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여러분은 본격적인 종신 계약 상태에 돌입했다. 이때부터가 중요하다. 길들이기 단계에서는 정 안되면 재료를 폐기처분할 수도 있고, 한 번 잘못해도 다시 길들여 버릇을 고칠 수도 있다. 그러나 종신계약 상태에서는... 물론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하지만 과정이 매우 귀찮다. -_-;; 그러므로 실패가 없어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마님에도 두 가지 계열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른바 실리파와 세력파가 그것이다. 세력파라 함은, 실제로 집안에서의 역할 분담은 남녀 상식적인 선이지만 가정의 대소사를 결정할 때 여자의 목소리가 큰 쪽을 말한다. 실리파란 보다 금단의 영역에 가까운 -_-;; <가사노동 혁명>을 획득한 단계를 이름이다. 언뜻 보아 실리파가 세력파보다 훨 나아 보인다. 왜? 설겆이까지 시킬 수 있다면 목소리는 오죽 크겠는가? -_-;;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 때문에 이 선을 넘볼 수 없는 마님도 있기 마련이다. 맞벌이라면 공정한 분배가 가능할 수도 있다. 원칙 상...... 하지만 한쪽이 오갈데 없는 '전업주부'고 한 쪽은 때때로 야근까지 하고 오는 직장인이라면 아무리 마님의 염통에 털이 나있기로서니 집에서 뒹굴뒹굴 하드 빨다가 회식 마치고 들어온 남편에게 '밥 줘'라고 하기는 쪼금 그렇지 않은가? ^^;;;;

그러니 처지가 이렇다면 별수없이 우선은 주말주부 만들기 경지에서 만족하는 것이 무리가 없겠다. 물론, 어떤 마님들은 저렇게도 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난 아니다. 난 아니~~~)

아무튼, 결국 '결혼생활'에서 가장 근본적으로 신경을 건드리는 문제는 그것 - 가사노동의 문제다. 굉장히 쉽고 단순하고 유치한 문제인 것 같지만 영원히 식지 않는 뜨거운 감자가 또 이것이다. 어쩌면 바로 이 부분이야말로 마님되기의 핵심일지도 모른다. 자, 빨간펜을 준비하시라.

어떻게 가사노동을 떠넘길 수 있는가?

먼저, 이상을 잊지 않게끔 하라.
여러분은 전회에 삼돌이로 하여금 결혼의 이상을 잊지 않게끔, 야생마 시절의 꿈을 망각하지 않게끔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공평하고 세련되고 우아한 파라다이스 같은 결혼 생활......! 전투에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다. 절대 나의 원칙으로 상대를 치지 말라. 반드시 상대의 칼로 상대를 찔러야 한다. 나의 논리로 상대를 치면 결론은 '너와 나는 원칙이 다른 사람'이라는 것으로 밖에 날 수 없지만 상대의 논리로 상대를 치면 결론은 '앗 이 말을 안 지키면 나는 내가 한 말도 못지키는 놈이 되어버리는구나'가 된다.  압도적으로 유리한 고지다.

그 다음, 약속을 이용하라.

"밥 먹고 난 다음에는 자기가 좀 설겆이도 하고 그래봣!"하고 바가지를 긁는 것은 싸움이 될 뿐이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밥은 내가, 설겆이는 니가" 하는 식으로 약속을 정해두는 것이 좋다. 최소한 세탁기라도 돌리게 해라. 뭔가 사소한 일이라도 삼돌이가 하게끔 유도하라. 말로만 그래놓고 안한다고? -_-;;

바로 그게 문제다! 말로는 삼국을 통일한다면서 '좀 있다 할께'라든가 ' 지금은 피곤해서'하고 개기는 삼돌이가 많다. 이럴 때 어떻게 할 것인가? 이건 공개하고 싶지 않은 비전이지만 할 수 없이 공개한다.

관건은 "인내심"이다. 인내하지 않는 자 마님이 될 수 없다. 뭘 인내하라는 거냐고? -_-;; 우리집 예를 들어주겠다.

우리집 삼돌이도 처음부터 좋은 삼돌이였던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성격이 못되서, '분명히 저 인간은 결혼하면 마누라한테 소리 버럭버럭 지르고 성질 팍팍 내고 맨날 술꼬장만 부리는 위인이 될 거야'라는, 한 마디로 불량감자의 표본이었다. 게으르기는 둘째가라면 서러웠다.

신혼 초에 우리집에는 룰이 있었다. 남편이나 나나 성격이 못되서 -_-;; 어렸을적부터 책읽는데 엄마가 들어와 방청소한다고 부산 떨면 신경질 내는 애였다. 때문에 우리들은 룰을 이렇게 정했다.
"가사노동을 표 짜서 반씩 나누는 것은 기계적이다. 청소나 설겆이나 좀 하고 싶을 때 하자. 지저분해진다고 누가 죽냐? 우리 편할 때 일하기로 하고, 치우고 싶은 사람이 치우자. 한 사람은 치우고 싶고, 한 사람은 놀고 싶으면 치울 사람만 치우기로 하자. 서로 편하게 살자."
저 소리를 누가 했는가? 후훗. 내가 안했다! 남편의 입에서 저 말이 나올 때 내 표정은 온화했으나 머리 속에서는 독립기념일 폭죽이 터지고 있었다.  ^___^

1단계 상황: 설겆이가 쌓인다 -> 아무도 신경 안쓴다.
2단계 상황: 계속 쌓인다 -> 역시 신경 안쓴다.
3단계 상황: 설겆이 탑의 높이가 일척에 육발한다. 피사의 사탑 형상이 된다 -> 남편이 다소 불안해 하는 눈치다. 나는 신경 안쓴다.
4단계 상황: 집 주변을 지나가는 거친 바람에 설겆이탑이 쓰러진다. ->... 누군가 한숨을 내쉬며 일어난다. 그 누군가는 내가 아니다. ^__^ V

인내가 필요하다! 결국 승리는 좀 더 지저분을 잘 참는 쪽에 돌아온다. 성격이 깔끔해서 게으른 남편이 치우기를 기다릴 수 없는 당신은 포기해야만 한다. 게으른 남자보다 세배쯤은 더 게을러야 승리할 수 있다. 설겆이가 일척이 쌓이더라도, 방바닥 먼지에 발자국이 찍힐 지경이라도 초연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아는 '마님이 되고 싶은 여자분'들 중 두 분이 이 대목에서 포기했다. 어떻게 남자보다 더 게으를 수 있느냐고? -_-;; 하루는 참아도 일주일은 못참는다고? 물론 쉽지 않은 길임을 안다. 그러나 인내가 쓰면 쓸 수록 열매는 달다! 영광의 그 날을 위해서 미혼 시절에 지저분해지는 훈련을 해야 한다. 감량요양원이나 신부수업 학원 같은 것만 생길 일이 아니다. '남자보다 더 지저분해지는 법 훈련소' '설겆이 안한 냄비에 다시 라면 끓여먹기 특훈 코스' 같은 것이 생겨야 한다.

눈물을 삼키며 '저는 비위가 약해서 차마 그런 것은 할 수 없어요'라는 여성분들이 많을 줄로 안다. 물론 이해한다. 그러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좀 지저분하다고 죽는 거 아니다 . -_-;; 어릴 때부터 상한 음식을 많이 먹어서 면역력을 길러야 한다. 목욕 안하고도 버틸 줄 아는 끈기도 배워야 한다. 좋은 마님이 되는 과정은 좋은 여자가 되는 과정과 일치하지 않는다. 좋은 마님 - 그것은 완전한 인간이 되는 길이다. (from 금강불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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