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짜증나게 하는 정신폭력
제임스 제이 카터 지음, 송은희 옮김 / 아이디북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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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1%정도의 사람들은 자신의 말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 알면서 상대를 조종하거나 복종시키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실수나 무의식적으로 혹은 자신을 방어하기위한 방법으로 사용하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사실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거나 받게 된다. 그러면서 점점 상처받지 않는 방법, 상처주지 않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게 된다. 물론 이 경우는 아주 건강한 경우이다. 불행하게도 모든 경우에 이렇게 건강하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작가는 정신폭력을 당한 사람들이 또 다른 정신폭력 가해자가 된다고 말하고 있다. 정신 폭력 역시 육체적 폭력의 메커니즘을 따라간다는 것이다. 대개 폭행을 당하거나 폭력적인 부모 밑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폭력적 성향을 갖게 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정신폭력의 경우도 그러하다 유순하고 온화했던 성향의 사람이 다른사람에게 조종당하다가 결국 그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다른 이에게 폭력을 가하게 된다는 것은 우리 인간사회의 슬픈발견이라고 하겠다. 그렇게 되는 메커니즘을 끊기 위해서라도 우리에게 행해지고 있는 정신폭력에 슬기있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하지만 이 책을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이미 이런 종류의 책을 접한 사람이라면 이미 알 법한 내용들인데다가, 뚜렷한 해결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뭔가 이야기를 시작하다가 만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그저 하나의 용어를 새로 제시하는 것 정도로 새로운 이야기로 만든것 같아 읽으면서 점점 내 기대와 달라졌다. 종종 '이게 뭐지?'라는 생각도 했다. 게다가 번역체도 어색하고 문장도 틀린 곳이 많았다. 좋은 취지의 내용을 담은 책을 이렇게 혹평해서 미안하지만, 원전을 읽을 수 있다면 좀 더 좋은 평을 할 수 도 있을 것 같다는 정도가 내가 내릴 수 있는 책에대한 최대한의 예의이다.

 

