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런트 머신, 길자> 출간 기념, 김창완 북콘서트에 초대합니다.
<김창완밴드>의 두번 째 앨범이 나왔다.
저 앨범의 따사로운, 국화를 연상 시키는 노란 빛이랑 하늘이랑 29-1이라는 번호랑 버스 표지판이랑, 이 가을에 참으로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벌써 내가 들르곤 하는 블로거들 중 누군가는 이걸 대문 사진으로 걸어두었더라.
저 버스에 올라타면 조근조근 담담하게 수다를 떨 친구들이 있을 것만 같은 설레이는 마음으로 첫번째 트랙 <내가 갖고 싶은 건> 을 들었을 때, 조용히 미소짓게 되는 건, 그저 내 생각이랑 똑같은 생각을 가사로 옮겨두어서 만이 아니라, 페시미스트 김창완이 이런 암울한 시대에도 꾸준히 이런 음악을 만들고 전파해주는 데 대한 고마움 때문이겠지. 좋은 옷도 비싼 자동차도 거대한 정원이 딸린 집도, 사랑하는 너와의 따스한 시간 만큼 중요하지는 않다는 걸 누가 모르랴. 하지만 이제 그런 것을 노래하는 사람들은 일상 속에 많지 않다. '먹고 살기도 바쁜데', '목구멍이 포도청이야', 배 부른 사람이나 그런 소릴 한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더 많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지, 김창완은 또 다른 트랙 <Good Morning>을 파트1 과 파트2로 나누어서 두 번 녹음하면서, 길을 나서면 갈 곳이 딱히 없고 지하철을 타고 구인광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방황하는 젊은이의 심정을 노래하며 '나도 다 알아'라고 공감어린 위무를 하지만 기어이 <길>에서는 다시, '열세살 이후 젊다는 생각을 해 본 적 없는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어제 산 주간지와 작은 오토바이 한 대 뿐이지만 '어차피 아무도 모르는 길'을 가르쳐 줄 뿐이라며 관조와 달관의 목소리로 조용히 그러나 세차게 달릴 뿐이라고 한다.
김창완에게, 앞으로 어디로 가는가는 중요하지 않아보인다. <그땐 좋았지>의 지나간 시절의 추억이랑 <너를 업은 기억>의 힘들지만 아름다왔던 동행, <앞집에 이사온 아이>의 무심한 혼자놀이, <결혼하자>의 '지금 당장 친구들이 있으니까' 해버리자는 조우 정도가 있을 뿐.
이 모든 이야기들이 동화 같다고들 하지만, 나는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동화라는 것이 어린아이들이나 꿈 꿀만한 것을 소재로 삼아 희망을 이야기한다는 좁은 의미로 규정될 때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그저, 잘 살고 있고, 잘 살고 싶고, 다같이 잘 살자고 할 뿐이고,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만가만 되짚어 주는 중인 것 같다.
한없이 느긋하고 여유만만일 것 같은 이 사람이 음반이 나왔나 했더니 책까지 냈단다.
크윽, 부지런하구나. 천재들은 모두 백조 같다. 우아하게 수면 위에 몸을 띄우고 있지만 발 아래 그 누구보다도 가열찬 움직임을 숨기고 있는.
알라딘에서 북 콘서트 이벤트를 열었다. 김창완과 너무 잘 어울리는 이벤트인 것 같아서 당락 여부를 떠나 마음이 참 좋다. 어서 책부터 읽어봐야겠다. 노래에서 못다 한 '판타지로의 여행'이 얼마나 독특하게 펼쳐질 지, 현란한 상상력을 앞세운 흥미 위주의 SF가 아닌 따스한 위로가 숨어있는 우주에의 여행길로 슬며시 내 손을 잡아 이끄는, 그런 책이길 기대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