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스 - The Clas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말죽거리 잔혹사라는 영화를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우리 세대에게 학교는 조금 과장하면 감옥이고 순화해서 표현한대도 사육 당하는 우리정도 된다. 그 양과 질에 있어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이유 없는 매질과 훈육을 핑계로 한 인권 침해, 무서운 친구들을 귀가 길에서 만날 때의 공포, 돈이나 배경과 관련되지 않는 한 한 학생의 개인사에 무관심하기 이를 데 없는 선생님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꼬물꼬물 냄새를 겨우 피워보다가 사그라지던 반항의 추임새 까지, 어제나 그제나 우리 때나 옛날이나 이 학교나 저 학교나, 대한민국에서 교육 환경이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는 슬픈 현실을 인정하고 이 영화를 보면!

당신은 실망한다. 비교하지 말자. 나름 프랑스의 교육에 큰 구멍과 허점이 있고, 이를 해결해보려는 시도 조차 무색하다는 전제 하에 만들었을 레알리티 가득, 음악 하나 변변하게 쓰지 않은 건조한 이 영화에서 우리는 그래도 손을 버쩍버쩍 들어 말하려고 하면 어떤 말이든 들어주는 선생님을 보고, 교사회의에서 아이들의 성적을 매기는 동안 그 토론회에 당당하게 학교 대표로 참관한 2명의 여중생을 보고, 모자는 교실에서 꼭 벗어야 하는 교칙이 있지만 귀걸이나 헤어스타일, 심지어 문신에까지 관용적인 학생들의 아웃룩을 보게 되는데, 비교하면 무엇 하겠나.

비교를 던져두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자면, 이제 프랑스 사회에서 학교의 권위는 바닥에 떨어졌고 교육은 유명무실하여 한낱 백화점의 철자도 제대로 못 쓰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일년 내내 배운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할 뿐 아니라 선생이 적절하지 못한 단어 하나 교실에서 구사했다고 눈 부릅뜨고 몰아낼 만큼 드세다. 문제를 해결하자고 권위 구축을 위해 교칙을 강화하고 퇴학을 많이 시키고 아이들과 유치하게 말싸움을 거듭하는 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 같아 보인다. 아이들 뿐 아니라 부모들 역시 선생 혹은 학교에 대한 불신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고.

, 그런데 비교를 던져두자고 했지만, 여기까지 쓰고 나니 또 한숨이 난다. 저 정도 문제는 어느 나라 어느 학교에나 다 있는 것 아닌가 말이다. 저 정도 가지고 뭐 문제라고 우리 앞에 들이대냐 지금, 돼지 앞에서 코 뒤집는 건가 싶다.

열 받으니까 내용은 이제 그만 이야기하고, 영화의 형식만 보자면, 아유 웬만한 참을성 아니면 지루해서 참기 힘들다 소리 나올 것. 수다는 또 얼마나 심한지. ㅋㅋ 혹시 상 탄 영화라고 함 볼까 싶어 가실 분들은 말리고 싶다만,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간만에 오래 전 잊고 있었던 학교에 대한 적의도 불살라보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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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4-05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랑스 영화를 보면 말이죠, (몇 편 보진 않았지만!)
지나치게 말을 생략하거나(난 이해도 못했는데!)
지나치게 말을 많이하거나(아까 다 알아먹었는데 쓸데없이!) 하는 경우가 좀 많더라구요. 대부분 그렇게 생각해요. 아, 왜 저렇게 말이 없지? 아, 왜 저렇게 말이 많지? 하는 경우요.

그게 바로 제가 프랑스 영화에 제대로 꽂히지 못하는 이유인것 같아요. 저랑 뭐랄까, 흐름이 자꾸 엇나가는 듯한 느낌요. 저는 프랑스 영화도 그렇고 일본 영화도 저랑 자꾸 흐름이 제때 제때 안 맞는것 같아요.

그래서 이 영화는 보고 싶었던 영화기는 한데, 음, 포기해야지 하는 마음이 슬그머니.


