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이 갈가리 분열되었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서로 다투고 있는 조각들의 총합이다. 우리는 조각나 있지만 분리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베토벤은 "모든 진실은 음악과 수학으로 구성된다"는 풀러의 명제를 입증하는 영원한 증거이다.

우리는 자신의 본성에 내재한 사소한 약점, 자아상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약점을 다른 사람에게서 발견할 때 가장 냉혹해진다. 남을 탓하는 일은 나를 탓하는 일보다 언제나 쉽기 때문이다.

글쓰기에서 대화는 여러 겹으로 두껍게 포개져 있어야 한다. 예술 수준에 이른 글은 처음 정독할 때 일반적이고 평이하게 이해되어야 한다. 두 번째 정독에서는 준엄한 진실이 드러나야 한다. 세 번째 정독에서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글의 깊이와 현실성이 담보된 연후에야 우리는 글의 아름다움을 영원히 누릴 수 있다.

개혁가들은 자신의 논리에서 이 세계가 완전히 악인들과 배고픈 이들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종종 잊곤 한다. 정신의 음식에 굶주린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정신의 욕구 또한 몸의 욕구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 … 또한 개혁가들은 사회의 사슬이 절대 끊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종종 잊곤 한다. 고리와 고리가 연결된 사슬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한 남자를 그 동료들 위로 들어올릴 수 없다. 우리는 인류 전체를 들어올려야 한다. 뉴턴, 셰익스피어, 밀턴은 가난하고 무지한 사람에게 직접 이득을 주지 않았지만 그들 덕분에 인류 전체가 고양되었다. 그들은 출판사를 찾기 어려웠을지도 모르지만 몇 세기가 지난 후 출판사가 그들을 찾았고 독자들도 그들을 찾았다. 인류 전체가 들어올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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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 관계가 친밀함을 확인하는 시험장이라는 잘못된 개념 탓에 우리는 연애의 구성 요소를 오랫동안 오해해왔다. 친밀함을 재는 척도는 피부와 피부의 마찰 지수가 될 수 없다. 이는 두 사람이 다른 모든 것과 다른 모든 사람을 물리치고 두 사람만의 세계에 거주할 때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사랑과 신뢰, 기쁨과 평온의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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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12-29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 님, 이거 무슨 책인가요?

치니 2022-12-29 09:11   좋아요 0 | URL
앗 제가 북플처럼 밑줄만 긋다가 ㅋㅋ (피씨에서 처음 밑줄그어봄) 정작 책은 소개를 안했군요. 다락방 님은 ‘진리의 발견‘ 이미 읽으셨죠? 840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이라 전 지금 한 6개월 째 찔끔찔끔 읽고 있어요.

다락방 2022-12-29 09:14   좋아요 0 | URL
저 사놓기만 하고 아직 안읽었어요! ㅋㅋ

치니 2022-12-29 09:16   좋아요 0 | URL
두껍지만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저런 주옥같은 글귀가 불쑥불쑥 나타나서 흥미진진해요. 재밌어요!
 



가장 가치 있는 관계는 흔히 우리가 이미 만들어놓은 어떤 관계의 틀에도 깔끔하게 들어맞지 않기 마련이다. 우리는 흔히 인생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상상하는 관계의 원형을 규정해놓는다. 친구, 연인, 부모, 형제, 스승, 뮤즈 등이다. 그리고 우리는 하나의 틀에 맞출 수 없는 사람, 각기 다른 시기에 각기 다른 정도로 여러 개의 범주를 차지하는 사람을 만난다. 그럴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을 확장시켜 그만의 자리에 맞는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는 자기 확장의 성장통이 따르며 이를 감수하지 못할 때 우리는 돌처럼 굳어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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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더 이상 그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연주회가 끝날 때까지 손가락들은 계속 움직일 것이며, 거기 있는 누구도 무엇 하나 알아채지 못할 테지만, 말하자면 그는 연결점을 상실한 것이었다. 우선 그들과의 연결점을. 조는 이들,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저녁 식사를 벌써부터 기대하는 이들, 아니면 다음날, 이곳에 있었다는 말을 하기위해 거기 와 있는 이들………… 이 청중들의 수를 헤아려 본 다음, 그는 연주장에 와 있는 사람들 가운데 음악이 가슴까지 파고 들어간 이들이 얼마나 적은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열의 없이 음악에 순응하는 이들, 꿈꾸고 계산하면서 음악을 듣는 동안 불편을 느끼지 않는 이들보다 그는 차라리 음악이 들리면 내빼는 이들을 선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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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윌리엄!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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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들어 처음으로, 다른 일을 하다가도 또는 아무리 피곤해도 빨리 읽고 싶어서 안달나는 책을 만났다. 아유 재미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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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12-18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아서 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 그런 소설 이었어요.

치니 2022-12-19 15:17   좋아요 0 | URL
그쵸! 많은 분들이 찬사를 보낸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근데 읽으면서 계속, 혹시 엘리자베스 본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건가, 너무 본인 이야기처럼 쓰셨다 생각했어요. 다른 책보다 이번 책이 특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흠흠.

다락방 2022-12-19 15:36   좋아요 0 | URL
전 이거 읽고나서 원서로 읽고 있어요. 그런데 원서가 예상외로 어려워서 번역본하고 나란히 놓고 보고 있어요. 모르는 단어는 다른 원서들에 비해 적은데도 불구하고 해석이 잘 안되고 어렵더라고요. ㅠㅠ

치니 2022-12-19 16:05   좋아요 0 | URL
저도 원서로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은 하지만...생각(만) 해요. 어려워도 도전하는 다락방 님,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