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종이배 접어

백날이고 천날 흰 종이배 접어 띄우면

당신의 그 바다에 닿을까요

먼 바람결로도 꿈결로도 오지 않는

아득한 당신의 그 바다에 닿을까요

'박남준-흰 종이배 접어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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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과 슬픔을 품은 채 내 마음속에서 뒹굴어다니던 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 쓰라린 마음들 말이다. 혼자 있을 때면 창을 든 사냥꾼처럼 내 마음을 들쑤셔대던 그 시간들은 어디로 스며들고 버려졌기에 나는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을까. 이것이 인생인가. 시간이 쉬지 않고 흘러간다는 것이 안타까우면서도 다행스러운 것은 이 때문인가. 소용돌이치는 감정에 휘말려 도저히 헤어나올 길 없는 것처럼 느껴졌을 때 지금은 잊은 그 누군가 해줬던 말. 지금이 지나면 또 다른 시간이 온다고 했던 그 말은 살면서 이렇게 증명되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이 순간이 지나간다는 것은 가장 고난의 시절을 보내고 있는 이에게나 지금 충만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이에게나 모두 적절한 말이다. 어떤 이에게는 견딜 힘을 주고, 어떤 이에게는 겸손할 힘을 줄 테니까.

 '신경숙-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되는 그 순간에 프롤로그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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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랑의 감정에 두터운 무관심과 권태의 벽이 생겨나는 이유가 상대방으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따지기엔 너무 사소한 불만들,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작은 언행들이 결국은 마음에 커다란 간극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건 상대가 누구든 나로서도 어찌할 수 없는 자연발생적인 것들이다. 마치 누가 돌보지 않아도 초원에 풀들이 저절로 자라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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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그게 사랑이라는 것은 아니어도, 어스름한 저녁에 깨어나 지붕에 후득이는 빗소리를 들을 때처럼 마음이 간절하게 사무치는 때가 있다. 벽구석에 몸을 말아붙이고 앉아 손가락 하나로 아무렇게나 건반을 꾹꾹 눌러보고 싶은 순간이 있다.

그래, 그러나 다시 멋쩍은 타인으로 돌아가 서로 건너편에 서서 바다로 흘러가는 강물에 어른거리는 당신의 더운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있는 게 더 좋을 때가 있다. 불러도 서로 들리지 않는 멀찍한 거리에서 우리는 만난다. 가끔은 팽팽해지기도 하고 느슨해지기도 하는 그 거리의 아름다움을 확인하기 위하여. 우리는 모두가 타인이며 또한 이렇게 모두가 타인이 아니다. 그래, 나는 자주 부싯돌 같은 마음을 꿈꾼다. 겨우 환해졌다가 이내 눈귀를 막고 단단한 어둠으로 스스로 돌아갈 줄 아는......
-'윤대녕- 신라의 푸른 길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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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은 사랑의 결여 상태다.
우울증은 자신과 타인과 일과 생활에서 사랑이 사라져버린 삶이며, 그 무엇에서도 기쁨을 얻지 못하는 무의미함과 황페함으로 가득 찬 쓸쓸한 내면이다. 그리고 건강한 삶을 회복할 에너지를 상실한 상태를 뜻한다. 그들에게 남아 있는 것은 끝없이 반복되는 생활에 대한 무의미한 감정과 외로움이다. 그러므로 우울증 환자에게 본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프로작이나 리튬 같은 약이 아니라 황폐해진 내면을 다독거려줄 사랑이다.
그들이 느끼는 가장 큰 공포는 누군가에게 거부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그 두려움은 사실 굉장하다. 그들은 열렬하게 외롭지만 사람들에게 선뜻 다가서지 못한다. 뜨겁게 사랑을 갈구하면서 동시에 사랑으로부터 맹렬하게 도망가는 것. 이 모순적인 삶을 그들은 견뎌야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고슴도치처럼 웅크리고 살아가고, 어떤 사람은 광대가 되어 살며, 어떤 사람은 광인이 되어 떠돈다.
-수상작가 인터뷰 '고요하고 낯선 화단中'-
 

했어야 했거나, 하지 말았어야 했거나 하는 말들이 매 순간 나를 몰아세웠다. 침묵과 거짓말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입장과 형편의 행간에서 끝내 마음을 다물어 오해로만 끝날 수 밖에 없었던 숱한 관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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