 화분 하나 사기도 빠듯한 사람은 자식을 낳으면 안된다. 둘째, 나는 식도락이 없고 파인 다이닝도 좋아하지 않으므로 사도 된다. 셋째, 내가 구입한 화분은 사람들이 자식을 낳는 거에 비하면 사치재도 아니다. 라는 것! 


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의 가능성을 아파트와 번식에 쏟아붓는다. 반면 나에게는 아파트도 번식도 없기 때문에 화분 정도는 좀 사치스러운 것을 사고 싶다. 또한 특별소비세도 좀 내면서 살고 싶다. 나의 이런 소비생활에 입 대는 사람을 보면 정말 짜증이 난다. 사람마다 라이프스타일은 다른데, 내가 내돈내산으로 사는데, 더욱이 나는 빚도 없는데, 왜 간섭이야? 너네들이 대출받아서 집을 사고, 할부로 자동차를 살 때, 나는 선저축 후소비의 원칙을 지키면서 내게 필요한 것을 마련해서 구입해서 사는데, 왜 내가 당신들이 납득할 수 없는 가격의 화분을 샀다고 해서, 또 내가 좀 비싼 변기를 쓴다고 해서 내가 사치스럽다고 하는 건 정말 억울하다고. (참고로 말하자면 인테리어의 화룡정점은 변기임)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남들이 선호하는 것을 선택하는 삶을 선택해서 살겠지. 하지만 난 그런 거 별로 관심 없다구.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내가 인간에 대해서 새롭게 배운 것은 다수의 인간들은 내가 생각한 것 보다 더 어리석고 이기적이라는 것이다. 어리석다는 것은 두 가지 점에서 인데, 말도 안되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 그토록 많다는 것과 또한 그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서. 이기적이라는 것은 마스크 판매와 관련된 것과 자녀 양육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부모들을 보면서이다. 이런 인간들이 많은 세상이라면 내가 묻지마 살인을 당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으니, 그때 그때 하고 싶은 것은 꼭 하고, 하기 싫은 것은 하지말자 라고 다시 한 번 더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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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버스, 정류장>의 주인공 여고생 소희는 자신이 죽지 않고 살아가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뭔가 아주 엽기적인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죽으면 아깝지 않냐고.

내가 매일 확인하는 뉴스는 날씨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재난문자가 쏟아진다.

이게 소희가 바라던 엽기적인 뉴스, 궁금해서 죽을 수가 없었던 엽기적인 뉴스였을까?



나의 놀이터, 즐겨찾는 유일한 극장이 휴관했다.

물론 넷플릭스와 왓챠가 있긴하지만 기생충 흑백판도 보고 싶었고, 졸업4k리마스터버전도 보고 싶었는데. 그리고 아카데미 작품들도 번갈아 가면서 상영하기 때문에 2월말~3월초는 그야말로 영화 과식을 하는 즐거운 기간인데 참...도서관도 휴관했다. 장기대여가 될 듯하다. 빌려온 책은 <할배의 탄생>과 <할매의 탄생>이다. 내 인생이 아닌 타인의 인생을 납득할 방법이 없기에 책을 읽는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내가 가난만을 탐색하는 건 아니다. 그 전에는 <파크애비뉴의 영장류들>도 읽었다. 인류의 번식욕에 대한 연민이 조금 더 깊었졌다는 조금의 수확은 있었다. 



메신져로 업무전달을 서로 하고, 웹으로 회사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이 당연해졌다. 잘 가지도 않던 회사 커뮤니티도 접속해서 사람들의 풍경을 살펴본다. 왜 온라인에서 댓글로 싸우고 자빠졌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어차피 너는 나를 설득할 수 없고, 나 역시 너를 설득할 수 없는데. 저들은 아마도 싸우고 싶어서 서로에게 시비를 거는 것임에 틀림없다. 매일 아침 넘쳐나는 아드레난린을 온라인 싸움으로 소비하는 것은 또 어찌보면 참으로 건전하지 싶다. 



바이러스는 영화 <기생충>의 위대한 교훈 선을 넘지 말 것을 모른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도 보지 않았을 것이므로 손예진의 대사 "선만 잘 지키면 서로 전쟁날 일 없다."도 모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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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넷 : 니나!

니나 : 응?

르넷 : 내일 아침 말이에요.

니나 : 응?

르넷 : 어차피 이른 아침엔 별 안건이 없잖아요. 내일 볼일이 있는데...

니나 : 설마 또 애들 일은 아니겠지?

르넷 : 물론 약속한 건 알지만 파커가 유치원 입학식에 꼭 와 달래서요. 못 간다니까 몹시...

니나 : 그런 얘길 왜 나한테 해?

르넷 : 내가 애 엄마란 건 피할 수 없는 사실이잖아요. 일을 좋아하지만 가정과 균형도 맞춰야죠.

니나 : 그럼 애들이 없는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도 사생활은 있는 거잖아. 낮에 영화가 너무 보고 싶다거나 파티 한 다음 날은 지각하고 싶을 테고 내 경우처럼 머리를 자르고 싶은데 두 달이나 미용실에 못 가기도 하잖아. 애 없는 사람한테 너무 불공평하잖아!

르넷 : 네 일리있네요. (돌아서며) 하긴 그 머리는 보니까 짜증 날 만도 해요.

