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맹이던 H가 어엿한 1학년이 되어 독서교실에 다시 찾아왔다. 1년만의 재회. 매너남 조기 교육을 받는 어린이답게, 체크무늬 반바지에 흰 셔츠, 까만 구두 차림에다 해바라기 한 송이까지 들고 왔다. 나도 정중히 받았다.
H는 며칠 전에 친구 소개로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게임도 못(못!)하고 읽었다면서 가방에서 엽기 과학자 프래니 한 권을 꺼냈다. 차례를 펼치곤, 요기 요기 요기 요기 요기 요기가 재밌단다. 특히 요기가 재밌다고 해서 선생님도 읽어 보고 싶다고 했더니 문득 나를 바라보며 "같이 읽을래요?" 한다. 8세 남의 "같이 읽을래요?"라니.
비록 "으스스한 소리"를 "스르르한 소리"로 읽고, "우스꽝스러운"을 차마 읽지 못해(아마도 여기에 진짜 '꽝'이라고 쓰인 걸까? 이렇게 안 어울리게? 하고 생각한 듯) 주저했지만 H의 낭독은 너무나 달콤했다. 같이 읽을래요? 그러고 말고, 그러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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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으로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