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상계동. 어릴 적 살았던 동네는 공릉동. 노원구의 끝과 끝. 마음 속 내 동네 공릉동.
공릉동 친구가 애기를 낳았다. 초등학교 동창인 공릉동 친구들이...
전재홍, 장홍순, 정종식. 엄밀히 말하자면 그 친구들의 아내가 낳은거지~
박효원, 엄인경, 김은혜.
세 커플들과는 결혼 전부터 항상 함께 어울렸었는데 나는 친구들 중 첫번째로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두번째 결혼하는 친구의 결혼식 사회를 보게 됐고 그 다음 친구의 결혼식도 결혼식 사회를 해 봤으니 또 내가 하게 되고, 그렇게 결혼식 사회는 내 몫이 되어 버렸다.
내가 사회를 본 세 커플이 아이를 함께 낳아서 한 조리원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 재미있고 신기하고...
나와 아내는 조리원 면회실에서 산모들에게 연락을 했고, 세 명의 산모는 차례로 면회실로 내려 왔다. 수척해진 산모, 퉁퉁 부은 산모, 눈에 실핏줄이 터진 산모... 친구 부인들의 민낮을 보기는 처음이 아닌가 싶었다. 민낮의 수척하고 부은 얼굴의 친구 아내들이 이뻐보였다.
'다들 고생했어요'
이어지는 여인네들의 수다... 세 명의 남편들은(내 친구들) 그 수다를 신기한 듯이 쳐다 봤고 나는 그 수다에 동참을 했다.ㅋㅋ
각 6일 텀으로 태어난 세 명의 아가들... 늦은 시간이라 보지는 아가들은 못 봤지만, 이렇게 친구들이 아가를 낳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더라.
이 자식들이 결혼 사회를 봐 주고 함 까지 지어준 나한테 제일 늦게 연락을 하다니...
내 친구들은 산이, 다야 태어남에 별 관심이 없었다. 이번에 아기 아빠가 된 세 친구들은 내가아이를 낳을 때 모두 미혼에 학생이었는데 소식을 듣고도 한 놈 구경하러 오지도 안았었다.
이자식들 지금에서야 그게 맘에 걸리는 것인게지... 난 별로 섭섭하지도 않은 일(지금에서야ㅋ) 가지고 자식들 뒤늦게 민감하기는,
솔직히 그땐 좀 섭섭했지만 학교도 졸업안하고 취업 고민에 빠져서 허우적 대던 니들에게 기대도 안했었다고, 미안해 하지 말라,고 얘기를 해도 자식들 여간 미안해 하는 표정이 아니다.
친구들의 결론은 결혼 일찍하고 아기 일찍 낳은 내 잘못이란다. 하하하
그날 나는 집에 못 들어 갔다. 나 장가가서 놀 때 학교에서 고민 많이 하던 자식들, 다들 돈들은 잘 벌어서 술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사는데 그 날 나는 5년 6년이 지난 묵은 출산턱을 받아 먹었다.
산이 다야 태어났을 때, 내 모습이 저랬겠구나. 예 생각도 해보고... 웬지 흐믓한 기분이들었다.
진정 인생의 선배가 된 기분으로 축하도 해주고 ㅋㅋㅋㅋ
대단할 것도 없지만, 은근히 관심과 격려를 기대하게 되는 특별하다면 특별한 그런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