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나이가 같지만, 너무나도 다른 성향의 아이 둘을 키우면서 정말 많은 것을 고민하고, 또 많은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아이가 먹고, 자고, 필요한 것을 챙겨주고, 다치지 않게 안전하게 보호하고, 사랑해 주는 일만 신경쓰던 어린 시절이 손은 더 많이 갔지만 되려 더 즐거웠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사교육 없이 중학교 아이 둘을 키우고 있지만 얼마나 더 사교육 없이 키울 수 있을지 걱정이다.

또 사교육 없이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하며 키운 것이 잘한 일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자기 주장이 강하고, 예민하며, 걱정과 큰심이 큰 첫째 아이는, 1등을 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본인의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공부를 한다. 선생님한테 혼나는 두려움, 친구들에게 무시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시험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지 모른다는 두려움.

그렇다고 딱히 누구보다 잘 해야한다던지, 시험에서 몇점을 받았으면 좋겠다던지 하는 구체적인 목표는 없는 것 같고, 그저 시험 기간에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을 때 찾아오는 두려움과 걱정을 이겨내기 위해서 제 나름의 방법으로 공부를 한다.


그것을 보고 있으면,

자꾸 간섭을 하고 싶어지고, 잔소리를 하고 싶어진다.

예를 들면,

시험 점수를 더 잘 받고 싶다면 좀더 공부시간을 많이 들여 외워야 한다던지, 문제를 더 많이 풀어서 익숙해져야 한다던지, 외운것을 백지에 표로 한번 정리해보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면 좀더 효율적일 것이라던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축구를 좋아하는 둘째는 축구협회에 정식으로 등록된 축구 선수이지만 아직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능력이 특출나지도 않기 때문에 출전 엔트리에는 항상 있지만 3학년 형들 대신 후반에 교체로 투입되는 정도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주축 선수가 3학년이지만 같은 2학년 중에서도 주전에 뽑혀 경기에 뛰는 아이들이 있으니 아마도 우리 아이의 실력이 뛰어나다면 주전 선수로 활약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에는 이유가 있겠지.


최근 같은 학년 학부모가 우리 아이에게 '왜 개인레슨을 하고 있지 않느냐'며 공부하는 아이들이 학원을 다니듯이 축구 역시 단체 훈련 외에 개인레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을 해 주었다고 한다.

단체 훈련을 받고, 개인레슨까지 한 아이들이 주전으로 뛰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며, 주전으로 선발을 안 해준다고 감독님을 원망하기 이전에 개인레슨부터 열심히 받으라고 말해준 모양이다.


아이는 혼란에 빠졌다.

즐겁게 축구를 하려고 한 것인데, 주말에는 개인레슨을 따로 해야 하고 

또 개인연습을 죽도록 해야지만이 축구로 고등학교도 갈 수 있고, 대학교도 갈 수 있다고 하니 말이다.


물론,

좋은 축구 선수, 

공부 잘하는 아이가 되려면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기 위해서 학원을 보내고, 개인레슨을 시키고,

수학 학원을 보내고, 영어 학원을 보내고, 논술 학원을 보내고.

드리블 레슨을 시키고, 달리기 레슨을 시키고, 피지컬 레슨을 시키고, 하다 못해 줄넘기 레슨을 시켜야 가능한 걸까.


가슴이 답답해진다.


어린 시절,

서울대 다니는 선생님께 수학 과외도 받아 보았고,

중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원을 안 다닌 적이 한번도 없고,

고등학교때 지독한 방황을 겪기까지는 꽤나 공부도 잘 하고, 모범생이었던 나지만

지금은 그냥 별스럽지 않고, 남들이 성공했다는 삶을 살고 있지도 않지 않은가.

그저 좋아하는 책을 읽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사는 삶으로도 충분히 행복한데 말이다.


 


친구들과 함께 운동장에 있으면 마냥 즐거운 너인데.


엄마는 오늘 고민이 많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최근 아이들의 공개수업을 핑계로 월차를 냈다.

유치원도 아니고 초등학생도 아니고, 

무려 중학생의 수업을 공개로 진행할 이유가 대체 어디에 있는지 너무 궁금했는데.

나처럼 생각하는 부모가 한둘은 아니었는지 참석율이 저조한 관계로 흐지부지 해지는 바람에

졸지에 하루의 휴가가 생겼다.


