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 - Daytime Drinking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천만원으로 만들어도 몇십억짜리 영화 이상의 웃음과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음을.
영화 보는 내내 관객들의 키득거림이 여기저기 이어지더라.

한 남자의 5박 6일 정선여행 속 던져지는 엉뚱한 에피소드들과
그 풀이의 과정이 능청맞고도 영리했다.

지지리 궁상인 주인공에 실소하다가도
그것이 우리 청춘들의 모습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펼쳐진 이야기들이
주인공이 서울로 향하는 마지막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영리하게 마무리되고,
끝까지 웃음을 흘리게 만든 부분은 이 영화의 미덕이다.

개인적으로 워낭소리는 감동이 있지만,
다큐보다는 다큐형식의 극 영화 같아 내 정서를 끝까지 가져가진 못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반대로 극영화인데도
찌질하고 어리버리한 주인공에 웃다가 또 공감하다가
또 '남자들이란...'하며 혀를 차게 만드는, 참 사실적인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는 나 역시  술을 며칠 째 마신 사람이 되어 속이 쓰리고 어질어질했다.
오랜만에 괜찮은 영화 보고 난 후라, 기분 좋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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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 포 벤데타 - (정식 한국어판) 시공그래픽노블
앨런 무어 지음, 정지욱 옮김 / 시공사(만화)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누가 이 곳에 나를 가두어 놓은 것인가?
누가 날 이곳에 있도록 하는가?
누가 날 풀어줄 것인가?
누가 내 인생을 조종하고 속박하고 있는가?
나..... 이외에....

 난... 자유다!

뛰어넘고(vaulting)
 
방향을 바꾸고 (veering)
 나를 피해자(victim)로 만든
가치(values) 위에 토한다. (vomiting)
광대함(vast)과
신선함(virginal)을 느끼며

이것이 그가 느낀 것인가?

이 힘(verve),
이 생명력(vitality),
이 장면(vision)을,
이 길(la voie)을.
이 진실(la verite)을
이 인생(la vie)을 

 

창작의 놀라움이란 '브이'와 같은 새로운 캐릭터의 창조 자체가 아닐까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을 이제서야 경험했다.
(하긴 한국판으로 나온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1983년부터 연재된 이 그래픽 노블은 당시 영국에 대한 두 작가의 뚜렷한 관점이  진하게 그려져 있다.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내뱉는 브이의 당대 세계를 향한 거침없는 복수극.

순식간에 겹겹이 진행되는 복수의 에피소드들이 읽다보면 적잖이 어지럽기도 하지만
한 번 읽으면, 브이의 카리스마에 압도당해 책을 놓을 수 없다.
특히 위에 인용한 구절은 거의 후반부에 나오는데,
이름도 없다는 브이의 실제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20년도 훨씬 넘은 때 쓰여진 다른 나라 배경의 이야기가
지금의 우리 시대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강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지금의 이 땅에도 웃음 짓는 표정 그대로
상식을 넘어서고 부패한 패거리들,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 자유를 가져가는 놈들을
한 번에 날려버릴 브이가 간절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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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 포 벤데타 - (정식 한국어판) 시공그래픽노블
앨런 무어 지음, 정지욱 옮김 / 시공사(만화)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980년대 쓰여진 작품이라는데 왜 난 지금의 한국이 자꾸 떠오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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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당신에게 - 흔들리는 청춘에게 보내는 강금실의 인생성찰
강금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달라지는 3월 일상을 앞두고, 며칠 전, 여고 시절 막역한 친구네 집에 놀러 갔었다.

 
친구는 우리를 위해 라볶이를 만드느라 부산을 떨었고,

 나와 나머지 친구는 TV를 보고, 서재를 두리번 거리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이 책을 발견했다.

 

그리고 라볶이 재료들을 썰던 희경왈,

 "보라야, 그 책 읽어봔?" (물론 제주 사투리로 ㅎㅎ)

 

나왈,  (심드렁) "아니.."

 

그리고, 봤더니, 유명인사 법조인 강금실씨가 쓴 첫 산문집이란다.

그리고 커피잔을 앞에 두고, 미소를 띄고 있는 강금실씨와, 그의 옆으로 흘림체로 쓰여진 제목

<서른의 당신에게>가 눈에 들어왔다.

 제목은 서른을 갖 맞이한, 나라는 사람에게는 참 매력적이면서도
동시에 너무 빤히 장삿속이 보이는 제목 같기도 해서, 왠지 내용을 살피기가 망설여졌다.

 
하지만, 그녀가  태어난 곳이 제주고- 물론 성장은 서울에서 했다-,

잘은 모르지만 그녀가 지금까지 겪어 온 여성으로서는 '처음'이라고 따라다닌 여러 이름표들과

그리고, 언젠가 씨네21에서 김혜리씨가 인터뷰했던 인상적이었던 내용들이 오버랩되면서,

순간 '읽고 싶다'는 마음에 빠져 들었다.

 
그리고, 그제 였다.

비가 바람을 타고, 거세게 내리던 일요일 오후,

난 서점으로 달려가 이 책을 잡았다.

그리고, 단숨에 읽어버렸다.

 
책을 먼저 읽은 내 친구도 그랬지만, 그녀의 글쓰기와 문학적 감수성의 내공은 수준 이상이었다.

