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나는 아직 '폭싹 속았수다'를 한 편도 보지 않았다.


처음에는 드라마가 다 끝난 후에 몰아서 보는 습관때문에 이 드라마가 끝나기를 기다렸고,

그 다음에는 우리 회사 사장님이 하도 '보라고, 보라고' 권하셔서 보기가 싫었다.


그런데, 아마도 이 드라마가 이슈이긴 한가보다.


오늘 <한겨레21>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이런 제목의 글을 보았다.

클릭도 하기 전에 겁부터 났다. '이거 제목 괜찮은거야?'


요새는 어디에 가서 '페미니스트'인 것을 말하기가 무섭다.


점심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아 근데, 그 교수, 이름이 김조OO 아니었어?"

누군가 물었다.

"아 맞을걸요?"라고 내가 대답함과 동시에 27살이 된 남자 직원이 "당연 꼴페미겠네?"라고 말했다. 순간 내 귀를 의심했지만 모두 다 웃고 지나가고 있어 나는 혼자만 몰카를 당하는 기분이었다.


상대와 논리적으로 의견을 나눌 수 없을 때, 비난과 경멸만을 주고 받아야 할 때, 

정말 말하고 싶지 않아진다.


직전에 그 경험 있었기 때문에, 저와 같은 제목으로 쓰여진 글에 달린 댓글이 벌써 부터 두려웠다.


드라마를 보지 않았지만,

글쓴이가 말하고 있는  "엄마의 사랑을 무시해서가 아니다. 무거워서 그랬다. 그 사랑은 나를 살게 했지만, 살면서 두고두고 갚아야 하는 부채이기도 했다. 내 인생이 부모의 희생 값이라 생각하면 나는 온전히 ‘나’로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부모 사랑의 깊이와 자식 마음에 얹힌 부채감은 비례하는 법이다. 결국 자식의 인생 일부는 그 부채를 갚기 위한 담보가 될 수밖에 없다." 는 이 말에 깊게 공감했다. 때문에 나역시 부모로서의 삶을 살아가면서 매일 주문처럼 외는 것은 아이들이 가뿐한 마음으로 가볍게 제 둥지를 떠나는 날까지 서로 웃으면서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하는 것이다.


그런데 댓글은 이렇다.


"어이구 원하는 페미 사상이 안들어가서 실망하셨어요? 아니면 원하는 여성우월주의가 안들어가서 화가 나셨어요? "


이글 쓴 사람 부모는 그러질 못 한것 같네요.부모가 앵벌이 시키던가요?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이란건 확실히 잘 알겠네요


엄마 없어 이런 글 쓰나보다.. 다들 이해 좀 해쥬라...


이로써 페미니즘은 부모님의 존재자체를 부정하는 반인륜적 범죄자들의 사상임을 다시 입증하네요ㅋㅋㅋ 가족주의가 그렇게 엿같으신가봐


더 심한 것들 천지이지만 몇 개 옮겨 본 것이 저 정도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아직 이 드라마를 보지 못했다.

때문에 글쓴이가 쓴 내용 중 유난히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저 텍스트만을 가지고 이야기 하자면, 한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면 나는 그것이 비록 부모 자식의 관계라 할지라도 올바르지 못한 관계라고 생각하며,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사랑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부채일수도, 더 나아가서 폭력일 수 있음을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인가.


한마디 더 덧붙여, 왜 그것이 항상 엄마여야 하며, 여자여야만 하는지 정말로 이 불합리함을 깨닫지 못하는 것일까. 페미니즘이 여성우월주의와 같은 말이 아니며,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말하는 사람들이 사랑받지 못한 사람, 가정에 문제가 있는 사람, 남자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들의 공동체가 아님을 언제까지 말해야 하는가.


마지막으로 말하지만 나는 아직 '폭싹 속았수다'라는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지점으로 읽을 수도 있는 드라마라면, 끝까지 볼 자신이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쌍둥이가 크면서 


방 2개가 필요했으므로, 제일 먼저 사라진 것은 내 서재였다.


작은 방에 다시 내 방을 꾸미고 제일 먼저 버려진 것은 2개의 책꽂이 중 한개의 책꽂이였다.

버려야 할 책들을 일단 버리고, 

옷장에 옷 대신 책을 집어 넣고, 신발장에 신발 대신 책을 집어 넣었다.


그리고 매년 더는 책이 증식 되지 않도록 계속 솎아내는 중이지만,

아시다시피 이 작업은, 

안하는 것보다는 낫겠으나 하나 안하나 어차피 책은 늘어난다는 불변의 진리만 확인시켜 줄 뿐이다.


얼마 전,

다락방님의 서재에서 얼핏 회전식 책꽂이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다.


그 즈음 나도 회전식 책꽂이를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추이를 관심있게 지켜보았다.


어차피 망설임은 배송만 늦출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책꽂이를 산다는 것은 또 책을 늘리는 일이어서 어쩔까 계속 고민만 하다가 결국,

오늘 새벽에

지르고 말았다.


이제 내일 1인용 책상과 함께 회전 책꽂이가 도착할텐데,

아직 남편에게는 말하지 않았으므로 도착하면 잔소리를 할 것이 뻔하기에...

재빨리 내가 조립을 마쳐야 한다.


신발장과 옷장에 있는 책도 언젠가는 숨을 쉬게 해줄 공간이 생기면 좋겠다.


쌍둥이들아 쑥쑥 커서 20살이 되렴.

그리고 독립을 하렴~







댓글(7)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잠자냥 2025-02-10 17: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어서 독립하렴!! ㅋㅋㅋㅋ

관찰자 2025-02-10 17:48   좋아요 0 | URL
자, 이제 5년이 남았다~!!!!

다락방 2025-02-10 18: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찌찌뽕! 저 1인용 책상도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관찰자 2025-02-11 10:54   좋아요 0 | URL
두둥. 드디어 오늘입니다. 집에가면.. 배송이 와 있을거에요. 퇴근하고 집가면 8시인데.. 다 조립하고 정리하고.... 하아.

관찰자 2025-02-11 11:08   좋아요 0 | URL
그런데말입니다.

1인용 책상은 잘 사용하시나요??

요새 허리가 너무 아파서 의자에 좀 앉아서 읽으려고 샀는데,
(저는 주로 리클라이너 침대 위에 비스듬히 기대어 읽는 편)

과연 제가 책상을 잘 사용할지..... 거의 또 책만 쌓아두는 것은 아닌지....

다락방 2025-02-11 13:07   좋아요 0 | URL
저도 침대 기대 앉는 것 좀 안하려고 굳이 독서실책상 산건데 역시나 침대로 가더군요.. 침대로 간다, 책을 펼친다, 잠이 든다.. 는 변함 없습니다 ㅜㅜ

관찰자 2025-02-12 17:00   좋아요 0 | URL
어휴...

나만 그런게 아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