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은 

울고 시작합니다.

....

....

....


어제는 일이 좀 늦게 끝나 집에 도착하니 벌써 8시가 넘었다.


집에 도착하면 바로 해야할 일이 있으므로, 버스를 기다리면서 터미널에서 김밥을 사먹었다.


김밥 하나를 고르는 데도 뭔놈의 선택지가 이리 많은지 선택 장애가 있는 나로서는 백번을 고민하다가 결국, 그나마 돈 아깝지 않고, 배도 찰 '제육 김밥'을 골랐으나 내가 생각하는 '제육'의 맛이 아니었고, 결론적으로 그냥 일반 김밥을 먹었어도 비슷한 맛이 났을 것같아 대 실패.


집에 도착하니 내 키를 넘어서는 아주 커다란 택배 상자 2개가 작은방 문 앞에 놓여있다.

본인은 강력하게 조립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정말 이렇게 놓여있었다.


어차피 내가 해야 직성이 풀리니까, 열어보기로 한다.



으흠.

그러니까 이것을 일일히 손으로 조여야 한다는 말이지??

할 수 있다. 이런 것 쯤이야.



조이고 조이기를 반복하다가 뚜껑까지 덮었는데.. 맙소사.

밖에서 보이는 저 구멍들이 안으로 향해 있어야 하는것.


잠시,

뇌가 정지.


자.. 어떻게 해야하지?

어차피 나만 아니까 그냥 쓸까? 그럼 칸막이를 할 수 없으니까 책들이 이리 저리 다 쓰러질텐데?

그럼 북앤드를 사용해서 고정하면 되지 않을까? 그럼 저 책꽂이를 산 의미가 없는게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성에 차지도 않고, 답이 아닌거 같다.


그때 옆에서 나를 처다보고 있는 아들 1호기의 시선.


그래. 그냥 처음부터 다시하자. 두번 하면 더 빨리 잘 할 수 있지.

겸사겸사 교육적인 에피소드로 승화시키자!


"자 봐봐. 인생에 있어 실수는 언제든지, 어떤 상황이든 일어날 수 있어. 그렇지만 그것을 어떻게 대면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져.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이 들면 가장 빠른 길은 잘못을 빨리 시인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거야. 실수를 그냥 어영부영 때우려고 하면 그 때는 쉬운길 같지만 그 실수를 덮기 위해 계속 일이 커져. 봐봐. 나사를 다시 푸는 것은 얼마나 빨라?? 별거 아니야. 다시 조립할 때는 첫번째 할 때보다 요령이 생겨서 더 빠르게 잘 할 수 있어! 알겠지?"


1호기가 별로 감동받지 않아 하는 것 같지만 뭐. 나 자신에게 흐뭇하다.



그래서 결국,

완성을 했는데. 


남편 왈.


"다음 부터는 그냥 완성된 제품을 사도록 해. 내가 신혼 초부터 말하지 않았니?"


그래. 그랬지.


그런데 20년이 다 되가는데도 나는 여전히 이러고 있네. ㅡ.ㅡ


덧,

원래 놓여있던 서랍장을 1호기와 옮기다가 서랍장이 내 발등 위로 떨어지는 사고 발생.

1호기가 놀랄까봐 아픈 티를 내지 못했지만, 지금 내 발등은 시커멓...............

이거 괜찮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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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2-13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고하셨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전 고양이들 캣타워 조립하다가 ..... 지쳐 죽을 뻔한 기억이 있어서 웬만하면 조립식 안 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고생해서 조립해놓으니 책도 많이 들어가고 보기 좋네요.
그나저나 발등 괜찮으세요?!

관찰자 2025-02-13 11:34   좋아요 0 | URL
신혼시절,

진짜 이 남자와는 절대! 네버! 가구 조립을 같이 하면 안 되겠다 결심하고
그 이후 모든 조립과 수리는 제 손으로 하고 있는데.

너무 오랜만에 이런 것을 사봐서
그 때의 그 느낌을 잊어버렸나봐요.

이제 몸도 노쇠해지는데,
진짜 술 한 번 안 마시고,
완성품을 사는 것으로.....

다락방 2025-02-13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제꺼랑은 다른 거네요?
근데 저도 구멍 바깥에 있어야 되는데 안으로 가게 해서 다시 뜯어내고 했습니다. 그 과정은 누구나 거치는 것인가 봅니다. ㅋㅋㅋ 설명서 대충 읽고 일단 해보는 사람 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관찰자 2025-02-13 11:33   좋아요 0 | URL
아니. 이 댓글을 읽고 왜이렇게 위안이 되나요? (나만 그런게 아니었어.)

처음 시작할 때,
설명서를 끝까지 한번 숙지한 뒤에 조립을 시작하면 될 것을,
읽어 나감과 동시에 조립부터 시작하는 이 성급함이 항상 화를 부릅니다.

그러나
또 조립을 한다면,
역시
바로 조립이 제맛!

다락방 2025-02-13 12:03   좋아요 1 | URL
ㅋㅋ 저랑 너무 똑같으시네요. 차근차근 설명서 먼저 읽어보고 그 후에 접근하면 되는데 일단 냅다 조립부터 시작합니다. 하아- 그래서 자꾸 다시 해야되는 ㅠㅠ
그러면 다음에 안그러면 되잖아요? 또 그러고 있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다락방 2025-02-13 1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데 발등은 꼭 병원 가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시커멓다니, 꼭 가보세요, 꼭이요!! 정형외과 가시는게 나을것 같습니다!!

관찰자 2025-02-13 11:36   좋아요 0 | URL
그 시커먼 발등이
점점 형태를 갖추며
엄지발가락 쪽으로 가고 있어요.ㅋㅋㅋ

그런데,
뭐 또,
걸어다니는 데는 지장이 없는 것을 보니
그냥 멍이 들고 타박상 정도인 듯도 싶고..........

암튼,
병원은 진짜 내새끼 데려가는 게 아니면
내가 아파 가는 병원은, 너무 귀찮아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