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혜안 > 박민규, 그는 내게 어떤 작가인가

 

 <박민규, 그는 내게 어떤 작가인가> 

  나는 그의 책을 볼 때마다 아련해진다. 어디서 오는지 모르는 이 감정이 어색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잔잔하면서도 큰 파장을 일으키는 그의 책은, 내게 단순한 동경을 넘어선 꿈 그 자체다. 

  17살. 나는 문학을 시작했다. 그의 소설 카스테라를 읽었다. 그의 소설 전부를 읽었다. 그리고 그를 서강대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환상같이 존재하던, 꿈. 그를 만나기 위해 몇 시간 전부터, 열리지도 않은 문앞에 앉아 그의 소설을 읽으며, 그를 기다렸다. 처음으로 만난 그는, 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상냥한 사람이었다. 독자들의 질문에 정성껏 답변해주었으며, 질문 쪽지를 너무 늦게 내 답변을 기대하지 않던 내게 진실된 답변을 주었다. 환상같이 존재하던 꿈인 그를 만나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가 더 멀어졌다고 느꼈다. 그래, 신기루. 그는 신기루다. 

  행사 당첨 연락을 받았을 때, 나는 다시 한 번 그의 책을 읽었다. 17살과 18살이 다르듯이,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속의 그는, 예전과 다르다. 무엇이 달라졌냐고 물었을 때, 나는 머뭇거리다 끝내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건 분명 그의 소설은 달라졌다.  

  이리카페에서의 그는 작년과 같이 상냥했다. 독자들의 질문에 정성껏 답변해주었으며, 너무나 떨려 어떻게 했는지 모를 나의 낭독에 마이크를 맞춰주려 했다.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시간. 나는 그 시간동안, 적당한 긴장을 유지했다. 그가 말했던 소중한 말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목표는 지구다' 이다. 이 말이 어째서 각인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앞에서 말했다싶이 나는 문학을 한다. 내 목표는 애매하다. 그리고 지금의 나도 애매하다. 그의 말은 내게 바람을 일으켰다. 아주 나중이 될지도 모르지만, 내가 문인이 되어 그를 만나는 것을 고대해본다. 나의 첫 책을 그에게 내밀며, '그때 기억하세요?' 질문하기를.   

  17살을 지나온 18살의 나는, 그의 책과 함께 냉장고에 들어간다. 문을 닫고 생각한다. 박민규, 그는 내게 어떤 작가인가. 지금  답은 답이 아니다.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읽는 소설 속 그는 다시 달라졌을테니. 완전한 답을 할 수 있을 때, 나는 카스테라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점점 차가워지며 그의 책을 끌어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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