<위기의 주부들 2/ 3화 중에서>



위기의 주부들에서 그마나 맘에 드는 인물은 가브리엘 밖에 없다. 그리고 최악은 르넷. 

"내가 그런 페밀리카를 왜 사? 비실용적이고 예쁜 차 타야지."라고 했던 나를 떠올리게 하는 

가브리엘의 대사 : "카시트 들어가는 차 필요없어요. 그건 남편차에 실을거예요." 하면서 또 다시 투 도어 오픈카를 구입하는 가브리엘. 정말 멋짐!!


아이가 있는 건 알겠는데, 번식이라는 것은 개인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니 휴가와 본인의 능력치 내에서 처리하시고

일은 똑바로 해야지. 


당신에게 자식이 중요하고, 당신에겐 반려동물이 중요하다면, 나에겐 상영회차가 4회 뿐인 영화를 보는 것이 몹시도 중요하고, 해외감독내한 gv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은 아이 유치원 졸업식만큼이나 중요해서, 욕들어 먹으면서 커리어 좀 망가뜨리면서 그냥 영화 보러 건데...왜 자꾸 개인사정을 들먹이는거지? 자식이 공공재라도 돼?? 니 자식인데 왜 그걸 사정 봐달라고 해? 왜 자식도 잘 키우려고 하고 커리어도 유지하려고 하면서 남에게 민폐를 끼치니? 하긴 그런 이기심이 있으니 이런 세상에 자식을 낳아서 자기 욕심만 채우는 거겠지. 


코로나19로 인해서 영화의 전당 휴관이고, 도서관도 휴관이다. 

영화의 전당에서 마지막으로 본 영화가 <문신을 한 신부님>과 <사마에게>인데 참...

이 두 영화가 짬뽕된 현실이 종교단체로부터의 집단발병 같아서 정말 기분 뭣 같다.

ps.  두 영화 모두 주제의식은 거지 같아서 정말 별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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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틑날 출근하자 영업부 가와타니가 보이지 않았다. 병결이라고 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역시 독감이리라. 회사에서 가장 젊고 체력도 있는 가와타니가 쉰다는 사실은 사원들에게 충격을 주었지만 나는 거봐라, 하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가 집에서 푹 쉴 수 있기를 바랐다.

조만간 가와타니도 독감에 걸리리라 예상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야마자키 씨의 옆자리였기 때문이다. 아마 마스크를 사라는 말도 줄기차게 들었을 것이다. 야마자키 씨가 선배니 남한테 팔기 전에 당신이나 쓰라고 말하지도 못하고, 야마자키 씨가 퍼뜨리는 바이러스를 직통으로 맞고 젊음으로 겨우겨우 버텨오다가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소규모 팬데믹 / 쓰무라 기쿠코>


쓰무라 기쿠코의 단편집 <어쨌든 집으로 돌아갑니다>는 내 회사 책상 서랍에 부적처럼 들어 있는 책이다. 요즘 일본 문학계는 박력이 있는 소설이 없다, 전부 소녀소녀하다고 만연필을 부르잡고 눈물을 흘리는 마루야마 겐지 입장에서는 쓰무라 기쿠코가 맘에 들지 않겠지만(야 이 소녀야, 어디 일기 쓰니? 하겠지만) 어쨌든 나는 이 단편집이 좋고 돈 벌기 싫을 때마다 이직한 회사에서 받은 첫 월급을 과감히 투자해서 구입한 만연필 펠리카노 주니어를 꽉 잡고 의지를 다지는  도리카이 사치코를 떠올린다. 


요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일은 비접촉식 체온계로 체온을 측정하는 일이다.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이마의 3곳을 정해서(왼,중간,오) 3번 측정한다. 오늘도 정확히 36.5도다. 


그러자 조노우치 씨는 역시 자전거로 통근해서 그런 것 아니겠어요, 많은 사람들과 마주칠 일이 없으니 감염될 위험성이 낮은 거겠죠., 하고 태평하게 대답했다. 

<소규모 팬데믹 / 쓰무라 기쿠코>


새삼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것과 공동주택(엘리베이터를 사용하는 것)에 살지 않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알게 되었다. 삶을 하찮게 여기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좀 우습기도 하지만, 죽을 때 죽더라도 사소한 불찰에 의해 죽고 싶지 않다. 죽게 된다면 그 원인은 오직 살아온 세월에 의한 마모(장기가 낡아서 죽게 되는)거나, 내가 죽고 싶어서 선택하는 안락사였으면 한다. 바보가 퍼뜨린 바이러스에 의해서 죽고 싶진 않다. 


그것과는 별개로 나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단체로 뭔가를 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회식, 결혹식, 장례식, 그리고 종교모임. 이번 코로나19를 통해서 사람들이 뭔가를 배울 수 있길 바래본다. 집단주의가 얼마나 심각한 화를 불러올 수 있는지 좀 깨달았으면...제발 반찬그릇 공유하는 한식문화 좀 없어지길!!(진짜 싫다) 또한 동네 개나 고양이까지 초대하는 결혼식, 장례식 풍습도 없어지길. 이번 사건으로 회식에 참석하지 않는 나를 이상하게 여기는 회사동료들도 각성 좀 했으면. 당신들이 신천지를 보는 그 심정이, 내가 당신들을 보는 그 심정임을 좀 알아주시길. 너네도 정말 답답하고 바보같고 집단생활에 매몰된 영장류처럼 보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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