그나저나 오늘 아침에 눈을 뜨니 갑자기 [폭풍전야]를 보고 싶어지네요. 흐음, 퇴근하고 극장을 갈까요, 말까요? 전 김남길이 나온 영화나 드라마 본게 없고, 황우슬혜도 마찬가진데, 아 폭풍전야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왜 궁금할까요? 그들은 폭풍을 제대로 맞으려나요? 아 쓰다보니 더 궁금해지네. ㅎㅎ

치니 2010-04-05 13:47   좋아요 0 | URL
아, 근데 다락방님, 저 [폭풍전야]를 지난 주에 ebs 씨네마천국에서 대략 봤거등요, 아아 추천하고 싶지 않은데 아아 어쩌지. ㅋㅋ
황우슬혜는 길에서 봤는데욤, 아아 제 취향이 아니었고욤. ㅋㅋ

프랑스 영화,라고 고유명사처럼 회자되는 일련의 그런 분위기가 있죠. ㅎㅎ 한국인 정서에 잘 맞지는 않는 거 같기도 하고. 뭔가 먹물스럽기도 하고. 뭔가 된장녀 스럽기도 하고. 아무튼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한 그 애매함이, 아마 다락방님의 명쾌한 성격이랑 부딪히는 게 아닐까요.

다락방 2010-04-05 14:0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아 이 댓글 왜 이렇게 웃기죠, 치니님.
어쩐지 폭풍전야를 꼭 봐야할 것 같아요. 보고 나서 얘기할게요, 치니님.

1. 치니님 말씀대로 보지 말걸 그랬어요, 라든가
2. 치니님, 아녜요, 좋더라구요! 라든가

하는 식의 얘기를. 아 왜이렇게 재밌지. 하하하하하

치니 2010-04-05 19:51   좋아요 0 | URL
흐흐흐, 다락방님이 그리 말씀하시니 일단 함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과연! 결과는? 오, 이거 정말 궁금한데요 ㅋㅋ

다락방 2010-04-05 23:39   좋아요 0 | URL
연기도 별로고 어색하긴 했는데 오, 전 괜찮았어요!

치니 2010-04-06 09:06   좋아요 0 | URL
으앗, 반전이다! 그렇담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저도...라고는 하지만 황우슬혜 때문에 역시 망설임. ㅋㅋ

Seong 2010-04-13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위대한 침묵>보다는 시끌벅적하겠군요. ^.^;

치니 2010-04-13 10:00   좋아요 0 | URL
아, 토멕님. :)
<위대한 침묵>을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선생님과 아이들의 수다 아닌 수다는, 가끔 숨이 턱까지 막히게 하던 주범. ^-^;

토니 2010-04-20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시간되심 프랑스 영화 "예언자" 꼭 한번 보세요. 종교 영화 절대 아니고요. 기가막히게 멋진 영화에요. 이것 역시 센스 만점인 남동생이 추천한.^^

치니 2010-04-21 09:08   좋아요 0 | URL
네 , 저도 그 영화 너무 보고 싶었어요! 원래 '예언자'를 찜했는데, 시간이 도저히 안 맞아서 이 영화 본 거에요. ㅋㅋ
근데 아직 상영 중이려나.

비로그인 2010-05-11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영화 무척 보고 싶었는데 역시 서울에 살아야 하나 봅니다 ㅠㅠ

치니 2010-05-11 13:23   좋아요 0 | URL
앗 Jude님이 왜 당연히 서울시민이라 생각했을까요.
볼 때는 은근히 지루하다 싶었지만 여운이 그래도 남는 영화였어요. :)

도넛공주 2010-06-10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유럽영화제때 이 영화랑 '예언자' 모두 봤어요.
'예언자'는 정말 문득문득 다시 생각나고 곱씹게 되는 영화입니다.
작년에 꼽은 내 '올해의 영화'랄까요.

치니 2010-06-10 16:35   좋아요 0 | URL
어휴 그러니까, 예언자를 봤어야 했는데!
말 나온 김에 디비디로라도 꼭 챙겨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