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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평점 :
이 책을 다 읽고도 한동안,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몰랐다.
등장인물들의 슬픔에 대해 적어볼까, 그런 시도도 해봤고
책을 읽는 동안 느꼈던 감정에 대해 적어볼까, 해봤고
책과는 무관하게 나의 슬픔에 대해 적어볼까, 해봤다.
그래서 몇 종류의 독후감을 써봤지만 모두 실패였다.
읽고 난 책을 어찌하지 못하고 며칠 동안 그저 가지고 다녔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책에 담긴 이야기뿐만 아니라 이 책 자체가
나에게 알 수 없는 위로가 되는 것이었다.
이 독특한 표지의, 두꺼우면서도 가벼운 책 한 권이
어떤 소리를 내며 혹은 체온을 가지고 내 곁에 있어주는 느낌은
마치 이제 막 눈에서 떨어진 눈물처럼
따뜻하고 부드럽고 가벼웠다.
아홉 살 오스카가, 그리고 그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깨달은 것처럼
"결국은 모두가, 모두를 잃는다."
격정적이지도 냉정하지도 않은 이 진술은
사람들이 각자 안고 있는 슬픔의 근원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마지막이 언제인지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하지만
기형도의 말마따나 예감은 아무리 빠른 예감이라도 늦은 것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들에게 언제나 사랑한다고 말해두어야 한다.
그리고 그 말을 잘 들어두어야 한다.
책을 읽는 내내 울었던 것은
감정적 묘사나 극적 전개 때문이 아니었다.
오스카로부터 이웃집 블랙 씨까지 모두가 각자 머금고 있는 슬픔이
내 안에 잠자고 있던 오래된 눈물까지도 불러내었기 때문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이웃집에서 들려온 피아노 소리도
그 연주자의 슬픔을 읽게 하였고
책을 덮어 두고 켠 TV 속 개그맨의 우스꽝스러운 표정도
그의 슬픔을 전하는 모스부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나는, 눈물이 고여 있는 신발을 신은 사람처럼
며칠 동안 슬픔을 밟고 다녔다.
"결국은 모두가, 모두를 잃는다."
각자의 눈물 신발을 잘 간수하고 조심해서 걷기를.
서로의 눈물 신발을 지켜주기 위해 따뜻하게 지켜봐 주기를.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표지의 마른 손이 책 속에서 드러나는 순간
아낌없이 눈물을 흘려도 좋으니 그렇게 하시길.
그것이 엄청나게 슬프지만 믿을 수 없게 따뜻하게
당신을 위로해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