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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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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의 책은 이번이 두번째.
[베로니카 , 죽기로 결심하다]라는 제목이 매우 유혹적인 소설 이후로 두번째이다.

[베로니카...]에 저으기 실망했던 터라,
[연금술사]의 회오리 바람에도 사보지 않고,
[11분]도 이제야 빌려 읽었다.

음,
처음 느낌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두번째도.
이상하게도,
이 사람 글은 자꾸 읽으면 읽을수록,
사기꾼 같다.
아, 물론, 대개의 소설가는 고도의 사기꾼이고,
또 그래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 그 사기에도 종류가 있겠고...
이런 종류의 사기에는 별루 넘어가고 싶지 않다.

아무튼,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 가슴에 오래 남지를 못할 것만 같은 분위기,
아 설명이 잘 안되넹.

한 예를 들면,
내 친구도 강하게 공감했던 바 있는,
'소유하지 않은 채 가지는 것'에 대한 주인공의 설명, 과정들...
말 장난 같아 보일 것 같은 이 구절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데도,
이것이 자꾸 사기 같이 , 그러니까 작가가 정말 천착해서 알아낸 것이라기보다는 남의 경험을 빌어서 소설가적인 멋진 글매무새로 다듬었다라고 여겨지는데...,
그 이유는 내 눈이 너무 탁해서일까,
이사람이 완벽하지 못해서일까.

아흠, 책이란 것도 궁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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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y 2004-08-25 0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훗.. 으녕도 그런 얘기했어.
우리끼리 얘기지만 꼭 코엘료가 누군가의 생각을 표절한 것만 같다고..
궁합이 딱 들어맞는 책을 만나는 것도 행복인데.. 쩝..

치니 2004-08-25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내게 궁합 맞았던 책은, 최근에는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었던 듯.

플라시보 2004-08-28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라는 책을 제목이 너무 멋져서 사서 읽었는데 제목만큼 멋진 소설은 아니라 실망했더랬습니다. 그래서 11분에도 손이 안가더라구요. 쩝.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레오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방대수 옮김 / 책만드는집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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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러나 <안나 카레리나>를 완성할 무렵부터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삶에 대한 무상함으로 심한 정신적 갈등을 겪은 톨스토이는 1880년에 들어 위선에 찬 러시아 귀족사회와 러시아 정교에 회의를 갖고 마침내 초기 기독교 사상에 몰두, '톨스토이주의'라고 불리는 사상을 체계화함으로써 예술가 톨스토이에서 도덕가 톨스토이로 변모한다.

이 정신적 위기와 극복이 이른바 톨스토이의 '회심'(回心)이며, <참회록> 속에 서술된 고백의 내용이다. 여기서부터 톨스토이는 현대의 타락한 그리스도를 배제하고 원시 그리스도에 복귀하여 근로.채식.금주.금연의 생활을 영위하였다."


톨스토이에 대한 위 설명을 읽고 나면,
이 책이 그야말로 종교적인 색채가 짙은 이유가 가히 짐작 가기도 하는데,
내게 이 책은 그냥 재미난 이야기로서,
흔히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자주 부르짖는 '전도'를 당하는 느낌이 그닥 들지는 않는,
작가적이고 아름다운 글귀가 많은 단편집이었다.

전반적으로 유유히 흐르고 있는
얌전한 체념과 반듯한 명랑함,
그리고 욕심 없는 마음,
사랑을 느끼고 받고 주면서 살아가는 따스함,
그런 것들에서 푸근함을 느끼게 해주는 좋은 책.

톨스토이는 위대하다,
왜?
진정으로 욕심을 없애는 바로 그 지점까지 다다라서 죽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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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2004-08-28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고전중 하나입니다. (데미안. 노인과 바다에 이은 3대 작품이라고 혼자 생각합니다.) 어릴때 읽었는데 제목도 너무 멋지고 내용도 좋았더랬습니다.
 
퍼레이드 오늘의 일본문학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상당히 재미난 책이다.
3-4시간 여에 걸쳐 독파하기에 전혀 부담이 없을만큼,
미끈하게 주루룩 읽힌다.

내가 일본 사람이었다면 더 광분하게 재미있었을 것 같은 구석이 많이 눈에 띄므로,
일본어를 좀 알거나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거나 평소 일본 작가들의 책을 탐독하는 사람들이라면,
십중팔구 재미있어할 만한 요소가 다분하다.

**

성장기를 제대로 겪어내지 못한 절름발이 이십대 초반들의 현주소를 들여다보고 나니,
내 어릴 적 시절 따위가 생각난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생각해보려고 했다.

우씨.
눈물이 날 정도로 기억적(이런 말이 있다면)인 사건이 없다.

아니, 있는데도 내게 상처가 되는 것들은 스스로 알아서 대충 지워놔서, 너무 흐릿하고, 평범한 것들만, 단편적으로 떠오를 뿐이다.

이러다 나도,
고토처럼 하루종일 머리 끝을 자르고 앉았거나,
나오키처럼 하릴없이 몇시간이나 조깅을 하거나,
백치스러운 일상으로 애써 내면세계의 복잡함을 감추고 살아가다가,
늙은이가 되어 아주 허무해질 지도 모르는 일.

그래서 지독한 허무주의는 재미 없다.

