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튼, 전회에 여러분은 재료를 길들이는 초보적인 노하우를 습득했다. 전회에도 말했다시피 훈련 방법은 이것만 있는게 아니다. 교과서에만 의지하지 말라! (.. 참고서에도 의지하라.. ;;)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방법이 따로 있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원칙은 하나다. 반복학습에 의해 재료가 '이 여자가 싫어하는 것은 무엇이고, 그걸 저지르면 자신이 매우 골치아파지며, 궁한 말싸움을 계속하느니 그냥 먼저 미안하다고 하는 쪽이 차라리 낫다'는 진리를 체득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자, 그러면 단지 저 경지를 획득했다고 마님이 될 수 있는가? 후훗, 당신은 마님의 경지를 너무 쉽게 보고 있다. -_-;; 마님이 뭐 '남편에게 자주 사과 받는다'고 마님인 줄 아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이것은 단지 첫번째 코스일 뿐이다! 진정한 마님의 경지에 이르면 사과 받는다는 과정 자체가 없다.

이러쿵 저러쿵 길들이는 과정이 끝나고 나면 좌우당간 우쨌든동 결론을 내려야할 때가 온다. 이 대목에서 쪼금 진지해져보자. 계약관계란 매우 깝깝한 것이다. 아마 날 잡은 커플들 중 상당수가 연애 과정에서 싸웠던 것의 2배수쯤 이 기간 동안 싸울 것이다. 그리고 30%쯤은 이 과정을 감당하지 못하고 갈라선다. -_-;; 결혼이라는게 대체로 한국사회에서는 여자에게 불리한 계약관계라고 알려져 있다. 물론 여자에게 불리한 면이 상당히 많다. 그러나 남자라고 불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사실 한국 남자들 사는 거 보면 불쌍하다. 겉만 컸지 아직 속은 조립로봇 좋아하고 야사진에 날밤새는 청소년 단계에서 그다지 벗어나지도 못한 사람들이, 결혼만 하면 가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휘청거려야 한다. 그 짐은 예수의 십자가 이상으로 무겁고 숙명적이라 주여 이 잔을 제발 거둬주소서라고 호소하려고 해도 호소할 곳 조차 없다 .... 는 것은 약간 오래된 발상이다. 만약 이 '가장'의 의무에 충실하면서 '가장'의 권리도 행사하겠다는 전형적인 한국남자라면 그래도 좀 공평한 편에 속한다. 전형적인 것이 마음에 안드니 뻥 차버리는 것이야 선택의 자유지만, 최소한 의무와 권리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그 사람 개인 안에서는 불합리가 적다. 그러나, 문제는 '무늬만' 한국남자들이다. -_-;; 요컨대 의무는 이행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행사하려고 드는 사람들 말이다. 이런 불량 재료들을 어찌할 것인가? 국가 차원에서 해외로 수출해 버리거나(수출 대상은 원한이 많은 나라여야 하겠다) 뭔 수를 내야 한다.  의무는 이행하고 권리는 행사하려 들지 않는 반대의 경우에는 불량 재료라고 절대 안한다. 이런 남자는 싸우전드 오브 싸우전드. 희대의 명품, 유니크 아이템이다. 경매 붙여라. 떼돈 번다. -_-;;

계약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여러분은 주로 무엇을 가지고 싸우는가? 다이아가 반 캐럿은 더 커야 한다고 싸우는가? -_-;; 그러지 마라! 그런거 하나도 안 중요하다. 왕다이아 반지 끼고 설겆이해봤자 폼 안난다. 그럼 무엇을 가지고 싸워야 하는가? '청사진'을 가지고 싸워야 한다. <결혼생활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보다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보이지 않는 정치투쟁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 단계까지 통과한 재료라면 그 대답이 <나는 글씨를 쓸 테니 너는 떡이나 썰어!> 정도는 아닐 것이다. 만약 그 지경이라면 매뉴얼 1장부터 다시 읽어보기를 바란다.

"서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서로의 길을 막지 않는, 결혼해서 서로에게 장애가 되지 않고 오히려 도움이 되는, 주종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동료의 관계인.."

뭐 대충 저런 답이 돌아온다! 남자들 역시 결혼에 대한 공포가 좀 있다. 마누라에게 잡혀 살면 어떻게 하나? 가장이랍시고 하고 싶은 일도 못하고 취미생활도 가로막히고 재미없게 살게 되면 어떻게 하나? 델리케이트하던 그녀가 아줌마가 되어서 매력이 없어지면 어떻게 하나? 버스 옆자리 여자한테 눈 돌렸다가 바가지 긁히면 그 인생 참담해서 어떻게 사나....

