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머리를 식히기 위해 마님이 되는 법 제 2탄을. 지난 회에 싱싱하고 좋은 재료를 고르는 법을 익히는데까지 했다. ^_^ 재료를 골랐으면 마땅히 손질을 해야 한다. 이 손질 과정을 흔히 '길들이기' 라고 표현한다. 혹은 범인들이 평범하게 쓰는 말로 '연애'라고 말할 수 있다.
손질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이 재료가 과연 진짜로 좋은 삼돌이가 될 수 있는가를 재삼재사 확인하는 것이다. 사람의 일이라는게 실수가 없을 수 없고, 무엇보다 '연애'라는 상태에 있다 보면 흔히 눈에 콩깍지가 씌워서 '이 재료는 분명히 최고의 모범적인 삼돌이가 될거야'라고 착각하기 십상이다. 자만하지 말라! 연애가 아닌 중매결혼을 한다고? 물론 중매결혼도 좋다. (중매해서 더 잘사는 커플도 봤다. 기대치가 적기 때문에 오히려 현실적이고 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매결혼에도 착각을 유발하는 위험요소는 있다. 요즘 세상에 중매결혼을 하게 되는 상황이라는 것은 흔히 내외의 압력에 밀려 사면초가 형국에서 마지막 탈출수를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콩깍지보다 '에잇 모르겠다'가 더 위험할 수도 있다.
어떻게 이 재료가 불량감자가 아닌지 확인할 것인가? 우선은 당신의 삼돌이를 '시험'에 들게 해라. 자주, 뻔질나게. 그러나 절대로 눈치는 채지 못하게. 우리의 삼돌이 후보생들은 귀여운 데가 있다. 그들은 자기가 조종당하거나 시험당하거나 혹은 의심당한다고 생각하면 불침 맞은 고양이처럼 펄펄 뛴다. 그러니 연기력이 필요하다. 모든 것이 삼월이의 애교인척 가장하며 이따금 물어봐라. 반드시 콧소리 30%를 섞어서 물어야 한다.
삼월이를 가장한 마님: (콧소리 30%) 자기야. 자기는 어떤 결혼생활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해?
이 경우 "남자는 하늘이고 여자는 땅이지! 그저 여자는 팍팍 기면서 서방님 떠받들기만 하면 돼!"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면 조용히 손닿는 곳에 있는 짱돌을 집어 뒤통수를 가격하라. 그리고 그런 재료를 선택한 자신의 안목 모자람을 탓하며 백일간 면벽수련하기를 권한다.
물론, 말은 저렇게 하더라도 그 재료가 평소 허풍을 잘 친다거나 농담을 잘한다거나 하는 언행불일치형이라면 좀 더 숙고해서 관찰하라. 의외로 저렇게 허풍치는 인간이 가정적인 경우도 있다. 연애할 때 재료가 귀엽다고 집에 놀러가서 청소하고 밥해주고 봉사만 하지 말고, 이따금 밥도 시켜보고 일부러 몸살 난 척 해서 미음이라도 끓여오게 유도하라. 그리고 그 작업 과정에서 재료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확인하라.
또한, 재료의 친구들과 자주 만나라. 물론 연애는 남들 몰래 둘이서만 하는게 제일 재밌다. 그러나 삼돌이와의 종신 계약에 돌입할 생각이라면 반드시 제 3자가 입회한 자리에서 그가 어떤 행동반응을 보이는지를 관찰해야 한다. 사람에게는 여러가지 얼굴이 있다. 온전한 개인으로서의 얼굴, 연인으로서의 얼굴, 가족 속에서의 얼굴 등등. 사람에 따라서는 이 얼굴들 사이의 격차가 아주 커서, '그렇게 다정했던 그이가~ 친구들 앞에만 가면 나를 밟아요' 라든가 '내편만 들어줄 것 같던 그이가 시부모님 앞에서는 쪽도 못써요'라는 슬픈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재료의 친구들과 동석했을때, 재료는 당신을 어떻게 대하는가? 둘만 있을 때는 한없이 다정하다가 남들 앞에서는 무뚝뚝한가? 무뚝뚝하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대놓고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세상에는 불량감자가 의외로 많다!) 둘만 있을 때는 무뚝뚝하다가 남들 보면 괜히 잘해주는가? 이쪽도 좋지 않다. 이쪽이 더 불량감자일 가능성이 있다. 그래도 다른 조건들이 좋아서 대충 흙 털고 썩은데 도려내서 써먹겠다는 각오라면 훈련이 필요하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 3자 앞에서든 단 둘만 있을 때든 변함없이 대하게끔, 최소한 그 차이가 심하지 않게끔 단련시켜라.