강하면서도, 단정하게 쓰여져 내려가는 그의 문체는 과장되지 않고 차분하며,

 

하지만 그 안에 삶을 솔직하면서도 강하게 살아가는 똘망거리는 한 여성의 삶의 기운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괜히 지레 지칠뻔한 나의 마음에 그녀의 글의 구절처럼 과거의 그녀의 서른이 다가와 나를 다독여 주는 듯 했다.

 
그래서, 책을 덮으며 난 나에게 다짐한다.

씩씩하게, 그리고 침묵하고 물음을 던지는 세상에서 미련없이 사랑하며 살자고...

 ......차갑지만 이미 내 마음은 봄의 절정인 듯 하다.

 
아래는  내가 읽으면서  일기장에 기록해 둔 두개의 구절을 참고로 올린다.

 
1.

중생이 고뇌에서 해방되는 것은 엉뚱한 기연때문이다.

 잡다하고 평범해서 무심히 대하던 제 현상 가운데서 어느 하나가 기연이 되어 한 인간을 해탈시켜 준다.....

 그러나 인간을 해탈시키는 그 기연이 기적처럼 오는 것은 아니다.

 고뇌의 절망적인 상황에 이르러 끝내 좌절하지 않고 고뇌할 때 비로소 기연을 체득하여 해탈하는 것이다. 

 극악한 고뇌의 절망적인 상황은 틀림없는 평안이다.

 왜냐하면, 극악한 고뇌의 절망적인 상황은 두 번 오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죽음을 이긴 사람에게 죽음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것과 같다.

 죽음은 결코 두 번 오지 않는다. (P77, 지허스님의 <선방일기> 발췌구절)

 
2.

스스로 무너지고 위기에 처하는 것은 어리석다. 


왜냐하면 세상은, 사람들이 빚어 놓은 세계는, 내 생명을 자진 납부할 만큼 존귀하고 위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세상이 인정하는 가치들을 무시하거나 자만적 허무에 빠지는 것도 어리석다.

 
왜냐하면 내가 세상보다 더 존귀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P107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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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데이비드 베일즈.테드 올랜드 지음, 임경아 옮김 / 루비박스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예술은 모자에서 토끼를 꺼내듯 만들어지지 않는다. (물론 모자에서 토끼를 꺼내는 법도 매뉴얼이 있을 것이다).

 

창작의 실제는 로맨틱하지 않다.

 

이 책은 텅 빈 캔버스와 악보, 모니터 앞에 선 예술가의 고충에 보내는 동업자들의 조언이다.

 

요지는 자신의 작업을 탈신비화하라는 것이다.

 

애초에 예술가는 평범한 인간이라고 저자들은 규정한다.

 

"풍경화를 그리고 있는 성모 마리아나 단지를 굽는 배트맨을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결점없는 존재는 예술을 할 필요도 없다."

 

예술품도 불완전하기는 매한가지다.

 

"예술작품 대부분은 그저 예술 작품의 부분 부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창작자 자신에게 가르쳐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예술작업 주기에서 반복되는 정상적이며 건강한 현상"이라고 저자들은, 흡사 가족주치의와 같은 말투로 다독인다.

 

나아가 창작과정에 맞닥뜨리는 불확실성은 극복대상이 아니라 예술의 조건이다.

 

"불확실성에 대한 통제가 해결책은 아니다. 정말로 필요한 것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에 대한 다양한 감각과 어떻게 그것을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전략, 그리고 예술 창조 과정에서의 오류와 발견들을 포용하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면 된다. (중략)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가 성공의 필수조건이다." 그리고 노이로제의 최대 원흉인 비평이 있다.

 

첫째로 비판당하는 스트레스, 둘째로 비판조차 받지 않는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다.

 

예술은 어차피 자아의 노출인데, 예술가더러 비평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요구는 무리다.

 

이 책의 충고는 그저 가고 또 가라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예술작업을 해 나가는 사람들은 지속하는 법을 배운자들, 좀 더 정확히 말해 중지하지 않는 법을 배운 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예술가라는 비정규직의 업무는, 한 작품에 다음 작품의 단초를 심어가며 지속하는 혼자만의 기나긴 꼬리말 잇기다.

 

어제 말씀드렸던 책 중 하나, 먼저 소개합니다.
 
위 글은, 올해 제 수첩 맨 앞에 붙어 있는 글인데,
 
작년, 초여름 무렵, 우연히 씨네21의 김혜리 기자의 책 소개 코너에서 만났던 글이랍니다.
 
(그 글만으로도 힘이 되어서, 올해 또 제 수첩에 조심조심 붙여 놓았답니다. ^^:)
 
당시 제가 놓여 있던 맥락 때문인지, 조용히 커피숍에서 잡지를 보던 저는
 
이 소개 글을 보고는 맘이 쿵쿵, 서점으로 달려갔더랬죠.
 
그만큼 제 안에는 뭔가를 표현한다는 것, 특히 글을 쓴느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는 증거일테구요.
 
 
특별한 얘기가 있는 건 아니지만, 글을 쓰고, 뭔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결코 화려하거나 신비로운 일이 아님을,
 
그리고 누구나 다 머리 뜯고 깨지며 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건, 큰 위로였던 것 같아요.
 
 
이 책, 그렇게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어 어느새 지금은 베스트 셀러가 되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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