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꽃, 피다 - 전국 중.고등학생 이야기대회 수상작 모음, 제주에서 강원까지
전국국어교사모임 엮음 / 휴머니스트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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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중고등학생 이야기대회가 있다. '전국'이라는 말에 어울리게 이 대회에는 각 지방의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는데, 등장 하자마자 각종 사투리들을 맛깔나게 구사한다. 사투리로 구성지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각자의 삶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전해 내려오는 옛날 이야기이기도 하다. 말로 된 것이다보니 글로 읽으면 약간 앞 뒤가 잘 안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옆으로 새는 것 같기도 하지만 '듣는다'고 생각하고 읽으면 굽이굽이가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이야기를 듣기 전에 읽으면서 장면을 상상하면 상상하는 재미를 더할 수도 있다.

 

'영국'은 이야기의 나라라고 한다. 해리포터 이야기는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 늘 이야기와 함께 살아왔던 그들 문화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책을 읽어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나라들도 있다. 우리 역시 '이야기'를 사랑하는 민족이었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나라이며, 특이한 지형이나 지명에도 이야기를 담뿍 더해 그 내력을 설명하는 나라였다. 그 이야기들이 식민지시절과 전쟁을 지나며 끊겨 버렸다는 안타까움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야기대회에 나와 있는 '꾼'의 후예를 바라보며 잊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이야기의 매력에 빠져 자기도 모르게 청중들처럼 대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심각한 이야기에 조금 지쳐 있을 때. 묵직한 것보다 가볍지만 따뜻한 이야기를 듣고 싶을 때 펼쳐보면 시름없이 한 시간을 웃을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다. 이야기를 사랑하는 그대들이 읽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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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인문학 글쓰기 강의
이상원 지음 / 황소자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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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 고전 강의를 들으며 설화를 읽고 해석하는 과제를 받았다. 이 과제에 대해 교수님께서는 '특별'한 피드백을 주셨는데 그건 바로 같은 과 학생들의 코멘트였다. 두 명의 학생이 내가 해석한 글에 대한 일종의 '답글'을 달아주었고, 이것까지 모두 읽은 후 교수님의 평가가 달리는 그런 방식이었다. 교수님께서는 학부생이던 시절에 자기가 낸 레포트가 어째서 그 점수를 받게 되었는지, 내 해석에 대해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혀 알 수 없이 달랑 학점만 나오는 평가시스테이 불만이셨다고 하셨다. 나는 그 교수님의 불만에 매우 동의했고, 그 평가방식에도 매우 만족했다. 아울러 친구들이 함께 읽는다는 생각에 무척이나 열심히 과제를 하고, 답글 역시 최선을 다해 달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때의 과제를 떠올린 것은 이 강의의 방식이 당시의 '답글'형식과 매우 유사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글쓰기는 혼자만의 작업이 절대 아니다. 독자를 염두에 두지 않는 글은 '죽은'글이나 마찬가지이다. 누군가는 읽겠지. 는 아무도 안 읽는다.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글놀이판'이라고 말하는 그 강의에는 교수님만 알고 나만 아는. 그렇지만 결과로 나온 학점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모르는. 그리고 나서 강의가 끝나면 서로에게 깨끗하게 잊혀지는. 쓰기 싫지만 써야만 하는 고통스러운 글.이 없다. 거기에는 '글쓴이'와 그의 '독자'가 만나 함께 글에 대해 이야기하며 글의 더 나은 방향을 찾고, 새로운 표현방식을 칭찬하고, 글의 내용을 가지고 토론하는 '살이있음'이 있다. 무엇이든 해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전공수업으로 꽉 채운 시간표를 보던 중에 그래도 '하나쯤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이 수업을 신청했다는 학생의 글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글'을 가지고 '놀'고 싶다면 여기 나오는 이 강의를 조금씩 흉내내보아도 좋겠다. 나 역시 글을 읽고 이런 수업을 흉내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학생이어도, 무엇에 관심이 있어도 상관없이 모인다면 모두가 '글'로 하나되는 공동체가 될 수 있다. 미디어가 모든 것을 대신할 것만 같은 시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국 '쓰게'될 것이기 때문이며 그 무언가를 '쓴다'면 그것을 읽어주는 사람과의 만남처럼 즐거운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덧붙여서 이 '놀이'의 결과물로 만날 수 있는 학생들의 글에서 얻는 독자로서의 기쁨은 덤이다.

글쓰기강의,감상에세이,주제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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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멸감 - 굴욕과 존엄의 감정사회학
김찬호 지음, 유주환 작곡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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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감정이지만 누구도 다시 겪고 싶어하지 않는 감정일 것이다. '모멸감'은 어떤 철학자에게는 '생을 억눌리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그리고 '생을 억눌린다'는 것은 인간에게 '죽음'보다 낮은 위치에 처한 '어떤 것'이다.

 

최근의 한국 사회를 진단하면서 이렇게 적절한 한 단어를 찾을 수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 영화, 소설, 가사, 철학을 아우르는 저자의 방대한 지식의 양에 감탄했다. 이 지식의 향연은 저자가 이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게 해 주는 지표라고도 할 수 있겠다.

