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렇게 한꺼번에 많이 올리는 이유는 이것으로 매뉴얼 연재를 마치기 위함이다. 더 쓸말이 많긴 하지만 이쯤에서 그쳐야하겠다. 첫째, 비전을 자꾸 공개했더니 대내외의 압력이 거세다. -_-;; 유림에서 자객이라도 파견할까봐 걱정이다. 둘째. 자백이 놀렸다. 자기 홈페이지에는 작품 세계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들이 오가는데 내 홈페이지에는 씰데없는 낙서에 대한 이야기만 오간다고. 무릇 작가의 홈페이지란 작품 세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오가는...... 어쩌고 하면서 내 염장을 질렀다. 분하다. 나도 알고 보면 무협작가다. -___-;;; 유머 작가가 아니란 말이닷. 세째 원고 마감이 닥쳐오고 있다. -_-;;

민란 제압의 원칙이 전회의 핵심 내용이었다. 전회의 첫머리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진정한 마님은 그의 마님됨이 대외적으로 인정받아야만 한다. 나도 태어날 때부터 마님이었던 것은 아니다. 한때는 내가 현모양처가 될 수 있을거라는 가당찮은 꿈을 꾸기도 했다. 쳇... -_-;;

여기서, 내가 마님이 된 과정을 간략히 서술해 보기로 하겠다. 결혼 초, 민란이 번번히 실패하자 삼돌이는 화가 났다. 그래서 종종 가출을 했다. 뛰어봤자 어디로 가겠는가? 집 근처에 마련된 작가들 공동 작업실인 늘보방으로 쪼르르 달려가 투덜투덜거리며 내 뒷다마를 깠다. 한두번이 아니었나보다. 다른 늘보들도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입바른 소리 잘하기로 유명한 이재일씨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한 마디 했다.

"재훈이형. 웬만하면 그냥 맞다고 하지, 한 두번 겪은 것도 아니면서 뭘 그때마다 덤벼.. ;;"

자백은 그날 크게 도를 깨우쳤다. 그 뒤로는 어지간하면 참고 사는 인내심을 체득했다. 그러나 분함은 여전히 남았던지 시시때때로 쌓이는 울분을 풀 길을 모색한 모양이다. 그 길이라는 것이 동네방네 다니면서 '우리 마님이 오늘도 날 팼어요' 따위의 유언비어를 살포하는 것이었다.

공언하건대 나는 절대로 누굴 패는 사람이 아니다. -_-;; 앞서도 말했다시피 삼돌이가 팰데가 어디 있다고 패는가? 그때만 해도 나는 내가 마님이라는 계급의식이 없었다. 사람들이 나를 보고 '마님이 또 삼돌이를 패서 전치 4주를 만드셨다면서요?'하고 물어올 때마다 나는 당혹스러웠다.

처음 한동안은 30년 이상 주입된 현모양처 이데올로기와 내적인 전투를 벌여야 했다. 실질적으로는 마님이라도 대외적으로는 현모양처인척 하고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내가 폭력을 휘둘렀다는 따위의 유언비어와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 사람들이 나를 마님이라고 부를 때 나는 슬퍼했다. 마치 근거없는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것 같은 고통이 온몸을 엄습하곤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나는 깨달았다. 주변의 사람들은 '마님, 마님' 하면서 즐거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에게나 새로운 성에 대한 꿈이 있다. 남과 여라는 관계는 이성적 관계 맺음이 가능함으로 인해 항상 긴장이 내포된 관계다. 아줌마라는 제 3의 성은 그 긴장을 다소 제거했으나 덕분에 존경심 역시 거세된 성이다. 사람들은 꿈꾼다. 연약하고 감성적인 여성도 아니고, 우악스러운 아줌마도 아닌, 그것을 뛰어넘은 또 하나의 성을. 남자든 여자든 그 새로운 성에 기대어 포근하게 (-_-;;) 쉬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다. 그래서 자기랑 별 관계가 없어도 '마님, 마님' 부르며 즐거워하는 것이다. 마치 저울과 칼을 든 정의의 여신과 같은 압도적인 존재를 우리는 꿈꾼다. 그게 바로 마님이다. -_-;;

마님이 항상 옳아야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땡깡 잘 부리고 심부름 잘 시킨다고 마님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만인의 어머니스러운 압도적인 지위와, 언제나 올바른 탁월한 이성(과 뻔뻔함),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식구들을 지킬 수 있는 만땅 HP!

나는 본래 마님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만인을 위해 그 호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우웃... 이 숭고한 희생정신) 사람들은 흔히 마님이 얼마나 편할까만을 생각하면서 부러워하기도 하고, 얼마나 뻔뻔하면 마님 노릇을 하며 살까하고 질시하기도 한다. 속 모르는 소리다. 마님에게도 남모르는 고통과 번거로움이 있다.  무슨 고통과 번거로움이 있느냐고? 어...... 하여간 있다. 따지지 말라! (버럭)

