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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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여느 장례식보다 더 흥미로울 것도 덜 흥미로울 것도 없었다. 그러나 가장 가슴 아린 것, 모든 것을 압도하는 죽음이라는 현실을 한 번 더 각인시킨 것은 바로 그것이 그렇게 흔해빠졌다는 점이었다.

<에브리맨>


최근 노화와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시아버지는 76세에 접어들었지만 매일 새벽 5시반에 기상하여, 이른 아침 식사를 하고 산을 오른다. 두시간쯤 되는 시간을 산에서 보내고, 간단한 샤워를 마친 후 다시 집을 나선다.

일명 '콜라텍'으로 불리는(내가 어린 시절에 있었던 콜라텍이 아니라 어르신들을 위한 전용 카바레 같은 곳) 무도회장에 가서 춤을 추신다. 실제로 가보지는 않았지만 아버님 말씀에 따르면 매점 비슷한 곳에서 음식과 술을 팔기도 하지만 그것이 목적이기 보다는 주로 또래의 여성들과 함께 파트너가 되어 춤을 추는 공간이라고 하셨다. 자율에 맡긴 춤이 아니라 정해진 스텝이 있고, 파트너와 함께 해야 하기때문에 때론 레슨을 받기도 한다고 하셨다.


지하철이 무료이기 때문에 서울 청량리 같은 곳으로 원정을 가시거나 거꾸로 천안같은 곳으로 나가는 일도 있다고 하셨다. 주로 역 근처에는 이런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저렴한 음식점이 많기 때문에 근처에서 국밥을 드시거나 짜장면 등을 드시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신다.


다시 저녁에는 여자친구 분 댁으로 가서 저녁 식사를 하시고는 9시쯤 일찍 잠자리에 드신다.


골프를 즐겨 하시기 때문에 일주일에 두어번은 골프 약속도 잡으신다. 


배우자의 죽음 뒤, 은퇴 이후의 삶을 저토록 홀로 잘 즐길 수 있다면 비교적 훌륭한 노년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지만 그런 아버님이 최근 부쩍 전화를 자주하셔서는 "다리에 힘이없다" "왜인지 입맛이 없다" "조금만 걸어도 피곤해져서 산에 가기가 힘들다"고 하신다.


물론 병원에서는 병명이 나오지 않는다. 그냥 일련의 노화의 과정인 것이다.


늘 쌩쌩하기만 했던 몸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니 부쩍 짜증이 많아지셨다. 그리고 자꾸 왜그런지 모르겠다는 말씀을 반복하신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니요. 그냥 늙어가는 과정이에요 아버님.



필립로스의 <에브리맨>은 한 남자의 장례식으로부터 시작한다.


시종일관 병에 걸리는 것에 대해, 다시는 깨어나지 못하고 죽음의 문턱을 넘어 버리는 것에 대해 걱정하던 그는 정작 한번뿐인 자기의 삶 속에서는 진지하지 못하다.

아니, 이것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겠다. 

너무나 자신의 현재의 삶이 소중하기 때문에 책임을 지고, 약속을 지키고, 의무를 다한 삶이 버거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는 그것들로부터 도망쳤고, 도망칠 수 있었다.


훗날 버려진(확실히 버려진 것이다) 두 아들에게 용서를 구하지만, 두 아들은 결연히 용서하지 않는다. 물론 이 에피소드가 핵심적인 내용은 아니지만 나는 이 대목에서 멈춰섰다.

일방적으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부모가 자식에게 가한 폭력을 성인이 된 자식이 반드시 용서해야 하는가? 죽음을 앞두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용서해야 하는가? 본인은 본인의 삶을 후련하게 잘 살고 나서 청하는 화해를 받아들여야 하는가?


나는

늙어가는 것에 대해,

육체가 노화되는 것에 대해,

그러므로 죽는다는 것에 대해 가지고 있는 주인공의 두려움을 전적으로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어차피 죽음은 다가오는 것이기에

현재의 삶을 더 단단하게 살면 되는 것이다.


혹, 그렇지 않은 삶을 산 채 죽음을 맞이 한다면 할 수 없이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오래전에 한번 읽고,

마흔이 넘어 다시 읽는 <에브리맨>은 뭔가 나를 화나게 만들었다.


주인공의 이기심과 무책임함으로 버려진 이들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몇 줄의 언급 만으로 지나간 그들의 그간의 인생이 불쌍했다.


