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토요일 밤, 아니면 심심한 주말 저녁.
장마철 짙은 구름에 해는 가려 졌었지만 그래도 낮이라고 뛰기가 수월치 않았다.
토요일 낮 1시에 달리는 사람은 드물었다. 몸도 뻑적하고 해서 달리고 오마, 말하고 대문을 나선 순간부터 쉽지 않겠다는 느낌이었다. 이왕 나섰으니.. 신발끈을 조이고 대문을 나서던, 그 마음으로 뛰었다.
가볍게 5키로미터, 힘겨운 삼십분.
말한대로 쉽지 않았다. 볕이 없어 그나마 다행이긴 했지만, 밤과는 공기가 달랐다. 습하고 무거운 공기와 바람없는 천변의 뜨거운 대기를 정면으로 가르는 기분은 달리는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한 회의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청량감. 그것이 없는 달리기는 고문이었다.
집에 돌아오자 아내는 처가에 간다며 아이들과 준비를 하고있었다. 보통 격주로 아내는 아이들과 파주의 처가에 간다. 안녕 잘갔다 와~, 하고 인사를 하고 보낼 순간에 나는 좀 있다가 가라고 아내와 아이들을 붙잡았다. 마당에서 고기 먹을까?, 삽겹살을 굽고 아이들은 신이나서 마당에 상추를 뜯고 나는 고기를 굽는다. 구이용 고기를 조금 덜어내 잘익은 김치로 찌개까지 끓이고 아내는 냉장고에서 반찬과 장을 덜어서 마당으로 옯겼다.
다산이는 찌개를 잘 먹었고 다야는 직접 뜯은 상추라 그런지 쌈을 야무지게도 싸서 먹었다. 돗자리에 개미들이 올라오고 아이들은 개미를 보고 깔깔거렸다. 개미는 내 다리로 기어올라왔고 다리털 사이에서 방향을 읽었는지 오도가도 못하고 빙글빙글 돈다.
아이들의 외할머니,외할아버지가 기다리는 게 신경 쓰이는지 아내는 이내 떠날 준비를 한다. 아이들의 외조부 내외는 큰아들 내외와 손주들을 미국으로 보낸후(보냈다. 재산 다 털어서) 주말에 외손주들을 보는게 큰 즐거움이신 분들이다. 사위까지 오는 걸 바라시지만 나는 처가에 가기 싫다.
지겨울 법도 한데 대꾸도 않는 사위에게 미국행을 종용하시는 장인어른.
책을 읽을까 싶었는데,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을 하다가 결정을 못했다.
고민한 책들은 웬디양님 추천도서 <레몬케이크의 특별한 슬픔>
다락방님의 추천도서<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7월 책부족 도서<분노의 포도>
밤이 왔다. 기분이 좋아진다. 하루에 두 번, 뛴 적은 없는데 또 달리고 올까?
요즘 거의 매일 달린다. 보통 5키로, 달리다 기분이 점점 좋아지면 10키로 12키로...
낮에는 할 일이 없고 밤에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
그래도 낮에 커피도 볶아놨고, 낮잠도 한 숨 잤다.
카프카가 계속 생각난다. 그의 다른 책을 또 읽어야겠다. 아니면 <소송>을 다시 읽을까?
요제프 K의 불행이 내게 닥친다 하더라도 나는 담담하게 인정할 것만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성>에서 K의 저항의 인내와 노력은 결국 허사였지 않았나...
빌어먹을 사소한 고통들과 소소한 생활의 즐거움 사이에서 손익을 계산해가며 나는 참 잘도 산다.
카프카적인 세상에서 조르바스럽게 사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는데, 어쩌면 위선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