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애는 늘 벼룩시장이나 바자회에서 산, 몸에 맞지 않는 헌 옷을 입고 다닌다. 머리는 자주 감지 않아 떡이 지고, 멜빵을 변기에 빠뜨리는 바람에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기도 한다. 엄마 아빠가 바빠서 살림을 잘 챙기지 못하는 탓에 집은 엉망일 때가 많다. 친구들 데려올 엄두도 내지 못한다. 데려올 친구도 없다. 조은애의 별명은 ‘지질이’다. 삽화가 없는 동화라면 읽기가 좀 괴로울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림 속의 조은애는 귀엽다. ‘키는 엄마를 닮아 작고, 눈은 아빠를 닮아 단춧구멍 같고, 코랑 입은 그저 그렇고, 똥배가 좀 나왔다’는 작품의 묘사를 그대로 살렸는데도 귀여운 인물이 되었다. 대충 자른 단발과 짧은 팔다리도 사랑스럽다. 친구가 될 뻔한 박하은에게 마음과 달리 심통을 부리는 장면에서도 얼굴이 그리 미워 보이지 않는다.
반에서 제일 친구가 많은 오지희한테 “난쟁이 똥자루”라고 손가락질 당하는 장면에서 조은애의 키는 다른 애들 키의 딱 절반이다. 그런데도 얼굴은 당당하다. “너는 아나운서가 꿈이라더니 아나운서 되긴 틀렸구나. 무슨 아나운서가 그렇게 나쁜 말만 골라서 하니?” 하고 되받아치는 조은애의 대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장면은 꼭 연극 무대 같다. 입체로 만든 세트에 종이 인형을 세워서 촬영했기 때문이다. 금방 이사 갈 것처럼 어질러진 조은애네 집 안 풍경도 재미있는 미니어처와 실제 물건들로 연출해 아기자기하게만 보인다. 외톨이 이야기를 이렇게 생기 있게 표현한 그림이 있었나 싶다.
조은애는 이모의 조언대로 스스로 앞가림을 하기로 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깨끗이 씻고, 옷도 어울리게 입는다. 용기를 내어 박하은을 집으로 초대하고, 친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미 응원하는 친구가 있으니 잘 될 것이다. 맨 먼저 주인공의 개성을 발견하고 친근한 모습으로 그려준 화가가 바로 그 친구다.
* 계간 『창비어린이』 2015년 여름호에 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