단련 방법은 물론 여러가지가 있다. 여러분은 아래 도구들 중에 적당한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주먹, 발, 어깨, 채찍, 가시나무 몽둥이, 박달나무 몽둥이, 경찰진압봉, 삼지창, 일본도, 청룡도, 해머, 은장도...... 하지만 형법이 존재하는 사회이니 말로 해결하는게 제일 좋겠다. 말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앙탈, 협박, 눈물로 호소.
물론 여자의 필살기는 눈물이다. 하지만 나는 이 방법들에만 의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자의 눈물에 약한 남자들이 많기는 하다. 그러나 '약하다'는 것의 반대편에는 다른 측면도 있다. 남자의 보호본능에 호소하는 순간 여자는 동등한 인간으로서의 지위를 조금씩 잃어버리게 되는 수가 있다. 평화의 시절에 약자는 보호의 대상이지만, 전란의 시절에 약자는 약탈의 대상일 뿐이다. 결정적인 국면에서 밟히고 싶지 않다면 눈물을 아껴라. 편하다고 눈물에 호소하면 약빨도 점점 약해지고 도도한 마님의 입지를 굳히기가 힘들어진다. 잊지 말자. 마님의 지위는 불패의 신화에서 탄생한다. 패배하는 마님은 마님이 아니다. 강자는 울지 않는다. 다만 분노할 뿐이다.
눈물이 아니면 무엇에 호소하는 것이 좋을까? 전문 요리사의 주방에는 경우에 따라 쓰는 여러가지 종류의 칼들이 주렁주렁 걸려 있다. 생선칼 고기칼 야채칼 과일칼 다 다르다. 호소의 수단 역시 이와 같다. 한 가지 무기로만 승부보지 마라. 같은 약을 쓰면 약빨이 점점 떨어진다. 132312123 식으로 번갈아가며 골고루, 반복된다는 느낌이 없게 경우에 따라 적절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모든 노하우를 다 공개할 수는 없으니 한 가지 코스만 소개하기로 하겠다. (모든 노하우를 알고 싶은 분은 조만간 나올 정식버전 마님이 되는 법을 구입해 주세요 ^___^)
우선, 심각하게 고민하는 척하라. 평소와 달리 말수를 줄인다. 당신의 삼돌이가 눈치챌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통계에 따르면 서울 남자는 10분 내에 상황을 파악하고 경상도 남자는 삼일쯤 지난 뒤에 '말이 음네'라고 묻는다고 한다. 인내가 필요하다. 경상도 삼돌이도 인간인데 언젠가는 알게 된다.
물어오면 고민을 털어놓는다.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지 말자. 짜증 부리면 지는 거다. 정말로 진지하게, '**씨는 다 좋은데 왜 남들앞에서는 그럴까?'하고 물어야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정색'을 하고 솔직하게 대화를 요구할 때 조금쯤은 진지하게 귀기울여 듣고 고민하기 마련이다. 만약 '몬 헛소리고?'라는 반응이 돌아온다면 상대는 인간이 아닐 수도 있다. 달밤에 변신하지는 않는지, 혹시 옥상에 올라가 안드로메다를 바라보며 눈물짓지는 않는지 유심히 관찰해 보라.
