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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당신에게 - 흔들리는 청춘에게 보내는 강금실의 인생성찰
강금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달라지는 3월 일상을 앞두고, 며칠 전, 여고 시절 막역한 친구네 집에 놀러 갔었다.
친구는 우리를 위해 라볶이를 만드느라 부산을 떨었고,
나와 나머지 친구는 TV를 보고, 서재를 두리번 거리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이 책을 발견했다.
그리고 라볶이 재료들을 썰던 희경왈,
"보라야, 그 책 읽어봔?" (물론 제주 사투리로 ㅎㅎ)
나왈, (심드렁) "아니.."
그리고, 봤더니, 유명인사 법조인 강금실씨가 쓴 첫 산문집이란다.
그리고 커피잔을 앞에 두고, 미소를 띄고 있는 강금실씨와, 그의 옆으로 흘림체로 쓰여진 제목
<서른의 당신에게>가 눈에 들어왔다.
제목은 서른을 갖 맞이한, 나라는 사람에게는 참 매력적이면서도
동시에 너무 빤히 장삿속이 보이는 제목 같기도 해서, 왠지 내용을 살피기가 망설여졌다.
하지만, 그녀가 태어난 곳이 제주고- 물론 성장은 서울에서 했다-,
잘은 모르지만 그녀가 지금까지 겪어 온 여성으로서는 '처음'이라고 따라다닌 여러 이름표들과
그리고, 언젠가 씨네21에서 김혜리씨가 인터뷰했던 인상적이었던 내용들이 오버랩되면서,
순간 '읽고 싶다'는 마음에 빠져 들었다.
그리고, 그제 였다.
비가 바람을 타고, 거세게 내리던 일요일 오후,
난 서점으로 달려가 이 책을 잡았다.
그리고, 단숨에 읽어버렸다.
책을 먼저 읽은 내 친구도 그랬지만, 그녀의 글쓰기와 문학적 감수성의 내공은 수준 이상이었다.
강하면서도, 단정하게 쓰여져 내려가는 그의 문체는 과장되지 않고 차분하며,
하지만 그 안에 삶을 솔직하면서도 강하게 살아가는 똘망거리는 한 여성의 삶의 기운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괜히 지레 지칠뻔한 나의 마음에 그녀의 글의 구절처럼 과거의 그녀의 서른이 다가와 나를 다독여 주는 듯 했다.
그래서, 책을 덮으며 난 나에게 다짐한다.
씩씩하게, 그리고 침묵하고 물음을 던지는 세상에서 미련없이 사랑하며 살자고...
......차갑지만 이미 내 마음은 봄의 절정인 듯 하다.
아래는 내가 읽으면서 일기장에 기록해 둔 두개의 구절을 참고로 올린다.
1.
중생이 고뇌에서 해방되는 것은 엉뚱한 기연때문이다.
잡다하고 평범해서 무심히 대하던 제 현상 가운데서 어느 하나가 기연이 되어 한 인간을 해탈시켜 준다.....
그러나 인간을 해탈시키는 그 기연이 기적처럼 오는 것은 아니다.
고뇌의 절망적인 상황에 이르러 끝내 좌절하지 않고 고뇌할 때 비로소 기연을 체득하여 해탈하는 것이다.
극악한 고뇌의 절망적인 상황은 틀림없는 평안이다.
왜냐하면, 극악한 고뇌의 절망적인 상황은 두 번 오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죽음을 이긴 사람에게 죽음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것과 같다.
죽음은 결코 두 번 오지 않는다. (P77, 지허스님의 <선방일기> 발췌구절)
2.
스스로 무너지고 위기에 처하는 것은 어리석다.
왜냐하면 세상은, 사람들이 빚어 놓은 세계는, 내 생명을 자진 납부할 만큼 존귀하고 위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세상이 인정하는 가치들을 무시하거나 자만적 허무에 빠지는 것도 어리석다.
왜냐하면 내가 세상보다 더 존귀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P107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