대개의 정신폭력은 주위사람들로부터 받게 된다. 차라리 나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정도 이해하고 감안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장 나쁜 경우는 사랑하는 사람이 행하는 정신폭력이다. 믿고 의지하고 존경하는 사람. 그런 이가 교묘하게 행하는 정신폭력은 피해자로하여금 자신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잃게 만드는 정신적 살인행위로 기능할 수 있는 치명적인 행위가 될 것이다. 자신이 피해자라면 곰곰 그들의 말을 생각해보라. 그리고 그를 향한 존경과 사랑의 프레임을 거둬들여야 한다. 냉정하고 담담하게 바라보면 진실이 보일 것이다. 그리고 가해자라면, 당신이 하고 있는 말이 당신의 어떠한 욕망을 위한 것인지 지켜보기 바란다. 질투일수도, 지나친 기대일수도, 또는 조종이나 구속일수도 있다. 그리고 어느 경우든 우리는 듣는 상대의 입장에서 우리의 말이 지닌 가치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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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교육을 바꾼다, 디베이트 : 심화편 대한민국 교육을 바꾼다, 디베이트
케빈 리 지음 / 한겨레에듀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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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의 책을 매우 흥미있게 읽었다. 현재 교육청에서 시행했던 토론의 형식이 좀 복잡해서 고민했었는데, 입문편에서는 규칙이 있는 토론으로서 디베이트 포맷이 어떤 것이 있는지, 또 어떤 디베이트 형식이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인지 체계적으로 설명되어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 중에서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기 좋은 토론의 형식인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 포맷에 많은 지면이 할애되어 있다. 실제로 학생들과 디베이트 수업을 하는 데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디베이트로 공부를 하는 것은 무엇보다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수업방식이다. 다수가 수업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여러 아이디어를 통해 보다 많은 수의 학생이 참여하는 수업모형을 강구해볼 수 있기 때문에 그다지 문제는 안될 것이다. 실제로 이 수업을 해 보면 아이들이 아무 말 하지 않았는데도 삼삼오오 모여 앉아 뽑아온 자료를 꼼꼼하게 읽으며 내용을 구성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심화편에서는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 각 부분의 발언 팁을 얻을 수 있다. 학생들이 점점 디베이트에 빠져서 더 잘 하고 싶다는 요청을 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알려주면 되는 방법들이다. 수업에 체계를 잡아주는 팁들이 많아서 입문만 읽기보다는 심화를 함께 읽고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론교육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우리는 우리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말하는 데에 익숙하지 않다. 감정적 대응, 때로는 단순히 과거로부터 이어온 관습을 가지고 나름의 논리라고 제시하는 경우도 많다. 상대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자기 이야기만 반복하는 경우에도 말이 많고 목소리가 크면 관철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조용한 목소리가 묻히고 조리있는 말은 피도 눈물도 없는 이성이라고 비난당하는 경우도 본다. 디베이트는 말하기만을 위한 수업이 아니다. 상대의 의견을 듣고 그 논리적 타당성을 확인하고 때로는 상대의 의견이 옳은점을 발견하기도 하는 수업이다. 우리팀의 승리를 위해서 경청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도 경청이 필수다. 모두가 함께하는 사회에서 필요한 덕목이다. 토론이 이러한 덕목을 기르는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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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은 권력이다
박정자 지음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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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만남은 대개 시선을 통해 이루어진다. 시선과 시선이 만나는 경우도 있지만, 시선과 대상으로 만나는 경우도 많다. 다수의 시선과 하나의 대상으로 만났던 과거에는 대개 범죄자나 광인으로서였고, 이때의 시선은 대상에 대한 단죄와 비난을 담고 있었다. 이때의 시선도 권력이었지만 대개 다수에 의한 것이었다. 하지만 곧 이런 다수의 시선은 소수 권력의 시선으로 변질된다. 하나의 시선이 다수를 감시하는 것. 이 감시의 시선은 점점 확대되어 현재 만인의 만인에 대한 시선으로 바뀌었다. 시선을 통해 나와 타자의 관계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때로는 내가, 때로는 타인이 시선으로서 작동하며, 때로는 시선을 가진자가, 때로는 시선을 받는자가 권력자로 군림한다. 이 책은 시대의 변화와 그에 따른 관계의 변화까지 읽어낼 수 있는 책으로 지금의 사회를 생각해보게 해 준다.

 

이 책의 대부분은 푸코의 <감시와 처벌>에 기대고 있다. 두 책 중에 이 책을 먼저 읽는다면 아마 푸코의 책을 읽고 싶어질 것 같다. 푸코의 책을 먼저 읽었다면 이 책의 해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지 모르겠다. 당신의 시선은 어디에 있는가. 당신의 눈은 '보고' 있는가, '울고'있는가. 혹, '말하고' 있는가. 

 

"이때까지 그녀는 완전한 자유였지만 그를 사랑하면서부터 그녀는 자신의 자유를 내팽개치고 마치 종처럼 그에게 예속되었다. 다시 말하면 주체가 아니라 객체, 대상, 물체로 전락했다. 그러자 남자는 여자에 대해 흥미를 잃는다. 그가 사랑한 것은 자유와 주체성을 가진 생기발랄한 여자였지, 종처럼 자기에게 예속된 무기력한 물질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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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클리닉 - 목적을 달성하는 결정적 한 방
임승수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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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상 글을 어떻게 쓰면 좋을까요. 또는 어떤 글이 좋은 글인가요. 라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제법 있다. 제대로 답을 해 준 적이 없는 것 같다. 일단 니가 어떻게 쓰는지 알고 싶으니까 한번 써 와 봐라. 그럼 내가 보고 설명할게. 라는 대답을 했던 것 같다. 물론 써 온 경우는 거의 없지만.