하여,

몇년을 미뤄온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

수면 내시경도 하고, 유방암 검사도 하고(이건,, 할때마다 고통.... 온 우주의 힘을 끌어모으는 작업을 해야해서),

아무려나 하고 나니 속 시원했다.


건강검진이 끝나고,

매콤한 것이 땡겨서 비빔국수 한그릇을 먹으며 남편에게 사진 한장을 전송했다.

그러나 되돌아오는 대답은.


"당신 제정신이야? 위 내시경 하고, 바로 매운 음식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은 상식 아니니?"



그래요. 나는,

상식이 없는 여자입니다.

책을 읽으면 무엇하나요. 상식이 없는데요.;;;

그러나,

내 위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갑자기 생겨버린 하루의 휴가.


길가의 장미가 유난히 빨갛다.



최근 날씨가 추웠다 더웠다 당췌 종잡을 수가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절은 차근차근 착실하게 흐르고 있었다.


매운것도 먹었겠다,

카페인 수혈이 필요해서 커피숍을 찾았는데,

병원 근처는 낯선 곳이라 어디로 가야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대형 프랜차이즈는 가고 싶지 않고,

사람이 많은 곳도 싫고,

밖에서 기웃기웃 거리다 들어가게된 커피숍은 3명의 젊은 남자 직원들이 지나친 싱그러움을 뽐내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나갈까?

너무 부담스럽다.

그냥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좋을 것 같은데,

원두에 대해 길게 설명을 하고, 계속 방실방실 거리면서 웃는다.

아 부담스럽다.


겨우 커피 주문이 끝났는데,

이번에는 또 베이커리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아니,

나는 빵 안좋아한다고요.


그러나 나는 어느새 빵을 주문하고 말았다.




어째 점점더 I가 되어가는 듯.


그냥 아무도 지나친 친절을 보이지 말았으면 좋겠다.ㅠㅠ 부담스럽다구요.


마시고, 먹고, 읽다가 집에 돌아왔다.


별거 없는 휴일이었다.


덧. 건강검진 결과 뇌혈관지수는 내 나이보다 무려 4살이나 어리게 나온데다가 체질량 지수 역시 과체중이 아닌 정상이 나왔다. 에헤라디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25-06-04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체중이 아닌 정상이라니, 대단하십니다! 저도 다음주에 건강검진 있는데 말입니다....(깊은 한숨)

결국 빵을 주문하셨다 하셔서 웃었습니다. 저는 소주 마시러 가야겠어요!

관찰자 2025-06-05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놀랍지 않아요?? 과체중이 아니라니.... 체질량지수가 관대해진듯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뇌혈관지수도 쌩쌩한 김에 술이나 더 마시러 가야겠습니다. 다락방님도, 일단은 퇴사 라이프를 건강하게 잘 즐기십시요~!
 

최근 너도나도 지브리 풍 일러스트 만들기 열풍이다.



라고 시작되는 기사도 이미 너무 많이 읽었다. 끙.ㅡ.ㅡ


본래 신문물에 대한 관심보다 의심이 앞서는 타입이라 '챗GPT? 흥 그게 뭔데!' 하며 무시했지만,

너도나도 지브리 프사를 올려대는 통해 나도 그만...... 

접속해보았다.


램프의 요정 지니처럼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흑백의 글씨와 대화창 하나가 덜렁 등장한다.


이건 약간, 문화적 차이인가?

로고 하나도 어떻게든 아기자기 하게 꾸며야 직성이 풀리고, '무슨무슨 날'을 기념해서 계속 새롭게 바뀌는 네이버 홈페이지와 비교해보면 너무 간단한 것 아닌가 싶다. 



하긴..


검색할 것이 있어 네이버에 접속했다가 딴 길로 빠지는 바람에 허비된 시간과

알고 싶지 않은 일이 자꾸만 메인 화면에 기사로 뜨는 바람에 시달렸던 것을 생각하면,

내가 알고 싶고, 찾아야 할 내용을 직접 입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 저런 디자인이

오히려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생각해보니 구글도 그런 디자인이구만.

흠. 그래. 이쪽이 훨씬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


아무튼,

내가 '챗GPT'에게 


'지브리풍과 슬램덩크풍으로 그려줘'라는 명령어를 넣고 그림을 부탁한 결과

지브리에서도 슬램덩크에서도 나는 주인공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브리에서는 

주인공 여자아이가 고민이 생겼을 때, 

옆에서 깨방정 떨며 조언해주는 이모나 옆집 아줌마 같고




슬램덩크에서는

뭔가... 흠... 적절한 비유가 잘 생각나지 않지만

뭔가. 브로커나 탐정...스파이... 뭐 그런거. 역시 주연은 아닌. 실마리를 주고 일찍 죽는..




