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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송호해수욕장에서 바라본 저녁 바다. 이번 여행에서는 해남이 짱먹었다. 이 장면을 볼 때부터 내 그럴 줄 알았다.
여행 마지막 날, 아침일찍 땅끝을 찍고 미황사를 찾아가는 길. 운전을 위협하는 것이라곤 길바닥에서 마르고 있는 나락뿐인 동네를 행여 누가 될까 살금살금 지났다. 시원하고 깨끗한 바람, 바닷가의 공기, 벼가 좋아하겠다 싶을 만큼만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 모든 것이 완벽했다. 도로와 그 위를 달리는 자동차를 빼면. 풍경이 완벽한 것만큼이나 부끄러운 마음이 자꾸 들었다. 어느 굽이를 돌든, 넓은 논과 낮은 집들이 나타났다. 층층이 단정하게 다듬어진 논들은 카스테라를 연상케했다. 익은 벼들이 가득한 들판과 그 끝의 집들을 보노라니, 이분들이 정말 부자구나. 이분들이 부자인 게 정상이구나, 하는 생각에 절로 숙연해졌다. 그렇지, 쌀을 가진 분들이 진짜 부자이시지. 그저 겸손한 마음으로 한구석에서 벼를 사진기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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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살 기어서 도착한 미황사. 아아, 미황사를 가보지 못하고 산 지난 세월이 원통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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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의 금강산'이라는 별명을 가진 달마산도 아름답지만, 그 중턱에 꼭 알맞은 크기로 자리잡은 미황사는 두 눈으로 보면서도 현실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기품 있는 절이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절도, 절에서 올려다보는 산도, 절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도 두루 절경이다. 스님들과 불자들이 예불 드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행여 방해가 될까 살금살금 걸었지만 "와아.." 소리가 터져나오는 것은 나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오늘 한겨레신문을 보니 18일(토)-19일(일) 1박 2일 일정으로 한겨레 조현 종교전문기자와 함께 미황사 답사 코스가 기획되었던데 기회가 되시는 분들은 꼭 가 보고 오셔서 내가 뻥을 친 게 아님을 밝혀주시길 바란다. (참고로 나는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야 하는 일정을 소화할 자신이 없어서 포기를.)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전주에 들러서 경기전 일대 한옥마을과 전동성당을 둘러보았다. 하이디 씨와 B 씨는 전주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을 내내 아쉬워하면서 다음에 한국에 오면 꼭 이곳에서 1박 이상을 하겠노라 다짐했다. 동거녀왈, "이렇게 여행 마지막 코스에 떡밥을 던지는 것이 또치 여행사의 특징입니다. 다음에 또 또치 여행사를 이용해주시면 전주에서 1박하며 문화체험을 하실 기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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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한옥마을은 전통을 현대화하는 모범을 보여주는 것 같다. 저 뒤에 보기 싫은 큰 건물은 (무슨 병원이라고 한 것 같은데...) 빼고. 골목골목 예쁜 담장은 지금도 그렇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더 정겨운 모습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내년이든 언제든, 다음 여행에서 또 만나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