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상영중인 영화라서 잘못하다간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지라 될 수 있으면
영화의 내용보다 느낌을 중심으로 감상문을 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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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뭘까?
살아가다보면 내가 중심이 되어서 움직여 가던 세상이 어느 순간 낯설어지고 나의 영향력이 예전만큼 힘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직장인의 역활,부모의 역활로 숨가쁘게 세상을 굴리던 내 자신이 어느덧 모든 책임과 역활들을 젊은 사람에게 넘기고는 변두리에 서있음을 느끼게 되었을 때, 내가 아니더라도 세상은 잘만 굴러가고 있음을 두눈으로 보게 되는 경험을 싫든 좋든 하게 되면서 나이가 들어감을 체감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젊었을 때는 그 무거운 삶의 무게로 허덕거리며 한 순간이라도 그 짐을 내려 놓고 싶어 안달이 났었는데 막상 짐을 내려놓고 나니 내 존재마져도 희미해져 버리는 아이러니!!!
근데, 한발자국 떨어져서 세상을 바라보면 그 속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세상이 잘 보이는거다.
훌륭한 스펙과 첨단 기기들로 중무장한 젊은 친구들처럼 빠릿빠릿하게 새로운 세상에 적응을
하지는 못하지만, 40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하나하나 만들었던 내 속의 성실함과 사회경험들이
첨단 GPS기기보다 지름길을 더 잘 찾게 하고, 사람들 사이의 마음결을 잘 헤아려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수 있으며, 우는 여자를 위해 손수건을 미리 준비하는 배려의 마음을 갖출 수 있도록 나이 든 나에게 새로운 스펙이 되어 주었다. 이 정도의 스펙이면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사람들과 파트너가 되어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데 부족하지는 않을 거 같은데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
물론, 가끔 서글픈 생각이 들긴 한다.
반짝반짝 빛나는 젊음을 힘겹지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그들과 마음을 나누고 그들에게 따스한
위로의 포옹을 전할 수는 있어도 그 이상의 욕심은 허락되지 않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텔레비젼의 뮤지컬 '남태평양'의 세레나데는 전쟁을 일으킨 군인들과 식민지 아가씨들과의
사랑을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지만 그것은 한낯 미화된 허구일 뿐이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멋있게 나이 먹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이다.
매일 면도를 하고 옷매무새를 정갈하게 하고 조금은 여유있게 타인을 대할 수 있으면서도
선을 지킬 줄 아는 지혜를 갖춘다는 것, 그리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고
남은 삶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열심히 살아가는 것 말이다.
반짝거리던 젊음이 시들고 난 후에야 성숙이라는 귀중한 경험을 선사해주는 삶의 경이로움.
이런 것이 숨겨져 있어서 산다는 것이, 나이 먹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