본인이 그럴 수 있는 힘을 가졌기에 부릴 수 있는 그들의 이기심에 진저리가 났다.


죽음은,

다가오면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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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레이라가 주장하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2
안토니오 타부키 지음, 이승수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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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이라는 나라는 특히, 리스본이라는 도시는 나에게 페르난두 페소아라는 이름과 함께 기억된다.

또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도 자연스레 떠오른다.

한번도 가본 적 없고, 아마 앞으로도 가 볼 일이 없겠지만 도시의 구석구석, 음식 냄새, 눈이 오고 비가 온 뒤의 도시의 분위기까지 막연하게나마 그려볼 수 있다면 그건 아마도 소설이 주는 어떤 힘 때문일 것이다.


페레이라는 살리자르 독재정권이 지배하는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 친정부 성향의 신문 <리스보아>의 문화면을 담당하는 기자이다.

날마다 사별한 아내의 사진 앞에서 하루의 시작과 끝을 이야기하고, 정치와는 무관하게 프랑스 문학을 번역하여 신문에 실으며 하루 하루를 보낸다.


크게 좋을 것도, 그렇다고 크게 나쁠 것도 없는 인생이다.

어쩌면 이미 흘러가버렸기에, 결과를 이미 알고 있기에 더 편안하고 안정적인 과거와 함께 계속 살았다면 페레이라의 삶은 더 안전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생이 그렇듯이, 인생은 언제나 예측불허.


그의 앞에 몬테이루 로시가 나타난다.

아니다. 어쩌면 그가 몬테이루 로시를 발견해낸 것이다.

잡지에서 그가 쓴 죽음에 관한 글이 마음에 들어 그를 작가들의 사망기사를 미리 써줄 수습 기자를 채용한 것인데, 사실 그 글은 그가 쓴 것이 아니라 베껴 쓴 것임을 알고 난 후에도 그를 자르지 못한 것을 보면, 로시라는 청년은 페레이라의 앞에 그저 나타난 것이 아니라 페레이라가 스스로 발견해 낸 것이다. 


무엇을 하건, 무엇을 하지 않건 그 반대는 하지 못한다. 행동은 그 대안을 파괴한다. 이것이 인생의 역설이다. 그래서 인생은 선택의 문제이고, 선택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되돌릴 수 없을 뿐이다. 바다에 돌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가벼운 나날> 제임스 설터


로시를 만난 후 페레이라는 다시 예전의 그로 돌아가지 못한다.

페레이라는 점차 로시가 하는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문학만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가치일 뿐, 나 하나의 생각이나 말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점차 틈이 생기기 시작한다.

게다가 지난 날의 삶에 작별을 고하고, 현재를 살고 미래와 교제하도록 노력하라고 말하는 의사의 조언도 점차 들리기 시작한다.


페레이라는 달라졌다.

로시를 만나 달라진 페레이라는 다시는 어제의 페레이라로 돌아가지 못한다.


스페인 인민정부를 위해 활동하다 경찰에 쫓기게 된 로시를 숨겨주고, 

로시를 뒤쫓던 무법자들이 로시를 끝내 고문끝에 숨지게 하자

페레이라는 로시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고발하는 폭로기사를 내고 

해외로 도피한다.


아마 페레이라의 남은 생은,

용기있게 진실을 밝히고,

또 그로인해 밝혀진 진실이 세상을 바꾸는 

그런 삶을 살았을 것이다.



세상이 하 수선하여 자꾸만 소설 속으로 도피하고 싶은 요즘이다.

문학만이 위로가 되고, 문학만이 중심을 잡아줄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꾸만 시끄러운 세상의 소음으로 부터 멀어지고만 싶을 때, 다시 한번 만난 <페레이라가 주장하다>는 그래서는 안된다고, 현재를 살과 미래와 조우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통스러워도 현실을 직시하는 눈과 진실을 밝히는 입들이 많아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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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 1
캐서린 스토켓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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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2년만에 시어머님이 돌아가셨다.


생일과 크리스마스에 다정한 손편지를 써 주시고, 겨울에 따뜻한 코트를 사주셨던 어머니가 

너무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경험은 이 후 나의 인생에 큰 변곡점이 되었다.