보통은 '앞으로는 안 그러도록 애써볼께' 식의 답변이 돌아온다. 물론, 정말 그 뒤로 다시는 안 그러는 모범 삼돌이는 흔하지 않다. 당근 그 뒤에도 그런다. 단련은 계속되어야 한다. 두어번 반복해서 말해도 안들어먹는다면 전법을 바꿔라. 화를 내는 것도 좋다. 자고로 매를 아끼면 자식을 망친다고 했다. '화냈다가 내 사랑하는 자기가 떠나면 어떻게 해요?' 따위의 질문은 하지 마라! 당신은 지금 <내 사랑하는 자기 섬기는 법>을 읽는 것이 아니다! 동정과 연민을 품었다가는 먼훗날 차가운 얼음을 깨서 손을 호호 불며 빨래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뿐이다! 그 정도 화냈다고 떠날 삼돌이라면 애초에 싹수가 그른 것이다. 그런 삼돌이는 뻥 차버려라. 가능하면 절벽 쪽으로 차야 한다.
당신의 친구들이 있는 자리에서 삼돌이에게 똑같은 대접을 은근히 해주는 것도 좋다. 분명히 반발이 돌아온다. '아무리 그래도 남자를 어떻게 이렇게 막 대하는 ...' 이라는 말이 채 끝나기 전에 가까운 자리의 탁자를 둘러엎어라! 타이밍이 중요하다. 화를 낼 때 눈을 깔고 중얼중얼 불만을 흘리지 말라! 화내는 당신은 언제나 정당하다. 마님의 분노는 정의의 심판임을 이때부터 암암리에 주지시켜야 한다.
선대 마님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이 마님은 결혼하신 후 한동안 마님의 지위를 누리지 못했다. 부부싸움을 할 때마다 하도 남자가 고함을 지르고 욱박질러서, 이 마님의 평생 소원은 '남편이 나를 한 번이라도 우러러 보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어느날 마님은 고심 끝에 방법을 개발해 냈다.
<사건재현>
부부싸움 중
남편: 야~ 이~ 여자가~ 어디서~~~ 월월월월!
선대마님! 불시의 기습으로 남편의 복부를 가격. 남편. 순간적으로 욱하며 허리를 굽힘. 선대마님, 재빨리 옆에 있던 탁자 위로 뛰어올라감. 간신히 허리를 편 남편 - 이 순간, 실제로 남편은 선대마님을 우.러.러. 보게 되었다고 한다. (이해가 안되는 분은 옆에 사람 보고 탁자에 올라가 보라고 하라. 분명히 '우러러' 보게 될 것이다.
과연 '우러러' 보는 효과 덕분이었는지, 이후로 이 집안에는 주종의 도가 똑바로 자리 잡혔다는 미담이 전해지고 있다.
연애 과정에서 이런 싸움은 몇 번이고 경험하게 된다. 물론 화해도 그만큼 자주한다. 유의할 점은, 화를 내는 것과 짜증을 내는 것. 슬퍼하는 것과 징징거리는 것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짜증을 내지 말아라. 징징거리지 말아라. 화를 내거나 슬퍼하는 쪽이 효과적이다. 슬퍼할 때는 밤에 보는 강물처럼, 눈쌓인 겨울산처럼 슬퍼하고, 분노할 때는 태풍처럼, 화산처럼 분노해라. 적당히 하면 안된다.
만약 당신의 삼돌이가 싹수가 있는 삼돌이라면, 이런 반복훈련 과정을 거쳐 어느날, 비록 여전히 전과 같은 실수는 하더라도 그 직후 당신이 화를 내기도 전에 먼저 '찔끔'하면서 미안한 표정을 짓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러면 물론 당신은 화난 표정을 짓고 있어야 겠지만 삼돌이가 보지 않게 회심의 미소를 지어도 좋다. 드디어 당신의 훈련이 효과를 보기 시작한 것이고, 당신의 삼돌이가 참된 삼돌이의 길에 접어든 청신호이기 때문이다.
자. 이번 회는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