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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배수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이던가.., 배수아의 책은 이걸로 그만 이라고 다짐하게 만든 책이.
2시간 정도면 스르륵 읽어제낄 수 있었던 기억의 그 책을 덮으면서 내가 한 혼잣말은,
<나도 이제 니가 지겨워> 정도였고, 얼마 안가서 단 한줄의 내용도 기억이 나지 않을 거라는 것에 스스로 내기를 걸어도 좋을 지경으로 머릿속에 가슴속에 그야말로 '남는'게 없었다.
(책을 읽으면서 꼭 남는게 있어야 하냐고 되물을 것만 같은, 혹은 그 반대로 그런 걸 노렸으니 잘된거지 하며 차가운 미소를 짓는 배수아의 얼굴도 잠시 떠오른다)
커피 한잔, 토스트 한 조각 같은 음식으로 대변되는 시골스러움의 반대, 소설을 쓰고는 있지만 또박또박 공무원 생활을 하며 일용할 양식을 벌고 있다던 냉소 가득한 눈매의 21세기형 작가.
이미지는 그랬다.
그런데 바로 그 이미지가(내 마음대로 만든 왜곡이든 아니든) ,그 무렵의 나에겐, 지겨웠다.
어린 소녀들이 내면의 고통을 참지 못하면 휙 하고 들이마실 거 같은 무형무색의 음료같은 문장들을,
치열함도 진정성도 없이 죽죽 써내려가면서,
이것봐라 별 거 없지 않냐 라는 무표정으로 대응하는게,
왠지 살갑지가 않은 게,
오랫동안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엊그저께 모처럼 만난 평일 월차에 들떠 찾아간 마포도서관에서는,
등록을 하자마자 서가에 쪼르르 꽂힌 많은 자기검열이 엄격해보이는 책들을 제치고
배수아의 책을 두권 고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
무엇을 도피하고 싶은겐가, 스스로 의문하고 있었지만,
모처럼 도서관 책을 빌렸다는 기쁨에 집에 오자마자 단숨에 읽었다.
예의 살갑지 않은 불친절함은 여전하지만,
진정성의 문제에서는 내가 너무 삐딱했고, 단 한권의 책으로 무시하기에도 만만치 않은 작가다 싶어진다.
그것이 '가난'이든 '빈곤'이든, 도시적 삶이든 시골적 삶이든간에,
내색을 하지 않는 냉소가 몸에 배어 그렇지
어쩌면 쉬이 받아들여지기 힘든 비일반적인 글을 쓰면서 , 소설 속 평범하지 않은 짜집기만으로도 엄청난 노고와 열심을 기울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어쩌면, 그녀와 일반적인 사람들 간에는 그 '열심'이란 것에 대한 정의도, 다를 지 모르겠다.
(하기사 비일반이니 일반이니 하는 거부터가 웃기긴 한다, 냉소로 일관해야 할 첫번째 줄긋기겠고)
아무튼 이정도면 못내 밉다 하고 돌아선 마음이 조금 풀릴만했다.
전반적으로 재미나 죽겠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 권의 책 때문에 에잇 던져버리고도 찜찜한 마음에 다시 돌아보기를 시도 한 것이 말짱 도루묵이었음, 또 얼마나 허무했겠는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