즉, 남자들이 저런 결혼생활을 바란다고 할 때는, 저런 위험요소에 대한 부적을 붙이고 싶은 거다. 물론, 저건 다 머리 속의 이상이다. 훗, 서로 장애물이 되지 않고 도와주는 부부 관계? -_-++ 꿈 깨랏! 가정은 정글이다! 이상적인 대사에 현혹되어 '어머 우리자기는 꿈꾸는 것도 너무 멋져. 이런 남자랑 살면 분명히 그렇게 될 수 있을거야' 따위 생각은 하지 마랏! 이 세상에 동반자는 없다! 오직 지배당하느냐 지배하느냐가 있을 뿐이다 -_-+++

... 그러나 이 때 그 티를 내면 곤란하다.. ㅎㅎ ^^;; 열을 식히고, 이때는 그저 비슷하게 응수해주면 된다. 훗훗. 재료는 나름대로 자신을 위해 열심히 부적을 붙이고 있지만, 그 부적은 다 나중에 여러분에게 역이용당하게 될 것이다. 여러분이 할 일은 재료가 그 대사를 시시때때로 읊게끔 유도하는 것, 그리고 그런 말을 할 때마다 격려 고무 시키는 것. 자신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을 잊지 않게끔 주입시키는 것이다. 훌륭한 삼돌이는 압제 속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초원을 뛰어다니는 자유로운 야생마 시절의 이상을 재료가 잊지 않게끔 만들어야 한다. 자기가 평범한 대한민국의 가장이 되는 것을 역겨워하게 만들어야 한다. 월급에 쫓기고 꿈도 이상도 없이 살아가는 평범한 노새가 되는 것을 혐오하게 만들어야 한다. 저 무지개 너머에 꿈의 나라 오즈가 있을 것이라고 믿게 만들어야 한다.

물론 여러분 자신에게도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우선 결혼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 결혼한 다른 커플을 보면 둘 중 하나다. '사는게 지겨워' 파이거나 (이 사람은 투덜이 스머프 계열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 그이는 너무 잘해줘'거나.
남들이 잘 사는 거 보고 '우웃. 우리 삼돌이는 아직 많이 부족해' 같은 생각은 하지 마라 -_-;; 데모버전은 원래 다 비까번쩍하다. 원래 남들한테는 다 좋은 소리만 하기 마련이다. 그 소리 믿고 괜히 집에서 바가지 긁지 마라. 나중에 역습 당할 수 있다. 남이 금그릇에 밥을 먹든 은그릇에 밥을 먹든 신경쓰지 마라. 그냥 다 뻥이려니 생각해라. 일년에 한 번씩 해외여행가고 시어머니가 이번 겨울에 밍크코트를 해줬다는 둥 하는 여자들도 물론 있다. 하지만 다 지불해야 하는 대가가 있다. 그 대가들이란 입장 바꿔놓고 보면 나는 절대로 지불 못할 그런 대가들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 신경꺼라. 영 부러워서 못 참겠거든 마음 속으로나마 '다야반지 낀 저 손으로 아침마다 날달걀로 눈탱이 문지르고 있을거야'라고 상상이라도 해라. -_-;;
물론 물질적인 삶도 중요하다. 당장 쌀독 밑바닥 긁히는 소리가 나는데 사랑은 무슨 사랑인가. 그러나 정도 이상을 꿈꾸며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지 말라. 동창회 나갔더니 누구는 예물로 뭘 받고 누구는 예물로 뭘 받고.. 이런 얘기하는 친구들이랑은 놀지 마라 -_-;; 먼 훗날, 좀 더 나이 들어서 다른 친구들이 물질로 결혼생활을 자랑할 때 '너네 신랑은 잘해주니?'라고 묻거든 그냥 훗 웃으면서 핸드폰 꺼내서 남편한테 전화해라. "삼돌아, 장작은 다 패놓았느냐?" 이 한 마디 해주면 좌중을 압도할 수 있다. 그 날을 기다리며 짚북더기에 누워 쓸개를 핥아라. 인과율이 여러분에게 언젠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할 것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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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6-08-21 0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먼 훗날, 좀 더 나이 들어서 다른 친구들이 물질로 결혼생활을 자랑할 때 '너네 신랑은 잘해주니?'라고 묻거든 그냥 훗 웃으면서 핸드폰 꺼내서 남편한테 전화해라. "삼돌아, 장작은 다 패놓았느냐?" 이 한 마디 해주면 좌중을 압도할 수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클레어 2006-08-22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마님이 짱이라니께요..포스가 장난이 아니잖습니까?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