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숙제를 받은 기분이다. 계속해서 숙제(밀린 책들과 해야할 일들, 그리고 완수해야 하는 몇 가지 계획)에 밀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긴 하지만(뭐냐? 방학숙제로 밀린 일기를 쓰는 초딩이도 아니고...-_-) 다른 어떤 것들보다 최근에 가장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하이쿠'이기 때문에 거기에 집중을 하기로 했다.

바쇼나 이싸의 작품은 작년에 접했었는데 우리나라의 시와는 다른 느낌(굳이 표현을 하자면 우리 시속에 숨어있는 애절하고 슬픈 느낌들과는 달리 짧은 표현으로 더 열어주는 느낌과 쓸쓸함이 표현되는 것)에 신기함만 느꼈었다. 따져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기심이 지식으로 변모를 하려면 역시 끈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계속 파고들만한 끈기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갔었다.

"아~ 그런 것도 있구나"하고 ...

그러다가 최근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만화를 접하게 되었다. '이와시게 다카시'라는 사람이 그린 만화로 '타네다 산토가'라는  하이쿠 시인의 삶을 그린 만화였다.  한참동안 '타네다 산토카'라는 하이쿠 시인을 찾아 헤매었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단지 '이와시게 다카시'라는 작가가 소개해 준 것에 의하면,

 

산토카란 어떤 인물인가?

1882년 야마구치 현에서 태어나, 1940년 에히메 현 마츠야마에서 사망. 향년 57세.

- 타네다 산토카의 하이쿠(俳句)는 정형율이나 계절어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율 시다.

- 그리고 그의 평생의 소망은 「진정한 나의 시를 창조하는 것」과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죽는 것」이었다.

- 무전걸식으로 전국을 방랑하면서 산토카는 오로지 그날 하루만을 사는 것처럼 언제나 죽음을 의식하고, 그 마음을 억누르기 위한 활력을 찾기 위해 방랑하면서 하이쿠를 지었다. 겉모습은 탁발승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한량이라, 술고래에다 툭하면 기생집을 찾아 소란을 피우며 문필가 친구들에게 누를 끼치는 일도 잦았다. 그래도 인간적인 매력이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 처절한 인생에서 토해내는 산토카의 하이쿠에는 인간의 본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어 자유와 인정이 넘치는 반면, 설움과 외로움도 공존한다.

이런 설명만 붙어 있었다.

만화라는 장르 속에서 만난 산토카의 하이쿠는 바쇼나 이싸의 것보다 더 짧은 것이었다. 계절어와 5-7-5조의 형식미를 갖추던 하이쿠가 산토카에 와서는 자유율로 바뀌었다고 한다. 시의 형식파괴만큼이나 파격적인 삶을 살았던 산토카의 모습을 보면서 하이쿠를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화 속에 소개된 산토카의 하이쿠도 잠시 소개한다면,

[염천의 레일 곧다]

[밤으로 기침들다]

[홍알홍알 취하여 나뭇잎 떨어지네]

[후회스런 마음의 만주사화 타오르다]

[힘주고 또 힘주어 힘(力)이라 쓰노라]

[빛과 그림자 모두 더불고 나비 죽어 있네]

[무엇을 찾아 바람 속을 가는가]

[가을밤 깊어 심장 소리 듣네]

[갈라져온 길은 곧아라]

[하늘로 뻗은 어린 대나무, 고민 하나 없구나]

[멀어져 가는 뒷모습에 저녁놀 지다]

[어찌 이리 쓸쓸한 바람 부는가]

[슬프고 맑은 연기 곧게 올라가네]

[역시 혼자가 좋구나 잡초야]

[다시 만난 산다화도 피어 있구나]


[나비여 메뚜기여 사내여 여인이여] 등이다.

자연과 자신의 내면에 대한 끈임없는 성찰이 만들어낸 하이쿠는 짧으면서도 많은 길을 제시해주고 있으며, 많은 것을 꿈꾸게 한다. 이런 글..이런 것들을 욕심낸다고 쉽게 얻을 수 있겠느냐마는 숙제를 받았다는 느낌이 사라지기전에 한번 노력해보는 거지 뭐~

숙제하는 요령은 몇 가지 사물에 대해 관찰한 것과 그 느낌을 한방 사진 찍어내듯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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