같은 사진을 넣었는데,

화풍에 따라 이렇게 다르다구요? >.<


암튼.


한번은 해보니 재미있었는데,

이렇게 올려진 내 원본 사진은 과연 어디로 가는 것일까를 생각하니

갑자기 우울해질려고 하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정말로

요새

너무 바빴다.


그리고

아직 바쁨이 끝나지 않았다.


몸이 바쁘고 할것이 많으니 마음도 따라 바쁘고,

책도 잘 읽히지가 않는 요즘이다.


그래도 주말에는 무거움은 내려두고 이야기 그 자체로 즐거운 책을 읽고 싶어서

예전에 읽고 구석에 꽂아둔 <헬프>를 다시 꺼냈다.
















웬일인지 요즘 알고리즘으로 계속 영화 <헬프>가 뜨길래 한번 더 읽고 싶어진 즈음이었다.


처음 시작을 왜 그렇게 구별지었는지 모르지만,

일단 구별이라는 것이 한번 지어지면, 이것은 무소불위의 권능이 된다.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지만 그래도 계속 싸워나가야 하는 이야기들이다.


구별짓기를 생각하다보니,




최근 계속해서 여유가 없었던 것은 일이 바쁜 탓도 있지만,

아이의 학교에서 벌어진 말도 안되는 일 때문인 탓도 크다.


아이가 옆반 친구에게 돈을 빼앗겼는데, 돈을 빼앗긴 방식이 가히 지능적이고, 조직적이다.


일단,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반단톡방 등에서 얻은 전화번호로 무작위 단톡방을 만든다.


목표 금액을 설정하고(300만 원), 단톡방에 초대된 아이들에게 계좌입금을 강요한다.

계좌입금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단톡방을 나갈 수 없다. 또한 입금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중3형 들이 개인적인 협박이 이루어진다. 이 단톡방을 나갈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다. 계좌로 돈을 입금하고, 5명의 아이들을 초대해야 비로소 나갈 수 있다.

하지만 돈을 입금하고 5명을 초대한 후 단톡방을 나오더라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 불려서 다시 또 그 방으로 들어가게 된다. 다시 도돌이표.


이러한 방법으로 거의 100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적게는 몇 천 원에서부터 많게는 몇 만 원까지 돈을 상습적으로 뜯겼다.


이제는 삥을 뜯는 것도 SNS를 이용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중간에서 단톡방을 만들고, 돈을 모아 상납하는 것은 일부러 촉법인 어린 동생을 시키고, 형들은 뒤에 빠져 있는 교묘함까지 갖췄다.


학교에서는 경찰과 함께 피해 규모를 수사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앞으로 이 학교를 계속 보내야할지 걱정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5-03-18 15: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헐.... 무섭군요.....
어른부터 아이들 세계까지 구석구석 그야말로 헬프!를 외치게 되는 사회 같습니다. -_-;;;

관찰자 2025-03-19 09:40   좋아요 0 | URL
처음에는 ‘이 정도는 뭐 사줬다고 생각하고 줄 수 있지‘ 하며 천 원, 그 다음에는 ‘빌려달라‘는 말을 믿고 또 천 원, 그 다음에 ‘왜 안 갚냐고‘ 말하면 이제부터 협박이 시작되는 그런 구조입니다. 선의를 이용해서 결국 눈덩이처럼 피해가 커진건데, 왜 엄마아빠한테 일찍 말하지 못했느냐고 물으니, ˝엄마가 몰라서 그렇지, 먼저 나서는 사람이 타깃이 되는 거˝라는 아이의 말에 또 한번 좌절입니다.

hnine 2025-03-18 16: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중학생인가요? 고등학생인가요? 세상에. SNS 이게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일까에 저는 회의적이네요. 대체 세상이 어쩌려고, 그 말씀이 절로 나옵니다.

관찰자 2025-03-19 09:42   좋아요 0 | URL
이제 중2인데. 어제 계좌 내역을 살펴보니 11월부터 시작된 것이 한달에 한번 꼴이다가 2월에는 거의 이틀 간격으로 계속 돈을 보냈더라구요. 어쩐지. 2월에 돈 씀씀이가 해프다고 생각했었는데. 방학기간이라 친구들이랑 맛있는거 먹고, 영화보고, 재미있게 노는 거라고만 생각했지....이런 일은...

