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텔레비젼에서 섹시한 가수들의 뮤직 비디오를 보았다. 약간 낯뜨거운 듯 보이는 그의 춤동작은 내가 따라하지 못할 고난위도의 것이었고, 춤과 몸매를 따라가지 못하는 목소리의 안타까움은 화려한 볼거리로 만족할 수 있었다.
아슬아슬한 감춤과 내보임의 경계선 사이...
그 묘한 경계선은 보는 이의 시선을 교묘하게 사로잡는 힘이 있어서 요즘의 방송들 속에서는 그와 같은 컨셉의 가수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남, 녀를 불문하고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을 보여주는 그들 속에서 성적 코드를 잡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와 같은 전략은 오래전 'like a birgin(처녀처럼)'을 부르며 원뿔 브래지어와 코르셋 차림으로 공연장을 활보하던 마돈나에서 최근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같은 가수가 팬티를 내리는 것처럼 보이는 앨범자켓을 버젓이 판매하는 상황에 이르기 까지 계속 되고 있는 추세이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박진영이 그 코드를 잡아내어 '엘리베이터에서 우린 사랑을 나누었지.'라는 노래를 부르며 엉덩이를 훑는 그의 춤을 통해 보여주면서 이와 같은 성적 코드를 비주얼로 하며 노래를 그 위에 얹는 방식의 노래들이 그가 키워낸 '비'라는 건강한 청년을 통해서 계속 되고 있으며, '효리'의 경우는 그녀의 몸을 무기로 노래를 커버하는 상황에 이른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젊은 몸들이 만들어내는 율동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섹시함이 예전의 아름다움의 미덕중 하나였던 다소곳함, 또는 청순함과 양립하는 기준으로 우리사회에 들어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평가절하를 받는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 그런 것일까? 나는 며칠 전, 어느 게시판에서 이와 같은 섹시 코드의 여자 연예인을 보면서 사람들이 " 저 연예인은 별로야. 싸 보이잖아. " 라고 하는 것을 보고는 놀랐었다. 그리고, 싸 보인다는 평가를 하는 사람들이 남자들도 많지만 여자들도 많다는데 더욱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런데,그와 같은 평가를 남자 연예인들에게 하는 것은 난 보지 못했다. 권상우나 비의 모습을 보면서 "쟤, 싸 보이잖아." 라고 말하면 오히려 내가 비난을 받을 것이다
같은 여성들을 인간이 아닌 물건으로 대상화하여 가격을 매기고 있음을 본인들은 느끼지 못할 지 모르지만 이와같은 인식은 여성 스스로 이중잣대로 여성을 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아닌가? 한다. 즉, 이쁘고 섹시하게 보이고 싶은 욕망을 스스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청순함과 다소곳함의 틀을 벗어났을 때는 여성으로서의 값어치는 떨어진다는 인식말이다. 이와 같은 인식은 스스로를 남성들의 소유로 보는 전근대적인 가부장적인 인식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것이다. 변화되지 못한 시각으로 자신만은 다소곳함과 청순함의 매력으로 값어치 있어진다고 해서 여성들의 위치가 달라지겠나?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버렸다. 물론 남성들의 경우에도 성폭력을 행한 남성들의 구차한 변명, " 야하게 해 다니는 것은 해달라는 말이 아니냐? 그러게 왜 자극을 하느냐?" 라는 말을 통해 상대 여성의 옷차림이 그녀의 성적 취향, 즉 프리 섹스를 지향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때면 상대 여성의 자유로운 옷선택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자기 멋대로 쉽게 접근해도 되는 여성으로 해석해버리는 남성의 이기적인 모습도 입맛이 씁쓸하긴 마찬가지지만...
오디오보다 비주얼로 승부하려는 방송 쑈 프로의 지나친 상업성은 경계하고 비판해야겠지만, 우리 스스로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에 대해 이와 같은 이중잣대를 가지고 바라보는 것은 여성이 스스로를 가두는 덫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작은 것에서부터 남,녀가 다른 위치를 점하고 있으니 여성들이 양성평등으로 가기 위해서는 아직도 길이 멀었다. 여성들이여!! 좀 더 예민해지고 좀 더 눈을 크게 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