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인터넷에서 이 글을 보고는 무척 좋아라~하면서 책까지 샀었다. 마님되는 법이라니... 고수의 비급을 전수받는 기분으로 한장 한장 읽어가며 즐거워 했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즐겁고 싶다. 오늘은 게다가 월요일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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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나는 마님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어떤 계기로? 나도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마님이 되기 시작한 정확한 시기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특히 미혼 여성들이) 어떻게하면 마님이 될 수 있느냐고? 나는 갑자기 역사적 소명을 느꼈다. -_-;; 나 자신도 모르게 마님이 되게 된 경위를 밝혀, 장차 삼월이가 아닌 마님이 되고자 하는 모든 여성들에게 등불을 밝혀줘야할 의무랄까. -_-;;; 그래서 나는 내 과거를 더듬고 내가 무의식 중에 지켜온 원칙과 신념에 대해 매뉴얼을 작성할 필요를 느꼈다. 부디 이 매뉴얼이 마님의 마수를 피하는 삼돌이 후보생들에게 역이용당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를 빌 뿐이다. (...)
1. 마님이 되기 위한 첫번째 원칙 -> 삼돌이가 있어야 한다.
마님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마치 빛과 그림자, 어둠과 광명, 음과 양, 블랙 앤 화이트처럼 아무튼 마님은 삼돌이가 있어야 존재가 성립된다. 고로 마님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삼돌이를 먼저 구해야 한다. 돈키호테가 둘시네아를 구한 것처럼 말이다. 마님과 삼돌이 사이에는 무언의 계약에 의한 종속관계가 성립한다. 물론 이 계약은 꼭 '결혼'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나는 이따금 이러저러한 모임 등지에서, 결혼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님인 처자들을 보곤한다. 그들은 모임의 어린 총각들을 서슴없이 부려먹고, 늙어 꼬부라진 유부남들을 짓밟으며 군림한다. 이런 예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흔하지는 않다. 궁극의 마님이 되기 위해서는 '결혼'이라는 계약 관계로 삼돌이를 확보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이 계약 과정에서 마님이 되고자 했던 소녀는 자칫 주화입마에 빠져 삼월이가 될 가능성도 높다. 혹은 삼월이도 아니지만 마님도 아닌, 제 3의 성 아줌마에서 그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삼월이나 아줌마의 길을 피해 마님이 될 것인가? 이제 그 노하우를 밝혀보기로 하자.
재료를 고르자
.... 어째 삼돌이 요리 레시피가 된 듯한 느낌이다. 아무튼 우선은 재료가 중요하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다지만 좋은 삼돌이의 씨는 반드시 있다. 인류보완계획을 아무리 해봐도 삼돌이 안될 인간은 삼돌이가 되지 못한다. (요리 만화 맛의 달인에 보면, 재료가 얼마나 중요한가가 거듭 설명되고 있다)
어떤 삼돌이가 좋은 삼돌인가? 검은 삼돌이든 흰 삼돌이든 쥐를 잘 잡는 삼돌이가 좋은 것인가? -_-;; 계약을 맺기 이전의 재료들 (남자) 은 대부분 좋은 삼돌이가 될 수 있는 재료인 척 가증스럽게 사기를 치기 마련이다. 잘 골라 보아야 한다. 반드시 일등감자라야 한다. 좋은 삼돌이는 우선 눈이 초롱초롱하고 이빨이 튼튼하고 비늘이 반짝거리고.. 가 아니라.. -_-;; 하여간, 좋은 삼돌이 구하는 법을 알아보자 (어흠어흠)
첫째. 각진 삼돌이가 좋은 삼돌이다.
이 원칙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누구에게 뭐라도 줄 것 같은 남자, 항상 웃는 남자, 심한 소리 못하는 남자가 좋은 삼돌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다! 자고로 효자 남편 두면 시집살이가 고달프다고 했다. 남들 보기에 성깔 있어 보이는 사람이 가정에서는 오히려 좋은 남편이나 아버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누구에게나 잘해주는 사람은 아무에게도 잘 못해주는 사람이다. 좋은 남자 컴플렉스란 좋은 여자 컴플렉스 이상으로 괴로운 것이다. 차라리 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있는 남자가 좋은 남자다.
물론 '각진' 정도라는 것도 있다. 무조건 심술만 많이 부린다거나, 달 뜨는 밤이면 웬지 식칼 들고 빨간 속옷 입은 여자 뒤를 따라가고 싶어한다거나 하는 것은 각이 졌으되 몹쓸 각이 진 것이다. 이런 재료는 조용히 폐기처분하는게 낫다.
한 마디로, 좋은 소리만 듣는게 버릇이 되었다거나, 욕 먹는 것을 두려워한다거나, 좋은게 좋은 거야 라고 유야무야 넘어간다거나, 엘리트로 자라 정해진 행로를 벗어나는 것을 꺼리는 타입의 재료는 좋은 삼돌이가 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잘나가는 남편을 맞이하여 편하게 비단소파에서 살고 싶은 여성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결혼도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다만 대가는 지불해야 한다. 사모님은 될지언정 마님은 될 수 없다는 대가 말이다. (사모님과 마님 사이에는 화성과 천왕성 이상의 거리가 있다...)
