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는 결코 게으르지 않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타고난 재능 덕분에 노력한 만큼 결과가 그대로 뒤따르는데 어찌 게으를 수 있겠는가

긴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느슨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녀는 긴장과 집중이 반드시 동행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완과 집중이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나에게 보여주는 듯했다

피아노엔 대부분의 다른 악기보다 유독 두드러지는 특징이 하나 있다. 기본적으로 피아노는 반주자와 함께하지 않는 독립적인 악기이기 때문에 조언을 구할 동료나 선생님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옆에서 객관적으로 연주를 들어줄 누군가의 귀가 꼭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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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출어람이란 개념이 존재하는 않는 곳이 피아니스트의 세계다.

“음악은 똑같이 두 번을 치면 안 된다.”


  같은 곡을 반복해서 치더라도 매번 전혀 다른 곡을 치는 것처럼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 음악의 신선도가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즉흥적으로 그 자리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

굳은살이란 오히려 피아노를 한동안 치지 않았다가 오랜만에 쳤을 때야 박이는 것이다. 고로 굳은살이 박였다는 것은 곧 그 연주자가 훈련을 게을리했다는 뜻이 된다

요즘에야 피아니스트들이 마치 피아노 장인처럼 ‘피아노 외길’의 훈련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사실 전통적으로 연주자에게는 다양한 견문과 공부가 요구되어 왔다.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불문학을 전공한 엠마누엘 엑스, 하버드대학교에서 인류학을 배운 요요마, 역시 같은 대학에서 철학을 배운 장한나 등 그러한 예시는 얼마든지 들 수 있다. 

한번은 선생님의 무대를 보고는 내 옆에 있던 동료 학생이 “선생님, 즐겁게 잘 들었습니다I enjoyed it very much” 하고 말했더니 선생님은 아주 조용히, 그러나 힘주어 대답했다.


  “나는 자네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연주하지 않았네.”

“사람은 자기가 언어로 알고 있는 것만큼만 표현하고 생각하게 되어 있다네. 정확한 단어가 아니라 그냥 그림처럼 어렴풋이 알고 있으면 희미한 표현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거야.”

“연주자한테 연주 말고 필요한 것은 전부 다everything야! 자네가 말하는 것, 생각하는 것까지 모두. 음악에서 연주는 아주 일부에 불과하네. 음악을 이루는 것은 1퍼센트의 음악적 요소와 99퍼센트의 비음악적인 요소라네.”

러셀 셔먼 (Russell Sherman). 이 분의 음악을 듣고 이 분의 책도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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