에, 마님의 고통을 차포 다 떼고 간략하게 설명한다면, '늘 공정함과 옳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옳지 않으면 마님이 못된다. 뻔뻔함으로 밀고 나가면 되지 않느냐고? 집단최면이라는 것은 단순한 뻔뻔함만으로는 유지가 안된다. 게다가 이 뻔뻔함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데... ;; 이 나조차도 가끔은 내가 너무 뻔뻔하지 않을까 하고 반성해 보게 된단 말이닷. 어지간한 염통의 털가지고는 오래 유지하기가 힘들다. 때문에 본질적으로 옳지 않고서는 마님의 파워를 유지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또한 주의할 점이 있다. 살다보면 마님의 지위를 아직 인정하지 않는 외계세력과 부딪혀야할 때가 있다. 이때마다 살얼음을 걷는 것 같은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솔직히 내집 삼돌이 하나면 만족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다른 나라 땅까지 침범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제국주의 국가에서 권력을 유지하려면 자꾸 딴 나라를 먹어야만 한다. -_-;; 내가 원하지 않아도 백성이 눈을 초롱초롱 뜨고 '저 나라도 먹어주세요' 하고 요구할 때가 있다. 이때가 참으로 난감하다. 난 먹고 싶지 않단 말이다 T_T (거기 여러분! 마님이라고 부르지 말란 말이에욧!) 하지만 삼돌이 증후군은 흡혈귀와 같아서 자기만 물리면 분한가 보다. 일단 마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백성들은 다른 백성들까지도 전염시키고야 만다. 무서운 일이다. 마치 다단계 판매방식과 비슷하여 내가 애쓰지 않아도 어느 사이엔가 너도 나도 마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사실 집에 와서 장작도 안 패주고 물도 안 길어주는 말로만 삼돌이들이 백이 있고 천이 있다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러나 이 확장의 매카니즘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그저 초연하게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다. 솔직히 마님의 영향력이라는 것에도 한계가 있어서 세상만인을 통치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가끔은 개기는 자들도 나타나기 마련이다. '쳇, 지가 무슨 마님이라구... 그저 남편이 좀 아껴주니까 기고만장해서' 라든가 '쯧쯧. 남자가 오죽 못났으면......'이라는, 마님과 삼돌이 관계의 심오함을 깨닫지 못한 불우한 무리들과의 조우도 있을 수 밖에 없다.
또한 '나도 삼돌이나무' 라고 자칭하면서도 은근히 응석을 부리며 머리꼭대기에 타고 앉으려는 불순한 세력도 있다. 이럴 때 어찌할 것인가?

대처방법은 단순하다. 놀아주지 말아라. 자기 집 울안의 오리지날 삼돌이가 아닌 유사 삼돌이 군단에게 마님이 베풀 수 있는 최상의 시혜는 '같이 놀아주는' 것이다. -_-;; 마님의 올바름과 마님의 덕성을 가까이에서 맛보며 즐거워하는 것이 유사 삼돌이들의 유일한 낙이다. 때문에 불순분자에게는 안놀아주는 것이 최고의 형벌이다. 안놀아줄거야! (훗, 무섭죠..? -_-;; 안 무서우면 말고..)

안놀아주는 것만으로는 웬지 보복이 시원치 않은 것 같다고? 반드시 사회적으로 매장시켜야 한다고? -_-; 아서라. 무리하면 원래의 기반마저 무너진다. 물론 경우에 따라 사회적으로 매장시켜야 할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걸 본인이 하려고 애쓰지 말아라. 하늘의 도가 항상 올바르게 움직이고 있음을 믿어야 한다. 애쓰지 않아도 징벌은 자연히 찾아가기 마련이다. 웃고 노는데 같이 끼지 못하는 자는 그 외로움 때문에 이미 벌을 받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___^ (어딜 봐도 완벽한 이론이군. 음하하)

또한 항상 잊지 말아야할 사항이 있다. 마님의 영역을 같은 여자들에게까지 확장시키려고 하지 말라. 여자는 마님의 통치대상이 아니다. 세상 모든 여자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미 마님인 자와 잠재적 마님인 자. 다른 마님, 혹은 마님 후보들의 영역을 인정하고 그들의 통치권을 넘보지 말라.

솔직히 말해 유사 삼돌이 백이든 천이든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내집 울안의 오리지날 삼돌이다. 세상 모든 것을 잃어도 오리지날 삼돌이만 있으면 마님은 마님일 수 있으며 권토중래를 꿈꿀 수 있다. 그러나 오리지날 삼돌이를 잃으면 백성 없는 왕, 신도 없는 신이 되어 하염없이 추락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죽더라도 종곡을 베고 죽는 농사꾼의 마음으로 오리지날 삼돌이를 늘 아끼고 사랑하라. (아끼라 함은 그가 끓여오는 커피를 황홀하게 마셔줄 줄 알라는 것이고, 사랑하라 함은 설령 그의 김치찌개에 두부가 허옇게 덮여 있어도 참고 먹을 줄 알아야 한다는.. 물론 이건 좀 어려운 일이지만.. ;;)

이상으로 마님이 되는 법의 비전 공개를 마치겠다. 끝으로 한 가지만 말하자. 자꾸 여기저기 방명록에 우리집 삼돌이보고 '삼돌이 안되는 법' 같은 것을 강의해달라는 요구가 많은데, 어리석은 일이다. 그 방법을 알았으면 어찌 삼돌이가 되었겠는가? 5공의 전**가 "민주화로 가는 길" 같은 책을 낸다든가 대*그룹의 김*중씨가 '망하지 않는 탱크그룹 유지하는 법' 같은 책을 내면 여러분은 사보겠는가? (사볼지도.. ) 모든 비전은 경험에서 나온다. 나는 마님이 되었다.(내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고로 마님이 되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다. 때문에 우리집 삼돌이에게 여러분이 배울 수 있는 최상의 노하우는 '사랑받는 삼돌이가 되는 법'이라든가 '마님을 만족시킬 수 있는 야식 100선 레시피' 같은 것이리라.

그동안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지금까지 이 글에 나온 인명과 지명은 사실과 대단히 관련이 많음을 밝힌다.

외롭게 주종의 도를 실천하는 마님 쓰시다 -_-;; (쳇.. 이것도 자기 최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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