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

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

뿌리째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꿈틀거리는 사막이.

끝내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 그 고열의

神像이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내가 自請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한낱 도덕이 시킨 경쟁심;

그것도 파워랄까, 그것마저 없는 자들에겐

희생은 또 얼마나 화려한 것이었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의 말을 넣어주는 바람이

떠돌다 지나갈 뿐

나는 이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를 믿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다


황지우, 「뼈아픈 후회」

 

--

 

처음 해보는, 취중 페이퍼.

시간 많이 걸렸다.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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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13 0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7-05-13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그대의 닉네임을 좋아해요. : ) 여전히 취한 채로.

2007-05-13 0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7-05-13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님의 서재로 가요. : )

다락방 2007-05-13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 일찍부터
-이정하


아침 일찍도 오시던군요.
그대인가 했더니, 아침 일찍도 오시는 비.
내 우울함의 시작.

그립다는 것은 그대가 내 곁에 없다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그런 그대가
내 곁에 있어 줬으면 하는 뜻이다.
그립다는 것은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고
내 가슴 한 쪽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립다는 것은 다시는 못할 짓이다.


네꼬 2007-05-13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님 / 그래서... 아침에 울면 종일 울게 돼요. 다시는 못할 짓이죠. : )

2007-05-13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7-05-14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어제는 햇빛과 바람이 참 좋았는데. (얼마나 좋았는지 아시면 아까워서 땅을 치실 거예요.) 자자, 다음 주엔 약속이 없어도!!(ㅠㅠ) 방황을 적극권유! 냥냥!

마노아 2007-05-14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뼈아픈 후회하지 말아요ㅠ.ㅠ

네꼬 2007-05-14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 그래요, 우리 그러지 말아요. ㅠ_ㅠ

2007-05-18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7-05-18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님의 주말 계획은 어떻게...? 저는 제대로 나들이 나들이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