 

암튼. 내 대답이 좀 군색한 것은 글쓰기를 가르친다는 것이 매우 개인적인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모두 다르고, 그래서 글도 다르다. 일반적인 얘기쯤이야 해줄 수 있지만 내 경우 그런 일반적 이야기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자꾸 글스기 책을 들여다보게 된다. 어떻게 좀 쉽게 설명해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싶어서. 그리고 만나게 된 책이 이 책이다.

 

이과를 전공한 사람이 글을 잘 쓰면 정말 좋은 글이 나온다. (대개 그렇지 않다는 게 함정이지만) 군더더기 없는 명쾌한 논리가 이과전공자가 쓴 좋은 글의 특징이다. 이런 글을 읽을 때는 기분이 좋다. 이 책도 그렇다. 문장이 짧고 명쾌하며, 논리가 차곡차곡 쌓여 눈에 보인다.

 

이 책의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글에는 목적이 있다. 우리는 글의 내용을 생각하느라 가끔 이 사실을 망각한다. 우리의 글은 작가의 글과는 다르다. 우리의 목적은 설명이나 설득, 감정표현같은 커다란 목적으로 분류되기보다는 더 세분화된 목적으로 분류되어야 이해가 쉽다. 목적에 충실한 글. 일단 목적이 아주 구체적이면 글의 내용과 방향을 어떻게 정해야할지 나온다. 단순한 진리인데 이렇게 와 닿다니. 읽으면서 감탄했다.

 

글을 쓰기 전에 키를 잡아야 한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나는 저자의 다른 책을 좀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저자의 홍보목적은 달성되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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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의 다상담 1 - 사랑, 몸, 고독 편 강신주의 다상담 1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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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을 들어본 것은 재작년. 책을 찾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작년쯤. 그 중에 이 책이 가장 먼저가 된 것은 지난 달 친구가 라디오에서 들었다는 상담 이야기를 해주면서부터였다. 그렇게나 팬이 많은 작가의 글 중에서 비교적 쉬운 걸 골라보자는 생각도 한편 있었을 것이다.

 

인생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들이 바라는 대답은 어떤 대답일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는 지침. 뭐 그런 것일까. 점집을 찾는 사람들은 고민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고도 하고, 고민에 대해서 결정을 내려주는 사람이 있어서 좋다고도 하는데, 상담을 해주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도무지 하기 힘든 대답이다. 그의 삶의 담보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결정을 자기가 하더라도 어떻게 방향을 잡으면 좋을지 알려줄 수 있다. 지침이 명쾌하면 답을 내리기는 더 쉬워진다. 저자의 지침이 그렇게 명쾌하다.

 

사랑은 주인공되기에, 몸은 악기에, 그리고 고독을 몰입하지 못하는 삶의 풍경화에 비유하여 설명하는 저자의 답변 내용은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으면서도 전혀 어렵지 않다. 겪어본 사람들은 누구나 끄덕일만큼 정확하기도 하다.

 

사랑하면서 드라마를 꾸준히 지켜 본 적이 있는가. 내가 한창 연애하던 시기에 하던 드라마를 나는 하나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바빠서가 아니었다. 내가 주인공인 드라마를 현실에서 찍고 있는데 남의 드라마를 지켜볼 필요가 뭐가 있는가 싶었다. 사랑을 받는 사람은 주인공이 된다. 주인공이 되지 않는다면 사랑하거나 받고 있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 나는 백프로 공감한다.

 

내 직업이 정신 노동인 줄 알았는데 육체노동이었던 것도 그렇다. 정신 노동이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니 내가 하는 육체노동이 이해가 되었다. 아마 나는 정신노동을 하는 브루주아가 되고 싶었던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몸을 움직여야 하니 화가 났었던 걸지도.

 

어떻게 살아야하는 답은 없다. 다만 곰곰히 생각하는 삶에는 방향이 생길 것이다. 직진으로 가든, 우회해서 가든 하루하루의 결정이 최선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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