돌아가시 전,

"베란다에 있는 작은 고추장 항아리가 있어.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을 가져오렴"


정신이 없어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이 무엇인지 살필 겨를이 없었는데, 먼지가 뽀얗게 앉은 고추장 항아리 안에는 옛날 보온도시락을 담아 다니던 도시락 가방 하나가 구겨져 있었다.


그것을 대충 털어서 부리나케 다시 병원으로 달려갔더니 어머님이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을 나보고 가지라고 말씀하셨다.


구겨진 도시락 가방을 열고, 겹겹이 둘러 싸여진 신문지를 벗겨 그 안에서 발견한 것은

작은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는 반지 한 개였다.


25주년 결혼 기념일에 아버님께서 선물하신 반지인데, 여즉 끼워보지 않으시고 누가 훔쳐갈까봐 베란다 고추장 항아리에 넣어 두신 모양이었다.


어머님 연세 58세에 나에게 작은 다이아반지 하나를 남기고 돌아가셨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너무, 젊다.


그때 이후로 "인생은 부질 없는 것" "아끼다가 똥 된다" "지금할 수 있는 것을 하자"와 같은 인생 모토가 생기면서, 결국 성공이든, 돈이든, 행복이든,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이 제일 소중하다는 가치관이 다져졌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

전적으로 어머님 손을 통해 인생을 살아가시던 시아버지가 홀로 남았다.


매일 시댁에 가서 시아버님의 식사를 차려드리면서,

대체 성인이 된 인간이 왜 자신의 입으로 들어가는 밥을 남의 손에 의지해야만 하는가.

진짜 남자라는 인간들. 왜 때문에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는가.

이것은 교육의 문제인가, 결국 여자였던 어머니, 아내의 문제인가. 그런데 이번엔 며느리인 내가 이어받아 또 한 인간이 바보 멍청이인 것을 돕고 있는가.


자괴감에 빠졌던 2년이었다.


시댁을 드나드느라 내집 살림이 뒷전인것은 또 싫어서 힘을 내다보니, 결국 나도 병이 났다.

집에 사람들이는 것은 절대 싫다는 아버님댁은 어쩔 수 없이 내가 드나들고, 남편의 제안으로 우리집에는 청소를 도와주시는 이모님을 고용했다.


일주일에 한번씩, 4시간 동안 청소를 해주시는 일정이었는데

이모님이 오시기 하루 전에는 혹시 너무 더러운 곳은 없는지, 

빨래는 다 되어 있는지, 속옷같은 것들이 나와있지는 않은지 둘러보느라 두배로 바빴다.


이모님이 출근하시는 날이면 

오시기 전에 미리 커피나 차를 내드리고, 간식도 준비해두고, 

괜히 집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4시간 동안 걸리적 거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안절 부절 못하면서 이것이 과연 내가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인가 이럴거면 그냥 내가 하는것이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쨌든 그들도 정당한 대가를 받고 그들의 일을 하는 것일 진데

왜인지 나보다 나이 많은 그녀들이 내 집에 와서 내 대신 청소를 한다는 사실이 

그렇게 불편할 수 없었다. 결국 한달을 채우지 못하고 그녀의 도움을 포기했다.


<헬프>는 유색인 가정부들이 백인 가정에서 겪은 이야기들을 하나의 책으로 묶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노예제도는 폐지 되었으나 여전히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그 때,

유색인과는 화장실도 같이 쓰지 않는 백인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자신들이 쓰는 화장실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유색인을 구타할 수 있는 시대임과 동시에 유색인을 자신과 같은 사람으로, 친구로 생각하는 백인들도 함께 공존하던 시대.


구별이라는 것은 그것을 만들고, 지키고, 공고히 하는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넘을 수 없는 혹은 넘어서는 안되는 어떤 선을 의미하지만 사실 그 구별이라는 것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면 절대로 지켜져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 세상을 바꿔가는 이야기.


세상을 살면서

노력없이 주어진 것들에 대해 우쭐하지 말고,

같은 이유로 아무런 잘못없이 갖게 되는 불리한 입지 때문에 차별 받지 않고,

모두가 그냥 존재만으로 인정받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내 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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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3-24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반지는 잘 끼고 계신가요?! ㅎㅎ

관찰자 2025-03-24 12:47   좋아요 0 | URL
심지어 저도 다이아반지는 체질이 아니라 그냥 모셔두고 있다는. 아들놈들 결혼하면 며느리들에게나 나눠줘야할까봐요.>.<
 
피츠제럴드 단편선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3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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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잠자냥님의 알라딘 서재에서 '바질이야기'에 달린 다락방님의 댓글을 읽다가 피츠제럴드의 '커트글라스보울'이라는 단편을 알게 되었다.