둘째, 거짓말 안하는 삼돌이가 좋은 삼돌이다.
인물 못생겨도 괜찮다. 태생이 비천해도 상관없다 (... 사실 삼돌이는 태생이 비천해야 한다) 다만, 거짓말하는 삼돌이는 절대로 안된다. 거짓말에는 두 종류가 있다. 남을 속이는 거짓말과, 자기 자신도 속이는 거짓말. 둘 다 삼돌이로는 실격이다. 사기꾼은 절대로 삼돌이가 될 수 없다. 자신을 속이는 것이 버릇이 된 연약한 인종도 마찬가지다. 왜 자신을 속이는 삼돌이는 안되는가?
마님 A: "삼돌이가 되겠다고 했잖아!"
삼돌 A: "난 그런 적 없어!" (-> 이때 삼돌 A의 심리상태는, 자기 자신마저도 속아서 진짜로 자기가 삼돌이 된다고 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일단 삼돌이가 이렇게 나오기 시작하면 빨래 방망이로도 해결이 안되고 박달나무 몽둥이로도 해결이 안된다. 내쫓으면 좋아라고 작은 집 차리게 되는 수가 있다)
셋째, 자존심 있는 삼돌이가 좋은 삼돌이다.
이것은 상당히 미묘하고 어려운 문제다. 굴종하는 신분인 삼돌이에게 어찌 자존심을 요구하는가? 그러나 삼돌이라는 것이 마냥 긴다고 좋은 삼돌이가 되는 것이 아니다. 맡은 바 책임을 완수해야 좋은 삼돌이다. 그냥 마님이 시키는 것만 하고 남은 시간에는 투전방에 마실이나 다니는 삼돌이는 불량 삼돌이다. 이런 삼돌이는 집안 말아먹기 딱 좋다. 좋은 삼돌이는 철저히 굴종하되 자신의 일에 자존심과 책임감을 느낄 줄 아는 삼돌이라야 한다. 시키기 전에 장작 패놓고, 쇠죽 끓이고, 마당에 물 뿌려서 깨끗이 비질해놓는 삼돌이. 그런 삼돌이가 되려면 자존심이 있어야 한다. 삐뚤삐뚤한 장작더미에 자존심 상하고, 마당에 쓰레기 떨어져 있으면 자신의 얼굴에 침 뱉어진 것처럼 분노할 줄 아는 삼돌이. 한 마디로 자기 일에 소신이 있는 삼돌이가 좋은 삼돌이다. 그런 재료는 일단 '너는 삼돌이다'라고 입력만 시켜놓으면 전자동으로 자기가 알아서 하는 AI가 가동된다. 불량 삼돌이는 일일이 수동조작해줘야 한다. 매우 불편하다.
좋은 삼돌이의 조건은 그 외에도 많다. 물론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배도 안나오고 (-_-) 쭉쭉빵빵하고 (-_-) 얼굴도 장국영 닮고 따라오는 옵션도 좋으면 금상첨화이겠지만, 하드웨어도 좋고 소프트웨어도 좋고 번들도 좋고 경품도 푸짐한 상품이란 흔하지 않다. 그런 삼돌이 만나면 즉시 연락 주기 바란다. 지금 삼돌이 폐기처분할 용의있다. -_-;;
말 잘하고 아부 잘하고 선물 잘주고 배경 좋은 것은 물론 좋은 조건이다. 하지만 정작 거느리고 살아보면 (-_-)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좋은 조건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라붙는다. (예: 외모가 좋은 삼돌이를 거느리면 이웃집 삼월이나 향단이들의 질시에 시달려야 한다든가, 배경이 좋은 삼돌이를 거느리면 시댁의 그늘 아래서 다소 호흡곤란을 겪게 된다든가)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다는 말은 옛말이다. 보기 좋은 떡에는 색소가 많다.
좋은 삼돌이의 필수조건은 이만 열거하겠다. (하도 많아서..) 선택의 원칙 한 가지는 확실히 해두자. '이 재료가 과연 삼돌이가 될 수 있을까?'를 판단해야 할 때, 그 삼돌이의 '장점'을 수용하면 반드시 어떤 '조건'을 감내해야 하는지를 따져보자. 옵션이 풍부한 상품은 대가가 비싸다. 좀 수더분해 보여도 핵심 기능이 확실한 재료를 선택하자. 그 외의 부분은 참고 살든가, 살면서 유지보수하면 된다.
... 자, 첫회 연재는 여기서 마치자. 삼돌이가 되고 싶지 않은 망이.망소이(삼돌이의 신분으로 민란을 일으킨 상태를 의미한다)들이 들고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마님이 되고 싶은 처자들, 좋은 삼돌이가 되고 싶은 총각들의 격려가 쇄도한다면 부지런히 연재할지도.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