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나에게 소설이란 손쓸 수 없을 만큼 변칙적이고 무분별한 현실보다 은유의 논리를 더 귀하게 여기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논리란 대개는 은유의 논리이므로.
우리는 남에게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려 애쓰며 평생을 보낸다.
그것은 기억의 본질이다. 그렇게 우리는 이 무감하고 우연적인 우주를 견디며 살아간다. 그러한 습관에 ‘이야기 짓기의 오류’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서 그것이 진실의 일면에 닿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야기는 속에 있는 은유를 좀 더 선명하게 구현할 뿐이다.

당신과 나, 우리는 서로 다르고, 우리가 지닌 의식의 특질도우주 양 끝의 두 별만큼이나 서로 다르다.
그럼에도, 내 사유가 문명의 미로를 지나 당신의 정신에 닿는 기나긴 여정에서 번역을 거치며 아무리 많은 것을 잃어버린다 해도,
나는 당신이 나를 진정으로 이해하리라 믿고, 당신은 당신이 나를진정으로 이해한다고 믿는다. 우리 정신은 어떻게든 서로에게 닿는다. 비록 짧고 불완전할지라도.
사유는 우주를 조금 더 친절하게, 좀 더 밝게, 좀 더 따뜻하고 인간적이게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그런 기적을 바라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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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5-21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무 좋아!!!!!ㅠㅠ 아니 켄 리우가 넘 좋은가??ㅋㅋ

치니 2022-05-21 22:34   좋아요 0 | URL
전 지금 두 편 읽은 상황에서 머리말이 제일 좋아요 😅

라로 2022-05-21 23:19   좋아요 0 | URL
앗! 진짜?ㅎㅎㅎ 하긴 나도 뒤로 갈수록 좋았으니까... 힛

치니 2022-05-21 23:56   좋아요 0 | URL
오홍, 그렇구나요. 계속 읽어보겠습니다!
 

에릭 사티

스트라빈스키가 신고전주의의 선구자‘라 불렀던 프랑스의 작곡가 에릭 사티, 시대를 앞서간 음악가, 독특한 음악 세계를 가진음악가로 평가받는 그가 생전에 어떠한 시선을 받았는지에 대해사티는 스스로 이렇게 정리했다.

나는 너무 늙은 세상에 너무 젊어서 왔다.
Je suis venu au monde tres jeune dans un temps tres vie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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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은 일로 자기 구실을 할 수없는 지경으로 괴로움을 당한다면, 그것이 하다못해 장의 통증이라 해도……사람은 당장 세계 개혁에 나선다"고 소로는 말한다. 실패한사람들이 실패의 원인을 세상 탓으로 돌리는 습성은 이해가 간다. 희한한 것은 성공한 사람이 자신의 선견지명과 투지, 검약 습관, 그밖의
‘훌륭한 자질‘에 아무리 자부심이 강하다 해도 내심은 그 성공이 여타의 여건과 운 좋게 결합한 결과라고 믿는다는 사실이다. 백발백중 성공하는 사람이라고 늘 자신감 넘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성공에작용하는 모든 요소를 안다고 결코 장담하지 않는다. 외부 세계가 그들에게는 위태롭게 균형을 잡고 있는 장치이며,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한 손대기를 꺼려한다. 이렇듯 변화에 대한 저항과 변화를 향한갈망은 동일한 확신에서 나온 것으로, 열렬하기는 어느 쪽이나 마찬가지다.

부유층과 빈곤층, 강자와 약자, 모두가 많이 가졌건 가진 것이 없건 미래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품을 수 있다. 현재가 너무나 완벽해 보여서 우리가 바라는 것이라곤 현재가 미래에도 지속되는 것뿐일 때, 변화란 악화를 의미할 따름이다. 따라서 뛰어난 성취를 거둔 사람들,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급격한 개혁에 적대적이기 마련이다. 노약자들의 보수성 또한미래에 대한 두려움에서 온다. 그들은 쇠락의 조짐을 찾는 사람들이며,
변화라면 어떤 것이 되었건 좋은 쪽보다는 나쁜 쪽으로 받아들인다. 비참한 빈곤층도 미래에 대한 믿음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미래는앞으로 가게 될 길에 파묻힌 지뢰처럼 느껴진다. 아주 조심해서 걷지 않으면 안 된다. 그들에게 변화를 꾀한다는 것은 사서 고생하는 꼴이다.
희망을 품은 사람들을 보자. 원대한 희망에 사로잡힌 사람이라면 열정적인 지식인이건 땅을 갈망하는 농부건 일확천금을 바라는 투기꾼이건 냉철한 상인이건 자본가건 맨손의 노동자건 귀족 지주건 누구라도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그들은 모두 현재를 거침없이 살아가며 필요하다면 현 상황을 파괴하고 신세계를 창조한다. 이렇듯 혁명은 특권층에의한 것일 수도, 혜택 받지 못한 사람들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16세기와 17세기 잉글랜드의 종획운동은 부자들이 일으킨 혁명이었다.

사람은 자기 일이 신경 쓸 가치가 있을 때라야 신경 쓴다. 그렇지않을 경우, 무의미한 자기 일은 팽개쳐두고서 남의 일에 신경 쓰게 마련이다.
남의 일에 신경 쓰는 것은 험담하거나 꼬치꼬치 캐묻거나 참견하는형태로 나타나며, 또한 공동체나 국가, 인종 문제에 대한 열띤 관심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자기 문제는 회피하면서 이웃의 어깨에 매달리든목을 조르려고 덤벼들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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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아무튼, 피아노 - 모든 것은 건반으로부터 시작된다 아무튼 시리즈 48
김겨울 지음 / 제철소 / 202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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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개인의 상황에 기막히게 맞아떨어지는 타이밍에 도착하면 한 줄 한 줄이 볼드체로 보인다. 피아노 레슨 받은 지 만 2년, 클래식 공연 그 사이 꼴랑 2개 직관했으나 단번에 푹 빠진 나로서는 모든 문장이 얼마나 큰 공감이 되고 사이사이 정보 또한 얼마나 고마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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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5-11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투 하려고 했더니 이 글이 안 되네?? 이유는 모름. 하지만 나도 자기 리뷰가 좋아. 사려고 했는데 이북 나오길 기다렸거든. 암튼, 땡투 안 되어도 땡투야!!^^

치니 2022-05-11 16:59   좋아요 0 | URL
피아노나 음악에 관심이 별로 없는 이에겐 어쩜 재미가 덜할지도 모르겠어요. 제게는 지금 현재 가장 필요했던 책! 😍
 

삶에 자족하는 비결은 이유를 묻지 않는 것이다.

짐은 간접적인 방식으로 날공격해서 바보로 만들지. 짐은 관심을 갈구해, 관심받고 싶은 욕구가 너무 훤히 보여서 역겨울 정도야. 불쌍한 헬렌이 그걸 견딜있는 건 그 사실을 알아차릴 만큼 똑똑하지 않기 때문이야.
짐은 관심을 요구하면서도 일단 바라던 것을 얻고 나면 사람들이 더이상 그에게 다가오지 못하게 막아. 관심을 바라는 것과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건 아무 상관이 없거든. 대부분의 사람이 바라는 건 관계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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