약간의 욕망을 키우고,
약간의 쇼비니즘을 창피해 하지말고,
약간의 고민도 하고,
조금만 더 치열해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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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하트 2004-09-21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분의 리뷰에서도 님비슷한 말은 들었던것 같습니다. 인생이 그렇게 쿨하게만 살아가낼수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라고 ㅋㅋ
 
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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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DVD를 발 빠르게 구입한 바람에 이미 보고 또 보고 대사도 몇몇은 외울 지경까지 되어버린 드라마 ‘네멋대로 해라’를 지난 일요일부터 또 보기 시작한다.
몇번을 다시 보는데도, 여지없이 전에 울고 웃었던 같은 장면에서 또 울고 또 웃게 되는 것을 확인하게 되자,
상황에 따라 그 대하는 느낌이 많이 달라지곤 하는 여타의 책이나 영화들을 떠올린다.

이 책도 마찬가지.

처음 열 장 정도를 읽고 나자,
그랬다 마음이.
[네멋…]을 보고 있을 때 처럼,
이런 느낌은 아마 오랜 세월이 흐르거나 내외부적인 환경이 바뀌거나 한다고 해서 변색되지 않을 것이란 걸 직감하게 하는,
그런 소설.
쿨하다 재미나다 하지만 그 시대를 지나면 조금은 생뚱맞은 그런 부류의 유행에 민감한 소설 말고 자기만의 색이 있는 소설이라는 걸 금세 알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누군가 그냥 재미있기는 하나 별다른 것이 없다고 하면야 , 그다지 반박할 여지가 없을 지도 모르는,
내용 면에서는 눈이 번쩍 뜨일만한 소재라고 할 수 없는,
이 잔잔한 성장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가슴 저며 자꾸 눈시울을 적신다.

마음이,
외딴 곳 섬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것처럼,
쓸쓸하고 슬프고 외로우면서도,
망망대해에 비해 초라하고 작은 나라는 인간이 무얼 어쩔 수는 없다는 걸 온 몸으로 알기에, 마음이 또,
그저 순하고 편하고 소박해진다.

작가 심윤경씨의 말처럼,
모든 [소년]들에게는 그런 힘이 있는 것일까.

오랜만에,
회사에 있든 친구를 만나든 술을 마시든 밥을 먹든,
‘얼른 마치고 책 읽고싶다’는 기분 좋은 허기를 선사해 준 소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
그래서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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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er 2004-10-12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사서 읽어야겠어요.... ^___^

치니 2004-10-13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강강추입니다 ! ^-^
 
새댁 요코짱의 한국살이
타가미 요코 지음 / 작은씨앗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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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만화 혹은 카툰을 그다지 즐겨 본다고 할 수 없는 나와 같은 독자가,
카툰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조금 더 보고 싶다, 아쉽다라는 기분이 든다면,
그게 바로 성공이라는 두 글자로 요약된다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은 보시다시피 아시다시피 '성공'한 것이다.
(단순무식한 논리 @@)

이상하게도,
어릴 때는 한글을 만화 읽기로 깨우치기도 할만큼 만화를 좋아했다는 내가,
중학교 때 캔디 시리즈 이후로 그보다 더 몰입할 만한 만화를 찾지 못했고,
그 이후, 아무리 재미있다고 지인들이 입을 모아 선전을 해도 뭐 그렇게나 흥미가 가는 편은 아니었다.

요코 짱의 카툰은,
만화라기엔 무리가 있고 에세이라기엔 좀 가볍다.
한마디로 어정쩡하고 어설픈 것을 굳이 숨기지 않은 책인데,
바로 그 점 때문에
오히려 나같은 무관심자들에게 대중적으로 읽히게까지 된 것인가 싶다.


*


그건 그렇고,
외국인으로서 본 요코 짱의 시각을 읽노라면,
가끔 눈물이 왈칵 날 정도로 마음이 아프다.

내 나라 후지네 어쩌네 그런 거 때문이 아니라,
작은 나라에서 많이 모여 살다보니 더 확연히 드러나는,
우리들 모두의 무섭고 이기적이고 한심한 일면들을 자꾸 자각하게 되어서이다.

지금 당장 나가, 길 거리에서 한 시간만 걸어도 수차례 당할만한,
어이없고 겁나는 일들이 이 책에 거의 다 모여있다.
우스꽝스러운 주인공의 맨 몸뚱아리는 - 카툰에서 주인공은 언제 어느 장면에서도 옷을 입지 않고 있는데, 이는 편견을 버리고자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한다 - 우리들의 자화상이고,
우리들 친구들의 자화상들이라서,
한껏 웃으면서도 씁쓸한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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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2004-08-28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무척 재밌게 읽었습니다. 여동생이 추천을 하지 않았더라면. 님과 비슷하게 만화를 잘 안보게된 요즘. 더구나 그림과 글이 적당히 어울린 파*포* 같은 가볍디 가벼운 책에 혐오감마저 가지고 있는 제가 이 책을 읽을리가 없었을텐데 말입니다.^^

치니 2004-08-29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우연히 이벤트인가 뭔가에서 파*포+ 선물을 받아 읽었었는데, 맞습니다 혐오감마저...그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플라시보님, 연이어 세번이나 덧글을!!
^-^ 괜시리 무척 반가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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