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은
좀
울고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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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일이 좀 늦게 끝나 집에 도착하니 벌써 8시가 넘었다.
집에 도착하면 바로 해야할 일이 있으므로, 버스를 기다리면서 터미널에서 김밥을 사먹었다.
김밥 하나를 고르는 데도 뭔놈의 선택지가 이리 많은지 선택 장애가 있는 나로서는 백번을 고민하다가 결국, 그나마 돈 아깝지 않고, 배도 찰 '제육 김밥'을 골랐으나 내가 생각하는 '제육'의 맛이 아니었고, 결론적으로 그냥 일반 김밥을 먹었어도 비슷한 맛이 났을 것같아 대 실패.
집에 도착하니 내 키를 넘어서는 아주 커다란 택배 상자 2개가 작은방 문 앞에 놓여있다.
본인은 강력하게 조립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212/pimg_7172901944601068.jpg)
정말 이렇게 놓여있었다.
어차피 내가 해야 직성이 풀리니까, 열어보기로 한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212/pimg_7172901944601069.jpg)
으흠.
그러니까 이것을 일일히 손으로 조여야 한다는 말이지??
할 수 있다. 이런 것 쯤이야.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212/pimg_7172901944601070.jpg)
조이고 조이기를 반복하다가 뚜껑까지 덮었는데.. 맙소사.
밖에서 보이는 저 구멍들이 안으로 향해 있어야 하는것.
잠시,
뇌가 정지.
자.. 어떻게 해야하지?
어차피 나만 아니까 그냥 쓸까? 그럼 칸막이를 할 수 없으니까 책들이 이리 저리 다 쓰러질텐데?
그럼 북앤드를 사용해서 고정하면 되지 않을까? 그럼 저 책꽂이를 산 의미가 없는게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성에 차지도 않고, 답이 아닌거 같다.
그때 옆에서 나를 처다보고 있는 아들 1호기의 시선.
그래. 그냥 처음부터 다시하자. 두번 하면 더 빨리 잘 할 수 있지.
겸사겸사 교육적인 에피소드로 승화시키자!
"자 봐봐. 인생에 있어 실수는 언제든지, 어떤 상황이든 일어날 수 있어. 그렇지만 그것을 어떻게 대면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져.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이 들면 가장 빠른 길은 잘못을 빨리 시인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거야. 실수를 그냥 어영부영 때우려고 하면 그 때는 쉬운길 같지만 그 실수를 덮기 위해 계속 일이 커져. 봐봐. 나사를 다시 푸는 것은 얼마나 빨라?? 별거 아니야. 다시 조립할 때는 첫번째 할 때보다 요령이 생겨서 더 빠르게 잘 할 수 있어! 알겠지?"
1호기가 별로 감동받지 않아 하는 것 같지만 뭐. 나 자신에게 흐뭇하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212/pimg_7172901944601073.jpg)
그래서 결국,
완성을 했는데.
남편 왈.
"다음 부터는 그냥 완성된 제품을 사도록 해. 내가 신혼 초부터 말하지 않았니?"
그래. 그랬지.
그런데 20년이 다 되가는데도 나는 여전히 이러고 있네. ㅡ.ㅡ
덧,
원래 놓여있던 서랍장을 1호기와 옮기다가 서랍장이 내 발등 위로 떨어지는 사고 발생.
1호기가 놀랄까봐 아픈 티를 내지 못했지만, 지금 내 발등은 시커멓...............
이거 괜찮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