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봉은 “사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한국사학을 수료”한 사람이다. 《엄마의 역사편지》,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사 편지》를 냈고, 2007년 11월에는 ‘책과함께’ 출판사에서 《한국사 상식 바로잡기》를 냈다. 이번 강연은 《한국사 상식 바로잡기》를 어린이가 읽을 수 있게 한 《박은봉 이광희 선생님의 한국사 상식 바로잡기1》의 출간 기념 강연이었다.
정사각형으로 느껴지는 넓고 깔끔한 현대적인 공간에서 박은봉의 강연이 시작되었고, 차분한 억양과 논조, 자신의 작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묻어나는 진지함이 청중들을 집중시켰다.
오후 7~9시, 2시간 중 ‘《박은봉 이광희 선생님의 한국사 상식 바로잡기1》를 내고 나서’라는 주제로 약 1시간 가량 강연이 진행되었고, 나머지 1시간은 질의응답을 받았다. 강연은 《박은봉 이광희 선생님의 한국사 상식 바로잡기1》의 소개와 저자 박은봉이 책을 쓰게 된 동기로 시작하여, 한국사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의 오류와 그 유형, 박은봉의 역사관 그리고 직접적인 역사 상식 오류의 소개로 이어졌다.
“온달이 정말 바보가 아니에요?” “신윤복이 정말 여자인가요?” “왕건의 성이 왕이 아니에요?”와 같은 질문을 받으며 박은봉은 잘못된 역사 상식이 (역사를 전공하고 학계에서 소통되는 지식에 대해 알기 힘들고 알지 못하는)일반인들에게 뿌리 깊이 박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박은봉은 역사학계와 일반인들 간에 소통의 단절이 이런 문제의 원인 중 하나라고 말한다. 역사학계의 연구성과에 대한 일반인들과의 교류가 없기 때문에 역사학계에서 이미 폐기된 이른바 ‘정설’이라는 것들과 설화에서 비롯된 잘못된 상식들이 일반인들의 상식에서 수정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박은봉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이런 일반인들의 역사적 상식에 대한 오류 중 한국사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의 오류는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첫 번째는 식민사학이 뿌려 놓은 의도적이고 원천적인 오류이고, 두 번째는 폐기된 정설들에 대한 역사학계와 일반인들 간에 소통의 부재다. 세 번째는 정치권력의 이데올로기에서 비롯된 오류고, 네 번째는 구전(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에서 비롯되는 단순 오류다.
4가지 유형은 단편적인 오류 자체보다 오류가 생기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자 하는 박은봉의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박은봉은 바보 온달,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왕건의 성, 문익점의 목화씨 등과 같은 일반인들의 상식의 오류에서 오류와 그 원인을 찾는다.
저자가 직접 한국사에 대한 상식의 오류와 그 원인을 소개하는 시간은 이를 테면 친구 흉을 보거나 야사를 듣는 것처럼 즐거운 시간이었다. 오류와 그 원인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박은봉의 역사관을 알 수 있었다. 그는 현대인이 역사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비틀리고 왜곡되는 역사도 볼 수 있어야 역사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며, 역사적 상상력과 문학적 상상력을 구분해야 하고 역사가의 역사적 상상력이 띄엄띄엄 떨어진 사료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어린이를 독자로 쓴 책이라 강연에 참석해서 얻을 것이 있을까 고민도 하고 강연의 질에 대해 별반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저자 박은봉의 진지함과 더불어 강연 내용이 유익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박은봉 개인의 종교에 대해 묻고 역사책에서 창조론에 대해 다뤘으면 좋겠다는 질문이 있었다. 강의를 듣는 청중들은 성경의 창세기를 보라고 쑥덕대거나 비소를 지으며 비웃었지만 박은봉은 꽤 진지하게 그 질문에 답을 했고 그 차분한 모습이 내게 인상적이었다.
한 가지, 내가 알고 있는 역사적 상식의 오류에 대해 이야기 하겠다. 히포크라테스의 “Life is short, Art is long”이라는 말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로 번역되어 히포크라테스가 예술을 찬양한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는데 “Life is short, Art is long”, 이 문장에서 Life는 인생이 아니라 ‘생명’, Art는 예술이 아니라 ‘기술’ 즉, 의학 기술로 번역되는 것이 맞다. 바보 온달이 정말 바보가 아니었다는 것을 논증하기 위해 당시 고려의 상황과 온달의 신분에 대한 추정으로 시작했다면 히포크라테스는 모두가 알다시피 의사였다는 것이 위 문장이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가 아니라 “생명은 짧고, (의학) 기술은 길다”임을 논증하는 하나의 사료가 된 것이다. 이 같은 오류는 역사적 상식의 오류와 유사한 역사적 배경지식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히포크라테스의 “Life is short, Art is long”의 오류에 대한 이해는 철학자 강유원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작가와의 만남 1기 강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