 

평범한 것이 점점 '보통 이하'가 되어가고 있다. 그렇기에 모멸감의 스펙트럼도 더 넓어지고 있다. '글로벌'한 시대에 '글로벌'한 비교를 하면서 스스로를 '글로벌'한 초라함에 위치시키기 때문에 더더욱 모멸감이 증폭되고 있다는 작가의 말에 동의한다. 그래서 더더욱 최고가 아니면 하찮게 여길 뿐 아니라 최고가 되지 않을 거면 시작도 하지 말라며 꿈을 무시해버리는 세대가 안타깝다. 

 

모멸감은 큰 에너지 없이 상대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한다. 사소한 말투, 눈빛만으로 상대를 자살하게 할 수도 있다. 여러 말 없이도, 잦은 만남 없이도 가능하다. 아니 아주 사소한 권력을 휘두르는 것으로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위험하고 무서운 무기다.

 

뉴스를 보며 우리는 '경제'가 문제라는 생각을 한다. 저 대단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급격하게 성장하던 시기의 우리들이 얼마나 넉넉했던가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곧 '경제'가 살아난다면, 모두가 잘 사는 사회가 된다면, 하는 대답은 모두 회피일 뿐이다. 경쟁 상태에서, 최고지향의 상태에서, 상대로부터 자기의 자존감을 확인받아야 하는 사회에서는 '모두'라는 개념 자체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관계'에서 그 해답을 찾는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또 최근의 여러 지식인들이 다시 되돌리고자 하는 사회 공동체의 부활과도 맞닿아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한 관계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사람들. 억지로 나를 증명할 필요가 없는 공간이다." p.258

 

저자는 모멸감을 주는 행동을 비하, 차별, 조롱, 무시, 침해, 동정, 오해의 범주로 나누어 설명한다. 그리고 모욕당하지 않을 권리를 철저하게 지키는 사회인 '품격있는 사회'를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는다면 누구나 상대에게 무심코 던졌던 눈빛이나 단순한 마음으로 했던 말 한마디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반대로 자신이 겪었던 불쾌한 경험이 사실은 모멸감 때문이었던 것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어떤 경우든, 좀 더 따뜻해지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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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 철학이 묻고 심리학이 답하는 인간 본성에 대한 진실
로랑 베그 지음, 이세진 옮김 / 부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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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와 놀부 이야기를 읽으면 이런 생각이 든다. 흥부는 왜 이리 착한가. 또는 놀부는 왜 이리도 못됐나. 수많은 새로운 해석들이 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고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착하거나 나쁘다. 극이어서 그렇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우린 때로 흥부처럼 착한 행동을 하기도 하고, 놀부같이 나쁜 행동을 하기도 한다는 것을. 그렇다면 우리는 왜 착하게 행동하고 나쁘게 행동하는 걸까. 어느것이 우리의 '본성'쪽일까. 혹시 당신은 어렴풋이 그렇게 생각한적이 없는가? '착한' 일을 하든, '나쁜' 일을 하든 결국 인간은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한다는 생각. '남'을 위한 '희생'이라고 하지만 그것 또한 일종의 '자기만족'이었을 수 있다는 것 말이다. (가치를 따지자는게 아니다. 어떤 선행이든 선행은 소중하다. 다만, 선행을 선택하는 이유에는 어떤 형태로든 '자기애'가 결합되어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
 
이 책을 읽으면 생각했던것보다 인간의 자기애가 얼마나 강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우리가 인지하고 행동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것의 조종을 받는다는 것. 논리적으로 사고한다고 생각하고 판단했던 것들이 사실은 감정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었다는 것을 작가가 다양한 심리실험을 통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읽으면서 이렇게 여러 실험과 그 결과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줄줄이 묶어내는 그의 '이야기꾼'스런 능력에 감탄해버렸다. ^^
 
'안다'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이 책은 인간은 이토록 이기적이기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하려는 책이 아니다. 인간은 이토록 이기적이므로 우리가 스스로의 판단을 검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각자의 '자기애'를 이해한다면 내가 지금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 이기적으로 합리화하는 대신, 내가 지금 절제하는 능력이 떨어진 상태라서 잘못 선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느껴서 피해자에 대해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려해 볼 수 있게 된다. 세이렌의 위험에서 나만은 벗어날 수 있다고 자신하지 않고 자기 몸을 묶은 채 선원들에게 어떤 말을 해도 들어주지 말라고 했던 오딧세우스의 현명한 선택처럼 말이다.
 
"이타성에 있어서도 ...(중략)...결국 우리가 행동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구체적인 결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실수할지도 모른다는 위험, 망설임, 시간과 수단을 투자해야 한다는 부담이 그래도 나서야겠다는 절박한 필요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p .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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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여행- 2014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에런 베커 지음 / 웅진주니어 / 2014년 11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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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루퉁한 스핑키
윌리엄 스타이그 / 비룡소 / 1995년 10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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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남긴 선물
마거릿 와일드 지음, 론 브룩스 그림, 최순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10월
7,000원 → 6,300원(10%할인) / 마일리지 3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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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를 쳐 줄게
앤더 글.그림, 신혜은 옮김 / 사계절 / 2010년 11월
10,500원 → 9,450원(10%할인) / 마일리지 5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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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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