단편소설은 금방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끝나버리는 느낌이 들거나

뭔가 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더 없는 듯한 기분이 들거나

설명을 좀 해주고 시작해야 할 것 같은데 대관절 이야기가 시작해 버리거나

하는 느낌이 있어서 썩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다 김연수의 소설을 통해 레이먼드 카버를 만났고,

심지어는 필사하는 지경이 이르렀으며,

윌리엄 트레버를 알게됬고, 최근 클레어 키건에 이르기까지.

흠. 단편소설은 또 이런 맛이 있구먼,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피츠제럴드야 모두가 그렇듯이 '위대한 개츠비'라던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던지 '밤은 아름다워' 정도로 알고 있지만 아직 그의 단편을 많이 읽어보지 못했고, 때문에 특별한 감상 역시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전 앞서 말한 것처럼 '커트글라스보울'이라는 단편을 읽게 되었다.


버전은 이것.


이 버전으로 읽은 것 역시 어쩔 수 없이 내가 '100자평'이 아니라 '리뷰'를 작성하게 된 이유이기도 한데, 100자평의 상품 검색으로는 이 책이 검색되지 않는다. ㅡ.ㅡ;


아무튼.


연애는 아주 밀착된 인간관계이므로 엄청난 감정노동과 기회비용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빠른 결혼을(??) 선택한 나로서는 인생을 통털어 몇번의 연애 기억밖에 남아 있지 않기에 섣불리 재단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별 선물로 주는 것은 조금 로맨틱한 것들 아닌가?


얼마없는(강조!) 나의 연애사에서 이별 선물로 받은 것은 주인잃은 커플링, 2년 동안 주고 받은 교환일기장, 100일에 걸쳐 예약 전송으로 보내온 군대에서 발송된 이메일, 중고 니콘카메라, 할부가 끝나지 않은 채 이별을 해버려서 거시기 했던 에르메스 스카프 같은 것들인데,


찬장에 다 들어가지도 않아 툭 튀어나오는 글라스보울은 대체 어쩌라는 건지..... 


그것도 거의 저주에 가까운 말,


'당신처럼 딱딱하고 아름답고 속이 텅 비어 있는 물건을 선물로 보내겠어'라는 말을 먼저 보내고, 대체 뭘 보내올 건지 사람 긴장하게 만들더니 대관절 저런 것을 보내왔다면 나는 받은 즉시 누군가에게 주어 버렸거나 아니면 재수없다는 심정으로 뒷산에 올라가서(없다, 뒷산같은거) 깨버렸을 건데.


우리의 주인공은 이걸 또 계속 보관해두고 이리저리 짐짝 같은 저것을 보면서 늘 섬뜩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이제부터 이 커트글라스보울은 마법같은 힘을 발휘하기 시작하는데,

먼저,

들키고 싶지 않았던 불륜남을 제일 들키고 싶지 않은 남편에게 들키도록 만들고,

장미꽃잎처럼 보호받고 반짝이던 그녀의 미모를 앗아갔으며(이건 직접적 영향은 아니지만),

소중한 딸 아이의 손목을 잘라버렸고(너무 무섭다),

목숨과 같은 아들이 전쟁터를 떠도는 영혼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마지막으로 확실치는 않지만, 아마도 주인공의 목숨까지.......


우와. 진짜.

원래 여자의 한이 오뉴월의 서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던가.

이별선물 한번 잘못 받고 오는 결과로는 정말 어마무시하다.

심지어 되려 남편 앞에서 부정당한 불륜남이 품었어야 하는 배신감이 더 크지 않나.


아마 이것이 단편이 아니라 장편소설이었다면,

필시 이것은 호러스릴러치정살인복수극이었을텐데..


피츠제럴드는 확실히 말해지지 않은 것이 더욱 무섭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사람임에 틀림없다.

공포영화도, 원래,

눈감고 소리만 들을 때 제일 무서운 법 아니겠는가.


아무튼,


100자평을 쓰려다가 상품검색에서 나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쓰게된 리뷰,

그리고 100자로 말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쓰게된 리뷰.


