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은 권력이다
박정자 지음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의 만남은 대개 시선을 통해 이루어진다. 시선과 시선이 만나는 경우도 있지만, 시선과 대상으로 만나는 경우도 많다. 다수의 시선과 하나의 대상으로 만났던 과거에는 대개 범죄자나 광인으로서였고, 이때의 시선은 대상에 대한 단죄와 비난을 담고 있었다. 이때의 시선도 권력이었지만 대개 다수에 의한 것이었다. 하지만 곧 이런 다수의 시선은 소수 권력의 시선으로 변질된다. 하나의 시선이 다수를 감시하는 것. 이 감시의 시선은 점점 확대되어 현재 만인의 만인에 대한 시선으로 바뀌었다. 시선을 통해 나와 타자의 관계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때로는 내가, 때로는 타인이 시선으로서 작동하며, 때로는 시선을 가진자가, 때로는 시선을 받는자가 권력자로 군림한다. 이 책은 시대의 변화와 그에 따른 관계의 변화까지 읽어낼 수 있는 책으로 지금의 사회를 생각해보게 해 준다.

 

이 책의 대부분은 푸코의 <감시와 처벌>에 기대고 있다. 두 책 중에 이 책을 먼저 읽는다면 아마 푸코의 책을 읽고 싶어질 것 같다. 푸코의 책을 먼저 읽었다면 이 책의 해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지 모르겠다. 당신의 시선은 어디에 있는가. 당신의 눈은 '보고' 있는가, '울고'있는가. 혹, '말하고' 있는가. 

 

"이때까지 그녀는 완전한 자유였지만 그를 사랑하면서부터 그녀는 자신의 자유를 내팽개치고 마치 종처럼 그에게 예속되었다. 다시 말하면 주체가 아니라 객체, 대상, 물체로 전락했다. 그러자 남자는 여자에 대해 흥미를 잃는다. 그가 사랑한 것은 자유와 주체성을 가진 생기발랄한 여자였지, 종처럼 자기에게 예속된 무기력한 물질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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