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맹이던 H가 어엿한 1학년이 되어 독서교실에 다시 찾아왔다. 1년만의 재회. 매너남 조기 교육을 받는 어린이답게, 체크무늬 반바지에 흰 셔츠, 까만 구두 차림에다 해바라기 한 송이까지 들고 왔다. 나도 정중히 받았다. 


H는 며칠 전에 친구 소개로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게임도 못(못!)하고 읽었다면서 가방에서 엽기 과학자 프래니 한 권을 꺼냈다. 차례를 펼치곤, 요기 요기 요기 요기 요기 요기가 재밌단다. 특히 요기가 재밌다고 해서 선생님도 읽어 보고 싶다고 했더니 문득 나를 바라보며 "같이 읽을래요?" 한다. 8세 남의 "같이 읽을래요?"라니. 


비록 "으스스한 소리"를 "스르르한 소리"로 읽고, "우스꽝스러운"을 차마 읽지 못해(아마도 여기에 진짜 '꽝'이라고 쓰인 걸까? 이렇게 안 어울리게? 하고 생각한 듯) 주저했지만 H의 낭독은 너무나 달콤했다. 같이 읽을래요? 그러고 말고, 그러고 말고. 



나는 이 책으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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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숲 2015-09-16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러워요! 쏘스윗 😆

네꼬 2015-09-17 11:19   좋아요 0 | URL
얼마나 진지하게 읽는지 들었으면 더 스윗하셨을 거예요 *..*

moonnight 2015-09-16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잉 이렇게 사랑스러운 (전문맹;;;)소년!!!♥♥♥♥♥♥♥ 저도 듣고 싶어요. 같이 읽을래요?^^(제 조카아이는 만화볼 때 말해요. 이거 재미있어요. 고모 같이 봐요. 그럴 때도 너무 달콤해서 녹아내리는 고모인데 같이 읽을래요?라니♥♥♥)

네꼬 2015-09-17 11:20   좋아요 0 | URL
전문맹 ㅎㅎㅎㅎㅎ 현재는 쓰기만 반문맹이에요. 어린이가 뭘 권하는 건 왜 이렇게 좋을까요? 그게 뭐든지요. 힝 문나잇님네 조카는 고모 좋아하는구나!

마노아 2015-09-16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렇게 사랑스러운 8세남이라니!!!

네꼬 2015-09-17 11:20   좋아요 0 | URL
제가 녹아요 안 녹아요? ㅠㅠ

뽈따구 2015-09-17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같이 읽자˝ 가 달콤한 말이었다는 걸......... 몰랐어요 >.,.<

네꼬 2015-09-19 12:15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이에요. 내내 웃으면서 들었습니다. ^^

그리운남쪽 2015-09-20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네꼬님!!
책정보가 필요할 때만 구경하던 알라딘서재를 네꼬님 덕분에 매일 들어오게 되고, 네꼬님의 거의 모든 글에 댓글을 막 다는 다락방님 서재도 어쩔 수 없이(?) 들락거리게 되고, 네꼬님이 일시적으로 절필하시면 금단현상에 막 시달리기도 하다가. 야튼 고마운 게 넘 많아서 이걸 다 어찌 일일이 거론한담, 난감하여 감사의 말도 일년 동안 못 남겼습니다마는. 8세남의 달콤함을 포착한 네꼬님의 사랑스러움을(으윽, 좀 간질) 찬양하지 않을 수 없어 일차로 감사의 말을 짧게(?) 써 보아요. 음...이런, 한 마디면 될 걸. 패...팬입니다!

네꼬 2015-09-21 14:54   좋아요 0 | URL
그리운남쪽님 안녕하세요? 패...팬레터 받은 건가요, 저? (대놓고 좋아 날뜀) 이 댓글은 앞으로 의기소침해질 때마다 꺼내 보겠습니다. ㅠㅠ 저야말로 감사를 다 못 쓰겠는걸요. 야 네꼬, 너 열심히 좀 써라! (스스로 괜히 말해 보았어요.)

뽈따구 2015-09-21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네꼬님 글을 보다가,
다락방님 글을 보게 되고,
다락방님글 댓글을 다는데 로긴 하라길래 하고,
로긴 한 김에 읽은 동화책 남겨볼까 하고 남겼더니......!
˝Thanks to˝ 라는게 있네요! (비록 1%로지만)
두 분 글 보고 책 많이 샀는데...... 아깝습니다!
뒤늦게 Thanks To를 눌렀으나, 이후 구매해야 적용되는는.... ㅡ.ㅡ
담엔 꼭 Thanks To 하고 살래요! ㅎㅎㅎㅎ

네꼬 2015-09-21 14:52   좋아요 0 | URL
이로써 제가 얼마나 다락님을 영업했는지(응?) 다락님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응??) 하하 이거 영광이에요. 앞으로도 열심히 소개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