별거 아닌 이별선물 따위로 이런 글을 써내는 피츠제럴드, 너 참 부럽다 리뷰는 이것으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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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2-06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커트글라스보울‘ 이거 하도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도 잘 안 나는데 이런 내용이었군요!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제가 친구 추가는 마구마구 하는 스타일이 아닌데요. 유일하게 다락방 님과 친구 맺으신 거 보고 (엥?!) 수락합니다...ㅋㅋㅋㅋ 반갑습니다.

관찰자 2025-02-06 16:00   좋아요 1 | URL
아, 이거 민폐를 끼칠뻔 했네요. 저는 친구추가를 누르면 잠자냥님 서재에 제가 수시로 들락거릴 수 있어서 제 친구목록에 추가하려는 목적이었는데, 이게 수락 메시지가 가는 줄 참말 몰랐어요. 어머나 >.< 몰랐어서 개이득. 유후~

잠자냥 2025-02-06 16:05   좋아요 0 | URL
(피씨에서는 별 문제가 없는데) 이웃이 많으면 북플에서 정작 읽고 싶은 사람들 글을 놓칠 경우가 많더라고요.

다락방 2025-02-06 17:2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ㅌ

다락방 2025-02-06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단편 마지막에 컷글라스보울 다 이것 때문이야! 하고 깨버리려고 나갔는데, 그런데!! 와 너무 소름돋는 결말이었어요!!

관찰자 2025-02-06 17:28   좋아요 0 | URL
아침에 버스에서 읽다가 진짜 눈이 번쩍 띄어가지고서는 몇번이나 다시 봤잖아요. >.<
 
레 미제라블 세트 - 전5권 펭귄클래식
빅토르 위고 지음, 이형식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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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본래 단것이면 질색인데, 어쩌다보니 츄러스가게를 하고 있다.

손님들에게 찌~인하고 끈적끈적하며 걸죽하기까지 한 팥죽같은 스페니쉬 핫초콜렛을 팔때면

나도 모르게 몸서리가 쳐지면서 "정말 그것을 다 드실 작정"이시냐며, "그걸 다 마시면 칼로리가 폭발일지도 모르는데"라고, 게다가 "츄러스와 함께 먹는다면 그것은 지구 반바퀴를 돌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해 주고 싶은 걸 참느라 힘들다.

 

그런데도 우리집 핫초콜렛은 그 희귀성을 인정받아 마니아층을 형성하기 시작하더니,

심지어 이 악마와 같은 걸죽하고 검은 액체를 테이크 아웃잔에 12온스나 가득담아 먹는 사람들이 생겼다. (오 맙소사!)

 

사람이란것이 본래 가지고 있는 취향이란 것이 있어서 그런것들은 쉽게 바뀌지가 않는데,

이를테면 뜨거운 아메리카노에는 절대 시럽 말고 가루 설탕! 이라는 내 친구나 고전 하면 맨질맨질하고 뽀득거리는 표지가 일품인 민음사!라고 하는 내 취향.

 

이번에 <레 미제라블>을 구입하면서 어느 판본을 살까 고민 좀 했는데, 최근 들락거리기 시작한 다락방 님의 서재를 보고 펭귄클랙식으로 질렀다.

 

흠.

읽고, 또 읽고, 또 읽어도 짬짬히 시간을 내어 읽을 수 밖에 없으니 이제야 마리우스가 등장하는구나. 메인의 사진처럼 혼자일 시간이 필요하다. 절대적으로.ㅜㅜ

 

근데 개인적으로 주석까지는 괜찮은데, 역시 각주는 좀 힘들다.

그러나 누굴 탓하랴.

나의 상식없음과 집중력 부족이 문제일 수 밖에.

 

아무려나 어쨌든 <레 미제라블>은 3권까지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다.

(읽고나면 어떤지 얘기해달라고 하는 사람이 하도 많아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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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1-16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설을 읽을 때 주석을 대부분 패스합니다. 굳이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_-

관찰자 2013-01-18 19:39   좋아요 0 | URL
필요의 유무를 떠나 숫자에 달린 내용이 뭘까
사람 완전 궁금해 미쳐버리겠는 겁니다.ㅠㅠ
막상 뒤로 제껴서 보면 별거 아닌, 어떨때는 '원전을 찾지 못하였다'같은
진짜 황당한 것들이 더 많은데두요.ㅠㅠ
병이에요. 병.

덕분에 집중력이 배는 소모가 되어 한권 읽을때마다 늙는 느낌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