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픈 건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속이 메슥거린다. 뭔가를 먹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압도적이나 혼자 근무하는 날이라 함부로 자리를 비우고 먹을 걸 사러 나갈 엄두가 안 난다. 편의점이 바로 옆이라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게시리, 계속적인 갈등의 산파 역할을 한다. 김밥 한 줄만 사오는 건 괜찮지 않을까, 아니 갔는데 오늘치 김밥이 다 팔렸으면 어째, 한 줄 짜리 김밥 없으면 삼각김밥을 봐야 해, 삼각김밥은 어떤 종류든 다 별론데, 김밥이 별로라면 그 외 먹을 걸 골라야 하는데 그러는 동안 흐르는 시간은 어쩌고, 자리를 비워둔 채 나왔는데 손님이라도 들이닥쳐 다들 어디 갔냐며 두리번대면 어쩌나 등등, 이어지는 생각에 결국 아무 것도 못 먹은 상태로 괴롭기만 하다. 으이그, 저 놈의 편의점!


알라딘 페이퍼를 오랜만에 끄적이는 이유는 두 가지, 아니 세 가지인가.

하나는 위에 적은대로 속이 메슥거려서 도무지 하던 일에 집중을 못하겠다는 점,

둘은 그래서 뭐라도 끄적이면 진정이 되며 시간도 잘 간다는 점을 경험을 통해 (그리고, 오늘 누가 그랬다, 심리치료 받는 사람들 대부분이 하루 네 시간씩인가 글을 쓰게 하면 빨리 호전된다고, 나는 그거 참 납득이 되는 치료다 생각하면서 동시에 그거 참 의사라는 자가 치료하기엔 너무 쉬운 방법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잘 알기에 써야 하는데, 마침 이런 잡소리를 끄적이던 이글루스 블로그는 오늘 하루종일 점검이라고 쓰지를 못하게 하여.....아이고 길다 길어. 그런데 한 마디만 더, 이글루스 너무 하지 않나, 정말? SK 대자본 산하 블로그라 그런 거냐, 아무 것도 없는 주제에, 요새 사람들이 다 떠나는 폐가 기분이 드는 주제에, 무슨 점검을 하루종일 씩이나 하지? 좀 괜히 괘씸하다.


책을 한동안 제대로 읽지를 못하고 있다.

지금 근무처에서는 책 정도, 읽을 만도 한 조건이 되는데 왜 못 읽지?

(원래도 집에서는 그리 자주 읽지 않았으니까)

아직 불안한가 보다. 낯선 땅, 내가 태어나지도 자라지도 많이 가보지도 않은 땅에서 사는 게, 발이 약간 허공에 붕 뜬 기분인가 보다.

아무 거라도 활자만 있다면 붙잡고 쉬이 집중하던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가고 싶구나.

어른이 된다는 건 집중력이 저하된다는 뜻. 못내 슬프다. 이 집중력때문에, 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는 많은 일들 생각이 나서. 춥고 추운 봄날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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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4-10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째요. 페이퍼와는 다른 분위기의 댓글을 달게 되는게, 전 알라딘에서 치니님 뵈니 반가워요!!

치니 2013-04-11 13:08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도 여기서 간만에 다락방 님이랑 온라인 대화 나누니 좋네요.
알라딘, 벌써 십년 째에요. 정이 들 만큼 들었죠. 떠날 수가 없엉 ~

프레이야 2013-04-10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곳도 춥군요. 남쪽이라 좀 나으려나 했어요. 봄이 쉬 오긴 싫은지 날씨가 영 심통을 부리네요. 요샌 그저 건강이 최고란 생각이ᆢㅠ 글쓰기가 치유효과가 있긴 있나봐요^^ 그러길 바래요.

치니 2013-04-11 13:13   좋아요 0 | URL
아, 물론 서울보다야 나을 거라 생각은 합니다만, 사람 마음이 간사해서 여기서도 조금만 추워지면 툴툴대요. ^-^;;
맞아요, 건강이 최고. 나이 들면서 남에게 피해 안 주려면 건강해야 합니다. ㅠ
글쓰기는 배설의 효과로 ^-^; 치유가 되는 듯요. 프레이야 님도 건강하시길!

굿바이 2013-04-11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일 시작하셨어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이왕 재미있으면 좋겠어요~
요즘 서울의 날씨는 딱 제 마음입니다. 그래서 신기해요.
뭔가 제가 하늘의 기운을 움직이는 것 같아서요 ^^
오늘은 뭐라도 좀 드세요!

치니 2013-04-11 13:15   좋아요 0 | URL
아, 통역안내원 일을 해요. ㅎ 재미있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뭐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그나마 제가 가진 약간의 재능을 써먹는다는 데 의의를 두려면 두....실은 그냥 생계에 도움이 되어서 하는 거죠. ^-^;;
굿바이 님 마음을 돌려주세요, 더 따스한 쪽으로 ~ 헤헤, 감사.

Arch 2013-04-11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오랜만이에요. 그곳에서 잘 지내는지 궁금했었는데.
글쓰기를 하루에 네시간 하면 치유는 모르겠고 글쓰기 때문에 뭔가 스트레스 받을 것 같고 그런데 ^^

오늘 잘 안 쓰던 메일 계정을 확인하다 이글루스에서 온 메일을 봤는데. 서재에 오니 치니님이 계시고. 나비효과인가, 싶기도 하고.
날씨가 춥지만 건강하셔야해요.

치니 2013-04-11 17:53   좋아요 0 | URL
ㅎㅎ 제 기억력이 워낙 불확실한 터라 네 시간이 맞나는 모르겠어요. 누구에게 보여주려는 쓰기 말고 일기 같은 거라면, 좀 털어내고 생각하고 하는 시간이 되어주긴 할 듯.

이글루스, 여전히 뭐가 좀 티미하지 말입니다. 뭘 건드렸는지 점검 후엔 스맛폰에서 잘 안되더라고요. (왜 알라딘에서 이글루 욕을 하고 있는가 ㅋㅋ)
넵, 아치 님도 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