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난 믿지 않지만, 신이 존재한다면, 신은 인간의 이해력에 한계가 있다는 걸 이해해야만 해. 불의 ,탐욕, 비참함, 고독일 뿐인 이러한 혼돈을 창조한 건 바로 신 자신이잖아. 신의 의도는 훌륭한 것이었겠지만 결과는 형편없어. 신이 존재한다면, 그는 보다 일찍 이 세상을 떠나기를 갈망한 피조물들에게 관대함을 보여야 해. 아니, 오히려 우리가 이 땅을 거쳐가게 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할지도 몰라.-P19쪽
이 아름다운 광경도 머잖아 독창성을 모조리 상실하고 모든 것이 반복되는, 전날이나 다음날이나 다를 게 없는 존재의 비극이 되어버릴 테니까.-P21쪽
그녀가 삶이 자연스레 강요한 것을 결국 받아들이고 만 것은 그녀 자신이 모든 것을 `그딴 바보짓`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춘기 시절, 그녀는 뭔가를 선택하기에는 아직 때가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었을 때는, 뭔가를 바꾸기에는 이제 너무 늦었다고 체념했다. 지금까지 무엇 하느라 내 모든 에너지를 소비한거지?-P67쪽
미쳤다는 건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해. 마치 네가 낯선 나라에 와 있는 것처럼 말이지. 너는 모든 것을 보고, 네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인식하지만 너 자신을 설명할 수도 도움을 구할 수도 없어. 그 나라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그건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느껴본 거예요.
우린 모두 미친 사람들이야, 이런 식으로든 저런 식으로든.-p92쪽
교육은 우리에게 오로지 사랑하고, 받아들이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갈등을 피하라고 가르친다. 베로니카는 모든 것을, 특히 자기 속의 수없이 많은 베로니카들, 매력적이고, 끼로 넘치고, 호기심 많고, 용기 있고, 언제든 위험을 무릅쓸 준비가 되어 있는 그 베로니카들을 발견하지 못한 채 살아온 삶의 방식을 증오했다.-P100쪽
자기만의 현실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현실이란 게 도대체 뭐죠?
그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거라고 여기는 거야. 반드시 최선의 것이나 가장 논리적인 것이어야 하는 건 아냐. 집단적인 욕망에 딱 들어맞으면 되는 거지. 내가 지금 목에 매고 있는 게 뭐지?
넥타이요
그래. 넥타이야! 네 대답은 논리적이고 일관성이 있는, 정상적인 사람의 대답이지. 하지만 미친 사람은, 복잡한 방식으로 매달려 있는, 우스꽝스럽고 아무 쓰잘 데 없는 알록달록한 천조각이라고 말할 거야. 숨쉬기 어렵게 만들고 머리의 움직임을 방해할테니, 정신을 딴 데 팔며 환풍기 곁을 지나가다가 이 조그만 천조각 때문에 질식해 죽을 수도 있다고 말야. 만약 미친사람이 넥타이는 무엇에 쓰는 거냐고 묻는다면, 난 아무 쓸모도 없다고 대답할 수 밖에 없을 거야. 노예처럼 일하는 사람이나 힘과 거만함의 상징이 되어버려 이젠 장식적인 역할도 못 하니까. 쓸모가 있을 때는, 집에 들어가서 그걸 풀어버릴 때뿐이지. 해방감을 주니까. 뭔가 구속에서 벗어난 것 같고. 그게 뭔지 모르는 게 문제긴 하지만. 그 안도감으로 넥타이의 존재가 정당화될 수 있냐구? 아니지. 그렇지만, 미친 사람과 정상인을 놓고 내가 목에 매고 있는 게 뭐냐고 물었을 때. `넥타이요`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정상인으로 간주될 거야. 중요한 건 옳은 답이 아니라 남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답이니까.-P126-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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