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먼저, 이 책의 흐름을 다시 한 번 상기하기 위해 목차를 그대로 옮겨 본다.

프롤로그- 나라가 부자가 되려면

1장-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다시 읽기 : 세계화에 관한 신화와 진실

2장- 다니엘 디포의 이중 생활 : 부자 나라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는가?

3장- 여섯 살 먹은 내 아들은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 자유무역이 언제나 정답인가

4장- 핀란드 사람과 코끼리 : 외국인 투자는 규제해야 하는가?

5장- 인간이 인간을 착취한다 : 민간기업은 좋고, 공기업은 나쁜가?

6장- 1997년에 만난 윈도98 : 아이디어의 차용은 잘못인가?

7장- 미션 임파서블? : 재정 건전성의 한계

8장- 자이레 대 인도네시아 : 부패하고 비민주적인 나라에는 등을 돌려야 하는가?

9장- 게으른 일본인과 도둑질 잘하는 독일인 : 경제 발전에 유리한 민족성이 있는가?

에필로그- 세상은 나아질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1980년대 이후 급속히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진리-적어도 최선-로 여겨지는 신자유주의의가 결국은 부자 나라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유지 내지는 팽창하기 위한 약소국들을 향한 '사다리 걷어차기'에 불과함을 풍부한 사례들을 통해 보여 주고 있다.

1장부터 9장까지는 신자유주의 및 정치와 경제, 문화의 관계, 부자나라들의 부의 축적의 실제 등과 관련된 우리의 통념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역사 속의 다양한 사례들과 쉬운 비유들을 통해 서술하고 있다. 아울러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는 저자가 미래 세계를 상상해 기사문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물론 저자의 상상이긴 하지만, 이들은 실제 사례들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어 제시되고 있어 흥미로움과 동시에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내가 경제 분야에 문외한이라 그런건지, 책을 읽는 중간마다, 내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부분들이 사실이 아니라 부자나라들의 '나쁜' 주장에 불과하며, 결국 그 안에서 개발도상국 이하의 나라들은 장기적인 발전을 추구할 기회조차 박탈 당한 채 부자나라들의 배를 채우며 경제적 침체를 떠안게 되는 악순환에 직면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각각의 장마다 다양한 화제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어쨌든 이들을 통해 저자가 궁극적으로 말하려는 것은 -앞서 언급했듯이- 신자유주의는 결코 현재와 미래의 성장을 위한 대안일 수 없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를 세계화 속에서 불가피한 것, 다른 대안이 없지 않냐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부자나라들의 거짓된 주장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들의 주장이 거짓임을 그들의 인과관계의 잘못된 설정, 단기이익이 영원할 것처럼 주장하는 버릇, 일부 사례를 가지고 과장하는 논리 등을 축으로 하여 각 장마다 구체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특히나 8장과 9장에서는 경제성장과 부정부패 및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의 통념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며, 민족의 문화와 경제 성장에 대한 기존의 통념 역시 얼마나 차별주의적 발상이었는지가 다뤄지고 있어 흥미로웠다. 아울러,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신자유주의'를 고수하기 위해 각 국가마다 그 외의 요소 -그들의 부패정치나 민족성-들을 내세워 정당화하고 있다는 지적은 경제 영역을 넘어서서 각국의 정치, 문화 전반에 대한 사고의 틀을 재고하게 하는 데도 의미가 있는 장이었다.

무엇보다 책을 읽으면서, 지지하게 됐던 부분은, 인간의 역사 속에서 '다른 대안이 없지 않느냐' 식의 논리는 부당하다는 저자의 관점이었다. 인간의 역사는 인간의 의지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며 선택될 수 있는 것이라는 그의 관점은 책 속에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는 경제현상의 스팩트럼과 연결되며 지적이면서도, 뜨겁고, 가치로운 관점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인간 세계에는 '주어지는 '현상도 존재하지만 이와 함께 민주주의처럼 인간이 의식적인 노력으로 개선해 나가야 하는 '본질적인 가치'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요컨대, 세상에 대한 통찰력이나 지식, 또는 부유함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에게도 '이익'의 추구만이 현상이나 궁극의 것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그들이 의지를 작동시켜 추구해야 할 본질적인 가치가 존재함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암담하게 진술된 자신의 미래 기사문이 차후에는 부디 '거짓'으로 판정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도 나는 왠지 그의 가상의 기사문을 미래의 내가 찹찹한 심정으로 읽고 있을 것만 같은 상상이 한동안 들었다.

중요한 것은 저자가 지적하고 있듯이, 우리는 '쉬운 길'이 아니라 '올바른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단기적으로는 부자 나라들에게는 자신들의 이익을 가난한 나라들이 나눠 갖게 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고, 가난한 나라들에게는 적자만을 양산하는 위험한 길로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들 모두가 공존하는 길이라는 것이 그의 마지막 주장이다. 아울러 이는 지금까지 진행된 우리의 역사를 통해 증명되고 있는 바이고, 이를 통해 교훈을 얻고 실천하는 것은 우리들의 도덕적 의무라는 말까지 잊지 않는다.

그동안 경제 현상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영역 너머의 전문적인 것이고, 흥미롭지 않은 것으로 치부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 경제 분야 교양서인 이 책을 읽으면서, 오늘날의 경제현상에 깔린 복잡한 매커니즘의 저변을 흥미롭게 맛볼 수 있었고, 또한 국가 간의 경제 매커니즘을 한 국가, 한 가족, 그리고 나 개인에까지 소급시켜 추론해 볼 수도 있었다. 이를테면, 지금과는 다른 무언가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당장 현실에서의 불편이나 무시, 경제적 빈곤을 감수하면서라도 꿈꾸는 것이 나를 발전시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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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도전 - 한국 사회 일상의 성정치학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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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 생활과 무의식에 내재된 차별적 사고를 짚어내 보여주는 힘이 돋보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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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살인 - Private ey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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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 먼저 말하면, 볼 만한 영화다. 

 이 영화만의 특수성이라면, 

 일제 시대 경성을 배경으로 서구의 셜록 홈즈에 대응되는 한국형 탐정을 만들어 냈다는 것. 

 연쇄 살인 관련된 스릴러를 과거 역사 속의 설정 속에 넣은 부분이 기존 작품들과는  

구분되는 점이다. 

 구성면에서도 여러 부분 크게 억지 없이 설정되어 있다. 

 

다만, 이 영화에서 아쉬운 부분을 들면, 

관객들의 감정이입에서 미흡했다는 것,  

그리고 주인공 황정민이 맡은 탐정 역할의 캐릭터의 개성이 부족했다는 점일 것이다. 

 

 왜, 그는 살인범에게 그렇게 분개하는가. 

단순히 어린 여자애들을 성상납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이런 일반적인 감정의 전제만으로는 관객들의 강한 감정이입을 끌어내기에 부족하다.

분명 탐정의 과거 지닌 트라우마와 연결되는 등 중첩되는 부분이 필요했을 것이다. 

 

또한 주인공 캐릭터에서 진한 매력을 느끼기 어려웠다. 

단순히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준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좀 더 그다움이 구축되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요컨대, 좋은 영화라고 기억하게 되는 부분에는 

플롯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와 더불어 강하게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의 구축이 

필수적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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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첫 문학과지성 시인선 345
김혜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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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힘없는 말들, 막힘없는 상상력,세계와 언어의 경계를 가로지르는시인의 출렁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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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소묘 -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만화애니메이션총서 31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만화애니메이션총서 31
김인 지음 / 새만화책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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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삶과 그림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깊이 녹아든, 흔치 않은 만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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