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땃한 햇살이 쏟아지고 계시다.  창밖으로는 누리끼리한 황사들이 미친 바람소리를 타고 이리 쓸렸다, 저리 쓸렸다 하고 있다. 그러나, 창문을 닫아 놓았으니 황사 녀석들과 한판 할 일은 없을 것이다.  누구는 황사 속에서 오래된 공주미라의 먼지나 낙타 상인의 오래된 똥가루를 떠올리기도 하더라마는 그런 상상을 가지고 밖을 바라보기에는 온통 뿌옇기만 하다. 아름다움이란 것도 뭔가 느낌이 들어올 때야 가능한 것이지 누가 '아름답다.'라고 지껄인다고 해서 아름다워지는 것은 아니므로.

마라톤으로 한동안 투지를 불태우던 나에게 마라톤 이후의 허탈감은 존재 자체를 식물성으로 만들어 버렸다. 햇살을 받으며 졸고 있는 노인네...(그를 동물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부족한 기운을 햇빛을 받으며 광합성 하는데 모두 이용하다보니 다른 기관들은 필히 깊은 잠 속으로 빠져 드는 것 같다.)  딱 그 포즈가 현재의 내모습이다. 식물성인간..

그런 까닭에 '그리우니''고마우니''no신경' 녀석들이 말썽 안피우고 조용히 성장해주는 것이 더없이 고맙게 느껴진다. 움직임 굼뜬 식물성 인간에게 뭔가를 해달라고 징얼거리는 식물들이 등장한다면 그 참 난감한 일이 아닐런지..-_-;; 그러나, '알렉스' 녀석은 더욱 쇠약해져서 누런잎으로 변해가고 있는지라 식물성 인간의 팽팽한 신경줄을 한껏 거스르고 있다. 그래서, 자꾸만 쳐다보고 만져보게 된다. 녀석을.  수경재배에서 흙재배로 바꾼 후, 아마 녀석은 그 황당스러운 환경에 적응하고 뿌리내리느라 거의 탈진 상태일 것이다. 그 상태를 잘 알고는 있지만 영양가 없는 물보다는 흙을 뚫고 뿌리내릴 수 있는 힘만 스스로 만들 수 있다면 녀석이 더 잘 살 수 있을거란 생각에 녀석을 힘든 환경으로 내몰았는데 녀석의 힘이 나의 바램을 따라주지 못한다면?? 오~ 생각하기도 싫다.

사랑하는 것을 지켜본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믿을 수 밖에 없다. 녀석의 힘을...

식물성인간은 도움도 되지 못하는 기도만 햇살아래 올리고 있다. 

 "살아다오..살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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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2005-04-20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물성 인간이 열받으니 동물성으로 변신하는 것을 느낌!!! -_- '알렉스'에게 조용히 소곤거리고 어루만지며 살려고 했더니 세상이 날 그냥 안두는구낭.. 혼자서 씩씩거리는 원맨쑈라도 해야 직성이 풀릴 거 같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