다락방 2025-03-18 16: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요?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고 행동으로 옮기는지.. 아이도 아이대로 너무 괴롭겠네요. 그걸 보는 관찰자 님도 너무 괴로울 테고요. 아 진짜 세상이 어찌 되려고 이러는건가요. 하아-

관찰자 2025-03-19 09:44   좋아요 0 | URL
삥을 뜯으면서도 뒷골목으로 따라오라는 둥, 학교 끝나고 남으라는 둥 아주 작은 수고로움(?) 조차 감당하지 않고, 이마저도 SNS를 이용해 손쉽게 입금까지 받아버리는 이 악랄함. 아이들의 신고가 늦어진 이유는 일단 물리적 폭행이 없었고, 1회 피해비용이 적어서 신고까지 해야할 사안인 줄 몰랐다는 건데. 그렇게 100명이에요.ㅠㅠ
 














이것을 리뷰로 봐야하는 것인지 일상으로 봐야하는것인지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일상으로 분류했다.


이번 주말은 연휴였으므로, 오래도록 끌고 있었던 책들을 정독하고자 마음 먹었다.

그 중에서 읽으려면 집중이 필요한 <비폭력의 힘>을 먼저 꺼내들었다.


인문학 서적들은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등만 봐도 왠지 지적 허영심이 차오르고,

그것을 읽고 있는 나 자신, 그리고 그것을 들고 있는 내 손을 바라보면 더욱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솔직히 재미없는 구간 구간이 너무 많고,(순전히 재미로 놓고 보자면)

아무리 내 자신을 다잡고, 끌고 가더라도, 나 자신의 무식이 너무 깊어 

당췌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는 이야기를 계속 몇 페이지나 읽고 있으면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아주 많은 경우,

별다른 설명 없이(아니면 작고 긴 각주로 대강 설명하고), 마치 이정도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인 듯이 본인의 논지를 계속 이어가면 어느새 나는 소외당하고 만다.

하지만 도태되기 싫어, 나도 알고 싶어, 하는 심정으로 기어코 끝까지 따라가 보는 것이다.

아마,

이렇게 읽어낸 많은 인문학 서적들의 반도 다 이해하진 못하고 있을 것이다.


공부를 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보는 것이라고 했는데, 내가 읽어낸 인문학 서적이 무슨 내용인지 우리 아들들에게 설명을 해야 한다면 나는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아니, 얼마나 길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무튼 이번 주말에는 <비폭력의 힘>을 읽었다.

그래도 주디스 버틀러는 비교적 잘 읽히고, 말하고자 하는 논지를 명확히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주말에 2호기 녀석이 친구들과 피씨방을 갔다가 노래방을 갔다가 고기 부페를 갔다가 저녁 늦게 들어왔다. 저녁 늦게 들어오는 것도 화가 났지만, 노래방에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전화는 받지 않으면서 바로 카톡으로 대답을 했다. 그게 더 화가 났다. 

나도 모르게 "이 새끼가 안 맞아봐서 그래,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라는 소리가 나왔다.


<비폭력의 힘>을 읽으면서, "맞아야 정신차리지!"라고 말하고 있는 내 자신을 보자니 또 한번 자괴감이 몰려 왔다.


맞아야 하는 짓은 과연 무슨 짓일까.

어디까지가 맞을 짓이고, 또 어디까지가 맞지 않을 짓인가.

내가 낳았다고, 나한테 때릴 권리까지 있는 것일까.

이번에 때리면, 다음에는? 다음에는 더 많이 때려야 되는 건 아닐까?

때리면, 정말 말을 잘 듣는 걸까?

말을 잘 듣는 다는건 어떤 상태인가? 아이가 행복한가? 내가 행복한가?

아이가 나쁜 길로 빠질까 염려된다고 하면서 그냥 내 말에 고분고분한 자식을 원하는 건 아닐까?

아이가 부모 말을 잘 듣는다면, 언제까지 부모의 말을 잘 들어야 하는 걸까?

나중에 아이가 커서 "너는 언제 너 알아서 살래?"라면서 혼자서도 잘 하라고 강요하게 되는 건 아닐까?


부모가 처음이라,

또 아이도 사춘기가 처음이라

모두가 혼란스러운 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